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화 프리미어리그 26라운드 맨시티전[2]
"김가람 선수 쓰러집니다."
"이거 이상하네요. 김가람 선수는 분명히 존 스톤스 선수를 완전히 제쳤는데요. 그리고 나서 좀 이상하게 쓰러졌거든요. 김가람 선수의 모습으로 봤을 때 스탭이 꼬인 거 같지는 않는데요.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때
삐익!
주심은 휘슬을 불더니 가람에게 다가와 다이빙에 대한 구두 경고를 주었고, 순간 사람들은 당황했다.
주심의 모습을 본 박지석은 벤치에서 일어나 크게 항의하며 주심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했다.
패널티 에너리어 안쪽도 아니고, 패널티 에어리어 밖에서 가람이 다이빙을 할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좀 석연치 않습니다. 아직 중계 카메라에 잡힌 내용을 확인해 보지 못했지만, 김가람 선수가 저기서 그냥 쓰러질 이유는 없는데요. 다이빙을 할 선수도 아니고요. 이상하네요."
오늘 경기의 해설을 맡은 웨인 루니도 지금의 상황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말을 덧붙였고, 경기장은 주심의 판정에 어수선해진 상황이 되었다.
그때 중계 카메라에 잡힌 리플레이 화면이 나왔다. 그 화면에서 존 스톤스가 손으로 가람을 발을 잡는 것이 나왔다.
"이건 존 스톤스 선수가 김가람 선수를 잡았네요. 이렇게 되면 레드 카드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아. 이건 좀 아니죠. 존 스톤스 선수, 레드 카드를 받아도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만약 주심이 레드 카드를 주려고 했다면 존 스톤스 선수를 보고 바로 레드 카드를 주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 전에 김가람 선수에게 다이빙 구두 경고를 했거든요. 이건 VAR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주심은 구두 경고를 내리고 맨시티의 프리킥을 주려다가 귀에 꽂은 이어폰으로 무언가 이야기를 듣더니 손가락으로 큰 네모 즉 모니터를 만드는 시늉을 하더니 VAR을 보러 갔다.
"그나마 다행인 게 부심 두 명이 VAR을 요청했네요. 주심은 VAR을 확인하러 갑니다."
"이렇게 되면 존 스톤스 선수는 좀 난감해지겠네요. 경기 시작과 동시에 퇴장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주심은 VAR을 보더니 다가와 존 스톤스에게 옐로우 카드를 꺼내 들었다.
순간 그 모습을 본 가람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선더랜드의 선수들은 주심에게 다가가 항의했지만, 주심의 결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아. 제가 선수였을 때도 오심이 많았던 마이클 딘 주심인데요. 오늘도 석연치 않은 판정을 내립니다. 저건 옐로우 카드가 아니라 레드 카드 감인데요. 경기 결과가 어떻게 되었든 마이클 딘 주심에 대한 비난은 있을 것 같습니다."
경기는 다시 패널티 에어리어 앞에서 선더랜드의 프리킥으로 이어졌고, 프리키커로는 김가람이 위치했다.
"이번 프리킥은 김가람 선수가 직접 찰 것 같습니다."
"자신이 얻은 프리킥이니 직접 마무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해리 네쳐 선수도 좋은 프리킥을 가지고 있지만, 오늘 복귀 경기인 점을 감안하면 김가람 선수가 차는 것 같습니다."
가람은 잠시 심호흡을 하더니, 몸에 최대한 힘을 빼고, 공의 중앙과 하단 사이를 발등과 인사이드 사이에 정확히 맞췄다. 그러면서 팔 스윙은 최대한 적게 하고 오른쪽 어깨에 힘을 집중시켰다.
또한 디딤발은 공 사이는 주먹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유지했고 이번에는 발뒤꿈치를 들어 힘을 완벽하게 전달했다.
마지막으로 다리 스윙은 길게 쭉 뻗어내며 자세가 흩어지지 않게 배에 힘을 꽉 주었다.
뻐어어어엉!!!
가람이 찬 공은 맨시티의 수비벽을 넘어 날아갔다.
하지만 수비벽 뒤에서 대기하고 있는 에데르송 모라에스는 가람이 프리킥을 차려고 준비할 때부터 직접 슈팅을 염두해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자신의 예상대로 막기 힘든 코스로 공이 날아오자, 공의 궤적을 끝까지 쫓으며 몸의 방향과 무게 중심을 실었다.
그리고 점점 공이 자신이 생각했던 방향으로 날아오자, 에데르송 모라에스는 결단을 내리고 몸을 날렸다.
왼쪽 골대 상단으로 날아오는 공.
아마도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면 분명히 골로 들어갈 정도로 정교한 위치였다. 하지만 이미 준비하고 있던 에데르송 모라에스에게는 어렵지 않게 막을 수 있는 위치였다.
그때
휘리리릭!
공이 급격히 흔들리더니 방향이 반대편으로 이어졌고, 에데르송 모라에스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몸을 왼쪽 골대 상단으로 날려 다이빙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방향을 바꿀 수도 없고, 어떻게든 다리를 뻗어서 공을 저지해야겠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그리고
촤르르르~~
"고오오오올 고고고골!! 전반 6분에 선더랜드의 용사 김가람이 직접 만든 파울을 결국 프리킥에서 마무리 지어버리면서 선더랜드가 1대 0으로 앞서 나갑니다."
"존 스톤스 선수의 파울이 결국 실점으로 연결됩니다. 맨시티에서는 결과적으로 보면 아쉽다고 할 수 있는 장면입니다."
"에데르송 모라에스 골키퍼는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처럼 보였는데요. 김가람 선수의 마법 같은 무회전 프리킥이 그대로 골망을 가릅니다."
"그렇죠. 저 난이도 높은 무회전 프리킥을 골로 만드는 김가람 선수의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네요. 괜히 작년도 골든 보이로 뽑힌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것 같습니다.
골을 넣은 가람은 선더랜드 코너킥 에어리어 쪽으로 가서 만세 세레머니를 한 후 선더랜드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었고, 그 모습에 선더랜드 서포터즈들은 응원가로 화답했다.
"We are Sunderland~ We are Sunderland~We are Sunderland~"
전반 이른 시간에 한 골을 실점한 맨시티는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이런 흐름을 알고 있다는 듯 가람이 수비적으로 나서면서 전방에서 압박을 가하기 시작하니 맨시티의 공격은 생각대로 전개가 되지 않았다.
반면 선더랜드는 가람이 가세하며 선수비 후역습이라는 작전으로 진행을 했지만, 생각지 않은 일로 추가 득점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전반 38분
삐이익!
"주심 오프 사이드 판정을 내립니다."
"제가 보기에는 오프 사이드는 아닌데요."
"부심들도 이번에는 VAR 판정을 신청하지 않습니다."
"이미 한차례 VAR판정을 진행하기도 했고요. 이번 년도부터 결정적인 상황이 아니면 VAR을 너무 많이 쓰는 건 경기의 흐름을 끊어버린다는 여론이 있어서 수정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여기서 적용될 줄은 몰랐네요."
"그렇습니다. 김가람 선수는 오프 사이드 트랩 판정에 아쉬워하며 항의하지만 마이클 딘 주심은 고개를 저을 뿐입니다."
"저 부분은 조금 유의할 필요가 있네요. 마이클 딘 주심의 판정이 잘못 되기는 했지만, 김가람 선수 너무 어필하다 보면 마이클 딘 주심에게 찍히는 수가 있습니다."
"찍힌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요?"
"마이클 딘 주심이 오심에도 문제가 있지만, 권위 의식이 있어서 자신의 판정에 이의를 제기한 선수에게 상당히 좋지 않은 판정을 내리거든요. 아마도 아까 다이빙 판정이 VAR로 잘못된 것이 들통나면서 속이 꼬인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이렇게 되면 선더랜드는 11명이 아니라 12명과 싸우게 되는 건가요?"
"하하하.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그렇게 경기는 약간의 소강상태에 빠져들었고, 주심의 계속되는 판정에 선더랜드의 서포터즈들은 욕설을 섞어가며 주심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삐이익!
-주심 개새끼야! 너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
-너 맨시티한테 돈이라도 받은 거야?
-네 녀석보다 우리 할머니가 더 심판 잘 보겠다.
"아. 마이클 딘 주심의 판정에 선더랜드 서포터즈들이 흥분한 것 같습니다. 욕설하기 시작했네요."
"사실 선더랜드 서포터즈들이 요즘 좋은 성적에 얌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상당히 거친 팬들이거든요. 마이클 딘 주심은 오늘 경기 끝나고 경찰 보호를 받으면서 집에 귀가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찌 되었든 이번에는 김가람 선수의 파울로 다시 맨시티의 후방에서 프리킥으로 공격이 이어집니다."
"이렇게 맨시티가 주심의 비호 아닌 비호를 받으면 좀 기회를 만들어보는 게 좋은데요. 오늘 경기는 상당히 무기력해 보입니다. 세르히오 아게로 선수가 경기 감각이 돌아온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파울로 디발라 선수는 오늘 경기에 예상대로 좀 더 공격적으로 올라와서 세컨드 스트라이커 위치에서 경기를 풀려고 하고 있지만, 거기까지 공이 가는 게 어렵거든요. 이렇게 되면 스스로 밑으로 내려와 공을 받을 필요가 있어요."
뻐어엉!
후방에서 존 스톤스가 찬 공은 길게 이어져갔고, 전방에 위치한 세르히오 아게로가 공의 낙하지점을 포착해 움직였다.
하지만 이미 존 스톤스가 공을 찼을 때부터 대기하고 있던 권윤성이 세르히오 아게로와 몸싸움을 벌이며 가볍게 이겨내면서 공중볼을 따낼 수 있었다.
그때 세르히오 아게로가 권윤성과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쓰러졌고,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마이클 딘 주심의 휘슬이 울렸다.
삐이익!!
"주심이 휘슬을 붑니다. 이거 권윤성 선수의 파울을 선언하는데요."
"차암. 알 수 없는 판정입니다. 오늘 경기를 지배하는 건 선수들이 아니라 마이클 딘 주심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라고 해도 되겠네요."
"그렇습니다. 맨시티 패널티 에어리어 바로 앞에서 좋은 프리킥 찬스를 이어갑니다."
"아까 김가람 선수가 찼던 거리보다는 살짝 길지만 이 정도 위치라면 케빈 데브라이너 선수나 파울로 디발라 선수가 해결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그렇게 석연치 않은 주심의 판정에 맨시티는 프리킥을 이어갔고, 누가 찰지 잠시 고민한 맨시티의 선수들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결국 케빈 데브라이너가 차려고 하자, 벤치에 앉아 있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크게 소리치며 바꾸라는 손짓을 했다.
"디발라!!"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외침이 들리지는 않았겠지만, 입 모양과 손짓이 프리키커를 교체하라는 것을 알아챈 케빈 데브라이너는 프리킥 자리에서 나왔고, 파울로 디발라가 자리하자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다시 벤치에 돌아가 앉았다.
"아! 맨시티 프리키커가 파울로 디발라 선수로 바뀝니다."
"케빈 데브라이너 선수가 저 위치에서는 더 잘 찰 것으로 보이는데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선택은 파울로 디발라 선수입니다."
파울로 디발라는 잠시 호흡을 정돈한 후 프리킥을 찼다.
뻐어엉!
파울로 디발라의 프리킥은 가람이 최대한 점프를 뛰어도 닿지 않을 정도로 높이 날아갔고, 선더랜드의 수비벽을 구성한 선수들은 그 공을 보고 밖으로 나갈 거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가람은 자신 넘어로 가는 공에 상당히 회전이 많이 걸리는 것을 보고 불길함을 느꼈고, 딘 핸더슨은 공의 궤적을 끝까지 보다가 몸을 날렸다.
휘리릭
하지만 공은 딘 핸더슨가 몸을 날려 손을 뻗은 위치와 오른쪽 골대 상단 사이의 아슬아슬한 공간으로 날카롭게 들어갔다.
촤르르르~~
"고오오오올! 전반 44분 종료 직전에 파울로 디발라! 김가람 선수에게 먹혔던 프리킥 골을 그대로 프리킥으로 갚아줍니다."
"이야. 파울로 디발라 선수의 엄청난 프리킥 골입니다. 이건 김가람 선수와 다르게 정석적인 많은 회전 프리킥이네요.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