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250화 (251/319)

250화 여름 이적 시장[5]

"들어와라."

가람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박지석은 이미 가람을 맞이할 준비를 마치고 접대용 테이블 양편으로 나누어진 쇼파의 한쪽에 앉아 있었다.

"저기 앉도록 해라."

반대쪽 쇼파를 가리키며 가람에게 앉도록 권했다.

가람이 박지석의 손짓에 따라 반대편 쇼파에 앉자 그 앞에는 이미 김이 올라오고 있는 따뜻한 차가 보였다.

"마테차야. 네가 알려준 곳에서 샀으니 네 입맛에도 맞을 거다."

"아. 감사해요."

그렇게 가람이 마테차를 마시고 숨을 돌리자, 박지석이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요즘 즐라탄 선수랑 망준이랑 같이 훈련하고 있다고?"

"네에. 세르히오 아게로 선수도 가끔은 어울리고 있어요."

"하지만 듣기로는 이찬이가 세르히오 아게로에게는 본격적인 훈련은 하지 말라고 해서 간단한 연습만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네. 맞아요."

"그래. 프리시즌에 쉬지도 않고 훈련을 하는 모습은 많은 선수에게 귀감이 되고 있어. 상당히 좋게 생각하고 있다."

"아니요. 프로 축구 선수가 자신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건 당연한 거죠."

"하하하. 말은 쉽지만 그게 당연한 건 아니지. 사람도 쉬어야 하니깐 말이야. 가끔 보면 너는 어린 선수가 아니라 꼭 은퇴를 앞두고 하루 하루를 성실하게 보내는 베테랑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지."

순간 가람은 움찔했지만, 웃으면서 답했다.

"철이 빨리 들어서 그런 거죠. 애늙은이라는 말씀을 하시려는 건가요?"

"하하하. 그건 아니다."

박지석은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어느 정도 분위기가 익었다고 판단했는지 옆에 있는 리스트를 꺼내 무언가 체크를 하더니 입을 열었다.

"우선 다음 시즌에 네 포지션에 대해서 이야기할까 하는데."

박지석과 시즌 전의 면담은 상당히 중요했다.

박지석은 처음에 시즌 전에 자신이 생각한 전술과 포지션에 따라 그 시즌에 맞춰 선수를 훈련시키기 때문에 가람은 살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꿀꺽

가람이 침을 삼키는 순간 박지석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올라운더다."

"네에?"

"내가 어렵게 이야기했나? 올라운더야 다음 시즌은."

"올라운더라면 제가 잘못 들은 게 아니면 모든 포지션에서 뛴다는 건가요?"

"그래. 지난 시즌에 스트라이커 포지션에서 득점왕까지 좋은 결정력으로 자리를 잡은 너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이번 시즌에 프리미어 리그, 그리고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위해서라면 네가 한 포지션에 국한되어 뛰기보다는 상대 팀의 전술에 따라 여러 포지션에서 뛰어야 할 것 같다."

"그건 제가 모든 포지션을 뛸 수 있다는 능력이 있어서 그렇게 이야기하시는 건가요?"

"맞다. 그리고 네가 올라운더로 뛰어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는 이번 시즌에 더이상 영입은 없을 것 같다."

그 말에 가람은 놀라며 되물었다.

"지금 선수단으로 리그 일정에 챔스까지 뛰는 건 무리가 있을 것 같은데요. 백업 선수들이 두세 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꼭 베테랑 선수처럼 이야기하는구나."

"아. 뭐 그건.. 즐라탄 선수한테 들었어요."

"그렇군. 그래. 그건 나도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더 이상 이적 자금을 운영할 수 없어. 아니지. 이적 자금을 만들 수는 있지. 너를 원하는 팀들에서 엄청난 금액으로 오퍼를 넣고 있으니 너를 이적 시키고 받는 금액으로 스쿼드를 보강하면 되는 방법이 있다."

"아.. 그건.."

"물론 그 방법은 나도 반대한다. 지금 우리 팀의 에이스이면서 선더랜드의 상징인 너를 판다는 건 팀 전체 사기가 떨어뜨릴 뿐 아니라 나로서도 팀을 이끄는 게 힘들어질 거다."

"그렇다고 해도 제가 혼자서 그 긴 시간 동안 백업을 하는 건 힘들 것 같은데요."

"물론이지. 그래서 망준이도 너와 마찬가지로 올라운더로 키울 생각이다."

"네에? 망준이도 올라운더로요?"

가람이 화들짝 놀라자, 박지석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처음에는 중앙 수비수로 기용하려고 했지만, 사실 너희들이 훈련하는 걸 종종 지켜봤는데 조금만 다듬으면 충분히 올라운더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군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물어볼 게 있다. 너의 올라운더 포지션 변경과 함께 망준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어. 망준이를 올라운더로 포지션을 쓰는 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솔직히 말하면 지금 신체적인 능력은 이미 프리미어 리그에서 통용이 될 정도라고 생각해요. 제가 봐도 그 녀석의 피지컬은 괴물이거든요. 하지만 문제는 킥정확도, 드리블, 결정력 같은 스킬이 부족한 건 사실입니다."

"그 부분은 나도 동감하는 부분이야. 하지만 그에게 골에 관여하기보다는 도움을 주는 역할을 부여한다면 괜찮지 않을까?"

"그 말씀은 올라운더 포지션으로 뛰지만 공격적인 역할보다는 도우미 역할을 주신다는 이야기군요."

"그래. 반대로 너는 올라운더 포지션에서 공격적인 역할을 맡게 될 거다."

"그렇군요. 그럼 충분히 할 것 같습니다."

만약 지금의 제안이 강승연 시절에 들어왔다면 가람은 강력하게 반대하며 스트라이커 포지션을 고집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것보다 선더랜드를 유럽 정상으로 이끄는 게 목표이고, 박지석도 똑같은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조언이기에 이걸 반대할 이유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번 시즌은 올라운더 포지션으로 뛰는 걸로 이해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에 박지석은 크게 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휴우~ 고맙다. 솔직히 네가 반대한다면 전술을 다시 준비해야 할 판인데 정말 고맙다."

"아니에요. 대신 꼭 이번에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하도록 해요."

"그래. 나도 꼭 들어올리고 싶다. 챔피언스 리그 우승컵!"

"그럼 이제 이야기는 끝나신 건가요?"

가람의 말에 박지석은 리스트를 다시 열더니 살며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 이게 남았군. 다음 시즌에 너를 주장으로 임명할 생각이다."

"네에? 뭐라고요?"

가람은 올라운더로 뛰게 한다는 것보다 주장으로 임명한다는 것에 더 놀랐다.

주장

겉으로는 단순히 팀의 리더라고 할 수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팀을 이끌고 필드에서 감독의 지시를 선수들에게 전달하고 경기 외에는 선수들의 멘탈을 관리하는 등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직책이다.

그리고 대부분 이런 주장은 팀에 오래 뛴 선수나 베테랑이 맡아서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고,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고 해도 어린 선수에게 맡기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게다가 심지어 주장의 자리는 강승연 시절에도 인성적인 문제가 많아 한 번도 맡아본 적이 없었고, 감독들도 강승연에게 주장을 맡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하긴.. 이번 삶에는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았고, 그런트 리드비터가 나가면서 팀에 제일 오래 뛴 사람도 나고, 에이스도 나니깐 가능한 건가?'

가람이 순간 말을 잇지 못하자, 박지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

"녀석아. 그렇게 놀랄 필요 없어. 너도 알다시피 부주장이었던 그런트 리드비터가 은퇴하고 부주장 자리가 비웠는데 성룡이가 와서 자신이 부주장을 하고 너를 주장으로 올리자고 먼저 이야기하더라. 이미 팀 내에서 너를 암암리에 리더라고 따르고 있고, 성룡이도 매번 경기에 출장하는 것도 아니니 경기에 매번 출장하는 네가 주장을 맡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이지.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아. 그렇군요. 하지만 저보다는 오랫동안 이 팀에 있었던 조지 허니먼 선수가 좋지 않을까요?"

"사실 그것도 생각해보기는 했는데 조지 허니먼도 너한테 양보하더라. 솔직히 네가 양보하면 대안이 없다고 해도 무방해. 그리고 네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서포터즈들이 생각하는 위상으로 볼 때도 주장은 네가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올라운더를 권할 때 조심하던 모습과 다르게 주장은 꼭 해야 한다는 듯 강권하는 박지석을 보며 가람은 살짝 당황했고, 말을 머뭇거리자, 박지석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번 시즌 잘 부탁한다. 주장."

"네에? 제 의사는 중요하지 않은 건가요?"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면 너는 훌륭한 주장이 될 거다."

[주장직을 수락하라]

[보상 - 평화의 상징 특성 오픈]

상태창도 주장직을 수락하라는 듯 보상으로 유혹했고, 가람은 그렇게 회귀를 많이 해서 오랫동안 축구 생활을 했는데도 주장직을 처음으로 맡게 되었다.

가람이 주장직을 수락하는 것으로 중요한 대화는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고, 나머지는 간단한 신변에 대한 이야기와 스트레스 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리고 혹시 올해 결혼 계획 같은 건 없지?"

"네에? 결혼이요?"

"그래. 결혼."

"그게 리사 씨랑 결혼을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럼. 너 만나는 사람이라도 또 있는 거냐? 그건 안 되지. 아팠을 때 간병한 사람을 배신하는 건 감독이 아니라 인간 박지석으로서도 용서가 안 되는 일이야."

"아. 다른 사람을 만날 시간이 어디 있어요?"

"하긴 매일같이 훈련하고 에이전트 광고 촬영하기에도 바쁘니 말이야. 아니 다른 게 아니라 이번에 화보 촬영 파트너가 리사 뮐러 씨로 바뀌었다고 들었는데 분위기가 좋다고 해서 해본 말이야."

지난번 샤오루 뷰티 화보 촬영에서 샤오루는 커플 촬영 결과물에 만족했는지 커플 촬영에 좀 더 집중했고,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주변 사람들이 보기 좋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는데 그게 박지석의 귀까지 들어간 것 같았다.

"아직 그런 생각은 없어요."

"그래. 그럼 감독으로서는 이번 시즌에 문제가 없어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가정이 있다면 안정감과 책임감을 가질 수 있어서 말이야. 결혼하는 건 추천이다."

"그런 것 치고는 감독님도 선수 시절의 마지막에 결혼하시지 않았어요?"

"크흠. 그렇기는 하지. 뭐 너는 다른 곳으로 엇나갈 녀석은 아니니깐 결혼을 서두를 필요가 없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여자 마음을 이해해주는 게 좋다."

"여자 마음이요?"

"그래. 연예가 길어져서 결혼에 골인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아. 내가 보기에도 리사 뮐러 씨는 좋은 여성으로 보이거든."

"그렇군요."

"에이. 그래. 내가 축구 감독이지 연예 감독은 아니니깐! 뭐 우선 결혼 생각은 없다고 하니깐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게. 혹시나 갑자기 어떤 이벤트를 통해서 빨리 결혼해야 한다면 최대한 나한테 먼저 알려줘라. 대처할 수 있게 말이지."

"네에? 어떤 이벤트요?"

"크흠. 그래. 그건 내가 굳이 말하지 않을게."

박지석의 붉어진 얼굴에서 대충 어떤 이벤트를 말하고 있는지 눈치챈 가람은 화들짝 놀랬으며 말을 이어갔다.

"감독님! 시즌 들어가면 몸관리 해야 해서 여자를 멀리한다고요!"

"크흠. 그게 맞기는 하지만 젊은 나이니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 아! 이제 다음 선수가 오겠다. 그럼 면담 즐거웠다."

민망했는지 박지석은 가람에게 축객령을 내렸고, 가람도 더 할 말도 없는 거라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가람이 나가서 복도를 지나는 동안 정말 다음 선수가 준비하고 있었는지 이번 시즌에 새로 영입된 조던 픽포드가 감독실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가람은 그를 보며 가볍게 눈인사를 건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