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9화 여름 이적 시장[4]
2021년 7월 12일 라이트 오브 아카데미
선더랜드 1군 훈련장
짧으면 짧고 길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여름 휴가를 마치고 모든 선수가 돌아온 가운데 선더랜드의 선수들은 휴가 기간에 몸상태의 변화를 전반적으로 체크하고 있었다.
"기준 미달!"
스탭 한 명의 외침에 권윤성이 좌절하며 크게 소리쳤다.
"안 돼!!"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옆에서 체크 리스트에 무언가 체크하고 있는 강이찬이 입을 열었다.
"이럴 줄 알았습니다. 권윤성 선수. 시즌 시작할 때까지 아니면 시즌 시작한 후에도 다이어트 식단과 체력 단련을 하게 될 테니깐 기대하도록 하세요."
"아. 수석 팀 닥터님. 그것만은 안 돼요. 제가 빨리 살 빼도록 할게요."
"권윤성 선수! 안 먹어서 빼는 살은 더 도움이 안 됩니다. 다이어트 식단 관리와 체력 단련을 하게 될 테니 그렇게 알도록 하세요."
"히잉. 어떻게 사람이 닭가슴살하고 풀떼기만 먹고 살아요?"
"저기 김가람 선수랑 노망준 선수는 그렇게 먹고 있는데요."
"아아!! 저것들은 인간의 식성을 가진 녀석들이 아니라고요. 제발 좀 봐주세요."
"응. 안 돼요. 다음~"
그렇게 권윤성은 휴가 기간에 토실토실 오른 살에 대한 심판을 받게 되었고, 단순히 살이 찐 것만을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스탭들은 선수들이 지난 시즌에 측정한 신체 능력 데이터를 가지고 같은 테스트를 진행해서 떨어진 신체 능력들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디테일하게 데이터를 가지고 선수들 한 명 한 명을 측정하는 모습에 선수들은 좌절하고, 스스로 관리했다고 생각한 선수들도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자, 실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나름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은 몇몇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적생들은 기존의 데이터가 없는 상황이라, 새로 기록을 측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두고 진행해서 그런지 쉽게 테스트를 마칠 수 있었다.
"오우. 이거 생각보다 빡센 걸."
즐라탄이 모든 테스트를 마친 후 가람에게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저도 이렇게 빡세게 할 줄은 몰랐어요."
"그래도 나는 망준이랑 훈련한 게 도움이 되었는지 별말 없이 모두 통과했어. 너희들도 당연히 통과지?"
"물론이에요."
다소 긴 즐라탄의 말에도 노망준이 이해를 했는지 대답을 했다.
10일 정도의 기간동안 즐라탄은 매일 같이 가람과 노망준의 훈련에 참석하며 스스로 몸을 끌어올리기도 했고, 노망준의 수비 연습을 도와주기도 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즐라탄이 노망준과 영어로 대화하면서 노망준의 영어 실력도 급격히 늘어 이제는 조금 천천히 말해주면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축구뿐 아니라 언어 습득력도 뛰어난 노망준을 보며 가람은 자신 말고 회귀 능력자가 또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을 했지만, 그 회귀 능력자가 자신의 팀이라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가람은 좀 편해졌지만, 그렇게 노망준에게 신경을 덜 쓰게 되면서 오히려 세르히오 아게로가 훈련 끝날 때쯤 나타나서 개인 방송 내기 컨텐츠를 진행하며 귀찮은 일은 계속되어야 했다.
물론 대부분 내기가 축구 관련된 것인데 하프 라인에서 골대 맞추기, 반대편 골대에서 차서 골대 맞추기 등 축구와 관련된 내기가 진행되었기에 가람이 압도적으로 이기게 되었다.
그리고 의도치 않게 가람이 압도적으로 이기게 되면서 세르히오 아게로가 가람을 이기기 위해서 개인 훈련을 하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그렇게 잠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자. 측정 끝난 사람들은 의료실에 가서 마무리 마사지 받도록 하자."
"알겠습니다. 부주장."
가람의 말에 그런트 리드비터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부주장이 아니라 이제는 코치야. 가람아."
"아. 그렇죠. 입에 베어서 그렇게 나왔어요."
"하하하. 그래도 나를 부주장으로 인정해주는 에이스가 있어서 기분이 좋은걸. 자 어서 움직여라. 너희들이 끝나야 다른 선수들도 마사지 받을 수 있으니 말이야."
지난 시즌을 끝으로 그런트 리드비터도 현역 생활을 마감하고, 리 캐터몰과 마찬가지로 코치 스탭으로 전향했다.
덕분에 선더랜드는 리 캐터몰의 코치 라이센스 연수 때문에 생긴 빈 자리를 그런트 리드비터가 채우며 코치의 빈자리를 따로 보강할 필요가 없어졌는데 중원 자원에 영입은 필요한 상황이 되었고, 그 자리에 놀라운 선수가 영입되었다.
그리고 그 놀라운 선수는 프리 시즌에도 몸을 잘 만들었는지 가람보다 먼저 의료실에서 마무리 마사지를 받고 있었고, 가람은 그 선수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언제 오셨어요? 캉테씨."
"아. 나.. 아까 왔어. 코치님이 다 끝났으면 마사지 받으라고 했거든."
"그렇군요. 프리 시즌에 몸을 잘 만드셨나봐요? 깐깐한 코치들에게 다 합격을 받으신 걸 보면요."
"아. 아니야. 그냥 하던 대로 했는데 그렇게 되었네."
"하하하. 그런가요? 이번 시즌에 캉테씨가 오셔서 든든해요."
"아.. 너무 기대하면 부담되는데.."
검은 피부의 은골로 캉테가 정말로 부끄러운지 살짝 얼굴에 붉은 기가 도는 게 보였고, 가람은 그런 은골로 캉테를 보며 살며시 웃었다.
은골로 캉테
지난 시즌에 첼시를 상대하며 언제나 중원에서 폭넓은 활동량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던 그였다.
사실 새로운 감독인 토마스 투헬 감독이 부임하면서 그를 잡으려고 했지만, 김하늘이 어떤 수를 썼는지 생각보다 비싸지 않은 금액으로 은골로 캉테를 영입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닐 이안, 해리 네쳐, 기성룡, 조지 허니먼, 은골로 캉테 이렇게 선더랜드의 중원이 구성되면서 맥스 파워와 그런트 리드비터 떠난 후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를 겸하고 활동량이 많은 선수를 원했던 선더랜드는 그 이상의 선수를 품게 되었다.
그렇게 가람은 담소를 나누며 마무리 마사지를 받았고, 잠시 후 안쪽에서 물리 치료를 받고 있던 사내가 가람을 보며 입을 열었다.
"어이 에이스!"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에이스라는 말 좀 부담스럽네요."
"하하하. 팀의 에이스가 에이스라고 부르지 말라고 하니 내가 더 당황스럽네."
"물리 치료는 잘 받으셨어요?"
"응. 뭐 원래 달고 있던 부상 부위였는데 그걸 어떻게 알아채셨는지 영입되고 나서 환자 취급 받는 게 좀 미안하네."
"몸 회복이 최우선이죠. 나중에 완벽하게 회복하신 후에 왼쪽 수비 부탁드릴게요."
"그래. 알았어. 나만 믿으라고 에이스!"
그렇게 웃으면서 떠나는 앤드류 로버트슨을 보며 가람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준수한 활약을 펼쳤던 브라이언 오비에도가 나가면서 주전급 왼쪽 수비가 필요한 시점에 리버풀의 왼쪽 수비수인 앤드류 로버트슨을 영입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사실 앤드류 로버트슨은 클롭 감독이 떠난 후 클롭을 떠나게 한 구단과 마찰을 빗다가 결국 시메오네 감독이 부임했어도 불만을 참지 못했고, 결국 그 틈을 타서 김하늘이 오퍼를 넣은 것이 유효하게 작용했다.
이번 시즌에 선더랜드의 최고 이적료를 기록하며 영입되었다.
앤드류 로버트슨은 스스로도 이번 시즌의 최고 이적료를 기록하면서 영입되어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고 싶었지만, 의료팀 검사 결과 발목 쪽에 부상이 발견되어,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에 치료를 받고는 있지만, 마음이 편안한 상태는 아니었다.
가람이 경험했듯이 강이찬의 깐깐하면서도 꼼꼼한 부상 회복 체크는 선수의 완벽한 몸상태가 아니면 출전하지 못할 것이었다.
'아마도 출장까지는 시간이 걸리겠네.'
그렇게 가람은 앤드류 로버트슨과 대화를 마치고 의료실을 나오려는 찰나에 익숙한 얼굴들을 볼 수 있었다.
"어이 동생~ 형님이 왔는데 인사해야지."
"다이어트 식단 드시는 분한테 형님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거든."
그렇게 이강운과 대화할 때 뒤에 있던 인물을 보며 가람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뒤에 있던 인물은 가람을 보고 입을 열었다.
"프리 시즌에 몸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이미 모든 측정 데이터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더라. 네 말대로 벤치에서 있기 싫으면 열심히 해야겠어."
"하하하. 그때는 죄송했습니다. 홍민 선배"
"뭐. 네가 한 말도 일리가 있고, 지석 감독님한테 한 소리 들은 후에 나도 깨우친 게 있으니 말이야. 그리고 나도 다이어트 식단이라 열심히 해야겠다."
"그건 저희 의료팀이 좀 깐깐한 게 있어서 그래요. 그리고 박지석 감독님이 선배에게 기대하는 게 많아서 그런 걸 수도 있고요."
"그래. 이번 시즌에 열심히 뛰고 내년 월드컵에서도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하자. 그럼."
그 말과 함께 손홍민이 의료실로 향했고, 이강운도 그런 손홍민을 따라 의료실로 들어갔다.
두 사람은 이번 시즌에 임대 영입으로 들어와 부족한 양쪽 윙어나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활약할 것으로 기대했고, 특히 이 둘의 영입으로 선더랜드는 대한민국 국민 구단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물론 두 선수를 영입하면서 잉글랜드 뉴스에서는 동양인 감독이 동양인 선수들만으로 구성한다는 악의적인 인종차별 기사가 나오기는 했지만, 박지석은 울버햄튼의 누누 멘데스 감독이 포르투갈 선수들을 중심으로 짠 스쿼드가 있는데 무엇이 문제냐는 인터뷰로 대응했다.
특히 두 선수는 모두 한국 국적을 떠나 실력적으로는 이미 프리미어 리그에서 검증되고, 단순히 한국인 컬렉터가 아닌 스쿼드 보강이라는 측면은 모두가 인정했기에 박지석의 말에 더 힘을 싣게 되었다.
'이번 시즌에 챔스 우승도 가능하겠어.'
자신의 능력과 점점 보강되는 스쿼드를 보며 가람은 이번 시즌에 충분히 일을 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감독이나 스탭은 아니지만, 이 정도 스쿼드를 보면 확실히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여기에 경험이 있는 백업 선수 몇 명만 더 추가되면 좋을 것 같은데..'
그렇게 스스로 지금까지 영입된 스쿼드를 보며 만족하며, 가람은 스스로 선발 라인업을 구상해봤다.
조던 픽포드
맥스 아론스 - 김만재 - 권윤성 - 앤드류 로버트슨
이강운 - 해리 네쳐 - 닐 이안 - 손홍민
김가람 -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이 정도로 구성해도 베스트 일레븐일까? 아직 망준이는 어떤 포지션에 세워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수비 쪽에서는 어디에 세워도 한몫을 할 테니 서브면 충분하지 않을까?'
이렇게 스스로 생각을 마치려는 순간 갑자기 방송이 들려왔다.
[김가람 선수는 감독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가람은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쳐다보자, 어느새 다가온 그런트 리드비터가 가람을 보며 입을 열었다.
"여기 있었구나. 방금 감독님 지시사항이 떨어져서 훈련 마친 선수들은 개별 면담 진행하신다고 하네. 아마도 프리 시즌에 몸상태랑 이번 시즌의 준비에 대해서 이야기하실 것 같다."
"아. 그래요? 그럼 제가 처음인가요?"
"응 그래. 다녀와. 다른 선수들은 어디 갔는지 알아?"
"선수 휴게실에 있을 거예요."
"그래. 고맙다."
그렇게 그런트 리드비터가 떠나고, 가람은 감독실로 가서 노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