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화 겨울 이적시장 이적생[1]
2021년 1월 5일 라이트 오브 스타디움(선더랜드 홈구장)
프리미어 리그 21라운드 스토크시티전
“오늘 경기 잘 부탁한다.”
“아. 네.”
등 번호 32번 선수
이번 시즌에 프리미어 리그 경기가 앞으로 19라운드 남은 가운데 37골을 넣으며 역대 최고 득점자 기록을 갈아 치울 것이 이미 예약된 최고의 선수가 자신에게 부탁한다는 말을 한 것이었다.
두근! 두근!
기분 좋은 두근거림에 순간 정신을 차릴 수 없었지만, 오늘 경기에 벤치가 아니고 선발로 나서기 때문에 이 기분 좋은 두근거림과 긴장감을 조절할 필요가 있었다.
사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내밀었던 조건 중에는 1군 경기 선발을 10경기 이상 뛰게 해주겠다는 보장 내용도 있었고, 매년 주급을 상승시켜주겠다는 내용이 있었다.
만 17살이라는 나이를 생각해보면 상당히 파격적인 조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유망주에서 좀 더 나은 대우 그 이상이 보이지 않았다.
음바페, 엘링 홀란드처럼 차세대 축구 선수들도 자신의 나이에 후보가 아닌 1군에서 뛰었고, 인정받았다.
자신이라고 못 할 것은 없다는 생각으로 1군 주전 출장을 보장한 선더랜드로 이적했고, 이적한 지 며칠 되지 않아 바로 그렇게 원했던 1군 경기에 나서게 된 것이었다.
너무나 만족스러운 상황.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려고 할 때 동양인 코치가 다가와 약간은 어설픈 영어로 자신에게 말을 건넸다.
“오늘 경기 출장에 만족하지 말고, 공격 포인트를 기록해보겠다는 마음으로 뛰는 거야. 알겠어?”
“넵. 알겠습니다. 안 코치님.”
“그래. 솔라 쇼라티레! 잘 해봐라. 너한테 감독님도 많이 기대하고 있으니 말이야.”
그렇게 안정한 코치의 격려를 받은 솔라 쇼라티레는 경기장으로 걸음을 옮기며 밖으로 나갔다.
-와아아아아!!
-가람 오빠! 파이팅!!
-We are Sunderland~ We are Sunderland~
경기장에 들어서자, 솔라 쇼라티레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1군 경기에도 교체로 뛰어본 경험이 있었지만, 이렇게 열정적인 팬들의 응원은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어느새 다가온 등 번호 32번 선수 김가람이 말을 걸었다.
“좋은 팬들이야. 정신 차리고 오늘 경기에서 좋은 모습으로 보여드리도록 하자.”
“알겠습니다.”
“뭐야. 너무 얼어있는 거 아니야?”
“아닙니다.”
“차암.. 얼지 말고 훈련한 대로만 하자. 좀 뛰다 보면 풀리겠지.”
그렇게 김가람은 멀어져갔고, 솔라 쇼라티레는 자신의 위치인 왼쪽 윙어 자리로 위치했다.
‘뒷공간을 파고들고, 찬스가 나오면 과감하게 승부한다. 크로스는 중앙을 보고 올리고 높든 낮든 올리기만 하면 된다.’
오늘 경기에 앞서 박지석 감독이 주문한 내용을 다시 한번 상기하는 순간
삐이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오늘 경기는 하위권에 있는 팀인 스토크 시티를 상대로 수비적인 전술이 아닌 공격적인 전술로 상대를 압박하라고 했기에 솔라 쇼라티레는 시작과 동시에 공격적으로 스토크 시티 진영으로 올라갔다.
‘이렇게까지 올라오면 후방에 문제는 없을까?’
전술이 너무 공격적이라 조금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자신이 올라오는 동시에 왼쪽 윙백인 브라이언 오비에도 올라오며 공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고, 그 움직임에 맞춰 움직여야 했다.
그때
뻐어엉!!
중앙 미드필더에 있는 기성룡이 자신이 있는 곳을 공을 길게 찼고, 솔라 쇼라티레는 공을 잡기 위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타타타탓!!
기성룡의 패스는 살짝 길었는데 오히려 살짝 길었기에 자신을 막고 있던 스토크시티의 오른쪽 윙어인 죠엘 캠벨이 쉽게 수비하기 어려웠다.
솔라 쇼라티레는 자신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빠른 발로 공이 그라운드에 튀어오르기 전에 공을 잡아냈고, 공을 자신이 드리블하기 편한 위치에 떨어뜨린 뒤에 속도를 내서 그대로 스토크시티의 진영으로 달려갔다.
그런 자신의 앞으로 스토크 시티 오른쪽 수비인 토미 스미스가 치고 들어왔다.
그때 오늘 경기를 하기 전에 있었던 박지석 감독의 전술 훈련 내용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오늘 경기에 오른쪽 수비인 토미 스미스는 상대 윙어를 상대할 때 성급한 판단으로 빨리 나와 거친 몸싸움으로 수비하는 경향이 있다. 그가 다가오기 전에 먼저 공의 방향을 정한 후 그가 붙기 전에 드리블을 치고 나간다면 쉽게 하프 스페이스 공간을 노릴 수 있을 것이다.’
솔라 쇼라티레는 토미 스미스가 자신에게 오는 걸 보고 사이드 라인에서 중앙으로 방향을 바꿔 드리블했고, 그 모습을 본 토미 스미스는 예상한 대로 달려들어 솔라 쇼라티레를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그의 행동을 예상하고 있던 솔라 쇼라티레는 공을 토미 스미스가 자신에게 오는 순간 일부러 속도를 낮추었고, 그 움직임에 맞춰 토미 스미스가 속도를 늦추자, 다시금 가속해서 순식간에 토미 스미스를 제쳐버렸다.
박지석 감독이 말한 대로 움직이자 수비를 쉽게 벗겨낸 솔라 쇼라티레는 그대로 하프 스페이스로 파고들었고, 그 순간 자신의 속도에 맞춰 김가람이 뛰어오는 게 보였다.
그때 또다시 박지석 감독의 말이 떠올랐다.
‘오늘 경기의 최전방 공격수는 김가람이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조지 허니먼이 있기는 하지만 만약 찬스가 나온다면 김가람을 보고 크로스를 올리면 된다.’
그리고 솔라 쇼라티레가 패널티 에어리어로 들어가는 순간 스토크 시티의 중앙 수비수 엔조 로코가 솔사 숄라티레의 움직임에 맞춰 달려들었다.
“치잇”
엔조 로코.
스토크 시티가 하위권에 있지만 최하위에 떨어지는 걸 혼자서 막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스토크 시티 최후방 수비의 핵심 선수였다.
190cm에 80kg라는 피지컬이 무색할 정도로 빠른 달리기와 순간 속도 그리고 뛰어난 수비지능은 수많은 선수들을 좌절시켰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 뛰기 전 박지석 감독도 엔조 로코를 주의하라고 말했는데 이 정도로 빠른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솔라 쇼라티레는 생각지 않은 엔조 로코의 압박에 당황했고, 크로스를 올릴 타이밍을 놓쳤다.
그렇게 엔조 로코를 뚫어내지 못하고 엔조 로코가 유도한 방향으로 드리블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골라인 근처까지 몰린 솔라 쇼라티레는 결국 수비에 막히는 것보다는 될 때로 되라는 듯 중앙을 보며 억지로 크로스를 올렸다.
하지만 솔라 쇼라티레의 움직임을 눈치챈 엔조 로조는 공의 궤적에 맞춰 다리를 들었다.
티이익!
엔조 로조의 발에 맞은 공은 크게 휘어져서 패널티 에어리어 안쪽으로 떨어졌다.
크로스라고 하기에 강한 힘이 없이 크게 튀어오르는 공이었기에 솔라 쇼라티레는 자신이 공격을 망쳤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조금 더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해.’
스토크시티도 오늘 경기 패배하게 되면 강등권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골을 넣기기 힘들 거라는 박지석 감독의 말이 떠오른 순간이었다.
그렇게 솔라 쇼라티레는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선더랜드 진영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때 힘없이 높이 떠오르는 공을 향해 김가람이 따라가더니 스토크 시티의 또다른 중앙 수비수인 안드레우 폰타스와 경합을 버리더니 등을 지고 공을 잡아냈다.
“어?”
꼭 성인 선수가 어린 아이와 몸싸움 경합을 벌이는 것처럼 손쉽게 몸싸움을 해서 공을 뺏어낸 가람은 그다음에는 물 흐르는 듯 안드레우 폰타스를 밀치더니 그대로 슈팅을 때렸다.
뻐어엉!!
촤르르르르~~
그렇게 너무나 쉽게 김가람은 골을 넣었고, 자신을 보며 다가오며 말했다.
“나이스~ 어시스트!”
“네에?”
자신이 한 건 실수였지만, 그걸 골로 만들어낸 가람을 보며 솔라 쇼라티레는 당황했다. 하지만 골은 골이었다.
그렇게 경기 시작과 함께 골을 넣으며 선더랜드는 경기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솔라 쇼라티레는 이렇게 쉽게 경기가 풀려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가람은 공을 쉽게 넣었고, 골을 넣은 후 점점 긴장감도 풀리며 경기력도 올라오기 시작했다.
솔라 쇼라티레는 점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고, 경기는 1골을 실점한 스토크시티가 공격적으로 나오기 보다는 수비를 더 굳건히 하며 역습을 노리는 식으로 경기를 진행되었다.
타타타탓!!
이미 자신과의 속도 경쟁에서 패배한 조엘 캠벨을 상대로 솔라 쇼라티레는 스토크 시티 진영을 파고들며 기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수비적으로 내려온 스토크 시티는 조엘 캠벨이 뚫려도 그 뒤에 대기 하고 있던 선수들이 백업 수비를 하며 간격을 좁힌 상태였다.
하지만 솔라 쇼라티레는 아까처럼 어설픈 크로스가 아닌 제대로 된 크로스를 가람에게 올려주고 싶다는 생각에 무리해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고, 이를 지켜보던 스토크 시티의 중앙 미드필더인 라마단 소비는 뒤쪽에서 압박 수비를 하다가 발을 뻗어 공을 가로챘다.
토오옹!!
솔라 쇼라티레는 공이 빼앗기는 순간 다시 수비에 나서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아직 만 17살이라는 나이에 어울리는 연약한 몸싸움에 라마단 소비는 편안하게 공을 잡은 후 앞에서 공을 기다리고 있던 보얀 크리키치에게 패스했다.
공을 잡은 보얀 크리키치는 특유의 빠른 스피드로 수비 뒷공간을 침투하기 시작했다.
이번 시즌 스토크 시티의 거의 유일한 득점 루트라고 할 수 있는 역습에서 보얀 크리키치에게 연결 후 보얀 크리키치가 상대 수비의 뒷공간을 허물고 들어간 후 골을 넣는 역습이 나온 것이었다.
솔라 쇼라티레는 자신의 실수 때문에 골이 먹히는 걸 보기는 죽어도 싫어서 숨이 턱까지 올라오는 것을 참아내며 어떻게든 보얀 크리키치를 따라잡았고, 손을 뻗어 보얀 크리키치의 유니폼을 잡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티이잇!!
보얀 크리시치도 이미 EPL에서 어느 정도 적응을 하며 몸싸움이나 더티 플레이에 대응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상황이었고, 몸을 흔들어 솔라 쇼라티레의 손을 뿌리치고 그대로 선더랜드의 진영으로 파고들려고 했다.
그렇게 멀어지는 보얀 크리시치를 보며 솔라 쇼라티레는 절망감에 빠져들었다.
그때
촤르르르~~~
어느새 나타난 김가람의 슬라이딩 태클에 보얀 크리시치는 꼭 차에 치인 사람처럼 크게 떨어져 나갔다.
자신의 실수 때문에 팀의 주력인 김가람 선수가 파울까지 한 것을 보며 좌절하려는 찰나에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고 인플레이로 진행했다.
보얀 크리시치는 그 모습에 항의했지만, 주심은 일어나라는 제스쳐를 할 뿐이었다.
“으응?‘
솔라 쇼라티레는 순간 이게 어떻게 된 거지지 의아하고 어리둥절했고, 그때 기성룡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솔라!! 올라가!!“
그 말에 솔라 쇼라티레는 공격적으로 나섰고, 가람의 패스를 받은 후 바로 리턴패스를 해서 이번에는 제대로 가람의 골을 도울 수 있었다.
그날 솔라 쇼라티레는 축구를 이렇게 쉽게 하는 선수가 있는 걸 처음 알게 되었고, 다른 한편 가람과 같은 편이라는 것에 안도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