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화 21/22시즌 프리미어 리그 1라운드 리버풀전[4]
호베르투 피르미누는 사디오 마네가 슈팅을 때리는 순간 그 슈팅이 골망을 쉽게 가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사디오 마네가 돌파나 크로스 수비가담 능력까지 여러 가지 팀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골 결정력은 기복이 있어, 결정적인 순간에 골을 만들지는 못했다.
만약 사디오 마네가 뛰어난 골 결정력까지 가지고 있었다면 위르겐 클롭 감독과 함께 이적하는건 모하메드 살라가 아니라 사디오 마네가 되었을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 같이 한골이 중요한 때에는 보험으로 자신이 골대를 향해 달려드는 게 좋은 선택이었다.
뻐엉!
호베르투 피르미누는 사디오 마네의 슈팅 궤적을 따라 움직였고, 그런 자신의 움직임에 맞춰 선더랜드의 수비인 권윤성이 따라붙었다.
퍼어엉!
사디오 마네의 슈팅은 불행인지 행운인지 조던 픽포드의 말에 맞고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있는 방향을 날아왔고, 호베르투 피르미누는 권윤성과 경합을 벌이며 공을 향해 달려들었다.
짧은 순간 호베르투 피르미누는 김가람 수준은 아니었지만 만만치 않은 권윤성의 몸싸움에 자칫 잘못하면 세컨볼을 놓칠수도 있다는 생각에 호베르투 피르미누는 공의 위치를 보고 몸을 날렸다.
타앗!!
권윤성은 호베르투 피르미누의 움직임에 맞춰 마찬가지로 몸을 날렸고, 둘의 차이는 호베르투 피르미누는 머리를 앞세워 다이빙 헤딩을 하려고 했다는 것이고 권윤성은 발을 날려 공을 걷어려고 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토오옹!
철썩!
“고오오오오올!!! 전반 32분 호베르투 피르미누 선수! 세컨볼을 다이빙 헤딩으로 마무리에 성공합니다. 홈팬들에게 골을 선사하는 호베르투 피르미누 선수!!”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전반전 끝나기 전에 골을 넣는다는 건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할 수있습니다. 2골차이랑 1골 차이가 가지는 심리적 차이는 엄청나거든요. 게다가 후반전이 오기전에 이렇게 골을 좁힐 수 있다면 리버풀 선수들의 사기도 상당히 오를겁니다. 반대로 선더랜드는 이제 추격당하게 되었으니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친정팀인 리버풀이 골을 넣자, 흥분한 제이미 캐러거는 살짝 편파성이 있어보이는 멘트로 리버풀을 응원했다.
호베르투 피르미누는 한골로 만족 할 수 없다는 듯 골을 넣은 후 세레머니를 생략하고 골대에 들어간 공은 스스로 꺼내 센터 서클로 달려가며 주변 동료들을 보고 할 수있다는 듯 격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모습에 가람은 크게 소리쳤다.
“죄송합니다!! 아직 우리가 이기고 있으니 힘내도록 합시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며 선수들을 격려하는 말이었다.
가람은 사실 골이 터지는 순간 자신의 실수가 골로 연결된 것에 자책감이 들었지만, 그걸 내색할 수는 없었다.
그걸 내색하며 자책한다면 주변 동료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이 생길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선수도 아니고 팀의 에이스를 맡고 있는 선수는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것도 조심스러워야했고, 그런 걸 가람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박지석이 패널티 에어리어 인근에서 박수를 치며 선수들을 보며 크게 외쳤다.
“아직 한골 앞서고 있다. 무리하게 공격하지 말고 준비했던 전술대로 전반전 마무리해라.”
박지석의 말을 들은 사이드 라인의 선수들은 그 박지석의 말은 선수들에게 전했고, 다시 경기는 선더랜드의 공으로 시작되었다.
“호베르투 피르미누 선수의 한골로 경기는 2대1 남은 시간 경기는 어떻게 진행될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선더랜드가 2점으로 앞서고 있다가 이제 추격을 당하는 입장이 되었는데요. 선더랜드의 지난 시즌을 생각해보면 이렇게 골을 먹히고 추격을 당하게 될 때는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더욱 차이를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수비적인 팀이 아니라는 거죠 오히려 상대를 찍어 누르며 강한 공격력으로 상대의 사기를 꺽어버렸죠. 아마도 선더랜드는 공격적으로 나설거라고 생각이 드네요.”
제이미 캐러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심의 휘슬이 울리며, 경기는 다시 선더랜드의 공으로 시작되었고, 선더랜드는 제이미 캐러거의 예상과 다르게 공을 뒤로 돌리며 천천히 리버풀을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이려고 했다.
“아. 선더랜드 공격적으로 나서기 보다는 이미 자신들이 앞서고 있으니 천천히 공격을 하려고 하는 것 보입니다. 제이미 캐러거 위원님의 예상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하하. 이거 좀 민망하지만, 예상 못할 범위는 아닙니다. 엄연히 따지자면 지금 선더랜드가 골을 먹힌 건 복싱에서 따지면 럭키 펀치에 당했다고 표현 할 수 있습니다. 김가람 선수와 킹슬리 코망 선수의 몸싸움에서 파울이 나오지 않은 것도, 조던 픽포드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가 하필이면 호베르투 피르미누 선수 앞으로 날아간 것도 생각하면 운이 좋았다고 판단하는 거죠. 그런 행운의 골에 휩쓸리지 않고 앞서나가고 있는 지금의 경기 운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반전을 마치겠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이렇게 시간을 끌면 리버풀이 골을 넣으면서 올린 사기는 수그러들수 밖에 없거든요.”
“그렇군요. 그렇다면 선더랜드가 수비적으로 나온다면 리버풀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마음 같아서는 골을 노리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공격을 해야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선더랜드의 날카로운 역습에 실점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굳이 너무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고 선더랜드의 공격을 기다리다가 역습을 준비하는게 좋아보입니다.”
이번에는 제이미 캐러거의 예상대로 리버풀은 선더랜드가 수비적으로 경기를 운영하자, 굳이 공격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최전방 공격수인 호베르투 피르미누와 디오고 조타만 투입해 선더랜드가 후방에서 패스를 하는 것을 방해했다.
하지만 그에 맞춰 가람이 중앙 수비수와 미드필더 사이 위치까지 내려오며 패스를 돌리기 시작하자, 두 명의 공격수로는 선더랜드의 공을 뺏을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선더랜드는 천천히 시간을 끌었고, 전반은 그렇게 경기가 종료 되었다.
삐익! 삐익!
“주심 전반전 경기 종료시킵니다. 전반전 어떻게 보셨나요?”
“전반 시작을 할 때 선더랜드가 들고 나온 4-4-2 전술에 대해서 의문이 생겼지만, 지금 보면 선더랜드의 4-4-2 전술은 상당히 오랜 기간 준비를 해온 전술로 보입니다. 이전에도 선더랜드의 수비 능력은 뛰어나다고 이야기는 되었지만, 이번에 보여준 전술로 봤을 때 지난 시즌에 비해 한층 더 강화된 느낌의 수비적인 전술입니다.”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전반전 리버풀은 다소 긴 시간동안 자신의 진영에서 공을 돌리면서 선더랜드 선수들을 끌어들리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선더랜드 선수들은 그런 리버풀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고 자신의 진영에서 머무르고 박지석 감독의 전술에 따르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사실 전술을 준비했다고 해도 그걸 그대로 선수가 따르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특히 이부분에서 세르히오 아게로처럼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선수들도 전술에 따라 공격을 자제하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이건 감독의 카리스마도 필요하겠지만, 경기장에서는 경기를 뛰는 선수들을 관리하는 주장의 카리스마도 상당히 필요한 부분인데요. 선더랜드가 만약 지난 시즌처럼 어리고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라면 가능한 전술이 아니라고 봅니다. 이번 시즌 선더랜드의 젊은 선수들은 한시즌동안 쌓은 경험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감독님의 전술에 따라 움직이면서 점점 좋은 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건 팀의 선수뿐 아니라 팀에 좋은 장악력을 가지고 있는 박지석 감독에게도 해당되는 말입니다.”
“이렇게만 들었을 때 보면 리버풀이 이길 확률은 없어보이는데요. 전반 막판처럼 선더랜드가 공을 후방에서 돌리고 리버풀이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경기는 2대 1로 끝나게 될테니 말이죠. 후반전 리버풀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솔직히 말해서 지금 선더랜드의 모습을 봤을 때는 리버풀이 지금 전술을 유지한다면 이길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전술을 수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기고 있거나 비기고 있다면 지금 전술로도 충분히 버틸수 있겠지만, 지금은 지고 있거든요. 상대팀도 어리숙한 팀이 아니라 챔피언의 관록을 가진 팀이라 전술 변화는 필수로 보입니다.”
-----------
리버풀의 라커룸
“전반전 전술은 실책이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들어온 선수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카리스마 넘치고 강력한 리더쉽 그리고 높은 자신감으로 팀을 지휘하는 걸로 유명한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스스로 자신의 전술이 잘못되었다고 인정하는 것은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었다.
심지어 스탭도 아니고 그런 자신의 실수를 선수들 앞에서 인정하는 것은 더욱 보기 힘든 일이라 선수들과 스탭들은 순간 술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입을 열었다.
“오늘 경기 상대도 수비적인 전술로 나왔다면 우리가 가지고온 전술로 상대를 이길 수 없다. 특히 이미 한 골차이로 뒤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전반 막판 선더랜드가 보여주었던 후방에서 골 컨트롤 능력이라면 더욱 가능성은 없어. 후반전 전술은 플랜B 4-2-3-1로 나선다. 디오구 조타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려오고, 조르지니오 바이날둠은 조던 핸더슨과 교체를 파비뉴는 맥스 파워와 교체한다.”
파비뉴와 맥스 파워가 교체한다는 말이 떨어지는 순간 선수들은 맥스 파워를 보며 입을 열었다.
“친정팀이라고 봐주지 말라고 맥스!”
“연습 경기에서 보여주었던 대로 다 쓸어버리라고 맥스!”
“너만 믿는다 맥스!”
이번 시즌 영입된 선수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주변 선수들의 응원을 받으면 맥스 파워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습을 본 디오고 시메오네 감독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기회를 많이 주지 않은 박지석 감독에게 너의 능력을 증명해서 배아프게 해줘라”
“알겠습니다. 감독님.”
맥스 파워는 리버풀로 이적하며 언제가는 선더랜드와 경기를 하게될 날이 올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경기에 나설거라고 생각은 하지 못한 상황이라 살짝 당황했다.
하지만 당황한 것과 별개로 맥스 파워는 알수 없는 기분 좋은 긴장감과 흥분감이 몸을 감싸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맥스 파워에게 다가와서 입을 열었다.
“너의 능력은 내가 믿는다. 이번 경기를 충분히 뒤집을 수 있어. 그리고 내가 너를 믿듯이 너도 너 스스로를 믿어라.”
“알겠습니다. 감독님.”
그렇게 후반전을 맞이하는 라커룸 대화와 전술변경을 진행한 리버풀은 후반전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