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237화 (238/319)

237화 영입의 시간[2]

김하늘의 문자를 가람이만 받은 게 아니고 권윤성도 핸드폰을 확인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서 손홍민을 보며 말했다.

"홍민이형 우리~ 같이 퇴근하겠는데요?"

"그래. 그럴 것 같네."

손홍민은 이미 문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바로 웃으며 반응했고, 그 모습을 보며 가람은 살짝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 어린동절한 가람을 놀래키기 위해 이강운이 살며시 가람의 등 뒤로 다가와 가람의 등을 손바닥으로 쳤다.

짜악!

"아아앗!"

등을 내려친 건 이강운이었고, 들려오는 소리도 찰진 소리였지만, 비명을 지른 건 가람이 아니라 이강운이었다. 가람은 모기에 물린 듯 등을 긁적거리며 말했다.

"이제 폭력 행사라도 하려는 거냐?"

"아우!! 이 괴물! 어떻게 내가 때렸는데 내가 더 아픈 거야!!"

"네 녀석이 허약한 거다."

"뭐라고?!"

그 말에 이강운은 갑자기 윗옷을 벗더니 수줍게 올라온 가슴 근육과 희미하게 보이는 복근을 자랑하며 말했다.

"이 형님의 근육을 보고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거냐?!"

"아주 주인을 닮아서 앙증맞은 근육들이네. 근육 이야기하려면 최소한 저 정도는 되야지."

가람은 손가락을 들어 노망준을 가리켰고, 흑인 혼혈답게 구리빛 피부에 선명한 근육질 몸을 자랑하는 노망준을 보며 이강운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번 생에는 포기해야 할 듯.."

그렇게 가람은 노망준이 옷을 갈아입는 것을 기다린 후 권윤성이 모두를 이끌고 김하늘의 지시로 함께 후문으로 향했다.

그렇게 후문에 도착하자, 그곳에는 연예인들이 탄다는 고급 소형 외제 버스가 준비되어 있었고, 그 앞에 김하늘이 나와 선수들을 맞이했다.

손홍민을 비롯한 모든 선수는 생각지 않은 고급 외제차에 놀랐지만 김하늘은 어서 타라는 듯 손짓을 하며 입을 열었다.

"오늘 경기는 모두 수고했습니다. 우선 차에 올라서 이야기를 나누시죠."

김하늘의 말에 선수들은 하나 둘씩 버스에 올랐고, 가람은 일부러 제일 마지막에 타면서 평소에 자신을 대할 때랑 달리 비지니스 미소을 지어서 친절을 베푸는 김하늘을 보며 살며시 다가가서 속삭이듯 입을 열었다.

"형. 왜 이렇게 많이 부른 거예요? 망준이만 영입하는 거 아니에요?"

"망준 선수 계약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우선 버스에 타아."

김하늘의 말에 가람도 고개를 끄덕이고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는 개인 좌석으로 공간도 여유롭고 넉넉한 공간을 보여주었는데 흡사 비행기의 퍼스트 클래스가 같은 느낌이었다.

버스에 착석한 선수들은 버스에 타고 있었던 박지석과 인사를 나누고 김하늘이 회수한 개인 짐이 있는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았다.

언제 버스에 탔는지 모를 강이찬은 박지석과 함께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버스에 오른 가람을 보며 박지석이 말을 건넸다.

"이찬이한테 들어보니깐 스탭으로서 기쁨을 알게 되었다는데 은퇴하고 나면 같이 일하는 건 어때?"

"하하하. 그냥 해본 말이에요. 아직은 한창때라 선수로 뛰고 싶어요. 그냥 못들은 걸로 해주세요."

"그래. 알겠다. 몸 상태는 어떻고?"

"몸 상태는 언제나 말했듯이 100%로 좋습니다. 주변의 시선은 걱정 투성이지만 정말 저는 괜찮아요."

"그래.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고, 돌다리도 두들겨보는 게 좋으니 한동안은 격하게 운동하지 말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모두 버스에 오르자, 김하늘은 흡사 가이드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열었다.

"우선 A매치 치르시느라고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우리는 지금 다 같이 미리 예약해둔 호텔로 갈 것이고요. 호텔에서 쉬고, 여러분들과 이야기를 할 예정입니다. 물론 김만재 선수와 권윤성 선수는 호텔에서 쉰 다음 원래 계획했던 휴가를 즐기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구단주님! 아니 지금은 에이전트시죠?"

"하하하. 맞습니다. 대신 권윤성 선수는 저랑 이야기했듯이 체중 관리 하셔야 합니다. 매주 체중 찍어서 보내주시고요. 체중 너무 불어나면 박지석 감독님이 지옥의 체력 훈련으로 불어난 체중을 증발시키신다고 하셨으니 잊지 말았으면 좋겠네요."

"으읏.. 알겠어요."

그렇게 권윤성이 실망한 듯 고개를 숙였고 그 모습에 선수들은 한바탕 웃었다.

가람은 김하늘이 말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신경 쓰여 슬며시 고개를 들어 손홍민을 봤고, 손홍민은 가볍게 눈웃음을 지으며 가람의 시선에 화답했다.

'설마..'

그렇게 버스의 운행이 시작되자, 오늘 경기에 가람을 빼고 전부 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선수들은 하나, 둘 잠에 빠졌다. 그렇게 모두가 잠에 들자 가람은 김하늘의 가까운 자리에 가서 앉으며 말했다.

"이게 무슨 일이에요?"

"무슨 일은? 여름 이적시장에 에이전트이자 구단주, 그리고 감독, 게다가 수석 팀 닥터까지 한자리에 모여 있다는 게 어떤 걸 의미하는지 모르겠어?"

"설마 영입하려고요?"

"그래. 방금 전에 오비 에자리아 선수도 에버튼으로 떠났다. 너니깐 보여주는 거다. 이거 봐라. 지금까지 나간 선수들의 명단이야."

오비 에자리아(에버튼)

올리비에 지루(PSG)

마리오 만주키치(GNK디나모 자그레브)

브라이언 오비에도(아스날)

파카요 토모리(첼시)

딘 핸더슨(맨유)

맥스 파워(리버풀)

신의 장난인지 아니면 승격팀이 우승한 후 오는 필연인지 수많은 선수가 유럽의 유명한 구단에서 오퍼를 받았고, 김하늘은 어떻게든 막기 위해서 선수들을 설득했지만, 돈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와 승격 시즌과 다르게 쓸 수 있는 자금이 한정되면서 잡을 수 있는 선수들은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심지어 장난도 아니고 다른 해외 팀도 아니라 자국 리그의 다른 팀으로 이적한 것은 큰 타격이었다.

"많이도 나갔네요."

씁쓸한 마음에 가람은 올리비에 지루와 마리오 만주키치라는 이름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가람이 한국으로 떠나기 전, 가람은 올리비에 지루와 마리오 만주키치 함께 스미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식사했었다.

"한국에 간다고?"

"네에. 좀 볼일이 있어서요. 그런데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

"다른 게 아니라..."

올리비에 지루가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자, 마리오 만주키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좋은 오퍼가 들어왔다. 다른 곳도 아니고 고국의 팀에서 선수뿐 아니라 코치 연수까지 진행해준다고 했다."

"하지만 코치 연수는 선더랜드에서도 이야기하면 충분히 가능할 거예요."

가람의 말에 이번에는 올리비에 지루가 입을 열었다.

"그렇지. 이 오퍼가 들어왔을 때 이미 구단주님과 이야기했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셨지."

"그 말씀은 이미 결정을 하셨다는 건가요?"

"그래. 미안하다. 나중에 너도 나이를 먹고 나면 고향이 그립고 노후는 자국 리그에서 뛰고 싶을 거야. 그리고 부상 당해서 가는 것보다 이렇게 나이 먹어도 좋은 성적을 낸다는 걸 보여주니깐 더 대우 받고 이적할 수 있고 말이야."

"그렇군요. 그렇게까지 이야기하시는 걸 보면 제가 마음을 돌릴 수는 없겠네요. 그리울 겁니다. 오늘은 제가 살 테니 마음껏 드시죠."

"에이. 그러면 안 되지. 우리가 나가는데 우리가 내야지. 안 그래?"

"너 아까 들어오면서 식당 주인 아들인데 밥값은 굳었다고 말했다."

"에이! 그 야이기는 우리끼리 한 이야기잖아!!"

그렇게 잠시 회상을 마친 가람은 순간 노망준을 영입해서 마리오 만주키치와 올리비에 지루의 빈자리를 메우려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사실 국가대표 경기에서 피지컬로 공략해 골을 넣기는 했지만, 그건 말 그대로 서프라이즈였기에 가능했던 것이지 프리미어 리그처럼 선수들을 분석하고, 약점을 공략하는 곳이라면 노망준은 잠깐 반짝 빛났다가 결국 부정확한 슈팅과 어설픈 드리블 실력이 들통날 것이었다.

"설마 그래서 스트라이커 자리에 노망준 선수를 기용하려고 하시는 건가요?"

"뭐. 그건 내가 아니라 박지석 감독님이 판단하실 거지만, 그 가능성은 그리 높지는 않을 것 같다."

선수를 보는 안목은 김하늘이 뛰어난 편이지만, 결국 그 선수를 기용하고 전술에 맞춰서 쓰는 건 박지석의 능력이었다.

그리고 강승연 시절에 박지석은 선수의 능력을 통찰하고 선수의 포지션을 정하는 건 귀신처럼 잘 찾았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나한테도 죽어라 위치 선정이랑 몸싸움 연습시켜서 완성형 스트라이커로 기용하셨으니.. 그 부분은 걱정할 필요 없겠지.'

강승연 시절에도 강승연은 처음에 스피드를 살려 역습에서 골을 만들어내는 스타일이었지만, 박지석이 게르트 뮐러의 영상을 보여주면서 위치선정을 가르치고, 죽을 것 같은 근육 훈련을 통해서 완성형 스트라이커로 변하게 했다.

그렇다면 크게 걱정할 건 없었다.

문제는 지금 있는 선수들로 해도 빈 자리를 다 메우는 건 쉽지 않을 거라는 점이었다. 특히 골키퍼인 딘 핸더슨의 공백은 상당히 컸다.

그렇게 가람이 순간 어두운 표정을 보이자, 김하늘이 가람한테서 리스트를 다시 받아오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내가 누구냐? 선수들 싸게 안 팔았으니깐 그 돈으로 좋은 선수들 영입해올 테니 걱정하지 마. 지금 여기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니깐 말이야."

"그럼 손홍민 선배랑 강운이는 이야기가 된 거예요?"

"우선 둘 다 내년 월드컵에서 나가야 하는데 손홍민 선수를 레알 마드리드에서 출전이 힘들 것 같고, 이강운 선수는 바뀐 감독이 대놓고 기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하네."

"네에? 기용을 안 해요?"

"그래. 지금 토트넘에 해리 케인 선수도 이적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강운 선수가 해리 케인 선수와 좋은 호흡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그런 골게터가 없어지면 이강운 선수보다 골을 넣을 수 있는 다른 선수가 더 매력적이라고 판단한 거라고 봐야지."

"그렇군요."

"물론 둘 다 각 소속팀에 이적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1년 임대로 복귀 조항은 없이 완전 영입 조항 추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상태야. 구단하고는 어느 정도 이야기는 되었는데 중요한 건 선수들의 마음이지. 그러니 네가 마음 좀 돌려봐라."

"네에? 제가요?"

"그래. 이 녀석아! 아까도 말했듯이 월드컵에 나가려고 몸 상태를 끌어올릴 팀이 필요한 거라고 했잖아. 그리고 우리 팀만큼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많은 곳도 없고 말이지."

김하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맞는 말이었다.

사실 지금은 월드컵 우승이 아니라 선더랜드의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었기에 고려하지 않았지만, 월드컵 우승이 목표라면 손홍민과 이강운을 영입하는 건 좋은 영입이었다.

게다가 월드컵 우승이 아니라고 해도 손홍민이 토트넘 시절에 보여주었던 능력과 티격태격 하지만 확실히 패스 능력이 있는 이강운이 팀에 들어온다면 충분히 좋은 전력이 될 것이었다.

그렇게 가람이 마음을 먹는 순간 버스는 천천히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끼익

잠시 후 버스가 호텔 입구 앞에서 멈췄고, 선수들이 하나 둘 씩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박지석은 노망준을 데리고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고, 가람은 손홍민에게 다가갔다.

"홍민 선배. 저랑 이야기하실 시간 있으세요?"

"그래. 나도 너랑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둘은 호텔에서 방을 배정 받은 후 손홍민의 방으로 가람이 찾아가게 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