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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215화 (216/319)

215화 프리미어리그 38라운드 첼시전[1]

2021년 5월 18일 라이트 오브 스타디움

까아악 까아악!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난데없이 까마귀라니?!"

경기 전에 몸을 풀고 있는 선더랜드의 선수들은 때아닌 까마귀 떼를 보며 의아하게 생각했다.

평소 해안가 도시이기 때문에 관중들이 남기고 간 음식을 먹기 위해서 갈매기나 비둘기가 오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까마귀가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닌 무리가 나타난 건 처음이라 시선이 안 갈 수가 없었다.

가람도 생각지 않은 까마귀 떼의 등장에 고개를 들었다. 그때

투우욱!

귓가에 들려오는 생생한 소리와 함께 이마에 생각지 않은 축축함이 느껴졌다.

"뭐야! 브라더! 지금 까마귀 똥 맞은 거야?"

가람은 그러면 안 되지만 반사적으로 이마에 있는 묻은 그것을 손으로 닦아냈고, 해리 네쳐의 말대로 흰색의 가래 같은 것이 손에서 묻어 나오는 걸 확인 할 수 있었다.

"제길."

수많은 회귀의 삶을 살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기에 가람의 입에서는 고운 말이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원래 새똥이라는 게 그리 냄새가 역하지 않다고 들었는데 이 까마귀는 무엇을 먹었는지 닦아내도 고약한 냄새가 진동했고, 손에서도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샤워라도 해서 이 냄새를 없애고 싶었는데 지금 몸을 풀며 땀을 내고 있는 과정인데 여기에 샤워를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가람은 착잡한 마음으로 벤치로 갔고, 그 모습을 본 안정한이 의아하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벌써 몸 다 푼 거야?"

"아니요. 까마귀 똥 맞았어요."

"뭐어? 까마귀 똥. 하하하. 오늘 정말 잘 되려나 보다."

"네에? 잘 돼요?"

"그래. 한국에서는 새똥 맞으면 복권 산다고 행운의 징조란 말이지."

안정한은 웃으면서 주변 스탭한테 물에 적신 타워를 부탁했고, 가람은 타워로 이마와 손을 씻으며 물었다.

"한국에서는 행운의 징조라고요?"

"그래. 내 말 못 믿겠으면 이거 봐라."

안정한은 스마트폰으로 새똥을 맞고 복권을 샀다는 경험담이 검색된 페이지를 보여주었고, 가람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까마귀 똥도 그런 거예요?"

"글쎄. 한국에서는 대부분은 비둘기 똥일 텐데 까마귀 똥은 잘 모르겠다. 그래도 다 같은 똥이니 좋지 않겠냐?"

"알겠습니다."

그렇게 가람이 안정한의 위로를 받으며 다시 그라운드로 나가기 위해서 발길을 돌리는 순간

뚝!!

갑자기 들려오는 파열음과 함께 오른쪽 발이 느슨해지는 게 느껴진 가람은 오른쪽 발을 봤다.

웬만하면 끊어지지 않는 축구화 끈이, 그것도 제일 첫 번째 부분의 정 가운데가 누가 칼로 벤 것처럼 끊어졌다.

생각지 않은 상황에 가람은 살짝 놀라며 다시 벤치로 돌아왔고, 안정한은 다시 돌아온 가람을 보며 물었다.

"뭐야? 설마 또 까마귀 똥을 맞은 건 아닐 테고? 무슨 문제라도 있어?"

"오른쪽 축구화 신발끈이 끊어져서요."

"장비 담당님! 가람이 오른쪽 신발 좀 라커룸에서 가져다주세요."

그렇게 생각지 않은 이벤트로 인해 가람은 벤치에 앉아서 대기해야만 했다. 그리고 잠시 후 장비 담당은 신발이 아닌 신발끈을 가지고 왔다.

"제가 분명 가람 선수의 여벌 신발을 넣었는데요. 그런데.. 지금 보니깐 없습니다. 아시겠지만, 가람 선수의 축구화는 특수제작된 거라 다른 선수 신발을 신는 건 안 될 것 같아서 신발끈을 가지고 왔습니다."

"아. 이런.."

생각지 않은 이벤트가 연속으로 발생하자 가람뿐 아니라 안정한도 적지 않게 당황했고, 가람은 어쩔 수 없이 신발끈을 받아 서둘러 신발끈을 묶기 시작했지만, 평소 잘 묶이던 신발끈이 제대로 묶이지 않았고, 그 모습을 본 안정한이 신발을 뺏으며 입을 열었다.

"녀석! 긴장이라도 한 거냐? 내가 신발끈 묶어줄 테니 이 은혜 잊지 말고, 오늘 경기 꼭 이겨라."

"알겠습니다."

그렇게 신발을 정비한 후 가람은 다시 그라운드에 투입되어서 몸을 풀었다. 하지만 생각지 않게 발생한 이벤트 때문에 생각보다 몸을 많이 풀지 못했고, 100%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경기 시작 시간은 다가왔고, 어느 정도 몸을 푼 선수들은 박지석 감독의 부름에 다시 라커룸에 가서 경기 준비하기 시작했다.

선더랜드의 라커룸

박지석은 선수들을 모아두고 경기 전에 몇 가지 조언과 함께 선수들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 입을 열었다.

"오늘 경기는 최종전이다. 여기서 이기면 우리가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하게 된다.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얻는 트로피이다. 물론 너희들의 커리어에서 처음일 수도 있고, 이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우승 커리어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우승 커리어가 앞으로 너희들의 커리어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이진 알 거라고 생각한다. 오늘 경기를 이겨서 확실히 우승을 가져와라. 알겠나!"

"알겠습니다!"

"주장! 구호!"

박지석의 말에 오늘 경기에 주장 완장을 찬 기성룡이 선수들을 모이게 했고, 기성룡이 먼저 선창을 했다.

"We are"

그러자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후창으로 받아쳤다.

"Sunderland!"

구호까지 끝나자 선수들은 박수를 치며 격려했고, 모든 선수가 경기 출전을 준비했다. 그리고 선수들이 나가기 시작할 때 박지석은 가람을 보며 말했다.

"몸을 풀면서 있었던 일은 머릿속에서 지워라. 그냥 우연히 일어난 일이니깐."

"알겠습니다. 감독님."

"아직 몸이 다 풀리지 않았다면 전반전에는 무리하지 말고 페이스를 올리도록 해. 괜히 무리했다가 부상을 당한다면 더 손해다."

"알겠습니다."

"그래. 오늘 경기 잘 할 거라고 믿겠다."

"넵!"

박지석의 세심한 지시에 가람은 그라운드에 투입되기 전 일부러 제자리 뛰기와 제자리 점프를 하면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등장한 첼시 선수들과 함께 등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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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프리미어 리그 38라운드 최종전 첼시 대 선더랜드 선더랜드 대 첼시의 경기, 이곳 선더랜드의 홈구장 라이트 오브 아카데미에서 저 마틴 테일러가 보내드리겠습니다. 오늘 도움 말씀에는 개리 리네커씨가 함께 하십니다."

"안녕하세요. 개리 리네커입니다."

"오늘 경기에 선더랜드가 이기거나 비기면 우승을, 만약 패배하게 되면 골득실차로 맨시티가 우승하게 됩니다. 선더랜드 선수들은 어떻게든 이기고자 하는 동기부여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하지만 이번 경기의 결과에 따라 4위에 오를 수 있는 첼시이기 때문에 첼시 또한 챔피언스 리그 티켓을 따내기 위해서 노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서로 물러날 수 없는 경기라고 할 수 있겠죠."

"서로에게 많은 것이 걸린 이 경기는 상당히 중요해 보입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선수들 입장합니다. 먼저 첼시의 선발 라인업입니다."

에두아르 멘디

리스 제임스 – 커트 주마 – 티아고 실바 – 벤 칠웰

은골로 캉테 – 조르지뉴

메이슨 마운트 – 카이 하베르츠 – 크리스티안 폴리식

티모 베르너

"다음은 홈팀 선더랜드입니다."

딘 핸더슨

맥스 아론스 - 권윤성 - 김만재 - 누누 멘데스

하비 반츠 - 기성룡 - 해리 네쳐 - 솔라 쇼라티레

김가람 - 올리비에 지루

"오늘 경기에 첼시는 기존에 사용한 전술에 나름 베스트 일레븐이라고 할 수 있는 4-2-3-1을 들고 나왔습니다."

"토마스 투헬 감독이 수많은 전술을 기용했지만, 결국 돌고 돌아 이 전술로 최종전을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 들어 크리스티안 폴리식 선수와 티모 베르너 선수의 호흡이 상당히 좋거든요. 티모 베르너 선수의 골 결정력은 여전하고 역습에서 보여주는 역동적인 움직임과 자신이 골을 노리기보다는 크리스티안 폴리식 선수에게 양보하면서 골을 넣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그렇군요. 선더랜드는 4-4-2 전술입니다. 오늘 선발 출장할 것으로 예상했던 올리비에 지루가 나왔네요."

"그렇죠. 선더랜드의 4-4-2 전술에 올리비에 지루 선수와 김가람 선수가 나왔다는 걸 보면 수비적으로 경기를 진행하면서 역습이 아닌 지공 상황에서 올리비에 지루 선수의 머리를 활용해 골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삐이익!

"경기는 주심의 신호와 함께 첼시의 공으로 시작됩니다. 오늘 경기 끝에 웃는 건 어느 팀이 될까요? 우승의 선더랜드가 될 것인지, 챔피언스 리그 티켓을 딴 첼시가 될 것인지 모두 오늘 경기 결과에 달려 있습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티모 베르너는 크리스티안 폴리식에게 공을 건네고 선더랜드 진영으로 파고들었다. 공을 받은 크리스티안 폴리식은 자신의 앞을 막고 있는 하비 반츠를 두고 속도를 올리며 선더랜드 진영으로 파고들었다.

하비 반츠도 오늘 경기에 크리스티안 폴리식의 패턴을 이미 학습하고 준비했기에 크리스티안 폴리식이 자신 있는 플레이를 하지 못하도록 수비 각도를 좁히며 마크했다.

그런 모습을 본 크리스티안 폴리식은 쉽게 돌파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티모 베르너에게 공을 건넸다.

그리고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 가람은 티모 베르너를 마크하기 위해서 달려들었다.

그때

휘처엉~~

가람은 무언가 몸의 균형이 급격히 무너지며 쓰러졌고, 티모 베르너는 자신을 마크하려고 달려오다가 갑자기 넘어진 가람을 보며 찬스라고 생각해 선더랜드 진영으로 달려갔다.

생각지 않은 일에 가람은 다시 일어나 티모 베르너를 쫓으려고 했지만, 발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고 불편함을 느꼈고, 그제야 불편함을 느껴진 발을 보자, 이번에는 왼쪽 신발끈이 끊어진 게 보였다.

가람은 끈어진 신발을 벗어두고 티모 베르너를 막기 위해 달려갔지만, 이미 티모 베르너는 패널티 에어리어 앞까지 도달했다. 한쪽 신발만 신고 있는 상태에서 전속력을 낼 수 없기에 티모 베르너를 쫓아갈 수 없었다.

그리고 가람의 이변을 눈치챈 기성룡은 시간을 끌기 위해서 티모 베르너를 막아섰다가 티모 베르너가 자신을 제치려고 하자, 일부러 티모 베르너의 어깨를 손으로 잡아 파울을 만들었다.

"기성룡 선수의 파울입니다."

"지금 보니깐 김가람 선수 신발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요. 휘슬이 울리자마자, 벤치로 향합니다. 기성룡 선수가 지금 한 파울은 김가람 선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영리한 파울이네요."

가람은 왼쪽 신발을 벤치에 건넸고, 지금 바로 신발끈을 꿰어 묶을 수 없기에 안정한은 같은 사이즈에 다른 축구화를 건네주었다.

"이건 내가 신발끈 묶고 있을 테니깐 우선은 급한 대로 이거 신고 뛰도록 해."

"알겠습니다."

가람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같은 사이즈의 축구화를 신었지만, 평소 자신이 신던 축구화가 아니라 좀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패널티 에어리어 앞에서 시작한 첼시의 프리킥. 가람은 수비벽으로 자리하게 되었고, 첼시의 프리키커로 크리스티안 폴리식이 준비하더니 주심의 휘슬과 함께 공을 찼다.

뻐어엉!!

공은 꼭 노린 것처럼 가람의 머리를 향해 날아왔고, 가람은 날아오는 공을 향해 피하지 않고 공을 막기 위해 오히려 목을 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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