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화 유로파 결승전 PSG전[8]
가람은 골세레머니를 한 후 선더랜드의 선수들이 모여 있을 떄 그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아직 경기가 끝난 게 아니예요. 저 녀석들은 분명 막판에 공격적으로 나올 거예요. 우리도 당한 대로 갚아주도록 해야죠."
그 말에 이번 역전 골의 주인공인 조지 허니먼이 입을 열었다.
"당한 대로?"
가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선더랜드의 선수들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전했고, 그 이야기를 들은 선수들은 모두 가람의 말에 동의했다.
주장인 기성룡이 나간 후 주장 완장은 리산드로 마르티네스가 이어받아 차고 있었지만, 오늘 경기 승리를 위해 누군가의 말을 들어야 한다면 그건 가람이라는 걸 모두가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만약 이곳이 유교와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동양권의 팀이라면 가람의 의견은 무시당했겠지만, 다행히 이곳은 잉글랜드였다.
그렇게 골 세레머니를 마친 선더랜드 선수들이 자리로 돌아가는 동안 에르베 르나르 감독은 킬리안 음바페와 앙헬 디마리아를 불러 무언가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들은 둘은 감독의 지시를 PSG 선수들에게 전했고, 잠시 후 다시 PSG의 공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시작과 동시에 공을 잡은 킬리안 음바페는 뒤쪽에 있는 앙헬 디마리아에게 공을 건네고 앞쪽으로 전진했다.
"PSG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PSG는 지금 4-3-3 전술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남은 시간에 공격적으로 보내겠다는 의지가 보이네요. 에르베 르나르 감독은 전술 변화로 다시 기회를 만들려고 합니다."
앙헬 디마리아는 공을 잡고 주변 동료들에게 올라가라고 지시했고, PSG 선수들은 공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지금 중앙 수비수인 마뤼퀴뇨스와 프레스넬 킴펨베 선수를 제외하고는 다 올라갑니다."
"PSG도 이제는 결단을 내릴 때가 된 거죠. 공격적으로 나서서 실점해도 지는 건 마찬가지니 지금은 어떻게든 골을 넣어서 연장전으로 경기를 이어갈 생각으로 보입니다."
그때 앙헬 디마리아는 자신을 막기 위해 뛰어오고 있는 조지 허니먼을 보고 옆에 있는 마르코 베라티에게 공을 주려고 했지만, 패스 길목을 가람이 정확히 가로막는 걸 보더니 패스하다가 되려 가람에게 공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지 허니먼과 경합을 벌이는 게 더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투툭!
조지 허니먼은 생각보다 빠른 움직임으로 앙헬 디마리아 곁으로 다가왔고, 앙헬 디마리아는 조지 허니먼의 생각지 않은 적극적인 몸싸움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조지 허니먼을 제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앙헬 디마리아는 유연한 드리블과 상체 페이크를 통해 조지 허니먼의 수비 타이밍을 뺏는 데 성공했고, 그대로 조지 허니먼을 제쳐서 앞으로 나갔다.
그때
터억!
앙헬 디마리아는 자신이 빠져나오는 왼쪽 발에 무언가 걸린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시야가 흔들렸고, 그와 동시에 바닥에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삐이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조지 허니먼의 파울이 선언되고, 앙헬 디마리아는 바로 일어나서 공격하려고 하는데 주심이 그걸 저지했다.
의아한 모습에 앙헬 디마리아가 뒤를 쳐다보자, 조지 허니먼이 고통스러운 듯 발목을 잡고 쓰러져 있었다.
순간 앙헬 디마리아는 다리가 걸린 게 자신인데 쓰러져 있는 조지 허니먼을 보며 화가 났지만, 빨리 일으켜서 경기를 진행하고 싶어 다가가서 손을 건넸다.
그때
탓!
아까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조지 허니먼은 앙헬 디마리아의 손을 거절했고, 순간 화가 난 앙헬 디마리아는 쓰러진 조지 허니먼 향해 욕설하며 멱살을 잡고 몸싸움을 벌이려고 했다.
그때
삐이익! 삐이익!!
주심은 그 모습에 휘슬을 불었고, 쓰러진 조지 허니먼은 억울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주심을 봤고, 주심은 앙헬 디마리아를 보며 옐로우 카드를 들었다.
그 모습에 앙헬 디마리아는 남미 선수 특유의 흥분감으로 더욱 심판의 판정에 불만을 표현하고 거세게 저항했는데, 주변의 동료들은 그런 앙헬 디마리아를 보며 말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경기가 잠깐 어수선해진 사이에 쓰러져 있던 조지 허니먼은 어느새 일어나 경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하하하. 이거 아까 앙헬 디마리아에게 당했던 걸 그대로 갚아주는 조지 허니먼 선수입니다. 보는 저희도 통쾌하네요."
"조지 허니먼 선수 영리하네요. 이제 시간은 선더랜드의 편이거든요.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건 PSG에게 좋은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조지 허니먼의 반칙이었지만, 누워 있는 조지 허니먼에게 폭력을 행사하려고 했던 앙헬 디마리아의 행동 때문에 선더랜드가 프리킥을 차게 되었다. 하프 라인 인근에서 가람이 프리킥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김가람 선수의 프리킥인데요. 지금 보면 전방에 선더랜드 선수들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죠. 선더랜드도 남은 시간에 수비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선더랜드 입장에서는 굳이 선수를 공격 위치로 보낼 이유는 없습니다."
삐익!
주심이 휘슬을 불었지만, 가람은 프리킥을 바로 차지 않고, 잠시 시간을 끌었다.
앙헬 디마리아가 신체적 위해를 가한 파울이기에 직접 프리킥을 준 상황이어서 PSG 선수들은 가람이 공을 찰 때까지는 움직일 수 없었고, 가람이 공을 차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뒤에 PSG선수들이 인내심이 폭발하려는 순간 가람이 스탭을 밟으며 뛰어오기 시작했고, 프리킥 수비벽에 있는 선수들은 살짝 긴장했다.
그때
휘청~
가람은 달려오다가 자신의 발에 걸려 쓰러지는 시늉을 했고, 갑자기 신발끈을 풀더니 신발끈을 묶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에르베 르나르 감독은 자리에서 일어나 항의했고, 주심도 그 모습을 보며 다가갔다.
하지만 가람은 최대한 죄송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신발끈이 풀려서 그래요. 최대한 빨리 차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 경고야. 또다시 시간을 끈다면 카드가 나올 거야. 신발끈 묶으면 바로 차도록 해."
가람이 바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자, 주심은 알겠다는 듯 자리를 떠났고, 에르베 르나르 감독은 가람에게 카드를 주지 않는 주심을 보며 대기심에게 항의했지만, 이미 PSG도 동점인 상황에 시간을 끄는 플레이를 해왔기에 대기심은 에르베 르나르 감독의 항의를 무시했다.
그리고 잠시 후 가람은 프리킥을 차기 위해 다시 스탭을 밟았다. 하지만 한차례 가람이 프리킥을 차려다가 안 찬 것 때문에 PSG 선수들의 긴장감은 아까보다 덜 했고, 자신의 진영에 선더랜드 선수들도 없는 상황에 프리킥을 찬다는 것이라서 막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PSG 선수들의 긴장감이 떨어질 때 가람은 아까와 다르게 빠르게 스탭을 밟은 후 프리킥을 찼다.
뻐어엉!
가람이 찬 공은 다소 높게 올라갔고, 그걸 본 배선재는 말했다.
"아! 선더랜드도 공을 바깥으로 보내서 시간을 끌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입니다."
"으음. 글쎄요. 그렇다면 사이드 라인 쪽으로 보내는 게 더 유리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공은 골대가 있는 곳으로 정확히 날아가고 있습니다. 바깥으로 걷어내는 의도라면 멀고 정확하게 날아갈 수 있는 골킥보다는 스로인을 주는 게 좋은데요. 이건 좀.."
그렇게 차범군이 말을 이어가려는 순간 공은 점점 골대 쪽으로 정확히 날아갔고, 그 모습을 본 차범군이 다급히 말을 이어갔다.
"어. 이거 지금 케일러 나바스 선수가 생각보다 앞으로 나와 있거든요. 잘못하면 이거.."
차범군의 말보다 공이 더 빠르게 움직였고, 공은 처음 찼을 때 높게 형성되었던 것과 다르게 점점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 본 케일러 나바스는 하프 라인에서 설마 골대를 노리고 찬다는 건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기에 다급히 다시 공의 낙하지점을 포착해 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백스탭으로 공의 낙하지점을 찾다가, 공이 점점 골대 쪽으로 가까워지자 케일러 나바스는 뒤돌아 골대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경기를 준비할 때 가람의 놀라운 킥력에 대한 자료에서 맨시티전에 에데르송 모라에스 골키퍼가 자신처럼 가람의 롱 슛이 전속력으로 달려 게임 속 캐릭터처럼 우스꽝스러운 포즈로 골을 막은 것을 기억하며, 케일러 나바스도 공의 위치를 예측해서 손을 뻗었다.
하지만 케일러 나바스가 손을 뻗은 곳 바로 옆으로 공은 떨어졌다.
슈유융
철썩!
"고오오오올! 후반 46분에 김가람 선수가 추가 득점에 성공합니다. 만화에서만 볼 법한 하프 라인 근처에서 프리킥을 단번에 골로 만들어냅니다."
"와. 이건 정말 입이 벌어질 수밖에 없네요. 이런 원더골이 이런 경기에서 나오다니요. 김가람 선수 정말 대단한 선수입니다. 저 선수가 한국 국가대표라는 게 너무 기쁘고 다가오는 월드텁 최종예선, 나아가서 월드컵에서 어떤 활약을 펼치지 기대가 됩니다."
가람은 골이 터지는 순간 만세 세레머니를 했고, 주변에 있는 동료들은 가람에게 달려들어 골을 축하했다.
그리고 경기 종료 직전에 터진 가람의 쇄기골에 PSG 선수들은 고개를 떨구었고, 에르베 르나르 감독은 허망한 듯 하늘을 보며 오늘 경기의 결과를 받아드려야 했다.
경기는 다시 PSG의 공으로 시작되었지만, PSG 선수들은 사기를 잃은 듯 뒤쪽으로 공을 돌리기 시작했다. 약간의 파울 시간과 네이마르의 해프닝으로 5분 정도의 추가 시간을 받았다.
"대기심이 5분의 추가시간을 들어 보입니다."
"5분이라 충분히 골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지만, 그게 김가람 선수가 골을 넣기 전의 상황이었다면 PSG 선수들도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어보려고 하겠지만, 지금은 기적이 있지 않는 한 이 경기를 뒤집는 일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PSG의 공격력이라면 어떻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1골이라면 어떻게든 해보겠지만, 2골은 힘들어 보입니다. 그리고 지금 보시면.."
삐이익!!
차범군의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이번에는 하프 라인 근처에서 맥스 파워가 안데르 에레라를 상대로 파울을 걸었고, PSG의 프리킥으로 경기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차범군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선더랜드 선수들. 아까 PSG 선수들이 했던 것처럼 위험한 공간이 아닌 곳에서 파울로 경기의 흐름을 끊어버리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축구는 흐름의 스포츠거든요. 이렇게 파울로 흐름을 끊어버리면 들어갈 골도 안 들어가게 됩니다."
그렇게 PSG의 프리킥으로 경기가 시작되려고 할 때 킬리안 음바페가 앙헬 디마리아에게 말해서 스스로 프리킥을 차려고 했다.
앙헬 디마리아는 바로 자리를 비켜주었고, 아까 가람과 거의 동일한 위치에서 프리킥을 찰 수 있게 되었다.
"설마 킬리안 음바페 선수도 골을 노려 보는 건가요?"
배선재의 말이 끝나는 동시에 킬리안 음바페는 달려들어 슈팅을 때렸다. 킬리안 음바페가 찬공은 가람이 찬 코스와 마찬가지로 골대를 향해 정확하게 뻗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