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화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 토트넘전[2]
"오비 에자리아 선수 들것에 실려 나가고 있습니다."
"지금 선더랜드 벤치에 전문적으로 왼쪽 윙어를 볼 수 있는 선수가 없는데요. 이렇게 되면 김가람 선수가 왼쪽 윙어 자리로 가고 최전방 공격수인 올리비에 지루 선수가 들어올 것 같습니다."
박문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벤치에서는 올리비에 지루가 몸을 풀고 나오기 시작했고, 경기장에 투입된 올리비에 지루는 가람에게 다가가 무언가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나오더니 가람이 오비 에자리아가 있던 왼쪽 윙어 자리로 이동했다.
"박문석 위원님 말씀처럼 김가람 선수가 왼쪽 윙어 자리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경기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무래도 김가람 선수가 최전방에서 보여주었던 압박 수비를 올리비에 지루 선수가 그대로 보여주기는 무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왼쪽 윙어인 김가람 선수가 프리롤처럼 움직이면 그것도 선더랜드에서는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그건 왜 그런 걸까요?"
"김가람 선수가 프리롤처럼 움직이게 되면 아무래도 토트넘의 오른쪽 윙어는 1차 마크맨이 없게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원래 최전방 공격수는 수비 임무가 없고, 수비하면 좋은 거지만 윙어들은 그렇지 않거든요. 기본적으로 수비해야 합니다."
"그렇군요. 그래도 지금은 토비 알데르베이럴트의 태클에 맞고 골라인을 넘어갔기 때문에 선더랜드는 코너킥 공격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우연이기는 하지만 올리비에 지루 선수가 교체 투입되면서 공중볼에서는 강점이 생긴 선더랜드입니다."
약간의 어수선함이 지난 후 선더랜드의 코너킥 공격이 시작되었다.
해리 네쳐가 손을 들고 코너킥을 준비했고, 가람은 선수들이 모여 있는 위치보다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해리 네쳐의 코너킥을 기다렸다.
뻐어엉!
해리 네쳐가 찬 공은 선수들이 모여 있는 중앙 지역으로 정확히 떨어졌고, 수많은 선수들이 공중볼을 따내기 위해서 점프를 했지만 공을 따낸 건 방금 교체된 올리비에 지루였다.
하지만 올리비에 지루는 공을 골대 쪽이 아닌 토트넘의 수비처럼 패널티 에어리어 라인 쪽으로 걷어냈고, 순간 토트넘 선수들은 올리비에 지루가 실수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 올리비에 지루가 떨군 공 앞으로 뒤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가람이 나타나자, 토트넘의 선수들은 아차하는 심정으로 황급히 가람을 막기 위해 달려들었다.
"올리비에 지루 선수의 헤딩 패스! 김가람 선수가 이어받습니다. 좋은 찬스입니다."
"슈우윳! 슛해야죠!"
박문석의 바람과 다르게 김가람은 자신을 막기 위해 나오는 토트넘의 선수들을 피하며 오른쪽을 달리기 시작했고, 토트넘의 수비는 꿀을 쫓아가는 꿀벌처럼 일사불란하게 가람을 쫓아갔다.
가람은 토트넘의 선수들의 압박을 피하며 오른쪽으로 크게 벌리며 골라인 인근에 도착하자 반대편 골대를 보며 높게 크로스를 올렸다.
뻐어엉!!
가람이 찬 공은 살짝 높게 날아갔고, 가람을 막고 있던 토트넘 선수들이 점프를 뛰었다.
하지만 가람이 찬 공은 아슬아슬하게 닿을 수 없었다.
게다가 가람을 막기 위해 나왔던 토트넘 선수들이 없는 빈공간으로 올리비에 지루가 뒤쪽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가람이 크로스를 올리는 순간 침투해 들어갔다.
토오옹!!
올리비에 지루는 공을 이마에 맞춘 후 고개를 돌려 왼쪽 골대 상단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토트넘의 골키퍼 위고 요리스는 가람이 공을 차는 순간 공의 궤적에 따라 몸을 움직이기는 했지만, 그 짧은 사이에 왼쪽 골대 상단으로 손을 뻗기에는 무리였다.
위고 요리스가 할 수 있는 건 골이 들어가지 말라고 속으로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공은 왼쪽 골대 상단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터어엉!!
"아!! 올리비에 지루 선수의 헤딩 슈팅이 왼쪽 골대 상단에 맞고 골라인 아웃이 됩니다. 벌써 골대 2번을 맞추는 선더랜드의 아쉬운 장면입니다."
"아쉬운 장면이었지만, 김가람 선수와 올리비에 지루 선수의 좋은 호흡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김가람 선수가 토트넘 선수들을 유인하고 올리비에 지루 선수를 보고 제대로 크로스를 올렸는데요. 아쉽네요."
"오늘 선더랜드가 득점 찬스에 골대만 2번 맞췄거든요. 두 골 모두 들어가도 이상할 거 없는 모습이었는데 정말 선더랜드 선수들은 아쉽겠습니다."
"그렇죠. 축구는 흐름의 스포츠라고 하듯이 흐름이 좋을 때 마무리를 짓지 못하면 결국 역공을 맞이할 수밖에 없거든요. 이 부분은 선더랜드에서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토트넘은 아직까지 제대로 된 유효슈팅이 없거든요. 어떻게든 유효슈팅을 때려서 분위기를 반전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는 다른 구장도 아니고 홈구장이니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죠."
그렇게 다시 토트넘의 공으로 경기가 시작되었지만 가람이 왼쪽 윙어로 위치하면서 토트넘의 오른쪽 공격은 거의 힘을 못 쓰게 되었고, 토트넘은 무리뉴의 지시에 맞춰 오른쪽 공격보다는 중앙과 왼쪽 공격에 힘을 실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박지석도 그런 토트넘의 움직임을 생각해 올리비에 지루를 왼쪽 사이드에서 수비를 돕게 했고, 상대방이 공격을 거의 하지 않는 오른쪽 수비를 살짝 풀면서 가람에게 중앙 쪽으로 나올 수 있게 지시를 했다.
양 팀 감독의 전술대로 움직이면서 경기는 순간 공 다툼이 치열해지고 양 팀 모두 전반 30분까지 이렇다 할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터어엉!!
"김가람 선수의 중거리 슈팅!! 이번에도 골대를 맞춥니다."
"와.. 김가람 선수가 하프 라인 인근에서 찬 슈팅이 그대로 골망을 가르는 줄 알았는데요. 이것도 아쉽게 되었습니다. 아니 어떻게 저 위치에서 골대를 노릴 수 있는지 김가람 선수의 슈팅력에 감탄이 나올 뿐입니다."
"그렇죠.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초점이 좀 안 맞는 것 같습니다. 평소 김가람 선수라면 충분히 골로 만들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이 부분은 선더랜드에게 아쉬움으로, 토트넘에게는 다행으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위고 요리스는 다시 한번 김가람의 중거리 슈팅에 골이 먹힐 뻔한 것을 상기하며 자신의 볼을 양손으로 치며 집중을 다짐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후 전방에 있는 해리 케인을 보고 공을 찼다.
뻐어엉!
위고 요리스가 찬 공은 순식간에 하프 라인을 넘어갔고, 그 모습을 본 가람은 서둘러 수비를 복귀하며 해리 케인을 막기 위해 뛰었다.
위고 요리스가 찬 공이 선더랜드의 수비수와 중앙 미드필더 자리 사이, 일명 포켓 지역에 떨어졌고, 위치상 가까웠던 해리 케인은 특유의 몸싸움으로 조지 허니먼을 가볍게 제치고 닐 이안과 경합을 하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한발 늦은 가람은 닐 이안이 해리 케인과 경합을 벌이는 동안 속도를 올려 어떻게든 토트넘의 역습을 막으려고 했다.
타타탓!
하지만 꼭 가람의 움직임을 예측이라도 한 듯 이강운이 나타나, 가람의 옆에서 가람의 진로를 막으며 뛰기 시작했다.
생각지 않은 이강운의 지능적인 진로 방해에 가람은 순간 당황했다.
그렇게 당황하는 순간 해리 케인은 결국 닐 이안의 경합에서 이겨내며 공을 따냈고, 어느새 패널티 에어리어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해리 케인 앞에는 김만재와 리산드로 마르티네스가 있는 상황이었고, 해리 케인의 슈팅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골을 노릴 수 있었기에 리산드로 마르티네스의 신호에 맞춰 선더랜드는 수비 라인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상황이 급박해지자, 가람은 속도를 더 올렸고 이강운을 뒤에서 밀면서 앞으로 나갔고, 이강운은 그런 가람을 더이상 마크하지 않았다.
이강운의 마크를 떨쳐낸 가람은 뒤에서 빠르게 접근해 해리 케인의 지척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해리 케인 선수! 순식간에 선더랜드 수비에 둘러싸이게 됩니다."
"이거 빨리 결정을 내려야죠. 지금이라도 슈팅을 하던가 해야 합니다."
하지만 박문석이 말과는 다르게 해리 케인은 오히려 리산드로 마르티네스가 있는 곳으로 달려들었고, 자신의 힘으로 억지로 리산드로 마르테니스의 수비를 뚫어내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순간 가람은 해리 케인이 리산드로 마르티네스에게 달려든다면 그 타이밍에 맞춰 뒤에서 공을 커팅하려고 했다.
그때
토오옹~~
해리 케인이 드리블을 하다가 실수를 한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해리 케인이 리산드로 마르네스의 왼쪽 공간으로 크게 공을 찼고, 가람의 시선은 공을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가람의 생각에는 거기에 공을 차면 브라이언 오비에도가 쉽게 수비할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해리 케인 선수의 패스!! 이강운 선수가 받아냅니다."
"이강운 선수 기회입니다. 지금 해리 케인 선수에게 선더랜드의 수비가 몰려 있는 상황이거든요."
이강운은 공을 잡은 후 바로 패널티 에어리어 안쪽으로 파고들었고, 브라이언 오비에드는 이강운을 막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속도에서 큰 차이가 벌어진 상황이었다.
생각지 않은 해리 케인과 이강운의 호흡에 가람은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이강운을 막아야 할 때였다.
가람은 흡사 100M 육상 선수처럼 엄청난 순간 속도로 이강운을 뒤쫓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강운은 가람에게 잡히기 전에 슈팅하겠다는 생각으로 슈팅 자세를 가지고 가려고 했다.
그때
촤르르르~~
어느새 나타난 권윤성이 이강운의 슈팅 코스 앞으로 슬라이딩 태클을 했다.
살짝 빠른 타이밍이었지만, 만약 이대로 슈팅을 한다면 권윤성의 수비는 성공할 것이었다.
토오옹~
하지만 이강운은 침착하게 권윤성의 슬라이딩 태클을 보더니 슈팅을 하지 않고 공을 살짝 차서 권윤성의 슬라이딩 태클을 넘긴 후 자신도 점프를 해서 공과 함께 점프를 했다.
"이강운!! 이강운!!"
골을 넣으라는 듯 배선재는 이강운의 이름을 연신 불렀고, 이강운은 이에 화답하는 듯 약간 불안정하게 착지한 상황에서도 슈팅 자세를 이어갔다.
그때
뻐어엉!
퍼엇!!
권윤성의 태클을 피하기 위해 점프를 하는 순간 가람은 발 빠른 움직임으로 이강운의 앞에 나타날 수 있었고, 이강운의 슈팅은 가람의 오른쪽 허벅지에 맞았다.
공이 오른쪽 허벅지를 막고 원래 날아가려는 방향으로 가지 못했고, 딘 핸더슨은 이강운의 슈팅 방향에 맞춰 몸을 띄웠지만 공이 굴절되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자 역동작에 걸려 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가람의 수비는 성공한 상황이라 크게 걱정할 건 없어 보였고, 공은 그렇게 골대 쪽으로 날아갔다.
터엉~~
공이 골대에 맞고 당연히 밖으로 튕겨 나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가람의 허벅지에 맞으면서 많은 회전이 걸린 공은 골대를 맞는 순간 골대를 타고 안쪽으로 들어갔고, 그렇게 공은 선더랜드 골대 안쪽으로 들어갔다.
모두 공이 골대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설마하는 심정으로 쳐다보다가 골대에 빨려 들어가자, 가람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