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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212화 (213/319)

212화 유로파 8강 1차전 도르트문트전[3]

하프 타임 도르트문트 라커룸

도르트문트의 감독 에딘 테어지치는 선수들에게 부족한 점에 대해서 지적하고 있었지만, 엘링 홀란드에게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젠장. 주장이 말리지 않았다면..'

아마도 지금 레드 카드를 받아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을 것이었다. 단 한 순간이었지만 가람의 몇 마디에 쉽게 흥분한 어리석은 자신을 용서하기 힘들었다.

물론 여태까지 수많은 경기를 뛰며 지금처럼 자신을 도발하는 선수들도 많았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지금처럼 흥분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가람의 말에 흔들렸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후에 이어진 선더랜드의 공격은 매섭기는 했지만 요한 필립의 슈팅은 다행히 마르빈 하츠의 선방으로 막아낼 수 있었다.

반대로 자신은 가람에게 휘둘리며 버티기는 했지만, 마르코 로이스가 옆에서 지적해 주지 않았다면 아마 퇴장을 당했을 것이었다.

휴우~

라커룸에 있는 선수들이 다 들을 수 있도록 크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여버리자, 주변에 있는 동료들도 엘링 홀란드를 볼 수 밖에 없었다.

그 모습에 에딘 테어지치는 엘링 홀란드를 교체해야 하나 생각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나마 엘링 홀란드가 있어서 가람이 수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거지 만약 여기서 엘링 홀란드를 뺀다면 후반전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잠시 고민에 빠졌을 때 그의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마르코 로이스가 입을 열었다.

"감독님. 좀 더 기회를 주시죠. 만약 지금 교체로 나간다면 저희가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옆에서 흥분하지 않도록 조절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알겠다. 네가 옆에서 저 녀석이 너무 흥분하지 않도록 도와줘라. 이번 1차전뿐 아니라 2차전까지 생각하며 엘링 홀란드가 김가람이라는 벽을 넘어야 우리에게 승산이 있어."

"알겠습니다."

그렇게 마르코 로이스는 에딘 테어지치에게 말을 건넨 후 엘링 홀란드에게 다가갔다.

"힘들어?"

"아.. 주장.. 아니.. 힘들기는..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해서 몸이 근질근질하다고."

"체력적으로 말고 정신적으로 힘들어 보이는데."

마르코 로이스의 말에 엘링 홀란드는 말을 바로 이어가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마르코 로이스가 입을 열었다.

"아마 너는 처음이겠지. 이렇게 자기하고 대등한.. 아니 솔직히 말하면 더 뛰어난 선수에게 당하는 건 말이야."

"누가 더 뛰어나다는 거야?!"

엘링 홀란드가 욱하며 소리를 치자, 라커룸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엘링 홀란드를 봤고, 그 모습에 엘링 홀란드는 머쓱하며 자리에 앉앗다.

"하하하. 지금 봐라. 욱해서 소리치는 거. 솔직히 너도 느끼고 있을 거야. 김가람 선수가 너보다 뛰어나다는 걸."

"흥! 그럴 리 없어."

"그래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지금까지 경기만 봤을 때 많은 사람들은 김가람 선수가 한 수 위라고 생각할 거다."

"뭐어?!"

에딘 테어지치는 마르코 로이스가 맡겨달라고 하고 나서 오히려 엘링 홀란드를 긁는듯한 말을 계속하자, 속으로 안절부절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르코 로이스는 멈추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인정해. 거기서부터 시작이야."

"인정하면 지는 거잖아! 절대 인정 못 해!"

"그럼 한 가지 더 말해주지. 네가 왜 다른 선수들이 도발할 때보다 가람이 도발할 때 쉽게 넘어가는지 알아?"

엘링 홀란드는 마르코 로이스가 여태까지 고민하고 있던 걸 지적하자, 눈에 총기를 띄며 대답을 갈구하듯 쳐다봤고, 마르코 로이스는 입을 열었다.

"여태까지는 다른 선수들이 뭐라고 해도 너는 그걸 이길 능력이 있었으니 도발은 도발로 끝나던 거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너도 느낀 거야. 가람이 너보다 뛰어나다는 걸. 그래서 가람이 도발하면 그걸 인정하기 싫은 마음과 질투심에 쉽게 흥분하는 거다."

"...."

"다시 말해주지. 인정해라.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인정한다고 지는 건 아니다. 네가 김가람 선수보다 못하다는 거지 도르트문트가 선더랜드에게 못하다는 건 아니니깐."

그 말에 엘링 홀란드는 순간 머리에 망치로 맞은 듯 멍한 표정으로 마르코 로이스를 봤고, 마르코 로이스는 말을 이어갔다.

"결국 축구는 팀 경기야. 네가 김가람을 이기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만들어라. 그리고 그걸 골로 만들어. 그렇게 되면 네가 김가람에게 진다고 해도 도르트문트는 선더랜드에게 이길 거니깐. 혹시 알아? 도르트문트가 이기면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 네가 김가람 선수보다 더 낫다고 평가가 바뀔 수도 있어."

마르코 로이스가 거기까지 말하는 순간 경기장 스탭이 들어와 하프 타임 종료를 알렸고, 그렇게 도르트문트 선수들은 그라운드로 나가게 되었다.

삐이익!

후반전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는 도르트문트의 공으로 시작되었고, 마르코 로이스의 패스를 받은 엘링 홀란드의 앞으로 가람이 달려들었다.

순간 엘링 홀란드는 가람을 두고 드리블을 치고 나가려다가 뒤돌아 뒤쪽에 대기하고 있는 율리안 블린트에게 공을 건네고 앞으로 나갔고, 그 모습을 본 가람은 엘링 홀란드를 보며 입을 열었다.

"뭐야? 벌써 겁먹은 거야?"

"그래. 겁먹었다."

전반전에 이렇게 도발하면 바로 흥분했던 엘링 홀란드는 어디로 가고 침착하게 자신의 말을 받아치는 모습을 보며 가람은 전반전 플레이 이후 엘링 홀란드가 하프 타임에 무언가 이야기를 들었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하프 타임에 조언을 들어도, 그걸 바로 수긍하고 적용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는데, 이렇게 쉽게 적용하는 걸 보면 엘링 홀란드가 괜히 유럽 최고의 재능이라고 칭찬을 받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전반전처럼 엘링 홀란드가 도발에 넘어간다면 엘링 홀란드를 흔들며 승리를 쉽게 가지고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엘링 홀란드가 변하면서 가람은 생각을 바꿔야 했다.

그때

"커버!!"

뒤쪽에 있는 닐 이안의 목소리에 가람은 고개를 돌렸고, 거기에 도르트문트의 중앙 미드필더인 주드 벨링엄과 율리안 블린트가 2대 1 패스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가람은 엘링 홀란드를 두고 다급히 커버 수비에 들어갔지만 공을 잡은 주드 벨링엄은 속도를 올리며 선더랜드 진영으로 파고들었다.

가람은 주드 벨링엄의 위치에서 좌측에 있는 제이든 산초 혹은 마르코 로이스에게 패스할 공간이 있다는 걸 보고는 권윤성을 보며 크게 소리쳤다.

"윤성 선배 커버!!"

그 말에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던 권윤성은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채고 왼쪽 윙어인 제이든 산초의 패스 길목을 막기 위해 뛰어갔고, 가람은 오른쪽 윙어인 마르코 로이스를 마크하기 시작했다.

주드 벨링엄은 순간 가람의 지시에 자신이 패스하려고 했던 선택지 2개가 사라진 것을 느끼고 어떻게 해야 할지 순간 드리블을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때

"패스!"

엘링 홀란드가 자신의 옆으로 치고 들어오는 걸 보고 주드 벨링엄은 엘링 홀란드가 받기 좋은 위치에 공을 툭 밀어 패스했고, 엘링 홀란드는 공을 받은 순간 속도를 살려 그대로 선더랜드의 진영으로 파고들어 순식간에 패널티 에어리어 쪽으로 달려갔다.

"도르트문트의 공격! 후반 초반에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전반 내내 선더랜드의 활약으로 말을 거의 하지 못했던 장재현이 신난 듯 입을 열었다.

"아까와 다르게 공격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엘링 홀란드 선수가 다른 선수들과의 연계가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조심해야죠. 김가람 선수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마르코 로이스 선수를 마크하다가 엘링 홀란드 선수가 공을 잡는 순간 빠르게 접근합니다."

장재현의 말처럼 엘링 홀란드가 공을 잡는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가람이 달려들었고, 분명 거리상 상당히 먼 거리였지만, 김가람은 엘링 홀란드가 패널티 에어리어 안쪽을 진입하기 전에 마크할 수 있었다.

"치잇."

엘링 홀란드는 주드 벨링엄에게 공을 받은 순간 가람이 떨어져 있어 그사이 슈팅을 가져가려고 했지만, 말도 안 되는 이 괴물의 속도와 수비 능력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지 못한다는 걸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때 하프 타임때 마르코 로이스가 한 말이 떠올랐다.

'인정해. 거기서부터 시작이야'

그 말에 순간 화가 울컥 났지만, 가람이 자신의 앞을 정확하게 가로막으며 슈팅 각도를 줄이는 모습에 가람의 능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엘링 홀란드는 가람이 자신을 마크할 때 가람의 그림자처럼 가람을 따라 들어온 한 선수를 향해 공을 밀어주었다.

토오옹!!

"엘링 홀란드 선수의 패스! 김가람 선수 뒤쪽으로 돌아오는 마르코 로이스 선수에게 이어집니다."

"이거 전반전에 기회만 나면 슈팅을 때리던 엘링 홀란드 선수가 맞나요? 깔끔한 연계입니다."

엘링 홀란드의 생각지 않은 패스는 가람의 벌어진 다리 사이로 나아갔고, 그건 뒤쪽으로 돌아온 마르코 로이스에게 연결되었다.

가람은 전반전과 다른 엘링 홀란드의 플레이 스타일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자신을 따라 들어오는 마르코 로이스의 움직임은 눈치채고 있었지만 엘링 홀란드가 패스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다리를 벌려 수비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마르코 로이스 선수 기회입니다!"

엘링 홀란드의 패스로 단번에 패널티 에어리어 안쪽까지 파고든 마르코 로이스는 눈앞에 있는 리산드로 마르티네스를 상체 페인팅으로 속여 밸런스를 무너뜨린 후 속도를 살린 드리블을 그대로 슈팅을 가져갔다.

뻐어엉!!

마르로 로이스가 찬 슈팅은 땅바닥에 깔려 먼 골대 쪽으로 나아갔고, 딘 핸더슨은 공의 방향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몸을 날렸다.

하지만

철썩!!

"고오오오올! 후반 4분에 도르트문트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동점골을 만들어냅니다."

"아~ 딘 핸더슨 골키퍼가 방향을 잡기는 했지만, 마르코 로이스 선수의 슈팅이 더 빨랐습니다. 이건 못 막습니다."

박문석이 아쉽다는 듯 말을 하자, 그 말을 이어 장재현이 입을 열었다.

"방금의 골 저는 엘링 홀란드 선수를 칭찬하고 싶습니다. 전반전과 확연히 다른 플레이 스타일로 김가람 선수를 흔들어 이걸 바로 골로 만들어 버리는 재능 정말 대단합니다. 만약 이번에 엘링 홀란드 선수를 마크할 때 김가람 선수가 아니라 다른 선수였다면 골을 내어주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드네요."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장재현 위원님."

"사실 김가람 선수가 수비에 실패하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특히 이렇게 패널티 에어리어 주변에서 상당히 신중한 모습을 보여주는 김가람 선수라 선더랜드의 수비진들은 김가람 선수의 수비 능력을 전적으로 믿고 다른 곳에 신경을 쓰는데, 여기서 뚫려버리면 골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 그렇군요. 아쉬운 장면입니다."

가람은 골이 들어가는 순간 하늘을 보며 아쉬워했고, 그 모습에 엘링 홀란드는 가람을 보며 입을 열었다.

"네가 나보다 뛰어난 건 인정할게. 하지만 우리 팀은 선더랜드보다 뛰어나. 오늘 경기 이기는 건 우리라고."

전반전과 달리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말하고 세레머니를 하기 위해 마르코 로이스를 향해 뛰어가는 엘링 홀란드를 보며 가람은 오늘 경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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