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4화 자선 경기[4]
엘링 홀란드는 가람의 패스를 받아 바로 슈팅 동작을 가지고 갔다.
뻐어엉!
다른 선수에 비해 한 박자 빠른 슈팅과 엘링 홀란드의 큰 신장, 튼튼한 허벅지에서 나오는 슈팅 파워는 흡사 대포에서 대포알이 나오듯 엄청난 속도로 골대를 향해 날아갔다.
너무나 빠른 엘링 홀란드의 슈팅에 바이에른 뮌헨의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는 반응조차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서 있었고, 당연히 골망을 가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터어엉!!
"아! 엘링 홀란드 선수의 슈팅은 골대를 맞추고 골라인 아웃이 되어 버립니다. 기회를 놓치고 마는 바이에른 뮌헨 레전드 팀입니다."
"아쉬운 장면이었지만, 골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매끄러웠습니다. 이 팀이 호흡을 전혀 맞추지 않은 팀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좋은 연계 플레이입니다. 특히 방금 전 김가람 선수의 노룩 패스는 순간적으로 호나우딩요 선수를 연상하게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을 했는데요. 평소 경기에서는 저런 개인기를 보여주던 선수가 아닌데 오늘은 자선 경기라 그런지 팬서비스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경기는 다시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의 공으로 시작되었고, 다른 선수들은 자신의 위치를 찾아갔지만, 가람은 앞으로 달려들어 마누엘 노이어를 압박했고, 마누엘 노이어는 서둘러 공을 돌려 경기를 진행시켰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야마구치 켄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고, 오늘 경기 전에 있었던 구단주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오늘 경기는 자선 경기지만, 상대가 좀 바뀌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감독님.'
'생각지도 않은 강팀을 만나게 되었네요.’
'원래대로 바이에른 뮌헨 레전드 팀이라면 결과에 대해 별말씀 드리지 않겠지만, 지금은 레전드 분들이 초빙한 선수들로 이뤄진 팀이고, 처음 호흡을 맞춰보는 팀이기도 하니 그런 팀에 패배하는 건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토너먼트라고 생각하고 무조건 이긴다는 결과를 가지고 오겠습니다.'
'하하하~ 제 마음을 잘 알아주시는 기분이 좋군요. 그리고 경기가 끝나면 김가람 선수에게 영입 제의를 한번 해주세요. 물론 이전에도 했다는 건 알고 계시지만 찔러보는 건 나쁘지 않잖아요."
'알겠습니다. 지속적으로 관심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도 좋은 영입 방법 중 하나죠.'
그렇게 회상을 마친 야마구치 켄은 가람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오늘 경기하기 전에 야마구치 켄이 지켜본 바이에른 뮌헨 레전드 팀의 호흡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선수들끼리 합도 그렇고 종종 패스를 뿌리는 공간에 선수들이 어떻게 호응해야 하는지 모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오늘 경기에 자신의 팀 선수들을 자극해서 사기를 끌어주면 본래 가지고 있는 뛰어난 조직력으로 경기를 쉽게 지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또 김가람인가..'
방금 보여준 공격 작업에서 볼 수 있듯 가람은 직접 골을 노리는 포지션이 아니라 한 단계 내려와서 골을 돕고 플레이 메이킹을 하며 선수들의 합을 조율하기 시작했다.
오늘 경기의 스쿼드를 짠 게르트 뮐러가 모래알 같은 조직력을 가람을 중심으로 뭉치게 하려고 한 의도로 보였는데 지금까지 봤을 때는 상당히 좋은 전술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자선 경기라 가람이 전반전에만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단 한 가지였다.
"수비에 집중하고! 너무 공격적으로 올라가지 마라!! 천천히 공격하면서 기회를 만들어라!"
야마구치 켄은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서서 소리치며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렸고, 그 말을 들은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은 라인을 올리지 않고, 수비에 염두를 두고 천천히 공격을 펼치기 시작했다.
"아.. 바이에른 뮌헨은 속공으로 경기를 나서지 않고 공을 돌리면서 천천히 경기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방금 전 바이에른 뮌헨 레전드 팀의 공격을 보고 조심하는 것 같습니다. 좋은 전술이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아무리 바이에른 뮌헨 레전드 팀에 있는 선수들이 일류 선수라고 해도 호흡을 맞춰보는 건 처음이거든요. 공격은 어떻게 풀어나간다고 해도 수비에서는 허점이 들어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바이에른 뮌헨에서는 좌우로 공을 돌리면서 빈틈을 찾으면 결국 수비가 흔들리게 될 겁니다. 아무리 봐도 야마구치 켄 감독은 오늘 경기에 진지하게 임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토옹!
토마스 뮐러가 왼쪽 사이드에 있는 야마구치 츠바사에게 공을 돌렸고, 야마구치 츠바사는 돌파하려고 하자 근처에 벤치에 있던 야마구치 켄이 크게 소리쳤다.
"츠바사!! 작전대로 안 하면 교체다!!"
갑자기 들려오는 또렷한 일본어에 야마구치 츠바사는 바로 몸이 반응했고, 앞으로 나가다가 뒤쪽에 있는 바이에른 뮌헨의 중앙 미드필더인 마르크 로카에게 공을 건네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야마구치 츠바사의 움직임은 리턴 패스로 달라는 공격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단순히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움직임이었다.
마르크 로카도 그런 야마구치 츠바사의 움직임에 호응하며 공을 야마구치 츠바사에게 패스하는 것이 아니라 옆에 있는 레온 고레츠카에게 건네며 천천히 경기를 운영했고 시간은 흘러갔다.
"살짝 지루해지기 시작하는 경기입니다. 바이에른 뮌헨은 천천히 공을 돌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누가 먼저 인내심이 떨어지느냐인데요. 사실 원래부터 하나의 팀인 바이에른 뮌헨은 통제가 되겠지만..."
장재현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다시 공을 잡은 야마구치 츠바사를 향해 킬리안 음바페가 적극적으로 달려들며 압박을 가했고,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야마구치 츠바사는 킬리안 음바페가 엉성하게 많이 벌린 가랑이 사이로 공을 빼낸 뒤에 순식간에 킬리안 음바페를 제쳐버렸다.
"아! 여기서 야마구치 츠바사 선수의 돌파가 성공합니다."
"방금은 킬리안 음바페 선수가 너무 감정적으로 수비하면서 실수했네요. 이건 위기가 될 것 같은데요. 지금 야마구치 츠바사 선수가 돌파하자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호응하며 전진하기 시작합니다."
"기계 모드가 전환되듯 단번에 공격으로 전환되는 모습인데요. 이게 바로 지난 시즌에 분데스리가를 제패하고, 챔피언스 리그를 준우승 시킨 야마구치 켄 감독의 전술이죠. 꼭 한 몸이 된 것 같은 딱딱 호흡이 맞는 모습입니다."
야마구치 츠바사는 킬리안 음바페를 뚫고 오른쪽 사이드에서 속도를 올려 패널티 에어리어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움직임에 맞춰 로베르트 레반도르프스키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이제 여기서 야마구치 츠바사가 해야 하는 일은 한 박자 빠른 크로스를 올려 로베르트 레반도르프스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물론 스스로 안쪽으로 파고들어 슈팅을 가져가도 되지만, 모처럼 만든 기회를 날려버린다면 형이자 감독인 야마구치 켄이 친족이지만 특혜나 자비가 전혀 없이 바로 자신을 교체할 것을 알고 있기에 무모한 선택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야마구치 츠바사는 속도를 올려 패널티 에어레어 오른쪽 꼭지점으로 향했다.
타타타탓!
하지만 해리 네쳐가 야마구치 츠바사를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는 듯 속도를 올리며 쫓아오기 시작했고, 그 앞을 앤드류 로버트슨이 달려오며 공간을 좁히고 있었다.
호흡을 맞춰보지 않은 팀이라고 하지만 나름 괜찮은 협력 수비에 야마구치 츠바사는 순간 당황했지만, 말 그대로 그건 순간이었다.
야마구치 츠바사는 한 번 더 가속해서 순식간에 해리 네쳐의 수비 범위에서 벗어났고, 오히려 속도를 살려 달려오는 앤드류 로버트슨이 마크할 수 있는 수비 범위에서 방향을 틀어 살짝 벗어났다.
말은 쉬웠지만 속도를 올린 상태에서 한 번 더 가속한 상태에서 방향을 바꾸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고, 앤드류 로버트슨은 생각지 않은 야마구치 츠바사의 움직임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여기서 몸을 틀어 슬라이딩 태클을 건다면 야마구치 츠바사의 돌진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자선 경기에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앤드류 로버트슨의 안일한 생각을 비웃듯 야마구치 츠바사는 빠른 속도로 앤드류 로버트슨의 수비를 벗겨냈다.
"야마구치 츠바사 선수! 해리 네쳐 선수와 앤드류 로버트슨 선수의 수비를 따돌립니다. 이거 생각보다 빠른데요."
"지난 시즌에 분데스리가에서 스피드 스타라고 불리며 빠른 속도와 좋은 크로스로 도움왕까지 기록한 야마구치 츠바사 선수는 자선 경기에서도 유감없이 자신의 능력을 보여줍니다."
야마구치 츠바사는 로베르트 레반도르프스키의 모습을 찾으며 바로 크로스를 할 준비를 마쳤다.
그때 평소보다 골대 안쪽으로 들어오지 못한 로베르트 레반도르프스키가 보였고, 그 옆에는 김가람이 보였다.
'제길. 저 위치라면 아무리 레반도르프스키라고 해도 골을 넣기는 힘들 텐데..'
그렇다고 지금 이렇게 파고든 상황에서 크로스를 올리지 않고 슈팅을 가져가기에도 부담이 되는 상황이었고, 야마구치 츠바사는 로베르트 레반도르프스키가 해결해 줄 것을 믿고 크로스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
뻐어엉!!
야마구치 츠바사의 크로스는 그 앞을 막고 있는 후벵 디아스의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빗겨 지나가며 나아갔고, 순간 후벵 디아스 고개를 돌려 자신이 비운 자리로 로베르트 레반도르프스키가 침투하는 것을 보며 외쳤다.
"커버!"
하지만 커버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미 로베르트 레반도르프스키 옆에는 전담 마크맨이 있는 상황이었다.
휘리릭~
하지만 야마구치 츠바사가 찬 공은 그가 왜 지난 시즌에 분데스리가에서 도움왕이 되었는지 설명하듯 좋은 위치로 날아갔고, 로베르트 레반도르프스키가 뛰어오는 속도를 이용해서 헤딩한다면 충분히 골이 될 것 같은 위치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건 로베르트 레반드로프스키가 속도를 살려 점프를 할 경우의 이야기였고, 그리고 로베르트 레반도르프스키가 헤딩에 성공했을 때 이야기였다.
토오옹!!
"야마구치 츠바사 선수의 크로스! 김가람 선수가 먼저 걷어냅니다."
"김가람 선수!! 오늘 공격에서는 플레이 메이킹으로 공격을 이끌더니 수비에서는 중앙 수비수처럼 든든한 수비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냅니다. 이런 걸 두고 하드 캐리라고 하는 거 아닌가요?"
가람의 헤딩은 바이에른 뮌헨 레전드 팀의 잔루이지 돈나룸마가 잡기 편하게 날아갔고, 잔루이지 돈나룸마도 어렵지 않게 가람이 준 공을 잡아냈다.
그렇게 수비에 성공한 가람은 주변을 보며 크게 외쳤다.
"모두 집중해서 하자!! 자선 경기라고 해도 지는 건 싫잖아!!"
가람의 말에 바이에른 뮌헨 레전드 팀 선수들의 표정은 밝아졌고, 수비수들은 공격수인 김가람에게 수비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살짝 부끄러운 마음이 들며 서로 라인을 맞추고 수비를 정렬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