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화 유료파 결승전 PSG전[2]
가람이 찬 공은 단번에 하프 라인을 넘어 PSG의 중앙 수비수 마르퀴뇨스 쪽으로 날아갔고, 마르퀴뇨스는 역습을 저지하기 위해서 공의 낙하지점을 예측한 후 공을 선점하려고 움직였다.
그리고 공은 자신이 예측한 대로 날아오고 있었고, 마르퀴뇨스는 자리를 잡아 편히 공을 잡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때 요한 필립이 자신이 있는 곳이 아닌 왼쪽 방향으로 뛰는 걸 보며, 마르퀴뇨스는 아직 요한 필립이 공중볼을 제대로 볼 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때
휘리릭~
공이 갑자기 꺾이면서 마르퀴뇨스가 준비하고 있던 자리에서 왼쪽으로 치우쳤고, 마르퀴뇨스는 갑자기 방향이 바뀐 공을 보며 당황했다.
그리고 아까 공중볼을 제대로 못 본다고 생각했던 요한 필립이 그 위치로 뛰어갔다는 걸 보며 가람이 찬 패스가 단순히 전방을 향해 찬 것이 아니라 요한 필립과 미리 호흡을 맞춘 공격 플레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뒤늦게 요한 필립이 움직인 방향으로 서둘러 움직였다. 하지만 이미 말했듯 늦은 상황이었고, 요한 필립 어렵지 않게 가람의 공을 잡아냈다.
토옹!
"김가람 선수의 롱패스! 이걸 요한 필립 선수가 받아냅니다."
"지금 보면 김가람 선수가 찬 공이 휘어졌는데요. 그걸 예측하고 단번에 잡아내는 걸 보면 이미 수많은 연습을 통해서 이런 패스를 익혔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차범군의 말이 사실인 듯 요한 필립은 가람의 휘어지는 패스를 능숙하게 받아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고, 바로 가속했다.
그리고 자신을 따라오고 있는 마르퀴뇨스와 또 다른 PSG의 중앙 수비수인 압두 디알로 사이 공간을 파고들었다.
생각지 않은 가람의 패스와 요한 필립의 플레이에 마르퀴뇨스는 당황하며 동작이 늦어졌고, 그 늦어진 대가만큼 벌어진 공간을 요한 필립은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단번에 돌파했다.
"요한 필립 선수!! 돌파!!"
"지금 단 한 번의 패스로 PSG의 수비 라인이 무너졌거든요. 선더랜드에서 준비한 전술이 역습 전술인 만큼 이런 기회를 살려야 합니다. 그래야 선더랜드는 우승할 수 있을 겁니다."
요한 필립은 빠른 속도로 패널티 에어리어까지 돌파했고, 압두 디알로는 그런 요한 필립을 따라잡으려고 했지만, 요한 필립의 속도에 뒤처진 상태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PSG 케일러 나바스 골키퍼는 빠른 판단으로 요한 필립이 더 안쪽으로 치고 들어오기 전에 앞으로 뛰어나와 요한 필립을 향해 몸을 크게 펼쳐 슈팅 각도를 없애려고 했다.
"요한 필립 선수! 골키퍼와 1대1 상황!!"
"여기서는 침착한 마무리가 필요합니다."
중계진이 흥분한 가운데 요한 필립은 침착하게 뛰어나오는 케일러 나바스를 봤다.
그 순간 오늘 경기를 두고 연습할 때 가람이 해주었던 조언이 떠올랐다.
'골키퍼가 나올 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어. 하나는 돌파해서 골키퍼를 따돌린다. 또 다른 하나는 골키퍼의 빈공간을 향해 슈팅을 때린다."
'골키퍼의 빈공간이요?'
'그래. 골키퍼는 일 대 일 상황에서 상대 공격수의 슈팅 각도를 어떻게든 줄이기 위해서 몸을 최대한 크게 벌리거나 반대로 상대 공격수의 슈팅 각도를 미리 파악해서 몸을 좁혀서 나오는 상황을 만들 거야. 그때 너는 골키퍼의 빈공간을 향해 슈팅을 때리면 되는 거야. 하지만 좋은 골키퍼들은 그 짧은 사이에 일부러 공간을 내어주고 그 사이를 차게 하는 경우도 있지.'
'그럼 확실히 골을 넣으려면 골키퍼를 제치는 게 좋겠네요.'
'그래. 그게 제일 베스트지. 하지만 제치는 것도 문제가 있어 타이밍과 힘을 너무 강하게 하면 그대로 골라인 근처까지 가게 되고, 슈팅 각도가 부족하게 된다는 거지.'
'흐음.. 어렵네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답은 그 순간 슈팅을 차서는 안 되는 요인을 빠르게 소거하고 가능한 방법을 찾는 거야. 그리고 평소보다 반 박자 빠른 슈팅 타이밍으로 때리는 거지.'
'소거한다고요?'
'그래.'
'그 짧은 사이에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요?'
'그러니 연습을 하는 거고, 너라면 할 수 있을 거다.'
그렇게 가람의 조언에 따라 요한 필립은 캐일러 나바스를 자세히 봤다.
케일러 나바스의 몸짓은 몸을 크게 펴고 슈팅을 최대한 막으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과도하게 올린 오른쪽 팔 방향 즉 골대 안쪽 방향은 좀 더 올린 모습이었다.
'노련한 골키퍼는 일부러 빈틈을 보인다고 하셨지.'
요한 필립은 가람의 조언대로 케일러 나바스가 일부로 빈틈을 보여준 듯한 오른쪽 공간을 선택지에서 제거했고, 케일러 나바스와 자신의 위치를 가늠했다.
'지금 거리에서 가속을 한다고 해도 골키퍼가 충분히 따라올 수 있어. 그럼 결국 슈팅 각도가 안 나와.'
침착하게 거리까지 생각한 요한 필립은 케일러 나바스가 벌린 다리를 봤다.
케일러 나바스 골키퍼의 가랑이는 적지도 크지도 않은 정도로 벌어진 상태였고, 그 사이로 슈팅을 한다면 그대로 주저앉아 골을 막을 수 있을 듯 보였다.
'그렇다면 남은 건...'
설명은 길었지만, 요한 필립은 짧은 사이에 판단을 마치고 결심한 듯가람의 조언대로 슈팅을 반 박자 빠른 템포로 때렸다.
뻐어엉!!!
요한 필립이 찬 공은 케일러 나바스의 왼쪽 상단을 지나갔고, 케일러 나바스는 이미 휘두른 팔을 다시 한번 뻗어 막으려고 했다.
만약 공에 케일러 나바스의 손이 닿지 않는다면 골이 될 수도 있는 순간!
하지만
티익!!
케일러 나바스의 손바닥이 닿지는 않았지만, 중지 손가락이 공에 닿았고, 그 영향으로 공의 방향을 바꾸는 데는 성공했다.
케일러 나바스의 선방에 공은 원래 요한 필립이 노렸던 바깥쪽 골대 안쪽이 아니라 골대 바깥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터어엉!!
요한 필립이 찬 공은 아쉽게 골대를 맞추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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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어엉!
가람은 요한 필립에게 패스한 후 그대로 공격적으로 나섰다.
원래 이번 경기에 가람은 역습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고 역습이 막혔을 때 킬리안 음바페를 막는 것이 임무였다.
하지만 이번 공격에서는 자신이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생각이 든 순간 몸을 움직였다.
물론 이렇게 되었을 때 박지석의 지시를 무시한 것이 되겠지만, 그래도 가람은 자신의 오랫동안 경험에서 나오는 본능과 생각에 몸을 맡겼다.
그리고 그때 생각지도 않게 킬리안 음바페도 가람을 마크하기 위해 나섰다.
사실 오늘 경기가 있기 전에 PSG 에르베 르나르 감독의 지시 중에 공격 찬스에서 가람이 움직인다면 킬리안 음바페가 막으라고 한 지시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가람과 킬리안 음바페는 PSG 진영으로 뛰어갔고, 요한 필립이 공격하고 있는 도중에 달렸다.
그리고 잠시 뒤 요한 필립이 케일러 나바스와 1대 1 찬스에서 슈팅을 때렸고, 그걸 지켜본 가람은 바깥쪽 골대를 향해 뛰어갔다.
터어엉!!
바깥쪽 골대를 맞고 나오는 공, 그 세컨볼을 향해 가람은 정확히 쇄도할 수 있었고, 바로 슈팅을 가지고 가려고 했다.
그때
촤르르르르~~~
뒤에서 자신을 따라오고 있는 킬리안 음바페이 슬라이딩 태클을 걸었다.
다소 거칠고 엉성한 태클이었지만, 그래도 가람이 바로 슈팅을 가지고 갈 타이밍을 완벽히 맞춘 뼈 아픈 태클이었다.
결국 가람은 어쩔 수 없이 바로 슈팅을 가지고 가지 못했고, 공의 방향을 바꿔야만 했다.
투욱
그렇게 방향을 바꿔 가람이 다시 슈팅을 가져가려는 사이 이번에는 중앙 수비수인 압두 디알로가 나타나 가람의 앞을 막았고, 압두 디알로의 수비에 슈팅 각도가 현저히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한 번 더 방향을 바꿔 드리블을 친다면 뒤쪽에서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케일러 나바스 골키퍼가 복귀해 골을 넣을 가능성은 더 줄어들게 되었다.
이제는 슈팅을 때려야 하는 타이밍이었다.
이에 가람은 골대 위쪽을 보고 강하게 슈팅을 때렸다. 각도가 없는 상황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뻐어엉!
퍼억!!
뿌득!
"김가람 선수의 슈팅! 압두 디알로 선수가 머리를 들어 막아냅니다."
"아.. 이건 상당히 충격이 클 것 같은데요. 저 위치에서 김가람 선수가 강하게 위쪽을 보고 슈팅을 때렸는데 주눅이 들지 않고 얼굴을 들어 막다니 압두 디알로 선수의 투지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압두 디알로에게 맞은 공은 골라인을 넘어갔지만, 압두 디알로는 충격에 그대로 쓰러졌고, 주심은 그 모습을 보고 의료진 투입을 요청했다.
하지만 압두 디알로는 자신이 치료를 받으면 코너킥에서 수비수 한 명이 빈다는 것을 걱정되어 치료를 거부하려고 했다.
그때 가람은 능숙한 프랑스어로 말했다.
"누워 있어. 지금은 괜찮을지 몰라도 머리를 맞았다면 검사를 받아야 해."
생각지 않은 가람의 말에 압두 디알로는 그대로 굳어버렸고, 의료진이 와서 압두 디알로를 데리고 치료하기 위해 골라인 바깥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가람은 의료진을 향해 말했다.
"제가 공을 강하게 찼고, 압두 디알로 선수가 공에 맞았을 때 파열음을 들었습니다. 혹시 모르니 정밀 검진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상대 팀이지만, 압두 디알로를 걱정하는 가람의 모습에 의료진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경기는 약간 어수선한 가운데 코너킥으로 이어졌고, 가람은 코너킥에서 공격에 나서기보다는 킬리안 음바페의 역습에 대비하며 킬리안 음바페 옆에 섰다.
그러자 킬리안 음바페가 그런 가람을 보며 입을 열었다.
"멋진데."
"뭐가 멋지다는 거지?"
"아까 압두 디알로를 걱정해주는 모습 말이야."
"같은 업계의 사람으로 당연한 거다."
"그렇군."
"그건 그렇고 아까 슬라이딩 태클의 타이밍은 좋았다. 이번에는 내가 막아주지."
가람이 자신의 슈팅을 막을 것을 기억해 갚아주겠다는 말을 하자, 킬리안 음바페는 흥분되기 시작했다.
"그래. 한번 막아봐. 나도 전력을 다할 테니."
그 순간 선더랜드의 코너킥이 진행되었고, 해리 네쳐가 찬 코너킥의 코스를 미리 읽은 듯 케일러 나바스가 뛰어나와서 공을 잡아챘다.
그리고 하프 라인에 있는 킬리안 음바페를 보고는 공을 찼다.
뻐어엉!
킬리안 음바페는 케일러 나바스가 찬 공의 방향을 읽고 뛰기 시작했고, 그와 마찬가지로 가람도 공의 낙하지점을 포착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둘은 어느 한 지점에서 멈춰서 공을 받아내기 위해서 몸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킬리안 음바페는 가람의 뒤에서 어떻게든 몸싸움에서 이겨보려고 노력했지만, 가람의 탄력 있고 단단한 몸에 자신이 부딪혀도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게다가 공이 다가오자 가람이 팔을 뒤로 뻗어 자세를 잡자, 꼭 집게에 잡힌 것처럼 움짝달싹 하지도 못했다.
그렇게 몸싸움에서 상대가 안 되자 킬리안 음바페는 가람이 최대한 점프를 하지 못해 뒤에서 유니폼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하지만
찌익!
유니폼이 늘어나는 소리와 함께 가람은 점프를 뛰었고, 공을 가로채서 앞으로 나가며, 킬리안 음바페를 보고 입을 열었다.
"내 유니폼이 그렇게 좋으면 경기 끝나고 교환이라도 하자고."
그 말에 킬리안 음바페는 순간 욱하며 가람에게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