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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202화 (203/319)

202화 프리미어리그 26라운드 맨시티전[3]

하프 타임 맨시티 라커룸

"전반전에 아쉬운 부분은 있었지만, 그래도 밀리지 않고 잘 마무리했다. 존 스톤스 후반전에 네이선 아케와 교체한다."

펩 과르디올라의 말에 맨시티 선수들은 집중하고 있었다.

존 스톤스는 자신의 실책이 실점으로 이어진 것에 전반 내내 의기소침한 플레이를 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선택은 교체였다.

존 스톤스는 교체 지시에 대해 고개를 끄덕였고,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말을 이어갔다.

"전반전에 김가람의 수비 때문에 너희들은 자신의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케빈 데브라이너 네 패스는 어디로 간 거냐? 아무리 선더랜드의 수비 간격이 좁고 튼튼하다고 해도 헛점은 있을 거 아니냐? 후반전에는 적극적으로 공간을 노리고 패스를 해라."

"알겠습니다."

"라힘 스털링! 지쳤나?"

"아닙니다."

"그런데 왜 챔피언쉽에서 뛰었던 이름도 모르는 애송이 때문에 기회를 만들지 못하는 거야?"

맥스 아론스가 챔피언쉽에서 뛰다가 이적한 것을 두고 말하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말에 라힘 스털링은 고개를 숙였다.

"베르나르두 실바!"

"네!"

"너도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리야드 마레즈와 교체한다."

"감독님 저한테 조금 더 기회를 주실 수 없을까요?"

"다를 때라면 기회를 주겠지만 상대팀에서는 너의 공격 패턴을 이미 다 파악하고 있는 상태다. 단시간에 네가 진화하지 않는다면 이길 수 없어. 미안하지만 교체다."

"알겠습니다."

사실 베르나르두 실바는 오늘 경기에 김만재와 누누 멘데스의 협력 수비에 막혀서 제대로 된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기는 했다.

어린 선수라고 얕잡아 봤던 누누 멘데스는 자신의 패스 루트나 드리블 루트까지 달달 외웠는지 수 싸움에서 앞선 수비력을 보여주었고, 베르나르두 실바는 결국 뚫어내지 못한 것이었다.

그래도 베르나르두 실바는 자신도 라힘 스털링처럼 기회를 더 받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자신을 교체하는 감독을 보며 적지 않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이런 것이 바로 프로의 세계였고, 경쟁이 심한 맨시티 선수단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었다. 절대적인 선발 출장 보장은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펩 과르디올라는 마지막으로 세르히오 아게로를 보며 말했다.

"아게로 너도 쉬고 싶나?"

"마음 같아서는 쉬고 싶은데 경기가 이렇게 돌아가면 쉬어서는 안 되겠죠."

"그럼 더 열심히 뛰어라."

"최선을 다해보도록 하죠."

이번 시즌을 마무리하고 맨시티에서 계약 종료하기로 한 세르히오 아게로의 약간 불성실한 답변에 펩 과르디올라는 화가 나기는 했지만 참아야 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공격 자원에서 세르히오 아게로처럼 능숙하고 공격진을 지휘할 수 있는 선수가 더 없기 때문이었다.

향수병을 핑계로 고향으로 돌아가는 세르히오 아게로가 밉기까지 할 정도로 그의 능력은 아직까지는 유효했다.

이렇게 세르히오 아게로가 떠나기 전에 다른 선수로 대체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물론 매시즌 세르히오 아게로의 대체자로 수많은 스트라이커를 영입했지만, 펩 과르디올라 감독을 만족시키지 못했고, 대체자가 영입되면 탈력이라도 받는 듯 세르히오 아게로는 더 잘하면서 그를 대체하기는 힘들었다.

지금도 파울로 디발라와 가브리엘 제수스라는 대체자를 데리고 있었지만, 이 경기에서 이 둘이 세르히오 아게로만큼 영향력을 보여주지는 못한다는 것이 정말 아쉬울 뿐이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대화를 마친 펩 과르디올라는 전반전 부족한 부분에 대해 선수들 한 명씩 세심하게 전술 수정을 해주었고, 어느새 하프 타임은 끝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당부하겠다. 오늘 경기에 마이클 딘 주심이 김가람에게 꽂혀 있는 것 같다. 이 부분은 이용해야 한다. 김가람이 수비 압박을 가할 것 같으며 몸싸움을 벌이다가 쓰러져서 파울을 유도하도록 해라. 물론 이런 플레이가 팬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보이지는 않겠지만 오늘 경기는 비난을 받더라도 이기는 게 중요하다."

"알겠습니다."

맨시티 선수들도 오늘 경기에 김가람과 마이클 딘 주심과의 관계를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기 때문에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시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자신의 지시를 이해한 듯한 선수들을 보며 펩 과르디올라는 말을 이어갔다.

"모두 후반전 경기를 너희들 것으로 만들어라! 오늘 경기!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이겨야 하는 경기다. 이기는 팀이 이번 시즌 우승에 가까워진다는 걸 잊지 마라!"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프 타임 맨시티의 선수들은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시와 다소 날카로운 비난에도 선수들은 사기가 오른 듯 큰 목소리로 대답하며 라커룸을 빠져나갔다.

오늘 하프 타임 라커룸 대화는 다소 냉랭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오늘 같은 큰 경우에 점수가 동점으로 이어지는 팽팽한 상황이고 그것도 원정 경기라면 대부분 감독들은 격려를 통해서 선수들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게 보통이었지만,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반대로 행동했다.

자칫 잘못하면 팀의 사기가 꺾일 수도 있는 행동이었지만, 결과는 맨시티 선수들이 다시 집중하고, 교체를 통해 긴장감을 조성하면서 사기를 끌어 올릴 수 있었다.

그렇게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경기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복도를 지나갈 때 김가람이 보였다.

가람은 펩 과르디올라 감독을 보며 가볍게 아는 척을 하며 고개를 약간 숙였고,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그게 동양인 선수들이 보여주는 예의라는 걸 알고 있어 눈으로 가볍게 인사를 받아주고는 경기장으로 나갔다.

'잉글랜드에서 태어나고 성장했다고 하는데 몸에 베인 습관은 동양인이라는 건가?'

사실 이런 습관은 김가람이 강승연의 시절부터 해오던 것이 나온 것이지만,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그런 것을 모르기 때문에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

김가람이라는 존재 오늘 경기에서 제일 까다로운 존재였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오늘 경기 오심과 고집으로 유명한 마이클 딘 주심에게 찍혀서 좋지 않은 판정을 받고 있다는 게 변수가 될 것이었다.

'아직 어린 선수라 흥분하면, 결국 흐름은 우리 쪽으로 돌아올 수 있다.'

후반전에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선수들에게 가람을 적극적으로 마크하라고 지시했고, 이게 만약 유효하다면 가람은 전반처럼 파울을 많이 받게 될 것이었다.

그렇게 펩 과르디올라는 자신의 생각대로 경기가 진행되길 기대하며 벤치에 앉아서 후반전을 기다렸다.

얼마 뒤 양 팀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에 나타났고, 마이클 딘 주심의 휘슬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후반전 15분

맨시티의 선수들은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시한 대로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면서도 가람의 압박을 견디기보다는 파울을 유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삐이익!

마이클 딘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 또다시 김가람의 파울로 맨시티는 자신의 진영에서 프리킥을 얻어 공격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가람은 주심을 향해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그 모습을 보며 펩 과르디올라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 조금만 더..'

김가람.

솔직히 이 선수는 자신이 알고 있던 그 어떤 선수보다도 만 20세의 나이에서 최고의 완성도를 가진 선수였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거기다가 축구 지능도 뛰어나서 자신뿐 아니라 동료들을 이용한 공격도 할 수 있는 선수라고 할 수 있다.

키도 185cm에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신장에 괴물과 같은 체력으로 그라운드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경기의 모든 곳에 관여하는 능력까지 지녔다.

약점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완성형에 가까운 선수였지만, 그나마 약점이라고 한다면 어린 나이였다.

아무리 나이에 비해 성숙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선수라고 해도 경험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었다.

잠시 후 맨시티의 프리킥은 네이선 아케가 길게 차서 전방으로 이었고, 공을 받은 리야드 마레즈가 자신의 개인기를 살려 돌파한 후 크로스를 올렸지만, 크로스를 눈치챈 누누 멘데스가 공을 걷어냈다.

퍼어엉!

"제길."

오늘 경기에 김가람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선더랜드의 견고한 수비를 뚫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누누 멘데스에게 맞은 공은 튀어올라 닐 이안이 헤딩으로 걷어냈지만, 뒤쪽에서 대기 하고 있던 케빈 데브라이너가 공을 잡아 공격을 이어갔고, 케빈 데브라이너 앞에는 그동안 그를 압박하고 있던 가람이 없는 상황이었다.

가람이 방금 리야드 마레즈의 공격 떄문에 수비에 가담한 사이 기회를 얻은 케빈 데브라이너는 적극적으로 드리블을 하며 앞으로 나갔고, 선더랜드의 수비는 공간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에 펩 과르디올라 감독도 벤치에서 일어나 그 기회를 마무리 짓는 것을 기대했다.

토오옹!

케빈 데브라이너는 김만재의 뒷공간으로 파고드는 파울로 디발라를 보고 공간 패스를 넣었고, 케빈 데브라이너의 날카로운 패스에 선더랜드는 순식간에 뒷공간을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에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고, 이제는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파울로 디발라는 발 빠른 움직임으로 공을 이어받았다.

'좋았어!'

그렇게 자신의 전술 지시에 맞춰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하자, 펩 과르디올라는 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타타타탓!

어느새 김가람이 나타나 파울로 디발라를 마크하기 시작했고, 가람의 생각지 않는 타이밍의 수비에 파울로 디발라는 당황하며 슈팅 타이밍을 가지고 가지 못했다.

그리고 어떻게든 파울로 디발라는 가람을 뚫어내기 위해서 스탭 오버(헛다리짚기)를 하면서 속이려는 동작을 했지만, 가람은 속지 않고 발을 뻗어 파울로 디발라의 공을 빼앗았고, 파울로 디발라는 쓰러졌다.

그때

삐이익!

주심의 휘슬이 울렸고, 파울로 디발라는 아픈 척하며 일어나지 않고 파울을 유도하려고 했다.

주심의 휘슬에 가람은 덤덤히 자리를 지켰고, 그 모습을 본 펩 과르디올라는 자신의 지시대로 파울로 디발라가 파울을 유도하기는 했지만, 좀 느낌이 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생각대로면 가람이 지금 휘슬이 울리는 순간 주심에게 다가가서 강하게 어필을 해야 했지만, 의외로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저 모습을 하는 이유가 두 가지 있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는 자신이 정말 파울을 해서 어필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행동이 전혀 파울이 아니라는 것이 확신하는 것이었다.

펩 과르디올라는 제발 첫 번째가 맞기를 기대하며 주심의 다음 행동을 주시했다.

주심은 가람에게 다가가서 무언가 이야기를 했고, 가람은 이전과 다르게 흥분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방금 전만 해도 주심의 휘슬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던 가람이 이제는 웃으며 주심과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며 순간 펩 과르디올라는 괴리감까지 들었다.

그리고 주심은 주머니에서 빨간색 카드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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