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화 오늘의 스포츠[1]
2021년 4월 13일 오늘의 스포츠
"안녕하세요. 오늘의 스포츠 진행자 배선재입니다. 오늘의 진행을 함께하실 패널에는 장재현 위원님, 박문석 위원님 함께 하십니다."
"안녕하세요. 박문석입니다."
"안녕하세요. 장재현입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이렇게 셋이서 진행을 하게 되었네요. 외도를 마치고 다시 방송국으로 돌아오신 박문석 위원님 소감이 어떠신가요?"
"외도라니요. 프리랜서로 개인 방송을 좀 했을 뿐입니다."
"그게 외도라고 하는 거죠. 하하하."
장재현의 말에 박문석은 되받아쳤다.
"에이. 제가 개인 방송하는 거 보고 어떻게 하는 거냐고 말하신 분이 저한테 이렇게 이야기 하시면 안 되죠."
그 말에 배선재가 살짝 놀라는 척하며 말했다.
"아. 정말로 장재현 위원님도 외도하려고 하신 건가요?"
"아. 그게 아니라... 시대의 흐름이니 한번 편승해보려고 했는데요. 저랑 안 맞는 것 같아서 그만두었습니다."
"하하하. 그렇군요. 우선 저희끼리 잡담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고요. PD님의 표정이 안 좋거든요. 나중이 이런 건 박문석 위원님 개인 방송가서 썰을 풀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주인인 제가 초대를 하지도 않았는데 오신다니.."
"그럼 가지 말까요?"
박문석의 개인 방송에 배선재가 나왔을 때 상당한 조횟수를 보여주었기에 박문석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너무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했습니다. 오신다면 언제나 환영이죠."
"그렇죠. 하지만 다시 방송으로 돌아오면서 그래도 개인 방송일도 좋지만 중계일도 열심히 해주셔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그럼 오늘 이렇게 3명의 사람이 오랜만에 모여 이야기해볼 주제는 바로 선더랜드의 돌풍을 이끌고 있는 김가람 선수입니다."
그 말과 함께 김가람의 프리미어 리그 하이라이트 장면이 나왔고, 그 장면을 보며 배선재가 설명을 덧붙였다.
"20/21시즌에 시즌을 통째로 박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대한민국의 자랑이자 보물입니다. 시즌에 42골을 기록하며 이미 득점왕은 선점한 선수! 그 어떤 한국의 전설보다 많은 골을 넣은 살아있는 전설 김가람 선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자리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배선재의 말이 끝나는 순간 하이라이트가 끝나고 다시 세 명이 앉아 있는 구도로 화면이 전환되었고, 그와 동시에 배선재가 입을 열었다.
"김가람 선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문석 위원님부터 이야기해주시죠."
"아니 뜬금없이 어떻게 생각하냐는 건 너무 범위가 큰데요."
"오늘 방송하기 전에 두 위원님께 각각 김가람 선수에 대해 조사하고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가질 거라고 이야기했는데요. 전달이 안 되었나요?"
"아니요. 전달은 받았지만, 저는 그래도 어떤 부분에 대해서 천천히 이야기할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이렇게 툭 던지는 건 좀 너무한 것 같네요."
"그럼 제가 박문석 위원님 대신에 이야기를 해봐도 될까요?"
"좋습니다. 장재현 위원님."
"김가람 선수는 선더랜드 출신으로 2001년 1월 1일에 한국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죠. 아버지인 김의산씨의 외동아들로 해병대 출신 아버지의 애국심을 이어받았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김가람 선수는 한국말을 능숙히 쓰고 있죠."
"그게 다 아버님 덕분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김의산씨가 축구를 워낙 좋아하시고 지역팀인 선더랜드의 팬이었습니다. 아들인 김가람 선수를 선더랜드 유소년팀에 보냈고요. 그렇게 김가람 선수는 유소년 팀에서 축구 기본기를 닦기는 했지만, 어렸을 때는 특별한 재능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건 참 놀랍네요. 지금 김가람 선수를 생각하면 어렸을 때부터 잘했을 것 같은 선수인데요."
"약간의 대기만성형이라고 할까요? 김가람 선수는 어렸을 때 특출나지는 않았지만, 성실히 훈련에 임했다고 합니다. 특히 교통사고로 일찍 아버지와 사별했지만 방황하지 않고 훈련을 꾸준히 했다는 일화는 유명한데요. 결국 선더랜드 구단 직원인 어머니와 외할아버지의 헌신적인 도움을 바탕으로 유소년 시절에 큰 위기 없이 꾸준히 선더랜드 유소년 팀에서 성장하게 되었고, 결국 18/19시즌에 유소년 디렉터 한스씨의 추천으로 잭 로스 감독 시절에 오른쪽 윙백으로 첫 1군 출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장재현의 말에 김가람의 데뷔 시절 경기 장면이 나왔고, 그 당시 한국에서는 중계하지 않았기에 잉글랜드 현지 중계 화면이 나왔다.
"당시에는 지금과 다르게 좀 왜소한 체격에 몸싸움도 능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고 유망주에 불과했는데요. 당시 오른쪽 수비수인 코너 맥러플린 선수의 잦은 부상에 자리를 잡으면서 빠른 발과 나름 정교한 크로스로 점차 자리를 잡게 되었죠."
"저도 자료 화면으로 봤을 때는 김가람 선수의 플레이는 그리 눈에 띄는 선수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선수 있지 않습니까? 경기를 뛰면 뛸수록 경기 경험을 스폰지처럼 흡수하고 빨리 성장하는 선수. 그게 바로 김가람 선수였습니다."
"그렇죠. 게다가 이미 알려진 이야기지만 당시 선더랜드 감독인 잭 로스 감독과 조지 허니먼 선수와 프리킥 연습을 하면서 정교한 킥 능력은 더 강화되었고, 18/19 체커트레이드 트로피 결승전에서 결승 프리킥을 넣으면서 그 능력을 증명했습니다."
거기까지 들은 배선재가 중간에 끼어들며 입을 열었다.
"그렇죠. 당시까지만 해도 오른쪽 윙백에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선수라고 평가를 받았는데요. 그런 김가람 선수가 본격적으로 공격적인 재능을 발휘한 건 U20 월드컵에서 우승한 그때부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배선재의 말이 끝나는 순간 U20 월드컵 하이라이트 장면이 나왔고 그 장면을 보며 박문석이 입을 열었다.
"당시 김한범 감독님이 김가람 선수를 발탁한 것도 에이전트인 김하늘씨의 적극적인 어필이 있어서 그랬다고 하는데요. 만약 이때 김한범 감독님이 김가람 선수를 발탁하지 않았다면 지금은 한국 국가대표지만, 어쩌면 잉글랜드 국가대표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사실 U20 월드컵 발탁 시점부터 김한범 감독님은 김가람 선수를 윙백이 아닌 오른쪽 윙어로 기용할 생각을 하셨다고 해요. 그래서 안세대와의 경기에서 김가람 선수의 오른쪽 윙백을 대신할 권윤성 선수를 발탁했고, 그 결과는 대승리였죠! 대한민국 최초로 U20 월드컵에서 우승하며 김가람 선수는 공격적인 재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후 이야기는 좀 더 해드리고 싶지만, 시간 관계상 좀 점핑을 해서 이야기를 풀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까지는 김가람 선수의 능력을 이야기하기 위한 사전 설명이었거든요."
배선재의 정리에 이번에는 장재현이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김가람 선수는 이후 박지석 감독을 만나 좀 더 공격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지금의 원톱 스트라이커 자리까지 오르게 되었는데요. 이렇게 수비에서부터 공격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맡게 되면서 다재다능한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많은 포지션을 변경하는 게 과연 선수에게 좋은 가냐는 의문은 있는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각 포지션에는 필요한 신체 능력이 따로 있는데요. 예를 들어 원톱 스트라이커에게는 중앙 수비수와 싸워서 공을 지킬 수 있는 피지컬과 공중볼을 따낼 수 있는 헤딩능력은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이런 능력은 유소년 시절에 어느 정도 재능에 분류되어 경쟁이 되는데요. 김가람 선수는 1군 데뷔 이후 꾸준히 신체적으로 성장하면서 그런 재능을 뒤늦게 발견한 케이스입니다. 사실 이런 케이스가 흔하지는 않지만, 결국 성장에 따라 여러 포지션을 습득한 거라, 강제적으로 포지션을 변경한 경우와 다르게 부정적인 영향은 없다고 봅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박문석도 동의한다는 듯 설명을 덧붙였다.
"게다가 김가람 선수는 일명 사커 아이큐라고 불리는 축구 지능도 상당히 뛰어납니다. 아무래도 성장 과정에서 많은 포지션을 접하면서 축구에 대한 시야가 넓어져서 그런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다른 선수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죠."
"그 예로 지난 선더랜드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리그컵 들어 올린 경기에서 중앙 수비수로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양한 포지션을 겸해서 가지고 있는 축구 지능. 이게 사실 다른 스트라이커들에게 없는 재능이거든요. 하지만 저는 지금 프리미어 리그에서 골을 넣을 때마다 역사를 쓰고 있는 골 결정력이 더 대단하다고 보는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배선재의 말에 김가람의 중거리 슈팅 골, 프리킥 골, 헤딩 골, 골키퍼를 제치는 골 등 많은 하이라이트가 나왔고, 마지막에는 리그컵 결승전에 다비드 데헤아를 두고 두 번의 슈팅으로 골을 넣는 장면이 나왔다.
"사실 김가람 선수가 이전에는 헤딩에서 좀 부족한 모습이 보였다는 지적이 있었고요. 실제로 도쿄 올림픽에서 프랑스를 상대로 김가람 선수의 헤딩 실수가 나온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건을 계기로 얼마나 연습했는지 모르겠지만, 김가람 선수는 이번 시즌에 공중볼 처리 능력까지 키우게 되었습니다."
"박지석 감독은 지난 시즌에 김가람 선수의 슈팅 능력은 어느 정도 인정했지만, 몸싸움과 공중볼 경합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원톱보다는 투톱의 세컨드 스트라이커 위치에서 기용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시즌에 겨울 이적시장을 기점으로 김가람 선수는 확실히 스트라이커로 자리메김 했습니다."
"그 말은 박지석 감독도 김가람 선수의 능력을 인정한다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두 분께서는 어떤 능력이 김가람 선수가 42골이라는 기록을 할 수 있게 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 말에 장재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미 아까 말했던 축구 지능으로 찬스를 만드는 것도 있겠지만,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엄청난 속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래 선수들이 키가 커지면 속도가 줄어들기 마련인데요. 김가람 선수는 그런 모습이 없습니다. 오히려 빠른 발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피지컬까지 탑재해서 엄청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피지컬에서 나오는 엄청난 슈팅력과 정교함은 골키퍼들에게 매번 과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장재현이 신나서 말을 끝내자, 박문석은 그에 비해 살짝 낮은 텐션으로 입을 열었다.
"사실 저는 장재현 위원님이 김가람 선수의 경기를 중계할 때마다 ‘놀랍네요’, ‘놀라워요’ 이런 말을 자주 하셔서 저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 하며 중계에 들어가지만, 정말 놀라운 모습을 보여서 그 다짐이 무너지곤 하는데요. 앞서 장재현 위원님이 말했던 재능도 있지만, 저는 그중에 제일 큰 재능은 해외 해설인 개리 리네커씨가 말한 골에 대한 집착과 집중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집착과 집중력이요?"
"그렇습니다. 예전에 주워 먹기의 달인이라고 불린 필리포 인자기 선수로 예를 들 수 있는데요. 그 선수는 다른 능력은 그 어느 스트라이커 아니 그냥 프로 선수보다 못하지만, 골 하나는 기가 막히게 넣었는데 그 능력의 바탕에는 골에 대한 집요한 집착과 집중력이 있었습니다. 특히 아까도 나왔던 리그컵 결승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연신 선방을 보여준 다비드 데헤아 선수가 막아낸 공을 다시 한번 슬라이딩 태클까지 하면 재차 집어넣는 모습을 보면 그 재능은 확실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야기만 들어도 국뽕이 차오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 김가람 선수가 새로운 라이벌을 만났습니다. 내일 펼쳐지는 유로파 리그 8강전 도르트문트와의 대결 아니 엘링 홀란드 선수와의 대결에 대해 두 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배선재의 말에 장재현, 박문석은 둘 다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