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화 유로파 결승전 PSG전[1]
배선재는 입장하는 양 팀 선수를 보면서 이미 전달받은 선발 라인업 종이를 들고 입을 열었다.
"먼저 PSG 선발 라인업입니다."
케일러 나바스
알렉산드로 플로렌치 - 마르퀴뇨스 - 프레스넬 킴펨베 - 압두 디알로
안데르 에레라- 앙헬 디마리아 - 마르코 베라티
킬리안 음바페 - 마우로 이카르디 - 네이마르
또랑또랑한 목소리와 정확한 발음으로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선수들의 이름을 정확히 말한 배선재는 말을 이어갔다.
"다음은 선더랜드의 선발 라인업 입니다."
딘 핸더슨
권윤성 - 김만재 - 닐 이안 - 리산드로 마르티네스 - 김가람
기성룡 - 해리 네쳐
하비 반츠 - 요한 필립 - 오비 에자리아
"PSG는 평소 즐겨 사용하는 4-3-3 전술로 나왔는데요. 그를 비해 선더랜드는 이번 시즌에 처음으로 5-2-3 전술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아마도 박지석 감독은 PSG를 맞이해서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들고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 전에 미리 박지석 감독에게 듣기는 했지만, 그래도 정말로 이런 전술을 가지고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선더랜드의 공격력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그런 공격력을 내세우기보다는 수비적인 전술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 부분은 박지석 감독이 스스로 팀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전술을 준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건 저도 감독직을 해봐서 알지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대단합니다."
"그렇군요. 그래도 저는 좀 놀라운 건 김가람 선수가 이전에 뛰었던 오른쪽 윙백도 아니라 왼쪽 윙백으로 나왔다는 점입니다. 역시 킬리안 음바페 선수를 막기 위함으로 봐야 할까요?"
"그렇죠. 킬리안 음바페 선수를 막기 위해서 박지석 감독은 김가람 선수를 오른쪽 윙백에 둔 것입니다. 킬리안 음바페 선수의 폼이나 육체적인 능력으로 봤을 때 선더랜드에서는 김가람 선수 이외에 마땅한 대안은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김가람 선수도 왼쪽 윙백은 처음이니, 약간의 변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가람 선수의 왼쪽 윙백 기용 이외에 선더랜드의 눈여겨 봐야 할 점은 뭐가 있을까요?"
"선발 라인업을 보면 닐 이안 선수를 중앙 수비수로 기용한 점이나 수비적인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듣고 있는 마커스 애드워즈 선수나 솔라 쇼라티레 선수가 교체 명단에 들어가고 하비 반츠 선수나 오비 에자리아 선수가 선발 출장 시킨 부분도 눈여겨 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지석 감독이 오늘 경기는 확실히 단단히 걸어 잠글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주심 휘슬로 경기가 시작됩니다."
삐이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PSG의 공으로 경기가 시작됩니다. 오늘 경기는 과연 박지석 감독이 이끄는 선더랜드가 유로파 리그 챔피언이 될 수 있을지 함께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마우로 이카르디가 공을 뒤쪽에 있는 앙헬 디마리아에게 건넨 후 앞으로 전진했고, 그에 맞춰 PSG 선수들은 공격적으로 선더랜드 진영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앙헬 디마리아는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요한 필립을 보며 가볍게 재친 후 다른 선수에게 패스하려고 했다.
그때
타타타탓!
요한 필립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압박을 하며 몸싸움을 걸기 시작했다.
생각지도 않은 요한 필립의 저돌적인 수비에 앙헬 디마리아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오늘 경기를 두고 선수 분석할 때 요한 필립은 몸싸움을 잘하지 않고, 수비보다는 공격적인 임무를 가진 선수라고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방 압박을 가하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어설픈 압박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공을 패스할 수 없도록 수비 각도까지 좁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토오옹!
결국 앙헬 디마리아는 뒤쪽에 있는 중앙 수비수 마르퀴뇨스에게 공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요한 필립 선수! 평소와 달리 적극적인 전방 압박을 통해서 PSG의 공격 흐름을 끊었습니다."
"지금까지 요한 필립는 최전방에서 수비 라인을 무너뜨리는 영리한 동작으로 골을 만드는 역할을 주로 했는데요. 오늘 경기에서는 적극적인 수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 선더랜드가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요한 필립은 앙헬 디마리아가 공을 패스하자 거리를 두고 자신의 수비 위치를 찾아갔고, 앙헬 디마리아는 마르퀴뇨스에게 다가가서 다시 공을 잡았다.
요한 필립도 앙헬 디마리아가 PSG의 진영 가까운 곳에서 공을 잡자, 굳이 따라 가서 수비하지 않았고, 앙헬 디마리아는 그 모습에 천천히 공을 잡고 앞으로 나왔다.
그렇게 하프 라인 근처까지 가자
타타타탓!!
또 다시 요한 필립이 자신에게 뛰어오는 걸 보고는 이번에는 안데르 에레라에게 미리 공을 건넨 후 앞으로 나갔다.
하지만 요한 필립은 공보다는 앙헬 디마리아를 마크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앙헬 디마리아는 오늘 경기에 귀찮은 모기 한 마리가 붙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을 잡은 안데르 에레라는 선더랜드의 수비 간격이 촘촘한 것이 눈에 들어왔고, 쉽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게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패스!!"
중앙에 있는 마우로 이카르디가 손을 들고 공을 달라고 외치며 안쪽으로 치고 들어갔고, 안데르 에레라는 수비 간격이 촘촘할 때 롱 볼을 이용해 상대의 허점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해 마우로 이카르디를 보고 공을 길게 찼다.
뻐어엉!!
안데르 에레라가 찬 공은 정확히 마우로 이카르디의 앞 공간으로 날아갔고, 마우로 이카르디는 앞으로 뛰어가며 공의 낙하지점을 포착했다.
그렇게 안데르 에레라의 패스에 단번에 공은 패널티 에어리어 앞까지 날아왔고, 만약 이 공을 마우로 이카르디가 막아낸다면 PSG에게는 찬스가 이어질 것이었다.
쿠우웅!
마우로 이카르디는 공의 낙하지점을 찾아 움직이다가 순간 자신의 등 뒤에 바위라도 있는 듯 착각이 들 정도로 강한 닐 이안의 몸싸움에 저항하지 못했다.
결국 마우로 이카르디는 닐 이안과의 몸싸움과 자리 싸움에서 이겨내지 못했고, 점프도 뛰지 못했고, 그 사이 김만재가 한 발짝 먼저 점프해서 공을 걷어냈다.
"안데르 에레라 선수의 롱패스, 마우로 이카르디 선수가 따내지 못합니다."
"선더랜드의 협력 수비가 좋은 장면을 보여주었네요. 중앙에 쓰리백을 세운 이유를 알 수 있는 장면입니다. 오늘 경기에 마우로 이카르디 선수는 공을 잡는 데 어려움이 있어 보입니다."
김만재가 따낸 공은 이미 낙하지점을 포착하고 있는 기성룡이 잡아냈고, 공을 잡는 순간 전방을 향해 길게 찼다.
뻐어엉!!
기성룡이 찬 공은 단번에 하프 라인을 넘어갔고, 사람들은 처음 기성룡이 공을 찰 때만 해도 수비하기 위해서 성급히 걷어찬 공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공의 낙하지점으로 뛰어가고 있는 요한 필립을 보면서 그게 역습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여기서 단번에 선더랜드의 역습!"
"전반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섰던 PSG의 배후 공간을 노린 아주 좋은 모습입니다."
공은 앙헬 디마리아와 중앙 수비수 마르퀴뇨스 선수 사이 포켓 공간을 정확하게 떨어졌고, 요한 필립은 빠른 발로 공을 잡아내기 위해서 전력 질주했다.
하지만
타타타탓!
이 상황을 미리 예측이라도 했다는 듯 마르퀴뇨스 선수가 원래 있던 수비 위치에서 올라오며 한 발짝 먼저 공의 낙하지점을 포착하더니 요한 필립이 오기 전에 점프해서 헤딩으로 공을 자신의 옆쪽에 있는 팀 동료인 알렌산드로 플로렌치의 앞 공간으로 보냈다.
알렉산드로 플로렌치는 자신의 앞 공간에 떨어지는 공을 잡은 뒤 바로 중앙에 있는 앙헬 디마리아에게 패스를 보냈다.
"PSG 중앙 수비수 마르퀴뇨스 선수가 공을 먼저 처리합니다."
"지금 장면에서 봤을 때는 PSG도 선더랜드의 역습에 대해 대비하고 있는 것 같네요. 이렇게 되면 공간이 아닌 선수의 바로 앞에 떨어지는 패스를 통해서 역습을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 그리고 지금 요한 필립 선수가 공격으로 나서면서 앙헬 디마리아 선수의 마크가 없는데요. 역으로 이번에는 PSG의 찬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앙헬 디마리아는 노마크 상태에서 하프 라인 안쪽으로 들어갔고, 점점 안쪽으로 들어오는 앙헬 디마리아를 보고는 기성룡이 다가와서 수비하기 시작했고, 어느새 요한 필립도 수비에 복귀해서 앙헬 디마리아를 마크하려고 했다.
하지만 앙헬 디마리아는 그 둘이 자신을 마크하기 전에 공을 잡는 순간부터 눈이 마주친 선수의 앞 공간을 향해 공을 패스했다.
뻐엉!
앙헬 디마리아가 찬 공은 둘이 달려드는 순간 적절한 타이밍에 필드를 가르며 선더랜드의 왼쪽 사이드 쪽으로 나아갔고, 그곳에서 공을 잡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킬리안 음바페가 바로 반응을 보이며 손쉽게 공을 잡아냈다.
"앙헬 디마리아 선수의 기가 막힌 패스! 선더랜드의 수비가 잠깐의 공간을 내어주자, 바로 자신이 원하는 곳에 정확한 패스를 뿌립니다. 그리고 이 공을 잡은 선수는 킬리안 음바페 선수이고 그 선수를 막는 건 오늘 경기에 왼쪽 윙백으로 나선 김가람 선수입니다."
휘릭!
킬리안 음바페는 공을 잡는 순간 상체 페이크 동작을 통해서 가람을 속이려고 했지만, 가람은 흔들리지 않고 수비에 집중했다. 그 모습을 본 킬리안 음바페는 속도를 살려 가람을 돌파하려고 했다.
타타타탓!
타타타탓!
하지만 가람도 민첩한 동작으로 킬리안 음바펭의 앞을 막았고, 킬리안 음바페도 가람의 속도를 이미 알고 있었기에 이렇게 뚫어낼 수는 없다는 걸 인지했었다.
그래서 급격히 속도를 낮췄고, 그 속도에 맞춰 가람이 속도를 낮추자, 바로 속도를 높였다.
이 방법은 수많은 선수들이 알고도 막을 수 없는 방법이었다. 급정거에 이은 급가속, 이건 어느 타이밍에 속도를 올릴지 자기 자신만 알고 있기에 이 방법을 통해서 킬리안 음바페는 많은 선수들을 속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방법으로 당연히 가람도 제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타타타탓!!
"김가람 선수!! 킬리안 음바페 선수의 움직임을 쫓아가며 완벽하게 막아냅니다."
"이야. 이건 좋은 모습인데요. 킬리안 음바페 선수가 방금 김가람 선수를 뚫어내려고 보여주었던 움직임은 솔직히 막기 어려운 동작인데요. 김가람 선수는 꼭 능숙한 베테랑 수비수처럼 킬리안 음바페 선수의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했습니다. 저런 움직임은 단순히 신체 능력으로 커버가 되는 게 아니라 경험이 필요하거든요. 좋은 수비입니다."
그리고 생각지 않은 가람의 수비에 킬리안 음바페는 당황했고, 그 순간 가람은 발을 빼서 공을 정확히 건드렸다.
토옹!
가람의 발에 걸린 공은 그라운드 안쪽으로 들어갔고, 킬리안 음바페도 공을 재차 잡기 위해 뛰었지만, 가람이 한발 먼저 공을 향해 뛰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공을 잡은 가람은 전방에 있는 요한 필립을 향해 공을 찼다.
뻐어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