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화 면담[1]
2021년 5월 22일 웸블리 스타디움(중립 경기장)
FA컵 결승전 아스날전
삐이익! 삑
주심의 휘슬 소리에 벤치에 있던 선더랜드 스탭들이 그라운드로 뛰어나왔고, 선더랜드 선수들은 승리에 기뻐했다.
"오늘 이곳 웸블리 스타디움을 꽉 채운 선더랜드 팬들은 티켓 값이 아깝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사실 오늘 경기는 시작 전부터 선더랜드의 우세를 점치고 있었지만, 김가람 선수가 오늘은 작정이라도 한 듯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면서 왼발, 오른발, 머리까지 퍼팩트 해트트릭을 달성하면서, 경기 3대 0으로 아스날을 상대로 손쉬운 승리를 거두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선더랜드는 리그컵, 프리미어 리그, FA컵까지 우승하면서 3개 대회의 챔피언이 되었네요. 승격팀이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두는 건 흔치 않은 일인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마틴 테일러의 말에 개리 리네커가 입을 열었다.
"지난 프리미어 리그 우승할 때도 말씀드렸다시피 이번 시즌의 선더랜드를 막을 수 있는 팀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 중심에는 성장하는 김가람 선수가 있었고, 박지석 감독은 그런 김가람 선수를 중심으로 탄탄한 전력을 짜서 이런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단순히 전술과 선수뿐 아니라 이런 이들을 뒤에서 서포트하는 구단의 지원도 적절했다고 봅니다. 이런 것들이 다 맞아 떨어져서 이런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렇군요. 이제 남은 경기는 딱 한 경기, 유로파 리그 결승전인데요. 상대가 만만치 않아요. PSG입니다."
"챔피언스 조별 리그에서 떨어지면서 감독을 에르베 르나르 감독으로 바꾼 PSG인데요. 그게 오히려 득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뭐 원체 리그에서 상대할 팀이 없는 걸로 유명하지만, 프랑스 리그1을 제패하고 FA컵과 리그컵까지 우승하며 선더랜드와 같은 행보를 걷고 있습니다. 기존에 문제가 되었던 선수단의 불협화음도 에르베 르나르 감독의 지도하에 없어지고 튼튼한 조직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다가오는 5월 26일에 양 팀이 붙게 될 텐데요. 어느 팀이 우세할 것으로 보이십니까?"
"사실 제가 김가람 선수의 팬이고 선더랜드를 응원하는 입장이라는 건 모든 분들이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냉정히 봤을 때 PSG와의 경기는 조금 힘들 수도 있다고 봅니다."
"역시나 네이마르 선수와 킬리안 음바페 선수의 공격 듀오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선더랜드가 리그에서는 강팀을 상대로 경기를 해봤지만, 아직 다른 나라의 강팀을 상대로 경기를 해본 적은 없거든요. 특히 월드 클래스라고 하는 네이마르나 킬리안 음바페 선수라는 두 명의 월드 클래스 선수를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솔직히 의문입니다."
"도르트문트는 강팀이 아닌가요?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우승팀인데요."
"아. 뭐 음.. 실언을 했군요. 말을 정정한다면 월드 클래스 그것도 탑 클래스라고 할 수 있는 선수가 두 명이나 있는 팀을 상대로 경기를 해본 적은 없다는 걸로 정정하겠습니다."
"그렇군요. 결국 결승전은 선더랜드가 네이마르 선수와 킬리안 음바페 선수를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봐도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역할의 키 포인트는 김가람 선수가 될 겁니다. 김가람 선수의 수비적인 능력으로 두 선수를 커버하는 건 사실 불가능하거든요, 그럼 김가람 선수를 어떻게 전술적으로 응용할지 중요한 쟁점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중계진들은 FA컵 우승을 한 선더랜드를 축하하기보다는 다가오는 유로파 결승전에 초점을 맞추며 대화를 이어갔고, 그라운드에서 FA컵 우승에 선더랜드의 세레머니가 이어졌다.
선더랜드의 라커룸
와아아아!!
선수들은 환호성과 함께 흥분한 모습으로 소리치며 구단 최초의 FA컵 우승을 자축했다.
그렇게 한동안 환호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박지석이 라커룸에 들어와 박수를 치며 선수들을 주목시켰다.
"오늘 경기 잘했다. 프리미어 리그 우승에 FA컵 우승까지 너희들이 자랑스럽다. 하지만 우리의 경기는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너희들도 알고 있다시피 4일 뒤에 유로파 결승전이 남아 있는 상태다. 아직은 오늘 승리는 조금만 즐기고, 다음 경기에 집중하도록 하자."
"알겠습니다."
선더랜드의 선수들도 박지석의 말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축제를 마무리하며 샤워하기 시작했다.
가람도 그렇게 샤워하기 시작했다.
김가람 / 나이: 만 20세 / 키 : 185 / 몸무게 : 78 / 주발 : 양발
|개인기 95|, |슈팅 100|, |킥정확도 95|, |드리블 95|, |헤딩 90|, |패스 95|, |태클 90|, |민첩 100|, |체력 99| , |속도 100|, |몸싸움 95|, |위치선정 95|
미분배 포인트 : 100
이번에 FA컵 우승을 하면서 추가로 20포인트를 얻어 총 100포인트를 가진 가람은 유로파 결승전에 들어가기 전에 능력치를 배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른 능력치를 올리는 것보다 원래 가지고 있던 능력을 날카롭게 하는 게 좋겠지.'
가람은 능력을 골고루 올리는 것보다 강승연의 삶에서도 독보적인 능력을 특화시키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능력치를 배분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때
"브라더!"
갑자기 들려오는 해리 네쳐의 말에 가람은 화들짝 놀랐다.
"뭐야! 갑자기."
"아니 브라더가 이상한테? 왜 이렇게 놀래?"
"뭐. 다른 생각 좀 하느라고? 그런데 무슨 일인데?"
"감독님이 말을 그렇게 하셨지만, 주장에게 들었는데 오늘 저녁에 각자 휴식 시간을 갖는 걸 허락하셨다고 해. 다른 곳도 아니고 런던에서 말이야~ 물론 너무 먼 곳까지는 가지 말라고 하셨지만, 런던에서 휴식 시간인데 어딜 나가야 하지 않겠어? 너무 좋지!"
시즌 기간 내내 박지석은 팀을 관리할 때 선수들이 휴식을 할 때도 클럽이나 음주를 하는 걸 상당히 경계했고, 그 부분에 대한 징계의 강도도 높아, 선수들도 조심하고 있었다.
심지어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했을 때도 아직 두 경기가 남았다며 휴식 시간을 주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FA컵 우승을 하며 휴식 시간을 준 것이었다.
오늘 경기가 끝나고 바로 선더랜드로 복귀하지 않고, 다음날 복귀하기 때문에 중립 경기장인 웸블리 스타디움이 있는 런던에서 휴식 시간을 준 것이었다.
"그래. 그런데 왜?"
"아니. 그런데 왜라니? 브라더~ 다들 런던에서 놀아야지. 윤성이는 벌써 이 근처 핫 스페이스 검색하고 난리야. 같이 안 갈 거야?"
"생각 없다."
"아니 왜?"
"피곤해서 쉬려고. 그리고 휴식 시간에 진짜 휴식을 취해야지. 다른 거 하면 힘들어."
"이거 정말 꽉 막혔어. 브라더는!"
"꽉 막힌 거로 유명한 독일 사람한테 그런 소리를 듣다니 놀라운 일이군."
그 대화를 듣고 있는 다른 선더랜드의 선수들은 가람의 말에 크게 웃었고, 기성룡이 다가와 입을 열었다.
"육체적인 휴식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경기를 두고 정신적인 휴식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어울릴 생각은 없어?"
"네. 주장. 저는 그냥 혼자 쉬는 게 좋아요. 그리고 주장은 가정이 있으신데 괜찮으세요?"
생각지 않은 가람의 공격에 기성룡이 살짝 놀라 답했다.
"크흠.. 나는 감독님 지시로 녀석들이 너무 들뜨지 않게 감시하는 역할이라 어쩔 수 없이 참가하는 거라."
"그러신가요? 물론 형수님께 연락은 하시는 거죠."
"그럼.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라."
휴식 시간을 빙자한 파티와 음주가무가 결정된 것 같아 너무 지나치게 풀어진 모습을 걱정했지만, 기성룡이 참여해서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니 어느 정도 마음이 놓인 가람이었다.
그렇게 가람은 샤워를 마무리하고, 복귀 준비를 했고, 구단 버스는 런던 시내에 있는 호텔로 향했다.
호텔로 돌아가 선수들은 각자 시간을 가지게 되었는데 룸메이트인 해리 네쳐는 끝까지 같이 나가지 않을 거냐고 꼬셨지만 가람은 그런 제안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휴식 시간을 가지기로 마음을 먹었다.
"브라더! 후회하지 말라고!"
그렇게 해리 네쳐가 신나서 런던의 밤을 즐기러 가는 사이 가람은 드디어 자신 홀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는 걸 알고 상태창을 켜서 스탯을 분배하려고 했다.
그때
똑똑!
문밖에서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가람은 해리 네쳐가 다시 온 거라고 생각했다.
"뭐야? 놓고 간 거라도 있어?"
그 말과 함께 문을 열었더니 그 앞에는 박지석이 서 있었다.
"감독님."
"이야기를 들어보니 너만 휴식 시간에 나가지 않았다고 해서 혹시 이야기나 나눠볼까 왔다."
"그렇군요. 들어오세요."
가람의 안내에 박지석은 안으로 들어왔고, 방을 보며 깔끔하게 정리된 방을 보며 놀랍다는 듯 입을 열었다.
"해리 네쳐가 방 정리하는 거 힘들다고 너랑 룸메이트 하기 싫다고 한 이유를 알겠네."
"하하하. 녀석 말만 하지 정리는 제가 직접 한다고요."
"하긴 이렇게 깔끔히 정리하고, 관리해야 괜한 병치레 걸리지 않고 좋지."
"알아주신다니 감사합니다."
가람이 강승연의 삶을 살면서 제일 집착했던 건 정리 정돈이었다.
단순히 정리 정돈이 아니라 약간의 정신병이 있을 정도로 깔끔한 것을 유지했는데, 그건 단순히 깔끔한 것이 좋아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박지석이 말했듯이 정리 정돈이 되지 않아, 발에 무언가 밟혀서 부상을 당하거나 감기 같은 잔병에 걸리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여기 앉으시면 되세요. 홍차 드릴까요?"
잉글랜드의 호텔 그것도 런던에 있는 호텔답게 차를 끓여 먹을 수 있는 세트가 준비되어 있었다.
"아니.. 네가 먹는 그 마테차 먹어볼까?"
"혹시 드셔보셨어요?"
"뭐. 선수 시절에 가끔 남미 친구들이 추천해서 먹었어."
"알겠습니다."
가람은 자신의 가방에서 마테차를 꺼내 능숙히 차를 만들어 박지석에게 건넸고, 박지석은 한 머금 마신 후 입을 열었다.
"흐음.. 맞아. 이런 맛이었지."
"하하. 마테차의 맛을 아신다면 제가 좀 드릴까요?"
"아니. 내가 왜 선수걸 빼앗먹겠어? 나중에 어디서 사는지만 알려줘."
"알겠습니다."
그렇게 둘은 잠시 차를 마셨고, 박지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번 시즌에 고생 많았다."
"아닙니다. 저보다 감독님이야말고 고생 많으셨죠."
"하하하. 그렇게 말해주니 말이라도 고맙네. 오늘은 다른 게 아니라 PSG전을 준비하다가 네 의견을 듣고 싶어서 왔다."
"제 의견을요?"
웬만하면 전술적인 준비는 박지석이 코칭 스탭들과 의논한 후 지시를 내리는데 이렇게 찾아오는 일은 강승연의 삶까지 통틀어 처음이라 살짝 놀랐다.
"그래. 혹시 다음 경기에 수비수로 뛰어줄 수 있겠어?"
생각지도 않은 박지석의 말에 순간 가람은 굳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