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화 프리미어리그 26라운드 맨시티전[5]
해리 네쳐는 김가람이 코너킥을 차기 전에 자신에게 한 말을 생각했다.
'먼쪽 골대로 가 있어. 그럼 공이 튀어 나올 거야.'
처음에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가람이 공을 골대에 일부러 맞추겠다는 말로 이해했다.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하면 당연히 말도 안 된다면서 믿지 않겠지만, 가람과 함께 훈련하면서 가람의 킥 정확도가 얼마나 뛰어난지 알고 있었기에 군말 믿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가람이 오른손을 올리고, 코니킥을 차려고 하자, 해리 네쳐는 선수들이 모여있는 경합 장소에서 살짝 떨어졌다.
잠시 후
뻐어엉!
가람이 찬 공은 선수들이 모여 있는 가까운 골대 쪽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에데르송 모라에스 골키퍼는 쉽게 움직이지 않았고, 해리 네쳐는 무언가 잘못된 건 아닌가 생각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선수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뛰어가는 건 늦은 상황이라 가람의 말을 상기하며 먼 쪽 골대로 움직였다.
그때
휘리릭
공이 급격히 꺾이더니 먼 쪽 골대 쪽으로 날아갔고, 에데르송 모라에스 골키퍼는 기다렸다는 듯 공의 움직임을 쫓아 손을 뻗어 공을 막아냈다.
하지만 공에 실인 강한 힘에 공은 튀어나왔고, 그게 해리 네쳐의 앞으로 떨어졌다.
해리 네쳐는 가람이 말한 대로 상황이 돌아가자, 소름이 돋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여기서 비명을 지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그대로 발을 가볍게 대어 에데르송 모라에스의 반대편으로 침착하게 공을 보냈다.
철썩~
"고오오오올! 고오오오올!! 후반 42분 선더랜드의 해리 네쳐 선수가 놀라운 집중력으로 골을 만들어냅니다."
"방금 김가람 선수의 코너킥도 날카로웠는데요. 그걸 막아낸 에데르송 모라에스 선수도 정말 뛰어난 선방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렇지만 떨어지는 공을 기다렸다는 듯 달려드는 해리 네쳐의 슈팅까지는 막아 낼 수 없었습니다. 아까 김가람 선수가 해리 네쳐 선수랑 잠깐 대화를 나눴는데 그때 이런 상황을 예측이라도 했을까요? 대단합니다."
골을 넣은 해리 네쳐는 활짝 웃으며 가람이 있는 코너킥 에어리어로 달려갔고, 이 골의 진짜 주인공이 가람이라는 걸 팬들에게 알려주듯 손가락으로 가람을 가리켰다.
그리고 점프를 해서 가람에게 안겼고, 가람은 그런 해리 네쳐를 받아주었다.
이전에는 해리 네쳐가 이렇게 달려든다면 피했을 가람이었지만, 이제는 해리 네쳐랑 비슷한 정도의 키와 몸집을 가졌기에 받아줄 수 있었다.
잠시 후 선더랜드 다른 선수들까지 합류하며 다소 긴 골 세레머니가 이어졌고, 홈팬들은 이 경기의 승리를 확신한 듯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We are Sunderland~ We are Sunderland~"
골을 먹힌 맨시티 선수들은 선더랜드 선수들의 투지와 홈팬들의 응원가에 사기가 꺾인 듯 고개를 숙였고, 그동안 골을 먹히지 않겠다고 노력했던 것들이 물거품이 되자, 급격하게 피로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떨어진 사기와 함께 피로감까지 겹치게 되자, 맨시티 선수들은 결국 사람 한 명이 빈 것을 들어내며 추가골까지 헌납할 수밖에 없었다.
"고오오올!! 고오오오올! 후반 46분에 맨시티의 심장에 쇄기골을 박아내는 해리 네쳐 선수입니다."
"이번 골도 김가람 선수가 도움을 주었습니다. 문전 앞에서 김가람 선수가 마무리할 수도 있었지만, 침착하게 더 좋은 위치에 있었던 해리 네쳐 선수에게 패스하는 모습이 아주 보기 좋습니다."
"그전에 마커스 애드워즈의 돌파와 크로스도 상당히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렇죠. 이전에는 맨시티의 수비수들이 좋은 움직임과 집중력을 보여주었지만, 역전 골을 내어준 후로 크게 흔들리고 있어요. 이렇게 되면 경기는 이대로 끝날 것 같습니다."
웨인 루니의 말처럼 맨시티는 결국 수적인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그대로 경기는 3대 1로 선더랜드가 이기게 되었다.
선더랜드의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꼭 우승이라도 한 듯 벤치에 있던 스탭들이 튀어나와 선수와 함께 환호했고, 그 안에는 박지석 감독도 있었다.
"경기 종료! 오늘 경기에 숨 막히는 전반전 이후 후반전에 파울로 디발라 선수의 퇴장으로 경기의 균형이 무너진 후 맨시티가 분전했지만 결국 해리 네쳐 선수의 42분, 46분 멀티 골로 3대 1 승리하는 건 선더랜드입니다. 오늘 경기를 어떻게 보셨습니까?"
"오늘 경기에 사실 경기의 주 포인트가 되었던 건 파울로 디발라 선수의 퇴장이었습니다. 무모한 다이빙 액션만 아니었어도, 경기는 좀 팽팽하게 갈 수 있었거든요. 아쉬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 장면이 있기 전까지 김가람 선수가 많은 파울을 받으면서 위험했는데요. 파울로 디발라 선수가 퇴장 당했을 때 만약 신체 접촉이 있었다면 퇴장을 당하는 건 김가람 선수가 아니었나 생각이 드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물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마이클 딘 주심의 고집과 오심이라면 충분히 가능했죠.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보면 김가람 선수는 결정적인 순간에 파울을 하지 않았거든요. 알고 한 것은 아니겠지만, 영리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렇게 오늘 경기는 선더랜드가 이기면서 이제 단독 1위로 올라가게 됩니다. 앞으로 선더랜드의 리그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사실 이렇게 되면 맨시티는 파울로 디발라 선수가 퇴장을 당하면서 몇 경기 동안 공백을 메워야 하는 숙제가 있는 상황이고요. 리버풀은 임시 감독 체제라는 숙제가, 첼시는 아직 신임 감독이 적응할 필요가 있고, 그나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토트넘이 선더랜드를 견제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만.."
웨인 루니가 말을 살짝 끌자, 마틴 테일러가 재촉하듯 입을 열었다.
"끝까지 말을 해주시죠."
"저의 성급한 판단일 수도 있지만, 오늘 경기를 이긴 선더랜드의 기세를 막을 팀은 없어 보입니다. 사실 그걸 알고 있는 듯 지금 선더랜드 측 분위기도 우승이라도 한 듯 좋아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때 중계 카메라가 VIP실에 있는 알렉스 퍼거슨경을 잡았고, 알렉스 퍼거슨경은 흐뭇하게 웃으면서 VIP실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잡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웨인 루니가 살짝 미소를 머금으며 입을 열었다.
"알렉스 퍼거슨경의 조언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찌 되었든 선더랜드가 맨시티를 우승에서 멀어지게 했습니다. 이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우승하기 위해서는 선더랜드를 넘어야 하거든요. 앞으로 알렉스 퍼거슨경의 입장은 난처할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렇게 되었군요. 그럼 이어서 오늘 MOM으로 뽑힌 해리 네쳐 선수와 인터뷰를 진행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화면에 해리 네쳐가 이어폰을 끼고 마이크를 든 모습이 나왔고, 마틴 테일러가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해리 네쳐 선수. 오늘 경기에 역전골과 쇄기골을 넣으시면서 MOM으로 뽑히신 거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사실 브라더 아니 김가람 선수랑 호흡이 잘 맞아서 골을 넣게 되었는데요. 오늘 경기에 제가 골을 넣었지만 실제로 만들어준 건 김가람 선수라고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 말을 들은 웨인 루니가 입을 열었다.
"오늘 역전골을 넣기 전에 김가람 선수와 이야기하신 것 같은데요. 혹시 그곳으로 공을 보낼 거라고 언질을 받는 건가요? 아니면 해리 네쳐 선수가 예상해서 달려든 건가요?"
"뭐. 제 판단으로 달려들었으면 좋았겠지만, 김가람 선수와 미리 이야기를 나눴고요. 그대로 움직였습니다."
"그 말은 김가람 선수는 에데르송 모라에스 선수가 막을 거라고 예상을 한 거라고 봐야겠네요."
"네. 김가람 선수가 에데르송 모라에스 선수의 선방을 신경쓰고 일부러 강하게 공을 찬 것이 유효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걸 제가 재차 받아서 골을 넣을 수 있었고요."
"와. 그걸 예상한다니 정말 대단한 선수라고 생각이 드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하하. 지금 이 자리는 해리 네쳐 선수가 MOM으로 뽑힌 자리입니다. 다른 선수 칭찬은 다음에 하시죠."
마틴 테일러의 중재에 웨인 루니는 다시금 말을 이어갔다.
"지난 20라운드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으신 후 복귀전에서 멀티골을 넣으셨는데요. 기분은 어떠신가요?"
"우선 다음부터는 경솔한 일은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팬분들께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멀티골을 넣은 것보다는 팀이 맨시티를 이기면서 우승에 가까워진 것이 기분이 좋습니다."
해리 네쳐는 김가람의 겸손한 인터뷰를 롤모델이라도 삼는 듯 겸손한 자세로 인터뷰에 임했고, 큰 문제 없이 인터뷰를 마칠 수 있었다.
그렇게 선더랜드는 좋은 분위기에서 라커룸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마칠 수 있었지만, 맨시티는 반대로 조용한 가운데 펩 과르디올라가 선수들을 격려하고 서둘러 맨체스터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돌아가는 선수들과 펩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기자들이 인터뷰를 요청했고,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선수들을 보낸 후 혼자 남아서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오늘 경기를 패배하셨는데요. 어떤 부분이 부족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우선 저의 지시에 따라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습니다. 사실 경기 자체는 준비한 대로 전반에는 풀렸습니다. 저의 잘못된 전술 지시로 파울로 디발라 선수가 퇴장을 당하면서 흐름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전술 지시라면..?"
"오늘 주심의 성향이 김가람 선수에게 집착하는 것 같아서 파울을 유도하라고 지시를 내렸는데요. 결과는 그리 좋지 않게 되었네요."
"그럼 오늘 파울로 디발라 선수의 다이빙 액션도 감독님의 지시인가요?"
기자의 말에 펩 과르디올라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파울 타이밍과 방법은 아쉬웠지만, 저의 지시가 있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파울로 디발라의 무리한 파울은 선수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해도 되는 부분이었지만,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그걸 자신의 전술지시라고 감쌌다.
그 모습에 그 이슈에 대해 기자는 추가 질문을 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이번 경기는 상당히 중요한 경기였는데요. 패배하시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이번 경기에 이겼으면 우승에 가까워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선더랜드가 강한 건 사실이고, 중요한 경기였습니다. 남은 라운드에서 다시 붙을 수 없으니 자력으로 우승하는 건 힘들다고 봐야겠죠. 열심히 선더랜드를 따라가기 위해 노력은 하겠지만, 힘들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그 말씀은 선더랜드가 우승에 가까워졌다는 이야기를 하시는 건가요?"
"아무래도 제 생각에 이번 시즌에 선더랜드를 막을 수 있는 팀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그렇게 우승 경쟁을 하는 팀의 감독이 선더랜드의 우승에 대해서 높은 가능성을 말하며 인터뷰가 끝났고, 암암리에 이번 시즌 프리미어 리그의 우승은 선더랜드라는 이야기가 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