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화 유로파 결승전 PSG전[6]
가람은 에르베 르나르 감독의 외침에 뛰어가는 킬리안 음바페를 마크하며 이번에 킬리안 음바페를 막는 데 성공한다면 오늘 경기는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지금 이 기회를 킬리안 음바페가 살려내서 동점 골을 직접 뽑아내거나 동점골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면 오늘 경기는 힘들어질 거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타타탓!!
가람은 킬리안 음바페를 막으면서 고개를 돌려 반대편을 봤다.
반대편에서 해리 네쳐와 권윤성이 체력이 떨어진 건지 아니면 율리안 드락슬러의 능력이 뛰어난 건지 선더랜드의 오른쪽 수비는 무너져지기 시작했다.
'젠장!'
그렇게 가람은 골대로 다가오는 율리안 드락슬러를 마크하기보다는 킬리안 음바페의 마크에 신경쓰며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진 율리안 드락슬러의 슈팅 소리와 함께 킬리안 음바페는 세컨볼을 노리는 듯 속도를 올렸고, 가람도 그에 맞춰 속도를 올렸다.
그렇게 둘은 순식간에 패널티 에어리어 안쪽까지 들어갔고, 가람은 이제는 더 킬리안 음바페에게 공간을 내어주면 위험하다고 판단해 킬리안 음바페가 공을 받을 수 있는 안쪽 위치를 선점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
퍼앙!
딘 핸더슨이 쳐낸 슈팅이 앞으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반대편 골대 쪽으로 나아가자, 가람은 안쪽의 위치를 선점하고 있던 우위가 무산되었고, 공을 향해 다시 바깥쪽으로 달려야 했다.
그때
타타타탓!
가람은 그걸 느낄 수 있었다.
꼭 다른 세상에 있는 듯 다른 속도를 보여주는 킬리안 음바페의 움직임. 그건 각성 상태에 들어갔을 때 특유의 몰입된 움직임이었다.
'제길.. 하필이면..'
너무나 극적인 타이밍에 이루어진 킬리안 음바페의 각성 상태에 가람은 이를 꽉 물었다.
이전에 프리미어 리그 우승할 때는 이상한 패널티로 자신을 방해하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자신에게 패널티를 주지 않는 대신에 킬리안 음바페에게 좋은 기회를 준 것이었다.
선더랜드를 유럽 정상에 올리라는 미션을 주기는 했지만, 쉽게 이루는 건 안 된다는 듯 방해하는 의도에 가람은 화가 나기는 했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는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위기 상황이기는 하지만 반대로 킬리안 음바페가 각성 상태까지 들어갔는데 이 공격을 막아낸다면 확실히 승리를 따낼 수 있을 것이었다.
각성 상태가 좋은 점이 많지만, 그 반동으로 각성 상태에서 빠져 나왔을 때 극심한 체력저하를 느끼게 될 테니, 공격을 막게 된다면 킬리안 음바페는 상당히 지칠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네이마르가 빠진 상태에 킬리안 음바페까지 지친다면 PSG의 공격은 더는 위협적이지 않을 것이었다.
뿌득!!
가람은 어금니를 꽉 물고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를 냈다.
타타타탓!!!
'조금만 더!!'
하지만 가람이 모든 힘을 짜내 달리는 것과 별개로 킬리안 음바페와의 거리를 좁히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결국 킬리안 음바페가 먼저 공을 잡아낼 수 있었다.
만약 저기서 킬리안 음바페가 잠시라도 머뭇거린다면 가람은 바로 몸을 날린 수비로 킬리안 음바페를 막을 생각이었다.
각도도 없는 상황. 거의 골대와 일직선상이기에 연습 때도 저 위치에서 골을 넣는 건 힘든 일이고, 아무런 방해가 없는 빈 골대로 넣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게 가람은 킬리안 음바페가 방향을 바꿔 슈팅을 때리기를 기다렸다.
그 순간
뻐어엉!
킬리안 음바페는 가람의 생각을 읽었는지 각도도 없는 상황에서 슈팅을 때렸고, 가람은 어떻게든 막기 위해 몸을 날렸다.
티잇!
가람이 이를 악문 결과 그나마 공은 가람의 어깨 쪽을 닿아 방향이 살짝 바뀌기는 했지만 공의 전체적인 방향을 바꿀 수는 없었다.
휘리릭~
터엉~
공은 반대편 골대로 날아가더니 골대에 맞았고, 그 순간 가람은 공이 골대 바깥으로 나가기를 기도했다.
하지만
철썩!
"아! 골입니다. 후반 37분에 킬리안 음바페 선수! 결국 골을 만들어 냅니다."
"이건 아쉽지만, 킬리안 음바페 선수의 뛰어난 능력을 칭찬 안 할 수가 없네요. 전반에 김가람 선수에게 막혀 체력적인 낭비를 했는데, 후반 내내 큰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체력을 비축하더니 결국 한방에 터트려 골로 연결합니다."
"그렇습니다. 이렇게 되면 에르베 르나르 감독이 네이마르 선수를 빼고 율리안 드락슬러 선수를 투입한 건 신의 한 수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죠. 저희 짧은 소견에는 지금처럼 PSG는 두 명의 에이스보다는 한 명의 에이스에 집중해 원팀으로 만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율리안 드락슬러는 일부러 슈팅을 찰 때 킬리안 음바페 선수를 보고 강한 슈팅을 때렸거든요. 만약 저 위치에 네이마르 선수가 있었다면 골을 넣기 위해 강한 슈팅보다는 정교한 슈팅을 때렸을 겁니다. 그렇다면 딘 핸더슨 골키퍼한테 막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단 하나의 슈팅과 골에도 이런 의도와 내용이 있는지 몰랐는데 차범군 위원님이 설명해주시니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골을 넣은 킬리안 음바페는 자신의 특유의 세레머니인 팔짱 끼고 약간 거만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했고, 잠시 후 PSG의 선수들이 달려들어 골을 축하했다.
그와 동시에 PSG 서포터즈들은 응원가를 부르며 동점골을 축하했다.
그렇게 PSG의 축하 장면이 나오고 있을 때
"아.. 지금 기성룡 선수와 해리 네쳐 선수가 동시에 그라운드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음. 오늘 경기에 상당히 치열한 분위기로 가고 있었는데요. 결국 체력적인 문제가 발생한 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심각한 부상은 아니었으면 하는데요."
그렇게 PSG의 골 세레머니가 진행되는 도중 선더랜드는 의료진을 투입해 기성룡과 해리 네쳐의 상태를 살펴보더니 바로 교체를 가지고 갔다.
"아. 이거 아무래도 교체가 되는 것 같습니다. 조지 허니먼 선수와 맥스 파워 선수가 준비하는군요."
"두 선수는 선더랜드가 하위 리그에 있었을 때부터 활약하던 선수인데요. 이번 시즌에도 종종 로테이션으로 나와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었으니 기대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교체되는 두 선수가 기성룡 선수나 해리 네쳐 선수처럼 좋은 패스를 가지고 있지는 않을 텐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무래도 교체 아웃된 두 선수에 비하면 패스 능력은 떨어지는 건 맞습니다. 지금처럼 롱패스로 역습을 할 때는 좋은 모습을 보여줄지는 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차범군의 걱정을 알고 있다는 것처럼 조지 허니먼은 경기에 투입되자, 가람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건넸고, 가람이 위치를 바꿔 전방으로 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차범군이 눈을 빛내며 입을 열었다.
"지금 교체 투입과 동시에 전술 변화도 가지고 가는 것 같습니다. 김가람 선수가 전방으로 나가면서 요한 필립 선수와 투 톱을 이루고 하비 반츠 선수와 오비 에자리아 선수가 중앙 미드필더 선까지 내려왔는데요.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4-4-2로 전술이 바뀌는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닐 이안 선수가 지금과 다르게 아예 센터백 라인에 김만재 선수 옆에 섰습니다. 이렇게 되면서 선더랜드는 권윤성, 김만재, 닐이안, 리산드로 마르티네스가 포백을 형성하며 수비 라인을 만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남은 시간에 박지석 감독은 공격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공격적이라고 하기에는 4-4-2 전술이 다소 수비적인 전술이 아닌가요?"
"하하 맞기는 하지만 기존에 5-2-3 전술은 역습에만 특화된 전술이라면 4-4-2 전술은 5-2-3 전술을 비해 지공 상황에서도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기존 전술을 비해 공격적인 전술을 사용한다는 말씀을 하시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변경된 선더랜드의 전술이 어떻게 후반을 이끌어 나갈지 기대해보겠습니다. 경기는 선더랜드의 공으로 다시 시작됩니다."
경기가 다시 시작되는 동시에 공을 받은 가람은 공격적으로 나서려고 했다.
그때 가람의 눈에는 기존과 다르게 PSG도 전술이 바뀐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아. 지금 선더랜드의 바뀐 전술에 맞춰 PSG도 전술을 바꾼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안데르 에레라 선수가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로 가고 킬리안 음바페 선수와 율리안 드락슬러 선수가 밑으로 내려와 있네요. 이렇게 되면 4-3-3 전술에서 4-1-4-1 전술로 바뀐 것으로 보입니다. PSG도 남은 시간에 동점골을 지키려고 하는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는 말은 PSG는 승부차기까지 경기를 지켜보겠다는 걸까요?"
"제 생각에는 방금 선더랜드 주전 선수 2명이 교체되는 걸 보고 PSG 에르베 르나르 감독이 좀 더 경기를 끌고 가면 결국 선수 역량 차이로 자신들이 우세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선더랜드는 1대 0으로 이기다가 방금 골이 먹히면서 사기가 떨어졌거든요. 이럴 때 바로 골을 넣지 못하거나 흐름을 가지고 오지 못한다면 에르베 르나르 감독의 생각대로 경기가 흘러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가람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마우로 이카르디를 가볍게 드리블을 통해 제쳐 안쪽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때
꽈악!
마우로 이카르디는 거칠게 가람의 유니폼을 잡았고, 생각지 않은 마우로 이카르디의 제지에 가람은 순간 당황했다.
그리고
삐이익!!
"마우로 이카르디 선수. 김가람 선수의 유니폼을 잡아챕니다. 이건 살짝 의도한 파울로 보이는데요."
"아무래도 시간을 끌고, 김가람 선수에게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좀 짜증이 나지만, PSG 입장에서는 영리한 전술입니다."
가람은 주심의 파울에 마우로 이카르디가 일부러 잡았다고 어필을 했지만, 주심은 알겠다는 듯 고개만 끄덕였다.
그 후 마우로 이카르디를 보더니, 마우로 이카르디는 웃으며 자기 수비 위치로 돌아갔다.
그리고 가람의 눈에는 에르베 르나르 감독이 선수들에게 파울을 유도하라는 듯한 제스쳐가 보였다.
'그래. 그렇게 나오시겠다. 이거지.'
그렇게 다시 선더랜드는 하프 라인 인근에서 공격 기회를 잡았고, 프리키커로 권윤성이 나서자, 가람이 다가가 입을 열었다.
"윤성 선배! 저한테 공을 주세요."
"어떻게? 위로 아래로?"
"위로 주세요. 최대한 몸싸움을 할 수 있게요."
"그래. 알겠어."
그렇게 이야기를 나눈 가람은 속도를 올려 단번에 패널티 에어리어 인근으로 뛰어갔고, 권윤성은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 난 후에도 잠시 가람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기다린 후 공을 찼다.
뻐어엉!!
공은 가람이 위치한 패널티 에어리어 앞을 향해 정확히 날아왔고, 가람은 미리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자리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런 가람을 마크하기 위해 중앙 수비수 듀오인 마르퀴뇨스와 프리스넬 킴펨베가 적극적으로 마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은 정확히 세 명이 자리싸움을 하고 있는 위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