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화 자선 경기[1]
[선행의 아이콘 - 선한 영향력으로 자신의 명성을 높이며, 많은 이에게 귀감이 된다.]
가람은 새로 생긴 특성을 보며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그나마 지금 이 특성이 열리면서 다음 스킬 트리인 라커룸 스킬 트리의 특성이 오픈되었다는 것은 좋은 점이었다.
[다같이 세레머니 - 미획득]
이름으로 봐도 특별히 좋을 것 같지 않은 특성에 가람은 시큰둥했는데, 결국 가람이 노리는 건 필드 스킬 트리의 마지막 특성인 축구 황제였다.
[축구 황제 - 당신의 존재만으로 상대는 사기가 떨어지고, 아군은 사기가 오릅니다.]
다른 특성들의 능력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 특성은 얻어보라는 듯 특성의 내용이 보여주고 있는 상태였다.
'못 먹는 감이라고 보기라도 하라는 건가?'
그렇게 툴툴거리며, 다같이 세레머니 특성을 선택해봤다.
[미획득 특성입니다.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 특성이 오픈됩니다.]
'이건 내 마음대로 찍을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얻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네.'
이전에는 포인트를 얻어 가람이 원하는 대로 능력 배분을 했었다면 이번 스킬 트리는 가람이 원할 때 특성을 얻을 수 있는 게 아닌 듯했다.
지난번 경험으로 봤을 때 특정 조건이 만족하고 그때 나오는 미션을 클리어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 같았다.
'어차피 걱정한다고 해도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가람은 상태창을 끄고 짐을 싸기 시작했고, 노망준의 영입과 이강운의 영입까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황에 더 이상 한국에 있을 필요가 없어 잉글랜드로 향했다.
"제가 가는 게 폐가 되는 건 아닐까요?"
"아니야. 우리 집에 장기 투숙 손님이 늘어난 건 오히려 이익이라서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자기 집이다 생각하고 지내면 된다고. 알았지?"
"알겠습니다."
"그래. 잉글랜드에 적응하는 동안은 스미스 패밀리 가든에서 지내면 된다고 생각해라. 이미 캐서린 씨에게도 이야기 했으니 말이야."
김하늘의 말에 노망준은 고개를 끄덕였고, 잠시 후 김하늘의 차는 스미스 패밀리 가든 앞에 도착했다.
"그럼 가람아, 망준이 잘 부탁한다."
"형은 안 들어가요?"
"미안. 영입 때문에 바빠. 그리고 광고 촬영 잊지 말고, 조금 있다가 차가 올 거야."
"네. 알겠어요."
그렇게 휴가의 성과라고 할 수 있는 노망준은 스미스 패밀리 가든의 새로운 하숙생으로 가람과 함께 돌아오게 되었다.
노망준은 이미 많은 매체를 통해 알고 있는 스미스 패밀리 가든에 자신이 묻게 되었다는 것에 상당히 들떠 있는 상태였고, 이곳저곳 가람이 설명해줄 때마다 사진을 찍으며 좋아했다.
"여기가 네 방이야."
깔끔하게 정리된 방을 가람이 소개해주자, 노망준은 살짝 어리둥절하며 주변을 살펴봤다.
"이렇게 좋은 방은 처음이에요."
미군이었던 아버지는 노망준 어머니의 임신 소식을 듣고 그대로 도망갔고, 어린 시절에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노망준이라, 상당히 열악한 환경에서 자랐다는 것은 강승연 시절에 노망준이 술만 마시면 해주던 이야기라 익히 알고 있었다.
가람은 괜히 아는 척을 할 수도 없고, 저기에 말을 섞어 노망준의 눈물나는 유년시절을 듣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 그럼 푹 쉬도록 하고, 오늘 점심부터 할아버지한테 영어 배우면 돼. 특히 할아버지가 알려주시는 좀 거친 언어는 나중에 필드에서 쓸 일이 많을 거야."
"알겠습니다."
"그래. 그럼 나중에 보자."
가람이 나가려고 하자, 노망준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가람을 불러세웠다.
"저기.."
"왜?"
"가람 선배를 어떻게 부르면 좋을까요?"
"지금처럼 선배라고 불러도 되고, 가람 씨라고 불러도 되고, 크게 상관없어."
"그.. 그럼 가람이형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강승연 시절에서도 자신이 형이라고 부른 인물이 형이라고 불러도 되냐는 말에 순간 머뭇거렸지만, 노망준에게 형이라고 불리는 감정이 그리 나쁘지는 않아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그렇게 부르도록 해. 오늘 나는 광고 촬영 있는데, 혹시 불편한 게 있으면 편하게 핸드폰으로 연락줘. 내 번호 알지?"
"아. 그게 아직.."
"그래? 핸드폰 줘봐."
가람은 무심하게 핸드폰에 자신의 번호를 걸었다.
"그게 내 번호야. 나도 번호 저장해둘 테니깐 필요한 거 있으면 전화 줘."
"알겠습니다."
그렇게 가람은 노망준의 방으로 나갔고, 노망준은 가람의 번호를 받고 한동안 흥분해 어린 소녀처럼 발을 동동 구르고, 처음으로 생긴 자신의 공간에 만족했다.
가람은 자신의 방에서 쉬다가 샤오루가 보낸 차량을 타고 광고 촬영장으로 향하게 되었다.
이번에도 샤오루 뷰티에서 나온 스포츠 의류와 화장품에 대한 광고를 시즌이 시작하기 전 몰아서 찍기 시작했고, 왠만한 연예인도 혀를 내두를만한 스케줄로 잡혀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가람은 이렇게 자신이 광고 모델을 해서 구단 수익에도 도움이 되고 광고료도 적지 안게 들어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내색하지 않았다.
촬영에 앞서 촬영 스케줄을 정리한 후 가람은 감독의 지시에 따라서 촬영이 손조롭게 진행되었고, 오늘 마지막 일정으로 남은 건 커플 촬영 뿐이었다.
솔직히 지난번 커플 촬영때 엮일 수 밖에 없었던 전혜수가 생각나서 커플 촬영은 꺼려졌지만 비지니스라는 생각에 빨리 끝내자는 생각으로 커플 촬영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때 왠지 모르게 커플 촬영에 앞서 리사 뮐러의 얼굴이 떠올랐다.
'흐음.. 왜 갑자기 리사의 얼굴이..'
그렇게 다시 촬영 의상으로 갈아입은 후 촬영장으로 가는 길에 여자 모델이 대기하는 공간에 왠일인지 스탭들이 모여 있었고, 여자 스탭들의 환호까지 들려왔다.
'뭐지? 유명한 배우인가?'
지난번 전혜수가 촬영했을 때도 스탭들이 환호했기에 가람은 시큰둥하게 반응하며 촬영 장소에 먼저 도착했고, 잠시후 딱붙은 스포츠 트레이닝복을 입은 리사 뮐러가 나타났다.
"어? 리사씨? 여기는 무슨 일로?"
"그게. 이번에 너랑 같이 커플로 촬영하게 되었어."
딱 붙은 옷을 자주 입어보지 못해서 그런지 쑥쓰럽게 말하는 리사 뮐러를 보며 가람은 어리둥절했지만, 리사 뮐러의 군살없이 글래머스한 몸매는 딱붙은 의상에 적격이었다.
그렇게 가람이 잠시 넋을 놓고 있을 때 샤오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다니깐!"
"샤오루씨.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가람의 물음에 샤오루는 대답을 바로 하지 않고 리사 뮐러 옆으로 다가와서 옷의 피팅을 확인해보더니 만족스럽다는 듯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된 일은 너한테 괜히 다른 여배우 붙여서 이상한 소문 나면 우리 자기가 힘들다고 해서, 리사 뮐러씨를 섭외한 거야. 어때 어울리지?"
"아..네.. 어울리네요."
"으이구! 이런 쑥맹! 여튼 커플 촬영에 진짜 커플이 왔으니 좀 과감한 포즈로 부탁할게."
그렇게 샤오루는 말을 마치고 카메라 감독 뒤로 빠졌다. 그리고 이어진 커플 촬영은 좀더 과감한 포즈로 진행하게 되었는데 딱붙는 리사 뮐러의 의상과 과감한 동작 때문에 의도치 않게 흥분하게 된 가람은 남성만 느낄 수 있는 고통을 견뎌내면서 겨우 겨우 힘들게 촬영을 마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샤오루는 고생했다며 리사 뮐러와 함께 앞으로도 촬영이 이어질 거라는 말을 하고 그날 광고 촬영은 끝나게 되었다.
가람은 촬영이 끝난 뒤 평소처럼 샤오루가 데려다 줄 거라고 생각해 대기하고 있었는데, 리사 뮐러가 나타났다.
"리사씨? 아직 가시지 않으셨어요?"
"그게... 샤오루 씨가 너랑 같은 방향이니 픽업좀 해달라고 해서."
물론 단순히 픽업이 아니라 샤오루는 가람과 데이트라도 하라는 의미로 고급 레스토랑도 예약을 해주고 신경을 써주었지만, 그것까지는 말을 하지 못했다.
"아. 그래요. 그럼 가요."
가람은 순수하게 리사 뮐러를 따라 차에 올라탔고, 리사 뮐러는 어떻게 자연스럽게 저녁을 먹자는 말을 꺼내야 할 지 생각에 빠져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가람은 리사 뮐러의 차 조수석에 타려고 할때 조수석 자리에 있는 자료를 보게되었다.
"아! 미안. 내가 치운다고 했는데 그게 왜 여기 있는 거지? 나한테 줘."
가람은 리사 뮐러에게 주기 전에 자료를 살짝 보게 되었고, 거기에 적힌 내용이 뭔지 알 수 있었다.
"자선 경기 하나봐요?"
"으응. 맞아. 비시즌 기간동안 바이에른 뮌헨 현역 선수들과 자선 올스타 경기 진행한다고 하더라구."
"아. 그렇군요."
가람은 평소 있는 수많은 자선 경기라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고 넘어가려고 했다. 그때
띠리링!
[다 함께 골 세레머니]
[자선 경기에 참여해서 모두와 함께 만드는 세레머니에 동참해라.]
[최소 선더랜드 선수 3명 필요]
갑자기 생각지 않은 미션창의 메세지에 가람은 순간 당황했고, 굳이 이 자선 경기가 아니라 다른 자선 경기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때
[다 함께 골 세레머니]
[바이에른 뮌헨 자선 경기에 참여해서 모두와 함께 만드는 세레머니에 동참해라.]
[최소 선더랜드 선수 3명 필요]
[실패 패널티 - 두 달 동안 능력 80프로 제한]
미션창이 그건 아니라는 듯 강력하게 자선 경기에 나서라고 압박을 가했고, 가람은 지금 저 경기에 참여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저기 리사씨 저도 여기 참여하고 싶은데 괜찮나요?"
"으응? 네가? 자선 올스타 쪽으로 참여하려고?"
"네. 좋은 취지의 경기잖아요. 혹시 제가 가면 피해가 될까요?"
"아니. 그건 절대 아니지. 원래 저기 자선 올스타에는 바이에른 뮌헨 레전드들이 뛰는데 솔직히 말하면 현역 선수들과 레전드가 뛰는 경기라 접대 축구라는 말도 있고 해서 말이야. 네가 들어오면 확실히 활력소가 생기지."
"그럼 저뿐 아니라 저희 팀 소속 3명 정도 참가해도 될까요?"
"아. 그래? 그것도 좋은데 내가 할아버지한테 물어보도록 할게."
"감사해요."
"감사는 무슨. 내가 더 고맙지. 사실 솔직히 말하면 할아버지가 자기 자리에 너를 뛰게 하고 싶다고 나한테 설득해달라고 했거든."
"아. 그러셨어요. 하하하."
"그래. 솔직히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그런 것 치고는 조수석에 자료를 떡하니 놓으셨는데요."
"아. 아니야. 이건 정말 내가 치웠는데. 샤오루씨가 예약한 레스토랑에서 밥 먹을 때 꺼내려고 했어."
순간 리사 뮐러는 생각지 않게 말을 뱉었고, 웁스 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저녁은 샤오루씨가 예약한 레스토랑으로 가게 되는 거군요."
"괜찮겠어? 너무 기름진 음식은 안 좋아하잖아."
평소 자기 관리로 퍽퍽한 가슴살만 먹는 가람의 식성을 알고 있기에 말을 꺼내기 힘들었는데 가람은 쿨하게 받아들였다.
"뭐. 한끼 정도는 괜찮아요. 그리고 샤오루씨가 잡아주신 레스토랑이면 아마 닭가슴살로 된 요리도 있을 거예요. 가시죠."
그렇게 리사 뮐러와 가람은 함께 식사하게 되었고, 샤오루가 예약한 레스토랑이 고급 레스토랑 답게 각각 별도의 공간을 내어주는 곳이라 파파라치들도 좋은 사진을 건질 수는 없었다.
그나마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나오는 장면으로 리사 뮐러와 가람이 사진 몇 장 찍었지만, 어차피 둘이 사귀고 있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기에 큰 이슈가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리사 뮐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가람이 언론에 노출되며 아플 때 자신을 간호해준 리사 뮐러를 잊지 않는 순정남의 이미지를 보여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