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화 겨울 이적시장 이적생[2]
2021년 1월 10일 라이트 오브 아카데미(선더랜드 1군 경기장)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 토트넘에서 이적한 마커스 애드워즈는 차를 몰고 선더랜드 1군 훈련장에 도착했다.
차의 시동을 끈 후 잠시 시계를 봤을 때 차 안에 있는 전자 시계에서 나타내고 있는 시간은 오전 7시 58분. 정규 훈련 시간인 오전 10시에 비해 2시간이나 이른 시간에 훈련장에 도착한 것이었다.
2시간이나 일찍 도착한 시간이었지만, 들리는 소문에 그전부터 대부분 선수들이 일찍 나와 개인 훈련을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오늘은 그걸 확인해볼 생각으로 나온 것이었다.
그렇게 마터스 애드워즈는 차에서 내려 훈련장으로 걸음을 옮겨갔다.
“어제 시합을 뛰었는데.. 설마 있을려나..”
어제 레스터와 FA컵 3라운드의 경기를 뛰었다.
오늘은 심지어 평상시 10시에 진행하는 오전 훈련도 없고 쉬라고 감독님이 지시를 내린 상황이었는데 지금 눈앞에는 어제 경기를 뛰지 않은 후보 선수들은 물론이고 경기를 풀타임으로 뛴 선수들도 개인 훈련을 하는 게 보였다.
마커스 애드워즈가 놀라서 그대로 굳어버리자, 그 모습을 본 안정한 코치가 다가와 입을 열었다.
“뭐야? 너도 개인 훈련하려고 온 거야?”
“아. 그건 아니라.. 원래 이렇게 많이들 개인 훈련을 하나요?”
“뭐. 원래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결론만 말하면 맞아. 어제 경기가 있어서 조금 적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 말에 마커스 애드워즈 눈에 어제 풀타임으로 경기를 뛴 김가람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은 이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체력 안배 차원으로 후반 15분에 교체되었지만, 김가람은 어제 경기를 3대 0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도 교체하지 않고 경기를 계속 뛰었다.
그리고 그런 마커스 애드워즈의 시선이 어디로 갔는지 눈치챈 안정한이 입을 열었다.
“가람이랑 비교해서 훈련하기 시작하면 부상 당한다. 저 녀석은 괴물이라고! 논외로 쳐도 된다고.”
“논외요?”
“그래. 저 녀석 피지컬이랑 훈련량 체력을 보면 코치인 나도 입이 떡 벌어지거든. 사실 이 오전 개인 훈련의 시작도 저 녀석이야.”
“그게 무슨?”
“원래 아침 개인 훈련을 하는 건 가람이를 비롯해 몇몇 선수들밖에 없었어. 그리고 그 선수들이 대부분 경기에서 주전으로 뛰게 되었지. 네가 생각해도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들에게 감독님이 기회를 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이 들지?”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커스 애드워즈는 단번에 이해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자신과 포지션 경쟁자인 하비 반츠, 오비 에자리아, 솔라 쇼라티레도 개인 훈련을 하는 게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그냥 여기에 서서 멍하고 있는 것보다는 훈련을 하는 게 좋아 보였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라커룸으로 걸음을 옮기자, 안정한이 그 모습을 쳐다보고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개인 훈련이라고 하면 사실 프로 선수들 사이에서 별종이나 자기 스스로 부족할 때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쉽게 생각하면 일반 샐러리만들이 야근을 하거나 일찍 출근해서 그 날 있는 업무를 미리 준비하는 것과 같았고, 그걸 더 한다고 해서 더 많은 돈을 받는 건 아니었다.
해도 되고 굳이 안 해도 누가 뭐라고 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자신의 포지션 경쟁자들이 모두 개인 훈련을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마커스 애드워즈는 걸음을 옮겨 라커룸으로 방향을 잡았다.
'뭐. 그래도 그 정도를 해야 나를 따라 잡을 수 있는 거겠지.'
마커스 애드워즈가 토트넘에서 선더랜드로 이적을 하게 된 제일 큰 계기는 1군 무대에 바로 뛰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김가람을 제외하면 윙어 포지션에서 자신과 비교할 만큼 뛰어난 선수들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선더랜드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이적한 것이었다. 같은 포지션에 있는 선수들이 훈련한다고 해도 자신을 넘지는 못할 거라는 확신은 있었지만, 그래도 같은 포지션에 있는 선수들이 모두 훈련하는데 자신이 하지 않는다면 감독님의 입장에서 훈련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조금이라도 더 주고 싶을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제 자신이 아침의 개인 훈련에 참여하게 된다면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었다.
자신만만한 마커스 애드워즈는 라커룸에서 옷을 갈아입은 후 훈련장으로 나와 몸을 스트레칭으로 가볍게 풀며 어떤 훈련을 할지 생각에 잠겼다.
그때
“오늘 훈련한다면 크로스 훈련을 해보는 건 어떤가?”
어느새 나타난 안정한의 말에 마커스 애드워즈는 살짝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은 빠른 발을 이용해 상대의 뒷공간을 무너뜨리고 직접 골로 해결하거나 빠른 타이밍에 크로스가 주특기였기 때문에 굳이 추가 훈련을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뻐어엉!!
“나이스 크로스!”
솔라 쇼라티레의 크로스를 받아서 바로 발리 슈팅을 이어가는 요한 필립과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김가람을 보며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이 팀의 주포이자, 에이스인 김가람과 발을 맞추고 호흡이 좋아진다면 선발 출장은 당연히 보장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크로스 연습을 해보도록 할게요.”
마커스 애드워즈는 바로 윙어들이 있는 자리로 들어갔고, 그 모습을 본 솔라 쇼라티레가 입을 열었다.
“마커스씨도 훈련하시려고요?”
“그래. 김가람 선수랑 호흡을 맞추는 게 아무래도 나중에 경기 출장에 좋지 않겠어? 뭐 내가 호흡까지 완벽해지면 네가 경기 출장하기는 힘들겠지만 말이야. 그래도 솔라~ 너는 아직 어리니깐 너무 조바심내지 말도록 해.”
“그.. 그렇죠.”
솔라 쇼라티레는 마커스 애드워즈를 몇 번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약간 재수 없이 말하는 말은 적응이 되지 않았고, 더이상 말을 섞지 않고 훈련에 집중했다.
그렇게 솔라 쇼라티레가 떠난 후 마커스 에드워즈는 바로 크로스 연습에 들어가지 않고 몸을 좀 더 풀면서 경쟁자들의 크로스 방향을 봤다.
‘흐음. 하비 반츠는 속도를 살려서 낮게 까는 크로스를 자주 하는군. 오비 에지리아는 높은 크로스를 차지만 위치가 동일한 곳에 계속 떨어지는 걸로 봐서는 킥정확도가 높아. 그리고 솔라 쇼라티레는..’
사실 세 명 중에 제일 크로스를 잘 올리는 선수를 뽑으라고 하면 바로 솔라 쇼라티레였다.
너무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게 만약 수비수와 경합을 하게 된다면 공격수의 머리에 맞춰 정확하게 들어갈 정도의 크로스 코스였다.
‘하지만 내 크로스에 비하면 애교지.’
그렇게 마커스 애드워즈는 오비 에자리아 뒤에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오비 에자리아는 자신의 차례가 되자, 공을 드리블하면서 나아갔고, 요한 필립의 움직임에 맞춰 크로스를 올렸다.
뻐어엉!
오비 에자리아가 찬 공은 요한 필립이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갔지만, 다소 높게 형성되어 요한 필립이 헤딩으로 맞추지 못했다.
하지만 요한 필립은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고 고맙다는 표시를 해주었다. 그렇게 요한 필립이 다시 자리로 돌아와서 크로스를 받을 준비를 하자, 마커스 애드워즈는 살며시 웃음을 보이며 공을 드리블해서 뛰어나갔다.
타타타탓!
마커스 애드워즈는 요한 필립보다 조금 더 앞선 가운데 거의 골라인 근처까지 가더니 크로스를 올렸고, 요한 필립은 생각지 않은 위치에서 크로스를 올리는 마커스 애드워즈를 보며 당황했다.
하지만 당황한 것과 별개로 공은 자신이 받기 좋은 위치로 떨어졌고, 요한 필립은 가볍게 헤딩을 해서 공을 골대 안으로 넣었다.
촤르르르~
골을 넣은 요한 필립은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마커스 애드워즈를 봤고, 그런 시선을 느낀 마커스 애드워즈는 당연하다는 듯 손을 들어 다시 크로스하기 위해 줄을 섰다.
그렇게 이번에는 김가람에게 크로스를 올릴 차례가 되었고, 김가람은 왼쪽 골대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기 골대 쪽에 붙여서!!”
그 말과 동시에 김가람은 골대를 향해 뛰어갔고, 마커스 애드워즈는 순간 아까 원했던 코스인 왼쪽 골대가 아닌 오른쪽 골대를 향해 달리는 모습에 당황했지만, 그래도 김가람이 원했던 왼쪽 골대를 향해 크로스를 올렸다.
뻐어엉!!
마커스 애드워즈가 찬 공은 가람이 머리 위치에서 약간 점프를 뛰면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날아갔지만 그래도 오른쪽 골대의 근처에 있는 김가람이 왼쪽 골대로 날아가는 공을 골로 만드는 데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타타탓 탓!!
마커스 애드워즈가 공을 차는 순간 가람은 옆으로 사이드 스탭을 크게 벌리며 돌더니 약간 회전을 걸면서 점프를 뛰었고, 공이 왼쪽 골대 쪽으로 가기 전에 중간에 헤딩으로 끊어서 헤딩으로 연결했다.
토오옹!
공은 골대 안으로 들어갔지만, 김가람은 약간 무언가 부족하다는 표정으로 마커스 애드워즈를 보며 외쳤다.
“한 번 더 같은 코스로! 이번에는 왼쪽 골대 상단을 목표로!”
애초에 오른쪽 골대가 아니라 왼쪽 골대로 크로스를 원하는 가람을 보며 마커스 애드워즈는 의아해했다.
“굳이 거기로 보낼 필요가 있을까? 오른쪽 골대 쪽에서 받아도 되잖아. 네가 원하는 대로 공을 줄 수 있다고.”
“그러니 내가 원하는 왼쪽 골대 상단으로 줘.”
도대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지만, 마커스 애드워즈는 다시 크로스를 차기 위해 줄을 섰고, 원래는 요한 필립에게 크로스를 찰 차례였지만, 김가람이 요한 필립에게 양해를 구한 후 마커스 애드워즈의 크로스를 받기 위해 자리에 섰다.
“왼쪽 골대 상단!”
그 말과 함께 가람은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를 내었다. 어찌나 빠른지 마커스 애드워즈는 김가람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가람이 또다시 오른쪽 골대 쪽에 근접했다.
스트라이커가 골대에 접근한 순간 크로스를 올리지 못한다면 그건 크로스가 아니었기에 마커스 애드워즈는 뒤에서 왼쪽 골대 상단을 보고 그대로 크로스를 올렸다.
뻐어엉!
마커스 애드워즈의 크로스는 꼭 자로 잰 것처럼 정확하게 왼쪽 골대 상단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가람의 위치는 오른쪽 골대였기에 마커스 애드워즈가 올린 크로스는 그냥 골대를 맞고 떨어질 것 같았다.
그때
타타타탓!!
가람은 아까와 똑같은 기이한 사이드 스탭으로 단번에 오른쪽 골대에서 왼쪽 골대 쪽으로 움직였다.
다른 이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마커스 애드워즈의 눈에는 그게 꼭 상대 수비수를 제쳐내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토오옹!!
가람은 말도 안 되는 사이드 스탭과 점프로 정확하게 자신의 이마에 공을 맞췄고, 그 공은 골대를 가르며 들어갔다.
그제야 무언가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김가람은 마커스 애드워즈를 보며 크게 외쳤다.
“나이스 크로스!”
그렇게 마커스 애드워즈는 김가람의 인정을 받아 기분이 좋았지만, 그 후에도 김가람은 자신이 원하는 코스로 계속 크로스를 달라고 했다. 그 날뿐만 아니라 마커스 애드워즈는 매일 아침 훈련에 나와 김가람과 크로스를 올리는 연습을 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