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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190화 (191/319)

190화 차가운 겨울 이적시장[2]

오늘의 통화 원래는 하고 싶은 생각은 일절 없었다.

하지만 이번 겨울 이적 자금으로 준비한 금액은 320만 파운드(약 500억)이었고 박지석과 대화를 통해 꼭 필요한 선수를 영입하는 데 320만 파운드가 더 필요한 것을 확인했다.

더 쥐어짠다고 해도 이렇게 큰 금액이 나올 수가 없어서 새로운 투자를 받을 만한 곳을 찾아야 했다.

김하늘이 알고 있는 투자자 중에 그나마 구단 경영에 최대한 영향을 주지 않는 안정한 투자자는 중국 5대 갑부이자, 샤오루의 아버지 즉 장인 어른이었다.

"나야 잘 있지. 그런데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아.. 아닙니다. 그냥 안부차 전화를.."

김하늘이 사실대로 말을 하지 못하고 말을 돌리려고 하자, 핸드폰 너머로 호탕한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 이거 오래 살고 볼 일이네. 나를 저승사자처럼 보던 자네가 안부차로 전화를 하다니 해가 오늘 서쪽에서 떴나? 나 왕호의 사위가 자신의 속내를 솔직히 말하지 못하는 건 용납하지 못하지. 솔직하게 말해봐. 무슨 일이야?"

"사실은 그게.."

김하늘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왕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얼마가 필요한 거지?"

"네에?"

"내가 대부업을 얼마나 했다고 생각하나? 돈이 필요한 사람의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어."

"아. 그렇군요."

"다시 묻지. 얼마가 필요한 거지?"

"320만 파운드 입니다."

"흐음. 바로 자네 계좌로 넣어주지."

"네에?"

"왜? 더 필요한가?"

"아.. 아닙니다. 이유도 묻지 않으시는 건가요?"

"하하하. 자네는 이미 내 식구야. 식구가 되기 전에는 내가 좀 깐깐하게 굴었지만 말이야. 지금은 다르지."

저 깐깐하게 굴었다는 것 때문에 김하늘의 핸드폰에 저승사자라고 찍혀있는 걸 모르는 듯 왕호는 호탕하게 말을 이어갔다.

"320만 정도면 자네에게 투자할 수 있지. 나머지 절차는 비서를 통해서 메일로 보내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그렇게 어렵게 생각했던 일이 쉽게 풀리자, 김하늘은 안심하며 통화를 마치려고 했다.

그때

"자네 지난번에 이야기했던 에이전트 일은 좀 크게 해야지. 안 그래?"

"네에?"

"네에가 뭐야? 지난번에 샤오루를 통해서 이야기가 된 거 아니었나? 중국이나 동북아 쪽 유소년 스카우팅이랑 인프라 개선한다고 말이야."

"네. 그건 구단 차원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그렇게 구단 차원의 스카우팅으로 얻은 인재를 다른 에이전트가 얻도록 할 건가? 이미 구단주이면서 에이전트 일을 하고 있는 자네가 해야지. 안 그래?"

생각해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김하늘은 요즘 에이전트 일보다는 구단의 일에 집중하고 있어서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요즘 구단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는 들었어. 물론 선더랜드도 좋은 결과를 내고 있으니 좋기는 하지만, 자네도 어엿한 에이전트의 수장으로 일을 해야지. 그래야 샤오루한테 꿀리지 않을 거 아닌가? 혹시 알아? 나중에 잘 돼서 돈이 필요하게 되면 이렇게 나한테 전화할 게 아니라 구단주 개인의 돈으로 투자할 수도 있지 않겠어?"

"맞는 말씀이십니다."

"그래. 그럼 그 부분에 대해서 내가 투자처랑 해서 비서를 통해 메일 보낼 테니 확인해보도록 해."

"아. 그건 제가 해도 되는.."

"자네 상당히 정신이 없어 보이는데 이런 건 나한테 의지해도 되네."

왕호의 제안에 김하늘은 이미 돈까지 받기로 한 입장이라 거절할 수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장인어른."

"그래. 그래. 또 문제 있으면 전화하고."

그렇게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린 김하늘은 통화가 끝난 후 한숨을 쉬었고, 잠시 후에 계좌로 돈이 이체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때 문이 열리더니 샤오루가 들어왔다.

"자기야. 파파한테 부탁한 거야? 이적 자금?"

"응. 어떻게 알았어?"

"내가 모를 일이 있겠어? 당신 계좌에 입금되는 내역 나한테도 문자로 온다는 걸 잊은 거야?"

"아. 그렇지."

"파파를 무서워하더니 이번에는 용기를 냈네. 아주 칭찬해."

샤오루는 김하늘에게 다가가 볼에 가볍게 뽀뽀를 한 후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그거 알지? 파파가 중국에서 어떤 명성으로 돈을 벌었는지."

"알지."

왕호.

그가 중국 5대 갑부 중 한 명이고 지금은 성공한 금융가로 포장되어 있었지만, 그 기초에는 대부업을 통해 상당히 악명을 쌓은 것은 김하늘도 알고 있었다. 샤오루와의 결혼 승낙과정에서 일부 그 과정을 맛봤기 때문에 김하늘이 모를 수가 없었다.

"그럼 파파의 돈을 허투루 쓰지 않도록 영입을 확실히 하는 게 좋을 거야. 그래도 그런 걸 알고도 파파의 돈을 투자 받다니 그 용기가 대단해. 나도 무서운데 말이야."

"뭐어?"

샤오루의 말을 듣는 순간 괜히 장인어른에게 돈을 빌렸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장인어른이 진행해준다는 에이전트 일도 순간 두려움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었다.

사업을 하면서 밝은 길로만 갈 수는 없는 것이었고, 큰 위험이 없이 큰 보상을 얻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는 샤오루와 함께 박지석과 이야기를 나눈 재계약 명단과 주급 상승에 대해 이야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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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2일 토트넘 훗스퍼 스타디움(토트넘 홈구장)

“안녕하십니까? 새해 다음날에 이어지는 프리미어 리그의 코리안 더비 중계를 맡은 배선재 인사드립니다. 오늘 제 옆에는 새로운 얼굴이라고 해야 하나요? 박문석 해설자님과 함께 합니다. 오랜만입니다. 박문석 위원님.”

“그렇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공중파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개인 방송 채널만 하시다가 이렇게 메이져 채널로 오시게 되었는데요. 소감은 어떠신가요?”

기존에 같이 중계를 하다가 프리 선언 이후 개인 너튜브 채널을 운영하다가 다시 중계로 합류하게 된 박문석을 보며 짖굳게 질문을 하자, 생각지도 않은 질문에 박문석이 허탈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좋네요.”

“아. 제가 예측한 것보다는 답이 짧군요. 다시 오신 걸 보면 개인 방송이 금전적으로 부족한 것 같은데요. 맞나요?”

“크헛. 그건 아니고요. 사실 제가 오겠다고 한 게 아니라 윗선에서 저를 스카우트 하신 거죠.”

“아. 그 말씀은 지금 해설자리를 탐탁치 않게 여긴다는 말인가요?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위에서 부탁을 받아서 온 것뿐이라는 말인가요? 오늘 여기 중계에서는 힘을 아끼고 나중에 개인 방송에서 힘을 쓰겠다는 걸로 해석해도 되는 걸까요?”

“제가 언제 그렇게 말을 했나요? 오랜만에 돌아왔으니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듣고 싶었던 말도 바로 그거였습니다. 열심히 하겠다는 박문석 위원과 함께 오늘 경기 시작해볼까 하는데요. 오늘의 경기는 어떻게 예측하시나요?”

“오늘의 경기 상승세인 선더랜드와 마찬가지 상승세인 토트넘의 경기로 상당히 재미있는 경기가 펼쳐질 것 같습니다.”

“그런 예측은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좀 더 전문적인 말은 없을까요?”

“오늘 경기 중계하러 오신 게 아니라 저 저격하러 오신 건가요?”

“그럴 리가요. 반가워서 그런 겁니다. 반가워서.”

“두 번만 더 반가우면 저를 때릴 것 같네요. 그럼 오늘 경기에 양 팀의 키 플레이어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선더랜드에서는 누구나 인정하는 선더랜드의 용사 김가람 선수가 되겠습니다.”

“그렇죠. 이미 19라운드까지 36골을 넣고 있는 골 폭격기 김가람 선수가 선더랜드의 키플레이어라는 건 지나가는 아이도 알 만한 내용인데요. 조금 더 이야기하실 게 없을까요.”

그 말에 박문석은 불만 섞인 표정으로 말없이 배선재를 쳐다봤고, 배선재는 당당하게 말을 이어갔다.

“박문석 위원님 오디오가 비면 방송 사고입니다. 조금 더 이야기해주실 게 없으신가요?”

“흐음.. 여태까지는 누구나 알고 있는 김가람 선수를 도와주었던 특급 도우미인 안수 파티 선수와 데얀 클루셉스키 선수가 이번 겨울 이적시장이 열리자마자, 원래 소속팀인 바르셀로나와 유벤투스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뛰어난 양쪽 윙어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김가람 선수는 골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건 좀 아쉽네요. 그래도 임대 복귀를 시즌 중에 하는 건 좀 예의가 아닌 것 같은데요. 이런 상황이 자주 있는 건가요?”

“그건 아니지만, 바르센로나에서는 주전 윙어였던 호드리구 고에스 선수가 부상을 당하면서 복귀를 요청한 것으로 보입니다. 유벤투스에서는 특별히 부상 이탈자는 없었지만, 데얀 클루셉스키 선수가 프리미어 리그에서 활약을 이어가자, 성적이 부진한 유벤투스에서 데얀 클루셉스키 선수를 복귀시킨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이런 악재를 선더랜드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게 될까요?”

“이번 시즌에 로테이션으로 뛰었던 하비 반츠 선수나 오비 에자리아 선수가 윙어로 뛸 수는 있어 보이는데요. 그 둘만으로 토트넘의 수비를 뚫어 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래도 선더랜드에서 발 빠르게 겨울 이적시장에 움직이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방출된 솔라 쇼레티레 선수를 영입했고, 오늘 경기의 상대인 토트넘의 어린 유망주 마커스 에드워즈 선수를 영입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야기로만 들었을 때 즉시 전력감이라는 생각은 안 드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지석 감독이 어리고 재능 있는 선수를 선호하는 건 모든 이들이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시즌에 팀 내 제일 최연소인 요한 필립 선수가 충분히 경기에 나와 한몫을 하는 걸 보면 이번에 영입된 솔라 쇼레티레 선수나 마커스 에드워즈 선수도 기대해 볼 만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좋은 선수라면 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토트넘에서 뛰지 않고 선더랜드로 오는 걸까요?”

“아무래도 다른 팀에 비해 선더랜드가 젊고 어린 선수들이 주축으로 되어 경기를 이끌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주전 공격수인 김가람 선수, 미드필더인 해리 네쳐 선수, 수비수인 권윤성 선수 모두 이제 겨우 20살이 된 선수들이거든요.”

“해리 네쳐 선수는 이제 18살입니다.”

“아. 그렇군요. 해리 네쳐 선수의 얼굴을 보고 제가 그만 실수를 했네요. 여하튼 이렇게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단순히 기회뿐 아니라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으니 젊은 유망주들이 선더랜드에 오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렇군요. 이거 너무 선더랜드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요. 토트넘은 어떻게 보십니까?”

“토트넘에서 해리 케인 선수의 득점이 12월부터 터지기 시작하면서 토트넘은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데요. 이미 32골을 기록하며 득점 랭킹에 2위로 쫓아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골을 돕는 특급 도우미로는 대한민국의 이강운 선수가 있죠. 이전에 손홍민 선수와 해리 케인 선수가 보여주었던 케미를 이제는 이강운 선수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 만약 토트넘이 이기게 되면 공동 2위권 팀들과 거리를 좁힐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박문석이 토트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양 팀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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