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화 유로파 8강 1차전 도르트문트전[4]
토오옹!
“엘링 홀란드 선수!! 이번에도 패스하며 자신보다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줍니다.”
“오늘 경기에서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주며 선더랜드 선수들을 흔들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이렇게 보면서 더 놀라는 건 엘링 홀란드 선수의 움직임에 맞춰서 도르트문트의 다른 선수들이 호흡을 맞추고 있다는 점인데요. 이런 연계 플레이는 단번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지금 이와 같은 연계 플레이가 나온다는 게 놀랍습니다.”
전반전과 다르게 도르트문트가 활약하며 말을 거의 하지 못한 박문석이 그 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제가 보기에는 도르트문트의 다른 선수들이 엘링 홀란드 선수의 움직임에 맞춰 움직이는 게 아니라 반대로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에 맞춰 엘링 홀란드 선수가 패스를 주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엘링 홀란드 선수가 오늘 경기를 두고 연계 플레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눈을 뜬 것 같습니다.”
선더랜드를 응원해야 하는 입장을 가진 박문석이 엘링 홀란드를 칭찬하자, 배선자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 박문석 위원님 이렇게 되면 상의 탈의가 가까워지게 되는 거 아닌가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저는 오히려 김가람 선수의 플레이가 변한 것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플레이가 변했다고요?”
“그렇습니다. 전반전에는 엘링 홀란드 선수를 집중 마크하면서 수비에 집중하고 엘링 홀란드 선수에게서 파울을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아까 말씀하신 더티 플레이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맞습니다. 보통 선수들이라면 자신이 정한 플레이 스타일을 경기 안에서 바꾸기 어려운데요. 엘링 홀란드 선수가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자, 김가람 선수도 이에 대응하는 것처럼 엘링 홀란드 선수를 막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박문석이 말을 하는 순간 엘링 홀란드에게 패스를 받은 제이든 산초가 찬 공을 잡은 딘 핸더슨이 수비에 가담했다가 어느새 하프 라인 근처에 위치한 김가람을 보고 공을 발로 찼다.
가람은 공격적으로 올라온 도르트문트 최종 수비 라인을 슬며시 보다가 공의 낙하지점을 파악해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절묘하게 최종 수비 라인을 뚫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때
삐이익!
주심의 휘슬이 울렸고, 잠시 후 가람은 아쉽다는 듯 가볍게 공을 찼다.
뻐어엉!
분명 가람은 하프 라인 인근에서 가볍게 공을 찼는데 그 공은 도르트문트의 골키퍼 마르빈 하츠가 있는 곳까지 가볍게 날아갔고, 마르빈 하츠는 점프해서 공을 잡았다.
그 모습을 본 박문석이 말을 이어갔다.
“지금처럼 역습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고 있습니다. 방금은 정말 아슬아슬한 차이로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지만, 아주 좋은 움직임이거든요.”
박문석의 말을 들은 장재현이 반박하듯 입을 열었다.
“그렇지만 엘링 홀란드 선수도 마크가 없다면 골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거든요. 김가람 선수가 공격적으로 나선다면 분명히 틈이 생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거 두 분이 열정적인 말을 이어가시는군요. 장재현 위원님의 말도 맞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박문석 위원님은 어떻게 보시나요?”
“이건 제 의견이기는 하지만 선더랜드는 지금 공격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역습에 치중하고 있고, 도르트문트는 엘링 홀란드 선수의 연계 플레이로 공격이 풀려나가기 시작하면서 좀 더 공격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선더랜드에서는 도르트문트를 끌어드린 후 방금처럼 역습으로 나설 수 있거든요. 그렇다면 선수비 후역습이기 때문에 크게 실점에 대한 두려움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까 후반 4분에 골이 먹히고 지금 후반 25분까지 엘링 홀란드 선수의 연계 플레이에 흔들리기는 하지만 골을 먹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선더랜드가 좀 더 우세할 거라고 봅니다.”
“그렇군요. 장재현 위원님은 지금의 의견 어떻게 들으셨나요?”
“물론 선더랜드를 응원하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볼 수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최후의 저항 같은 느낌입니다. 아까 박문석 위원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엘링 홀란드 선수의 연계 플레이가 살아나면서 도르트문트는 좋은 흐름을 이끌고 있거든요. 게다가 언제 다시 엘링 홀란드 선수가 공격적으로 돌아선다는 변수까지 생각한다면 충분히 이 좋은 분위기 속에 추가 골이 터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열띤 중계진의 해설처럼 경기장도 한 치의 양보 없이 경기는 시작되었고, 도르트문트 선수들은 엘링 홀란드를 중심으로 공격을 풀어나가며 경기장 구석구석을 사용하여 수비하는 선더랜드 선수들을 최대한 많이 뛰게 했다.
이런 플레이는 수비를 흔드는 동시에 후반 막판에 가서는 체력이 떨어져 수비 집중력이 떨어지게 되기 때문에 도르트문트의 플레이는 영리하다고 할 수 있었다.
단순히 한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이 바뀌면서 경기를 풀어가는 방법마저 바뀐 도르트문트 선수들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토오옹!
“엘링 홀란드 선수! 패널티 에어리어 앞에서 공을 잡습니다. 그리고 그 앞을 막고 있는 건 김가람 선수입니다.”
엘링 홀란드는 자신의 슈팅 각도를 제대로 막고 있는 가람을 보며 뚫어낼 생각을 하지 않고, 주변을 둘러봤다.
“아기처럼 계속 주변의 도움을 구할 거냐? 바이킹의 후손이라고 하더니 별거 없네. 아직 꼬맹이야.”
그리고 이어지는 가람의 도발에 엘링 홀란드는 울컥했지만, 다시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오른쪽 공간으로 파고드는 제이든 산초를 보며 패스를 했다.
그때
타앗!
어느새 수비에 가담한 해리 네쳐가 엘링 홀란드의 패스를 읽어 패스를 가로챌 수 있었다.
“해리 네쳐 선수의 가로채기!! 선더랜드 찬스입니다.”
“지금 장면은 해리 네쳐 선수의 수비도 좋았지만, 엘링 홀란드 선수의 패스 선택지를 줄어들게 만든 김가람 선수의 수비를 칭찬 안 할 수 없습니다. 엘링 홀란드 선수의 연계 플레이도 좋지만, 계속 연계 플레이만 하게 되면 결국 그 패턴이 읽힐 수밖에 없거든요.”
가람은 해리 네쳐가 공을 잡는 순간 바로 속도를 내며 달렸고, 그 모습에 엘링 홀란드도 가람을 쫓기 시작했다.
타타타탓!!
가람과 엘링 홀란드가 엄청난 기세로 도르트문트 진영으로 달리기 시작하자, 도르트문트 선수들도 수비하기 위해서 서둘러 복귀하려고 했지만, 이미 공격하기 위해 선더랜드 진영에 깊숙이 들어온 도르트문트의 수비 복귀는 느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뻐어엉!!
해리 네쳐는 가람의 동선을 미리 파악이라도 했다는 듯 공을 길게 찼다.
공은 하프 라인 쪽으로 날아갔고, 계속된 가람의 역습에 수비 라인을 내리고 있던 도르트문트 중앙 수비수와 미드필더 사이 공간에 떨어졌다.
토옹!!
공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튀어 올랐고, 도르트문트의 중앙 수비수인 마츠 훔멜스가 나와서 공을 잡기에는 살짝 먼 거리였고, 이미 선더랜드 진영에서 복귀를 위해 뛰고 있는 오늘 경기에 중앙 미드필더로 나온 주드 벨링엄은 가람과 엘링 홀란드보다 뒤처진 상태였다.
그리고
“해리 네쳐 선수의 기가 막힌 공간 패스! 김가람 선수가 잡아냅니다.”
“김가람 선수! 바로 뒤를 엘링 홀란드 선수가 따라가고 있지만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아주 좋은 찬스! 앞에는 도르트문트 수비 라인 4명. 4 대 1 상황이지만, 김가람 선수라면 충분히 골을 만들 수 있습니다.”
김가람은 공을 잡는 순간 폭발하듯 가속도를 높였고, 그 모습을 본 엘링 홀란드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선더랜드 진영에서 공을 잡은 순간부터 자신도 입에서 피 맛이 날 정도로 열심히 뛰었다. 그리고 최고 속도에 도달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멈추지 않고 한 번 더 폭발하는 가람을 보며 엘링 홀란드는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을 정도로 거리를 벌린 가람은 부스터를 쓴 것처럼 자신을 뒤에 두고 가속했고 엘링 홀란드는 멀어져 가는 가람을 볼 수밖에 없었다.
타타타탓!!
“김가람! 김가람!!!”
가람이 속도를 높여 순식간에 도르트문트의 패널티 에어리어 안쪽까지 파고들자, 흥분한 배선재는 가람의 이름을 연신 불렀다.
가람은 그런 배선재의 흥분에 호응이라도 하듯 마츠 훔멜스가 자신을 막기 위해 달려드는 순간 상체 페인팅만으로 가볍게 마츠 훔멜스 제쳐버린 후 다른 중앙 수비수인 단악셀 자가두가 달라붙기도 전에 바로 슈팅을 가져갔다.
말은 길었지만, 마츠 훔멜스를 제치는 동시에 속도를 살린 그대로 슈팅을 물 흐르는 대로 이어간 것이었다.
뻐어엉!!
가람이 찬 공은 반대편 패널티 에어리어에서 뛰어온 선수가 찬 공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슈팅으로 이어졌고, 공은 골키퍼가 막기 어려운 골대 아래쪽으로 깔려 갔다.
너무나 빠른 가람의 슈팅에 마르빈 하츠는 반응조차 못했고, 공의 궤적에 따라 시선을 옮기며 제발 공이 골대로 들어가지 않기를 기도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촤르르르르~~~
“고고고고오오올!!! 후반 32분 김가람 선수가 반대편 패널티 에어리어에서 거의 70M 가까이 드리블을 한 후 강력한 슈팅으로 골을 만들어냅니다.”
“그렇죠! 골이에요. 골!! 아까도 말했듯이 엘링 홀란드 선수가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결국 그 패턴을 읽힐 수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이어진 역습! 김가람 선수가 누구입니까? 단 한 번의 찬스를 골로 만드는 마무리 능력을 가진 김가람 선수입니다.”
“김가람 선수 이렇게 멀티 골을 뽑아내며 선더랜드가 이곳 도르트문트의 홈경기장인 지그날 이두나 파크를 찾은 홈팬들에게 악몽을 선사합니다.”
가람은 골을 넣는 순간 선더랜드 팬들이 있는 곳으로 향해 점프를 뛰며 만세 세레머니를 했다.
관중석에서는 그런 가람을 보며 선더랜드의 팬들은 가람의 응원가를 불러주었다.
“선더랜드의 용사! 김가람!! 그 누가 와도!! 이긴다! 김가람!!”
그 모습에 김가람은 살며시 웃으며 지휘하는 모습으로 응원에 화답했고 그렇게 세레머니를 이어갈 때 선더랜드의 선수들이 가람을 덮치듯 달려들어 함께 골을 넣은 것을 기뻐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뒤에서 엘링 홀란드는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쳐다보며,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괴물...”
단 한마디였지만, 많은 내용을 내포하고 있는 말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경기에서 도르트문트는 공격적으로 나서다가 역습을 당했기에 수비 라인과 중앙 미드필더 라인을 뒤로 낮추면서 선더랜드의 공격을 끌어들여 역습할 생각을 했지만, 선더랜드는 자신들이 이기고 있다는 이점을 살려 굳이 급하게 공격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가람은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가 아닌 중앙 미드필더 위치까지 내려와서 수비에 가담하며, 시간을 보냈다.
삐이익!!
그렇게 주심의 휘슬과 함께 말이 많았던 도르트문트와 선더랜드의 1차전은 선더랜드가 2대 1로 이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