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화 21/22시즌 프리미어 리그 1라운드 리버풀전[6]
얄밉게도 맥스 파워의 슈팅은 조던 픽포드가 쓰러진 반대 방향으로 정확하게 날아갔다.
철썩!
"고오오오올!! 후반 10분 김가람 선수를 마크하던 맥스 파워 선수가 김가람 선수에게 맞고 나오는 공을 그대로 차서 골로 연결합니다. 경기는 2대 2!! 동점!! 승부는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건 솔직히 예상하지 못한 그림인데요. 이렇게 되면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의 노림수가 먹혔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맥스 파워 선수가 경기에 투입한 후 10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맥스 파워 선수가 친정팀에게 비수를 꽂게 되었네요."
골을 넣은 맥스 파워는 최대한 진정하며 양손을 바닥으로 내리고 다른 동료들이 흥분한 가운데도, 친정팀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 세레머니를 자제했다.
오히려 주변에 있는 동료들이 동점골에 흥분하며 맥스 파워를 감싸고 좋아했지만 맥스 파워는 끝까지 웃지 않고 진정하며 누가 골을 넣었는지 헷갈리게 하는 모습이 연출되었다.
"맥스 파워 선수가 골을 넣은 것도 인상적이지만, 친정팀을 생각해서 골 세레머니를 생략하는 모습이 더 인상적입니다."
"다른 골도 아니라 동점골을 넣고 저렇게 침착한 모습을 보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요. 대단합니다."
가람은 한 골도 아니라 두 골이 모두 자신의 실수에서 비롯되었기에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쉬고 있었다.
그때 박지석이 크게 가람을 불렀고, 사이드 라인에 있는 선수들이 박지석의 말을 전했고 가람이 벤치쪽으로 다가갔다.
가람은 순간 질책을 들을 걸 예상했다.
자신이 알고 있던 박지석은 칭찬도 후하지만,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하지 못하는 선수에게 호되게 질책하는 것도 잘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가람아~ 너무 자책하지 말고, 어쩔 수 없었던 일이었다. 오늘 수비하려고 하면 오히려 당하니 수비보다는 공격에 집중해라. 그래야 역전 골을 넣을 수 있으니."
"아.. 알겠습니다."
가람은 호된 질책이 아니라 격려를 받게 되어 살짝 어리둥절했다. 그 사이 사이드 라인에서 몸을 풀고 있던 노망준이 경기에 투입하려고 준비하는 게 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선더랜드의 공으로 경기가 시작되려는 순간 세르히오 아게로와 노망준이 교체되었다.
"선더랜드에서 교체를 진행합니다. 세르히오 아게로 선수를 빼고 노망준 선수가 들어오는데요. 이건 어떻게 보시나요?"
"노망준 선수는 선더랜드의 차세대 재능이라고 불릴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런 중요한 순간에 투입하는 건 좀 의아하게 생각합니다. 세르히오 아게로 선수와 교체했다는 건 스트라이커 위치로 들어가는 건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말과 함께 노망준은 경기에 들어오면서 손가락을 두 개를 펴며 말했다.
"플랜B로 갑니다. 제가 중앙 미드필더로 갑니다. 해리 네쳐! 위로 올라가!"
"아이! 녀석은 내가 한 살 많은데 형이라고 불러야지. 너 한국 사람 아니야? 거기는 위아래가 중요하다고 들었는데.."
"내가 형이라고 인정하는 건 가람이 형뿐이거든. 그리고 여기는 잉글랜드야!"
노망준은 들어오자마자 해리 네쳐와 티격태격했고, 가람은 그런 둘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자아. 경기 아직 진행 중이니깐 집중하자!"
삐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다시 경기는 선더랜드의 공으로 진행되었다.
가람은 공을 해리 네쳐에게 건넨 후 골을 먹히기 전과 다르게 공격적으로 리버풀과 수비수와 미드필더 사이 공간 일명 포켓 공간에 파고들어 자리를 잡았다.
그 모습을 본 제이미 캐러거가 입을 열었다.
"아. 지금 선더랜드도 노망준 선수가 들어오면서 전술 변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김가람 선수가 원톱에 서고, 해리 네쳐 선수가 위로 올라오면서 그 자리에 노망준 선수가 자리하여 4-2-3-1 전술을 사용하네요. 이제 양 팀 둘 다 공격적인 전술로 남은 시간 보낼 것 같습니다."
해리 네쳐는 공을 잡은 후 바로 공을 돌리거나 패스하지 않고 주변의 동료들을 보며 크게 외쳤다.
"올라가!"
해리 네쳐의 말에 맞춰 양쪽 윙어인 이강운과 손홍민 그리고 양쪽 윙백인 맥스 아론스와 앤드류 로버트슨도 위로 올라가게 되었고, 왼쪽 윙백 자리는 권윤성이, 오른쪽 윙백 자리는 노망준이 마크하며 수비 라인은 유지하고 공격의 수를 올리며 리버풀 진영을 압박했다.
반면 리버풀은 맥스 파워을 이용해 가람을 압박하던 전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수비한 후 역습을 노리는 듯 수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다시 경기는 선더랜드가 공격적으로 나서고 리버풀이 수비적으로 막아서면서 시간은 흘러가기 시작했다.
뻐어엉!
파아앙!
"김가람 선수의 중거리 슈팅! 아쉽게도 알리송 베케르 골키퍼가 막아냅니다."
"리버풀이 동점골 이후 촘촘하게 2줄 수비에 집중하면서 아무리 김가람 선수라고 해도 패널티 에어리어 안쪽으로 들어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나마 저렇게 중거리 슈팅을 때리는 게 최선이기는 하지만, 이미 중거리 슈팅을 때릴 거라고 예상한다면 알리송 베케르 골키퍼가 못 막을 가능성은 거의 없거든요. 다른 수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골문은 열리지 않을 겁니다."
"맥스 파워 선수의 동점골 이후 경기는 선더랜드가 공격하고 리버풀이 수비하는 모습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경기는 이제 5분 남짓 남았습니다. 앞으로 남은 경기는 어떻게 될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선더랜드의 공격이 매섭지만, 저도 보고 놀랄 정도로 좋은 수비 집중력과 촘촘한 소비를 보여주는 리버풀의 모습이 더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은 시간 5분입니다. 선더랜드 선수들도 연신 공격을 하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체력적으로 지칠 수도 있는 시간에 도달했습니다. 리버풀은 이런 기회를 살려서 막판에 골을 만들어보려는 움직임을 가지고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반면 선더랜드는 끝까지 집중하면서 골로 결실을 만들어야 할 겁니다."
제이미 캐러거의 말을 꼭 들은 것처럼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테크니컬 에어리어 끝에 서서 큰 목소리로 포효하듯 알리송 베케르 골키퍼를 불렀다. 단번에 자신을 부른 것을 인지한 알리송 베케르 골키퍼가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을 보자,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손으로 손가락 세 개를 펴며 작전 지시를 내렸다.
그 모습을 본 알리송 베케르 골키퍼는 전방을 보더니 누군가를 보고는 공을 찼다.
뻐어엉!
알리송 베케르가 찬 공은 킹슬리 코망이 바로 앞 공간을 향해 떨어졌고, 킹슬리 코망은 공이 떨어지는 동시에 속도를 올려 공을 얻기 위해 움직였다.
"알리송 베케르 골키퍼의 정확한 골킥은 단번에 킹슬리 코망 선수에게 연결됩니다."
킹슬리 코망 앞에는 노망준이 마크하며 막고 있었고, 리버풀의 공격에 공격적으로 나섰던 원래 오른쪽 윙백인 맥스 아론스도 빠르게 수비로 복귀하고 있었다.
하지만 킹슬리 코망은 선더랜드의 복귀를 기다리지 않고 지금의 찬스를 살릴 생각을 했다.
'단번에 뚫어버린다.'
전반전 가람의 스피드는 솔직히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커다란 덩치의 선수라면 자신의 속도로 충분히 압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킹슬리 코망은 자신감을 가지고 돌파하기 위해 단번에 노망준의 품을 파고들었다.
대부분 큰 신장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은 빠른 속도로 자신의 품을 파고드는 선수들을 쉽게 마크하지 못하기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방법이었다.
타타탓!
하지만 킹슬리 코망은 노망준의 품에 파고들기 전에 자신의 생각을 바꿔야 했다.
노망준은 킹슬리 코망의 돌진에 당황하지 않고 돌진에 맞춰 자신의 품을 내어주지 않기 위해 거리를 벌리며 맥스 아론스의 수비 커버를 기다렸다.
그렇다고 거리를 많이 내어준 건 아니라 킹슬리 코망이 다른 방향으로 바꿔 드리블하기도 애매한 위치를 유지했다.
생각지 않은 노망준의 수비 위치와 간격 조절에 킹슬리 코망은 당황했지만, 그래도 거리 유지만 한 것뿐이지 자신이 더 파고들면 결국 노망준은 자신을 마크하기 위해 달려들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좀 더 속도를 올렸지만 노망준은 그런 킹슬리 코망에게 섣불리 다가가지 않고 거리를 유지하며 뒤로 물러섰다. 결국 킹슬리 코망은 노망준만 보고 드리블을 한 결과 오른쪽 골라인 근처까지 유도하게 되었다.
"아. 킹슬리 코망선수!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노망준 선수를 돌파하지 못하고, 노망준 선수가 유도한 대로 오른쪽 골라인에 몰리게 되었습니다."
"이건 킹슬리 코망 선수를 탓할 게 아니라 킹슬리 코망 선수의 노림수에도 당하지 않고 침착하게 수비한 노망준 선수를 칭찬해야겠네요. 대단합니다."
결국 킹슬리 코망은 노망준을 돌파하지 못하고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어느새 다가온 맥스 아론스와 노망준의 협력 수비에 갇히게 되었다.
킹슬리 코망은 이렇게 된 이상 스로인 공격이라도 받아낼 속셈으로 다가오는 노망준을 향해 공을 찼다.
그때
휘익~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상황이 펼쳐졌다. 꼭 킹슬리 코망이 공을 자신에게 찰 거라고 예상이라도 한 듯 노망준이 큰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몸을 돌렸고, 공은 노망준을 지나 선더랜드 진영으로 나아갔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킹슬리 코망이 어이없는 슈팅한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허무하게 날아간 공을 향해 김만재가 달려들어 받아낸 후 왼쪽 윙백에 있는 권윤성에게 연결했다.
권윤성은 공을 잡자마자 생각도 할 것 없이 패널티 에어리어 쪽으로 파고드는 김가람을 보며 공을 패스했다.
뻐어엉!
가람은 날아오는 공을 보며 공이 떨어질 곳을 예상해 미리 자리를 잡았고, 가람의 옆에는 역시 맥스 파워가 가람의 공을 빼앗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다가 가람에게 무모하게 몸싸움을 하려고 하지는 않고, 가람의 근처에 있으며 가람이 공을 잡아낸다면 그때를 노려 뺏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잠시 후
쿠우웅!
리버풀의 중앙 수비수 반데이크가 가람의 뒤에서 나타나 공중볼을 경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공은 권윤성의 뛰어난 롱패스 실력을 다시 한번 증명하듯 가람이 받기 좋은 위치로 떨어졌고, 이미 자세를 잡고 있던 가람은 반데이크와 공중볼 경합을 이겨내며 공을 가슴으로 트래핑 하며 자신의 공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공이 바닥에 떨어져야 할 때에 맞춰 맥스 파워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가람의 습관을 생각해 공이 떨어질 위치를 예상하며 발을 뻗었다.
그때
토옹!
가람은 무릎으로 공을 한 번 더 쳐서 맥스 파워의 발에 공이 닿지 않게 한 후 평소 선호했던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몸을 돌아 리버풀의 진영으로 파고들었다.
"김가람 선수!! 놀라운 개인기! 공중볼 경합과 동시에 개인기로 맥스 파워 선수를 제쳐냅니다."
"이거 선더랜드에게는 기회, 리버풀은 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