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4화 유로파 결승전 PSG전[3]
하프 타임 선더랜드의 라커룸
전반전 경기를 마친 선더랜드 선수들은 자신의 생각대로 경기가 풀어지자, 웃으면서 서로 격려하는 가운데 라커룸에 들어왔고, 모두 각자 라커 앞에 자리하자, 박지석이 모두를 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 경기 준비한 대로 잘하고 있다. 요한 필립!"
"넵! 감독님."
"찬스를 놓쳤다고 기죽을 필요는 없어. 지금처럼 하면 후반전에도 기회가 나올 거다."
"알겠습니다."
"김가람. 너는 지금처럼 킬리안 음바페를 막아라. 오늘 경기에 킬리안 음바페는 가람이 막아주고 있으니 다른 선수들은 네이마르를 막는 것에 집중하도록 해라. 특히 해리 네쳐!"
"넵! 감독님."
"후반전에는 네가 네이마르를 적극적으로 마크하도록 해. 아주 적극적으로 말이야."
박지석의 적극적이라는 말이 자신의 특기 중 하나인 거친 플레이와 트래쉬 토크라는 걸 눈치챈 해리 네쳐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후반전에도 지금처럼 수비적인 전술은 유지한다. 대신 작전대로 70분이 되는 순간 공격적으로 나설 테니 그때는 확실히 보여줘라. 압두 디알로 선수가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나온 후안 베르나트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오늘 경기에 선발 출장하지 못했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후안 베르나트를 노려보면 기회가 생길 거다. 그럼 후반전에도 힘내도록 하자. 주장! 구호!"
그 말에 선더랜드 선수들뿐만 아니라 코치진에 스탭까지 전부 어깨동무를 하며 큰 원을 만들었고, 기성룡이 먼저 크게 선창했다.
"We are"
"Sunder!"
그렇게 구호를 외친 선수들은 경기장에 나서기 시작했고, 가람도 나가려고 할 때 박지석이 가람을 보며 말을 걸었다.
"가람아!"
"네. 감독님."
"전반전에 보니 킬리안 음바페도 너를 마크하도록 지시를 받은 것 같다."
박지석의 말대로 킬리안 음바페는 가람을 전담 마크를 하듯 옆을 따라다녔다.
가람은 어떻게든 킬리안 음바페를 흔들기 위해 몸싸움의 우위를 점하며 도발도 해봤지만, 쉽게 도발에 넘어오지 않으며 생각보다 귀찮게 자신을 마크했다.
"그런 것 같습니다."
"후반전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앞으로 나서서 킬리안 음바페를 많이 움직이게 해라. 그럼 후반 막판에 찬스를 만들 수 있을 거다."
박지석의 말은 가람의 체력적인 우위를 앞세워 킬리안 음바페의 체력을 빼라는 이야기였고, 자신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정확히 지시를 내리자, 가람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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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G의 라커룸
콰앙!
"젠장! 도대체 다들 뭐하고 있는 거야! 패스를 해줘야 할 거 아니야! EPL 승격팀에게 우리가 끌려다녀야겠어?"
네이마르가 라커룸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오면서 분통을 터뜨리자, 주변의 선수들도 화가 나기는 하지만 이 팀의 에이스 중 하나인 네이마르에게 뭐라고 말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뒤늦게 들어온 킬리안 음바페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자신의 라커 앞에 앉아, 거친 숨을 진정시키면서 스포츠 음료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런 킬리안 음바페의 모습에 네이마르는 쏘아붙이듯이 말을 이어갔다.
"음바페! 너는 도대체 몇 번의 찬스를 날려 먹은 거야. 오늘 경기에 네가 공격을 풀어가서 찬스를 만들어야 하는 거 몰라?"
오늘 경기에 킬리안 음바페는 완전히 가람에게 막혀 존재가 사라진 것을 콕 짚어 이야기하자, 킬리안 음바페도 욱해서 자리에서 일어나 네이마르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입을 열었다.
"뭐야? 한번 해보겠다는 거야?!"
이번 시즌에 에르베 르나르 감독의 체제하에 좋은 성적을 내기는 했지만, 한 팀에 너무 좋은 선수들이 많이 모이다 보니 그 뚜렷한 개성에 팀 결속력이라는 부분은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었다.
특히 경기가 잘 풀리면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자신들이 원하는 플레이를 하지 못하고,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다면 이 문제를 팀의 힘으로 풀어나가야 했는데 PSG는 그런 것이 기본적으로 부족했다.
게다가 이번 시즌에 기량이 만개하며 네이마르를 위협하고 있던 킬리안 음바페가 오늘 경기에 많은 찬스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찬스를 살리지 못하는 상황에 네이마르까지 팩트 폭행을 날리자, 일촉즉발의 상황이 된 것이었다.
그때
"뭐 하는 거냐?!"
뒤늦게 들어온 에르베 르나르 감독의 호통에 네이마르와 킬리안 음바페는 떨어졌다.
딱 봐도 뒤숭숭한 라커룸의 분위기가 자신이 들오기 전에 이미 한바탕 한 것으로 보였다.
사실 오늘 경기는 객관적으로 능력이 떨어진다고 평가받은 선더랜드와의 경기이기에 에르베 르나르 감독도 방심한 것이었다.
그들이 평소에 들고나온 전술을 사용한다면 충분히 네이마르나 킬리안 음바페를 통해 허점을 파고들고 골을 만들 수 있기에 오늘 경기는 어렵지 않게 골을 넣고 이길 거로 생각했다.
그리고 만약 수비 전술로 나선다고 해도 그동안 익숙하지 않았던 수비 전술이기에 완성도 낮은 수비 전술은 충분히 뚫어낼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완전 오판이었다.
권윤성, 닐 이안, 김가람이 오른쪽에 네이마르, 중앙의 마우로 이카르디, 왼쪽에 킬리안 음바페를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완성도 높은 수비 전술을 구사한 것이었다.
덕분에 킬리안 음바페가 상대 진영을 부수고, 네이마르와 마우로 이카르디가 마무리하는 PSG의 승리 패턴은 나올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김가람의 왼쪽 윙백 기용과 완벽에 가까운 킬리안 음바페 마크에 있었다.
'후우.. 선더랜드는 선수뿐 아니라 감독도 조심했어야 했는데..'
사실 선더랜드가 이번 시즌에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김가람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라고 치부했던 자신이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경기를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이런 복잡한 심정을 숨기고 최대한 해결책을 찾아봐야 했다.
"오늘 경기는 너희들이 답답한 만큼 나도 답답하다. 솔직히 말하면 상대팀이 전술적으로 준비를 잘 해왔다. 이럴 때일수록 힘을 합쳐야지! 싸우면 되겠어?"
에르베 르나르 감독의 말에도 네이바르와 킬리안 음바페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PSG의 장점이자 단점은 두 명의 에이스가 분위기 좋을 때는 환상의 호흡으로 잘 맞춰 나갔지만,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는 환장의 호흡으로 서로를 헐뜯고 싸우기 바쁜 것이었다.
수많은 감독은 저 둘을 어떻게든 융합해보려고 했지만 물과 기름처럼 둘은 호흡이 맞지 않았고, 만약 PSG가 정말 챔스의 우승을 원한다면 둘 중 하나는 내보내고 남은 한 명을 중심으로 팀을 짜는 게 맞았다.
하지만 그건 선수 모으기를 좋아하는 구단주에게 기각을 당한 상황이니, 지금은 어떻게든 이 상황을 타계해야 했다.
"후반전에는 네이마르에게 찬스를 만들어준다."
그 말에 들은 킬리안 음바페가 일어나서 소리쳤다.
"감독님!"
"내 말을 끝까지 들어!"
평소에 호통을 잘 치지 않은 에르베 르나르의 말에 킬리안 음바페는 바로 자리에 앉았고, 에르베 르나르가 말을 이어갔다.
"음바페. 너는 전반전에 내 지시에 따라 가람을 마크하다보니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잖아. 후반전 초반에는 체력을 아껴라."
"그래도.."
"그래도는 없어. 네가 만약 지쳐서 제 기량을 내지 못한다면 그건 선더랜드가 원하는 대로 되는 거야. 알겠어?"
"아.. 알겠습니다."
"앙헬 디마리아!"
"네. 감독님."
"방금 내가 말했듯이 후반전에는 네이마르를 통해서 공격을 풀어나가도록 해라. 마우리 이카르디!"
"네. 감독님."
"닐 이안이라는 선수는 수비형 미드필더라 몸싸움은 능할지 몰라도, 민첩한 움직임은 떨어질 거다. 공중볼보다는 속도를 이용해서 돌파해보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모두 들어라. 오늘 경기는 딱 한 골 차이로 승리가 결정될 거다. 그러니 집중해서 움직여라. 최대한 협력하고 골을 위해서 뛰도록 해라. 알겠나?"
에르베 르나르 감독의 말에 킬리안 음바페를 제외한 선수들은 대답했고, 선수들은 라커룸을 빠져나갔다.
그때 제일 늦게 나가고 있던 킬리안 음바페를 보며 에르베 르나르는 네이마르가 들어도 이해하지 못하도록 프랑스어로 말을 걸었다.
"후반전에 분명 기회가 올 거다. 그때까지 체력을 비축해라. 내가 신호를 보내면 공격적으로 나서라."
그 말에 킬리안 음바페는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라커룸을 빠져나갔다.
후반전 10분.
"경기는 전반전과 똑같은 양상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PSG가 공격하고 선덜랜드는 수비하는 모습으로 나오고 있는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같은 공격이라고 해도 PSG의 공격 루트는 기존에 킬리안 음바페 선수를 통한 공격이 아니라 네이마르 선수를 통해 공격하고 있습니다. 그게 좀 달라졌지만.."
삐이익!
차범군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네이마르가 해리 네쳐를 양손으로 거칠게 밀었고, 주심이 그걸 보더니 네이마르에게 다가가 파울을 주는 장면이 나왔다.
"여기서 네이마르 선수의 파울이 또다시 나옵니다."
"그렇죠. 이걸 말하고 싶었는데요. 네이마르 선수를 통해서 PSG가 공격을 풀어나가려고 하는 방법은 괜찮아 보이지만, 해리 네쳐 선수와의 경합 과정에서 너무 잦은 파울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건 좀 위험해 보이는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네이마르 선수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감정적으로 나오는 경향이 있는데, 박지석 감독이 그걸 캐치한 것 같습니다. 에르베 르나르 감독은 수를 쓰지 않으면 안 좋은 상황에 빠질 것 같은데요."
하지만 에르베 르나르 감독은 테크니컬 에어리어 라인에 서서 네이마르를 부르며 진정하라는 제스쳐만 취할 뿐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그 모습에 차범군이 못마땅하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아무리 팀의 에이스고 상징적인 선수라고 해도, 지금의 플레이가 팀을 망칠 것 같은 분위기가 보인다면 감독은 거침없이 교체를 해야 할 텐데요. 이건 좀 안 좋아 보입니다."
그렇게 말을 하는 사이 해리 네쳐는 전방에서 뛰고 있는 한 선수를 보고 공을 찼다.
뻐어엉!
해리 네쳐가 찬 공은 반대편 사이드 라인으로 날아갔고, 그 공을 향해 뛰는 건 오늘 경기에 왼쪽 윙어로 나온 오비 에자리아가 아니라 가람이었고, 그 옆에는 역시나 킬리안 음바페가 수비하기 위해 가람을 마크하고 있었다.
가람은 공을 능숙한 퍼스트 터치로 받아낸 후 바로 골대 안쪽으로 치고 들어가려고 했고, 킬리안 음바페는 가람을 붙어서 마크하기보다는 가람이 더 안쪽으로 치고 들어가지 못하도록 앞에서 드리블 방향을 제한할 뿐이었다.
생각지도 않은 가람의 돌파에 뒤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PSG의 오른쪽 수비인 알렉산드로 플로렌치가 황급히 수비에 가담하려고 했다.
그때
투욱~
가람은 갑자기 감속하며 공을 발의 뒤꿈치로 쳐서 공의 방향을 뒤로 보내면서 방향을 틀어 원래 달리던 방향에서 급격히 방향을 전환하고 골대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단번의 페이크 동작이었지만, 생각지 않은 타이밍에 나오게 되자, 킬리안 음바페는 가람을 막기 위해 방향을 돌리다가 크게 넘어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