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화 21/22시즌 프리미어 리그 1라운드 리버풀전[5]
"경기는 다시 후반전으로 시작됩니다."
마틴 테일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심은 휘슬을 불었고, 경기는 선더랜드의 공으로 시작되었다.
선더랜드는 전반과 마찬가지로 공을 돌리며 리버풀 선수들을 끌어들이고, 그 모습에 제이미 캐러거 입을 열었다.
"후반전 리버풀은 선수교체와 함께 전술 변화를 준 것 같습니다. 파비뉴 선수와 조리지니오 바이날둠 선수가 나가고 조던 핸더슨 선수와 맥스 파워 선수가 들어옵니다. 전술은 지금 위치로 봤을 때는 4-2-3-1로 변경한 것 같네요."
"제이미 캐러거 위원님이 예측하신 대로 전술 변화를 가지고 간 리버풀입니다. 그를 비해 선더랜드는 교체 없이 그대로 경기를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반전 내용으로만 봤을 때 선더랜드 입장에서는 크게 수정할 건 없는 게 사실이니 말이죠."
리버풀은 변경된 전술에 맞게 전반전과 다르게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라인을 위로 올렸다.
그 모습에 후방에서 공을 받은 권윤성은 안쪽으로 들어온 리버풀의 선수들을 위치를 보더니 전반전과 마찬가지로 전방에 있는 가람을 보고 공을 찼다.
뻐어엉!!
권윤성의 롱패스는 정확하게 가람의 위치를 향해 날아갔고, 가람은 공의 낙하지점을 포착해 주변을 경계하며 공을 잡는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가람은 주변에 자신밖에 없는 것을 확인하고 헤딩으로 패스하기보다는 가슴으로 트래핑해서 공을 잡고 드리블을 하려고 했다.
토오옹!
정확하게 가슴으로 권윤성의 패스를 받은 가람은 공을 자신의 발로 내려놓고, 리버풀의 진영으로 드리블을 치고 나서려고 했다.
그때
탁!
가람은 자신의 발에 공이 오기 전에 무언가가 자신의 공을 낚아채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맥스 파워 선수! 영리하게 김가람 선수가 공을 잡아낼 때까지 기다렸다가 어느새 다가와서 공을 가로챕니다."
"지금 모습은 제 생각에는 김가람 선수의 행동을 예측한 수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난 시즌까지 선더랜드에서 뛰었던 맥스 파워 선수라면 김가람 선수의 플레이 패턴을 알고 있을 테니 말이죠."
맥스 파워는 공을 가로챈 후 자신이 공을 간수하기보다는 옆에 있는 조던 핸더슨에게 보냈다.
그 덕분에 맥스 파워를 쫓아 공을 가로채려고 했던 가람은 허수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 가람이 재차 조던 핸더슨에게 달려가려고 하자, 맥스 파워는 그 앞을 뛰며 가람의 경로를 영리하게 방해했다.
"제길."
맥스 파워.
사실 가람은 골키퍼인 딘 핸더슨이 이적한 것보다 맥스 파워가 이적한 것이 더 아쉬웠다.
다른 선수나 스탭들이 봤을 때 닐 이안이나 해리 네쳐처럼 몸싸움에 능한 미드필더보다 뛰어나지 않은 선수로 보일 수 있겠지만, 맥스 파워는 둘을 비해 뛰어난 축구 지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맥스 파워는 뛰어난 축구 지능에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상대 팀의 선수들을 괴롭힐 수 있었다. 같은 팀이라면 든든하겠지만, 다른 팀이 되었을 때는 상당히 귀찮은 존재가 될 것이었다.
차라리 몸싸움을 걸거나 신체적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스타일이라면 가람이 손쉽게 처리 할 수 있겠지만, 맥스 파워는 축구 지능을 바탕으로 선수의 플레이 패턴이나 습관을 체크해서 수비하기에 상대하기 힘들었다.
방금의 장면도 가람이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 공중볼을 받는 습관과 공을 빼앗겼을 때 하는 행동을 예측한 맥스 파워의 영리한 플레이였다.
그때 맥스 파워가 뛰면서 뒤에 있는 가람을 보지 않고 입을 열었다.
"가람아. 후반전은 내가 옆에서 마크해줄게."
가람의 걱정이 현실이 된 듯 맥스 파워는 후반전에 가람을 마크하기 위해 투입된 듯 보였다.
하지만 가람은 자신이 맥스 파워에게 막힌다면 후반전 경기 양상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어떻게든 자신을 마크하고 있는 맥스 파워에게 떨어지기 위해 크게 돌아서 뛰어 조던 핸더슨의 방향이 아닌 다른 선수를 마크하기 위해 움직였다.
타타탓
하지만 맥스 파워는 가람의 생각이라도 읽은 듯 주심의 눈치를 보며 파울이 아닌 경계선에서 가람의 주변을 쫓아다녔고, 가람은 맥스 파워의 움직임을 신경 쓰지 않고 어떻게든 플레이에 집중하려고 했다.
그러나
"맥스 파워 선수! 공과 상관없이 김가람 선수를 마크합니다."
"김가람 선수 쉽게 맥스 파워 선수를 떨쳐내지 못하네요. 맥스 파워 선수가 원래 가지고 있던 폭넓은 활동량이 빛나는 모습입니다. 게다가 단순히 활동량이 많을 뿐 아니라 영리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상당히 곤욕스러울 겁니다."
"하지만 김가람 선수가 공을 잡고 전력 질주한다면 맥스 파워 선수의 수비를 떨쳐낼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신체적인 능력은 김가람 선수가 더 뛰어나지만, 문제는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공을 잡아야 합니다. 아마 맥스 파워 선수의 능력이라면 김가람 선수가 공을 잡기 전에 커트할 거라고 보입니다."
"아! 말씀드리는 순간 조던 핸더슨 선수의 패스를 받은 디오구 조타 선수가 안쪽으로 치고 들어갑니다."
가람이 맥스 파워에 신경 쓰게 되자, 수비 커버도 살짝 늦어지게 되었고, 덕분에 공간이 생긴 디오구 조타는 패널티 에어리어 앞까지 파고들어 슈팅을 때렸다.
뻐어엉!
디오구 조타가 찬 공은 낮고 빠르게 깔리며 날아갔지만, 불행하게도 골키퍼 정면을 향해 갔고, 조던 픽포드는 몸을 낮추며 공을 향해 몸을 날려 손쉽게 공을 잡아낼 수 있었다.
"이거 맥스 파워 선수의 마크가 선더랜드의 수비에 균열을 내는 것 같습니다."
"그건 무슨 말씀이실까요?"
"사실 선더랜드의 수비는 단순히 4-4-2 전술과는 다르게 스트라이커 포지션에 있는 김가람 선수의 폭넓은 움직임을 이용해서 수비에 도움을 주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김가람 선수가 마음 편히 움직일 수 없게 되면서 김가람 선수에게 수비 일부분은 기대고 있던 선더랜드에게는 구멍이 생겼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거 그렇다면 맥스 파워 선수의 투입이 신의 한 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조던 픽포드는 공을 잡고 바닥에 둔 후 서두르지 않고 선더랜드 선수들이 위치를 잡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며 시간을 끌었다. 그런데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다가오는 바람에 바닥에 있는 공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공을 잡게 되자, 조덕 픽포드는 공을 던져서 패스를 하거나 공을 던진 후 발로 차서 멀리 패스하는 방법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리버풀이 공격적으로 올라오게 되면서 선더랜드 진영에는 리버풀 선수와 선더랜드 선수들이 뒤엉켜 있는 상황이라 주변에 있는 선더랜드 선수를 향해 공을 손으로 던지는 건 다소 위험해 보였다.
그때
타타탓!
가람이 하프 라인 인근으로 빠르게 달려가는 게 조덕 픽포드의 눈에 보였고, 바로 고민 없이 가람을 향해 공을 찼다.
뻐어엉!
조던 픽포드가 찬 공은 가람의 앞 공간을 향해 정확하게 날아갔고, 가람은 공을 향해 전력을 다해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람이 전력 질주하기 시작하자, 맥스 파워는 가람과 거리를 좁히기 힘들었다.
결국 맥스 파워가 가람을 쫓으면서 등 뒤에서 크게 소리쳤다.
"고메즈 커버!!"
가람은 이번에는 맥스 파워를 완벽하게 떨쳐내기 위해 더 빠르게 속도를 올렸고, 맥스 파워와 가람의 거리는 확실히 벌어졌다.
그리고 가람의 눈에 공은 이미 그라운드에 맞고 튀어 오르는 게 보였고, 그 공을 향해 뛰어오는 조 고메즈가 보였다.
공은 조 고메즈와 가람의 사이 거의 중간쯤에서 결국 떨어졌고, 가람은 장기인 빠른 발을 이용해 조 고메즈보다 빨리 공을 잡아낼 수 있었다.
'찬스'
조 고메즈만 제쳐내면 바로 뒤에는 아무도 없는 공간이기에 가람은 골키퍼와 1대 1 찬스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었다.
가람은 여기서 바로 속도를 내서 조 고메즈와 경합하며 안쪽으로 파고들기보다는 조 고메즈를 개인기를 통해 속여서 제치기로 마음먹었다.
휘릭~
가람의 단순한 상체 페이크 동작이었지만, 지금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페이크 동작을 하자, 판단력이 부족한 조 고메즈는 속아 균형을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가람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신체 밸런스가 무너진 조 고메즈를 돌파하기 위해 안쪽으로 드리블을 치려고 했다.
그때 뒤에서 잔디를 가르는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왔다.
촤르르르~
토옹!
"맥스 파워 선수!! 이번에는 절묘한 슬라이딩 태클로 조 고메즈 선수와 경합을 벌이고 있던 김가람 선수의 공을 뺏어냅니다."
"아! 이건 김가람 선수가 조 고메즈 선수를 완벽하게 제치기 위해서 개인기를 부리는 시간에 맥스 파워 선수가 거리를 좁힐 수 있었습니다. 오늘 경기가 끝나면 김가람 선수의 꿈에 맥스 파워 선수가 나올 것 같네요."
맥스 파워가 건드린 공은 살짝 리버풀 진영 쪽으로 나아갔고, 그걸 뒤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판데이크가 잡아 바로 전방을 향해 공을 찼다.
뻐어엉!!
판데이크가 찬 공은 순식간에 하프 라인을 넘어갔고, 가람은 공의 궤적을 향해 뛰어갔고, 슬라이딩 태클을 한 맥스 파워도 가람의 움직임을 쫓아 움직였다.
그리고 호베르투 피르미누와 해리 네쳐가 공을 따내기 위해 경합했지만, 결국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먼저 공중볼을 따내며 디오구 조타에게 공을 연결했다.
디오구 조타는 다시 한번 패널티 에어리어 안쪽으로 파고들었지만 이번에 선더랜드 수비 진영은 한번 당했던 패턴에 또 당할 수 없다는 듯 권윤성이 수비 라인을 조율하며 앞으로 라인을 올려 디오고 조타가 슈팅할 수 없도록 막았다.
"선더랜드 수비 라인을 올려서 디오구 조타 선수의 공간을 자르며 수비에 성공합니다."
"디오구 조타 선수 빨리 결정을 내려야죠. 지금 앞이 막혔다면 좌우로 공을 돌리던가 뒤로 공을 돌려야죠. 그렇지 않으면 선더랜드 압박 수비에 갇힐 수밖에 없습니다."
제이미 캐러거의 안타까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만재가 디오구 조타의 앞으로 막으며 몸싸움을 벌었고, 디오구 조타는 생각보다 김만재의 강한 몸싸움에 몸이 휘청거렸다.
이대로 조금 더 있으면 디오구 조타가 공이 빼앗길 거라고 생각한 순간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디오구 조타 쪽으로 달려들었다. 디오구 조타는 넘어진 듯하면서 발끝으로 호베르투 피르미누에게 패스를 했다.
호베르투 피르미누는 공을 잡는 순간 바로 슈팅을 가지고 갔다.
뻐어엉!
퍼억!
"호베르투 피르미누 선수의 슈팅! 어느새 백업으로 들어온 김가람 선수가 몸으로 막아냅니다."
가람의 수비가 성공한 순간이지만, 뒤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조던 픽포드는 호베르투 피르미누의 슈팅 방향을 향해 몸을 날려 쓰러진 상황이었다.
순간 그렇게 조던 픽포드가 쓰러지고 가람의 몸에 맞고 나온 공은 여태까지 가람을 지겹게 뒤쫓은 선수의 앞에 떨어졌다.
맥스 파워는 공이 자신 앞에 떨어지자, 고민하지 않고 바로 슈팅을 때렸다.
뻐어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