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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256화 (257/319)

256화 주장의 일[3]

BCD 스포츠국

"리사 씨, 오늘까지 초안 가능해?"

모여있는 기자들의 책상과 살짝 떨어진 책상에 앉아 있는 50대 중반 정도 되어 보이고 살집이 두둑해 보이는 사내가 리사를 보고 말하자, 그 앞에서 결제를 받으려는 폴 스미스가 대신 대답했다.

"팀장님. 차암. 악취미시다. 다른 것도 아니고 선더랜드 패배 기사 쓰는 걸 리사 씨한테 맡겨두시고는 빨리 달라고 하시는 건 너무 한 거 아니예요?"

이미 리사 뮐러와 가람의 관계를 모르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런 일을 시키는 것이 좀 부당하기는 했지만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진 팀장에게 먹히지는 않았다.

"크흠! 공과 사는 구분해야지. 마음이 아프다고 하기에는 어차피 김가람 선수가 뛰지도 않았잖아. 그 부분을 강조해서 쓰라고! 팩트랑 약간의 과장을 섞어서 말이야. 지금 시대에는 팩트보다 그런 게 더 잘 팔리는 거 알지? 여튼 리사 씨 오늘 오후까지 초안 작성해서 메일로 보내도록 해. 알겠지?"

"네에. 알겠습니다. 팀장님."

그렇게 팀장은 리사 뮐러에게 대답을 들은 후 만족한 표정으로 폴 스미스의 결제 서류에 싸인했고, 잠시 후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결제를 받은 폴 스미스는 리사 뮐러 옆에 있는 자신의 자리에 와서 작은 목소리로 리사 뮐러에게 말했다.

"으이구. 저 꽉 막힌 영감. 리사 씨 쓰기 곤란하면 내가 초안 써줄까?"

"아니요. 팀장님이 저한테 내리신 업무인데요. 제가 쓸게요."

"사실 그거야. 그게 팀장이 노린 거지. 내가 보기에는 저 영감은 자네를 통하면 혹시 김가람 선수가 왜 결장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쓰라고 한 거지. 그렇지 않고서는 괜히 이 일을 자네한테 맡기겠어?"

"그건 저도 모르는데요."

"그렇지. 자네라고 그런 거까지 알겠어? 그래도 한 번 더 자네의 기사로 확인하고 싶은 거겠지."

"그렇군요."

"여튼 힘들면 이야기해. 내가 써줄 테니깐."

"말만 들어도 감사하네요. 마음만 받도록 할게요."

그렇게 리사 뮐러는 사진 기자에게 받은 사진을 추려내기 시작했다.

골을 넣고 포효하는 네이마르와 좋아하는 동료들.

그 안에는 이번 시즌에 이적한 모하메드 살라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벤치에서 지켜보고 있는 김가람의 모습이 찍힌 사진도 있었다.

약간 슬픔에 젖은 김가람의 사진은 연출한 화보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사진이 잘 나왔다. 리사 뮐러는 주변을 둘러보고는 그 사진을 자신의 개인 메일로 보냈다. 그렇게 자신의 욕심도 챙긴 가운데 리사 뮐러는 정신을 차리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하아.. 단 한 번의 패배 그것도 슈퍼컵에서 패배한 걸 가지고 특집 기사를 쓰라는 건 차암..'

패배.

선더랜드를 수식하기에는 상당히 어색한 단어였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다른 경기도 아니고 슈퍼컵이었다.

챔피언스 리그의 우승팀과 유로파 리그의 우승팀이 슈퍼컵을 두고 대결을 벌이는 이벤트성 시합인 슈퍼컵.

이 경기는 대부분 챔피언스 리그의 우승팀이 이기기 때문에 어느 정도 승부가 예측되는 경기였다.

통상적으로 유로파 리그의 챔피언이라면 지금의 패배가 어느 정도 용인이 될 그런 경기였다.

그러나 이번 유로파 리그의 챔피언은 다른 팀도 아니라 선더랜드였기에 많은 이들이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프리미어 리그 승격하자마자 우승하고, 거기에 멈추지 않고, FA컵, 리그컵 심지어 유로파 리그까지 우승하며 4개 메이져 대회을 우승하며 축구의 본고장 잉글랜드를 지배한 팀이기에 기대감이 높았다.

물론 가람이 나오지 않은 것은 리사 뮐러에게도 의외였다. 그래도 선더랜드가 바르셀로나와 어느 정도 비등한 경기를 보여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클롭 감독이 제대로 이를 갈았지.'

리버풀을 이끌었을 때 선더랜드와의 경기에서 우위를 보여주지 못했던 클롭 감독은 이번 경기를 두고 평소와 다르게 이길 거라는 확신에 찬 인터뷰를 진행했고, 결국 그 인터뷰는 경기의 결과로 인정받게 되었다.

'앙투안 그리즈만을 원톱으로 좌측에 네이마르, 오른쪽에 모하메드 살라, 가운데 메시 이건 사기지.'

꿈에서나 나올 법한 스쿼드를 가지고 선더랜드을 시종일관 압박한 FC바르셀로나의 모습이 지금도 눈을 감으면 선명할 정도였다.

나름 선더랜드도 4-1-4-1 포메이션으로 상당히 수비적으로 나왔지만 경기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선더랜드의 수비를 전성기 못지않은 유려한 드리블로 돌파하는 메시에게서 기회가 나왔고, 그 기회는 네이마르, 모하메드 살라 등 골결정력이 뛰어난 윙어들이 마무리하는 데 충분했다.

'공격편대도 공격편대지만 수비도 좋았어."

괜히 챔피언스 리그 우승한 게 아니라는 듯 프랭키 데용과 세르지오 부스케츠의 협력 수비와 압박 수비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테어슈테겐의 말도 안 되는 선방에 선더랜드는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선더랜드가 후방에서 수비하다가 전방을 향해 뿌려준 롱패스가 즐라탄에 의해 연결이 되고 요한 필립이 기가 막힌 공간 창출을 한다고 해도 결국 바르셀로나의 테어슈테겐의 슈퍼 세이브로 반격은 무의미한 것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이미 경기력에서도 압도적으로 밀린 선더랜드가 거둔 결과는 결국 3 대 0 라는 스코어 완패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경기가 끝난 후 박지석 감독은 왜 김가람을 기용하지 않았는지 언론의 질책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리사 뮐러는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녹음해둔 파일을 클릭해 듣기 시작했다.

'오늘 경기 전에 김가람 선수가 부상을 당했나요? 왜 경기에 나오지 않았습니까?'

'부상을 당한 건 아닙니다.'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왜 경기에 나오지 않은 겁니까?'

'저는 팀의 감독이자 매니져로 선수들의 컨디션을 파악하고 선발 출장을 시킬 권리가 있습니다. 저는 그에 따라 김가람 선수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고, 시즌 전 좋지 않은 컨디션에 무리하게 출장시켰다가 문제가 더 커질 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하기에는 후보 명단에 김가람 선수가 있었는데요.'

'그건 선수의 요청으로 어쩔 수 없이 후보 명단에 넣은 겁니다.'

'그렇다면 김가람 선수가 출장을 나서고 싶었지만, 감독님께서 기용하지 않으셨다는 이야기입니까?"

'맞습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 김가람 선수가 빠진 상황에서도 저희 팀이라면 바르셀로나와 경쟁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기력에 응원해주신 팬들에게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리사 뮐러는 경기를 앞두고 평소 걸리지 않던 감기에 걸려 고생하는 가람을 볼 수 있었다.

마스크를 사용하며 슈퍼컵에 출전하기 위해 평소 하던 훈련도 줄이면서 회복에 힘을 썼지만 결국 출장은 어려웠던 것 같았다.

다른 팀이라면 출장을 시키겠지만, 선더랜드에는 깐깐한 강이찬이 있으니 다른 경기도 아니라 이벤트 경기라 나오지 못한 건 어쩔 수 없었다.

"휴우~"

리사 뮐러는 정보를 추리고,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면서 기사의 가닥을 잡았고, 순식간에 기사 초안을 작성했다.

물론 팀장이 좋아하는 팩트와 약간의 과장이 들어간 건 이 시대의 기자로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이제 남은 건 제목 후보를 적는 것뿐이었다.

제목.

아직도 신문으로 스포츠 기사를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리사 뮐러가 있는 부서는 웹에 기사를 올리기 때문에 제목은 상당히 중요했다.

특별한 내용이 없어도, 제목만 잘 지어서 클릭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제목 선정은 언제나 중요했다. 그래서 하나가 아닌 두세 개의 후보까지 적어서 보내야 했다.

그리고 몇 가지 끄적끄적 적다가 결국 팀장이 원하는 자극적인 제목을 적기로 했다.

'뭐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니깐. 어쩔 수 없지.'

잠시 후 리사 뮐러의 초안 기사를 메일로 받아본 팀장은 흐뭇한 표정으로 크게 외쳤다.

"리사 씨! 아주 좋아! 제목도 좋고! 김가람 선수의 컨디션 난조에 대해 정확히 아는 건 없는 거야?"

무언가 더 캐내려고 하는 듯한 팀장의 말에 리사 뮐러는 손을 흔들며 모른다는 의사 표시를 했고, 그걸 본 팀장은 아쉽기는 했지만, 리사 뮐러가 쓴 팩트와 과장이 적당히 버무려진 기사에 만족했다.

"이건 그냥 올려도 될 것 같네. 제목만 내가 조금 수정할 테니 그렇게 하자고!"

"알겠습니다."

그렇게 리사 뮐러의 기사는 바로 업로드하게 되었다.

같은 시간 스미스 패밀리 가든

가람은 멍하니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보여진 미션 창

[팀의 패배를 벤치에서 지켜봐라]

[보상 - 스나이퍼의 시야 : 보다 넓은 시야를 획득하여 운동장 전부를 볼 수 있습니다.]

'하아. 이런.. 정말 이런 식으로 보상을 얻게 되는구나.'

슈퍼컵을 앞두고 가람의 몸상태는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컨디션을 핑계로 벤치에 앉는 건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전에 슬럼프 모드로 가람의 능력치를 일시적으로 깎은 상태창에게 불가능은 없었다.

[컨디션 난조 : 급성 감기로 인해 모든 능력치가 30프로 하락합니다.]

컨디션 난조라는 말과 함께 정말로 감기에 걸린 듯 몸에 오한이 돌았고, 결국 가람은 겉보기도 그렇게 실제로 검사해도 감기로 나타나며 급격히 컨디션이 떨어졌다.

그리고 생각지 않은 가람의 떨어진 컨디션과 강이찬의 보고로 결국 가람은 슈퍼컵에 참가하지 못하게 되었다.

사실 가람은 벤치에도 나오지 못했을 뻔했다. 다행히 가람은 미션을 완성하기 위해 박지석에게 벤치에서 앉아서 이번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서 붙을 수도 있는 바르셀로나의 플레이를 보고 싶다고 말했고, 박지석은 그것마저 거절할 수 없어 수락해주었다.

지난 시즌에는 슬럼프 모드에 빠졌을 때 벤치에 앉아 있을 때는 경기에 투입해야 한다는 생각에 벤치에서 여유 있게 경기를 지켜보지 못했지만, 그날 경기는 어차피 투입이 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기에 가람은 벤치에서 천천히 경기를 지켜볼 수 있었다.

'정말 대단하기는 했지.'

앙투앙 그리즈만이 최전방에서 나서서 최전방 스크라이커 포지션을 소화하기보다는 처진 공격수 위치에 서서 메시, 네이마르, 모하메드 살라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며 시간을 끌고 드리블로 공을 지켜내는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성기에서 내려왔다고 해도 메시의 유려한 드리블과 골결정력은 자신이 경기를 뛰었어도 과연 막아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지난 경기였고, 이제는 다른 건 다 내려놓고 개막전을 준비할 때가 되었다.

그때

띠리링!

권윤성에게 메세지와 함께 어떤 기사 링크가 핸드폰에 도착했다.

[재수 씨가 쓴 기사! 완전 매운 맛인데.. 우리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것 같다. 너 빼고!]

무언가 알 수 없는 권유성의 말에 가람은 핸드폰에 있는 기사 링크를 열어 기사를 확인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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