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265화 (266/319)

265화 고민 상담자[1]

2021년 11월 19일 세인트 메리스 스타디움(사우스햄튼 홈구장)

프리미어 리그 12 라운드

선더랜드는 오늘 경기에 공격은 전혀 하지 않고 수비적으로 나온 사우스 햄튼을 상대로 고전하고 있었다.

평상시와 다르게 컨디션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 김가람은 사우스 햄튼의 공격수 대신 수비수 두 명을 더 넣은 극단적인 수비 전술에 묶여 큰 활약을 못 하고 있었다.

그렇게 남은 시간은 이제 1분 남짓. 박지석은 테크니컬 에어리어 끝에 서서 크게 외쳤다.

"공격해라! 공격!"

그 말에 사우스 햄튼의 촘촘한 수비에 큰 힘을 발휘하고 있지 못한 요한 필립이 밖으로 나와 수비를 끌어내고, 가람도 마찬가지로 뒤쪽으로 나오면서 수비를 유도했다.

그리고 순간 하프 라인 위쪽까지 올라온 맥스 아론스가 공을 잡고 왼쪽으로 돌아서 뛰는 노망준을 보며 패스를 올렸다.

뻐어엉!

맥스 아론스의 패스는 정확하게 노망준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고, 가람과 요한 필립의 움직임을 쫓던 사우스 햄튼의 선수들은 노망준의 위치를 놓쳤다.

노망준은 아무런 방해 없이 헤딩으로 가람에게 공을 연결했다. 가람에게 공이 가자, 가람을 마크하고 있던 세 명의 선수들이 가람이 공을 잡는 순간 달려들기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토오옹!

가람은 공을 잡지 않고 다이렉트하게 발을 뻗어 요한 필립의 앞 공간에 패스를 넣었다.

그리고 요한 필립은 자신에게 공이 올 걸 예상이라도 한 듯 바로 가람의 패스에 반응해 달려들었고, 아슬아슬하게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공을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요한 필립은 자신이 만든 기회에 어떻게든 골로 연결하고 싶었지만, 이미 요한 필립의 골결정력은 사우스 햄튼이 경계하고 있었고, 어느새 수비수들이 요한 필립을 에워싸려고 했다.

그때 요한 필립의 눈에 반대편 골대에서 손을 들고 있는 노망준이 보였다.

아까 맥스 아론스의 롱패스를 받아내고 어느새 저 위치에 온 것이 말이 안 되는 놀라운 움직임이었지만, 요한 필립은 침착하게 노망준을 향해 낮고 빠르게 크로스를 올렸다.

뻐어엉!

요한 필립의 크로스는 낮게 깔리며 사우스 햄튼 선수들의 발 바로 앞을 지나쳐갔고, 노망준은 그 공에 정확히 발을 댈 수 있었다.

토옹!

철썩!

"고오오오올!! 후반 46분에 오늘 이 숨 막히는 0 대 0경기에 균열을 만드는 건 이번 시즌에 데뷔와 동시에 놀라운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노망준 선수입니다."

"대단합니다. 지금 골로 두 자리수 10골을 기록하게 되네요. 이거 팀 내 최다 득점자인 김가람 선수를 턱밑까지 추격해 왔습니다. 이번 시즌에 김가람 선수는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스트라이커 원톱 자리를 즐라탄 선수와 세르히오 아게로 선수에게 양보하고 거의 처진 스트라이커 자리에서 골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고 있는데요. 이번 골도 김가람 선수의 센스있는 패스가 골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 경기의 승리가 확정시되는 가운데 선더랜드는 개막전인 리버풀전을 시작으로 12연승을 달리며 선두를 유지하게 됩니다."

"사실 이번 시즌에 많은 팀이 선더랜드의 시즌 전망을 그리 좋게 평가하지는 않았습니다. 많은 선수가 나갔고, 나간 선수를 대체할 만한 선수들은 들어왔지만, 문제는 그 수가 적어서 챔피언스 리그, 리그컵, FA컵, 프리미어 리그까지 빡빡한 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거라고 많은 전문가가 예상했거든요. 하지만 선더랜드는 로테이션과 철저한 부상관리로 잘 이겨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번 시즌에도 다시 한번 지난 시즌과 같은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선더랜드입니다. "

"조금 더 말을 덧붙이자면, 이번 시즌에 선더랜드의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면서 팀 내 좋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방금 골을 넣을 수 있는 찬스에서도 침착하게 주변을 보며 패스한 요한 필립 선수나 골을 넣은 노망준 선수 그리고 수비에서는 누누 멘데스 선수와 맥스 아론스 선수 등이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으니 선더랜드의 놀라운 기세를 유지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됩니다."

골이 터진 순간 노망준은 자신의 전매특허인 수화 세레머니로 어머니께 사랑을 전했고, 그 세레머니를 하는 동안은 선수들도 노망준을 방해하지 않았다.

세레머니가 끝난 후 선수들은 노망준에게 가서 함께 골을 축하해주었고, 노망준은 좋아하다가 자신의 골을 도와준 요한 필립을 보며 말했다.

"네가 넣을 수 있었는데 왜 패스를 한 거야?"

"스승님이 훈련 때 매번 말씀하셨잖아. 확실히 골을 넣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선수에게 패스하라고. 그래서 패스 한 거고 너도 골을 넣었으니 된 거야."

그리고 그 둘의 대화를 듣고 있는 가람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다시 경기는 사우스 햄튼의 공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사우스 햄튼 선수들이 공을 잡고 몇 번 공을 돌리기도 전에 주심이 휘슬을 불어 경기를 종료시켰다.

삐익! 삑!!

그와 동시에 가람의 귓가에 기분 좋은 알람 소리가 울렸다.

띠리링!

[요한 필립과 노망준이 한 경기에서 공격 스탯을 쌓도록 돕는 데 성공했습니다.]

[맥스 아론스와 누누 멘데스의 실책을 줄이고 무실점으로 경기가 끝나게 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보상 - 재능 기부 특성 개방]

[재능 기부 - 유망주가 자신의 기술을 보다 효과적으로 학습하고, 해당 유망주의 호감을 얻는다.]

알림 소리가 들리는 순간 가람은 그동안 의외로 어려웠던 이 미션을 성공하며 크게 포효했다.

다른 선수들이 보면 오늘 경기에 사우스 햄튼이 선더랜드 맞춤형 수비 전술을 뚫고 이긴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었다.

사실 오늘 경기는 사우스 햄튼의 경기력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다름 아닌 상태창의 패널티였다.

[미션 성공으로 패널티가 사라집니다.]

[패널티 - 모든 능력 20% 감소]

이 미션을 받았을 때 가람은 공격을 자제하고 다른 동료들에게 기회를 주라는 듯한 패널티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건 패널티가 경기 시작하기 직전에 적용되어서 경기 전에 강이찬에게 들켜 경기를 못 뛰는 일은 없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몇몇 경기에서 좋지 못한 평점을 받아 슬럼프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던 걸 생각해보면 드디어 이 미션을 성공시킨 게 천만다행이었다.

그렇게 가람이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홀가분한 마음으로 라커룸으로 향할 때 노망준이 이번 경기의 MOM으로 뽑혀 인터뷰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번 경기의 결승골을 넣은 것은 물론이고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투입되면서 사우스 햄튼의 촘촘한 수비를 뚫고 큰 키와 공중볼 장악으로 선더랜드의 공격을 풀어주었던 것은 MOM을 받을 만한 모습이었다.

그때 노망준의 인터뷰를 살짝 떨어진 자리에서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요한 필립이 눈에 들어왔고, 가람은 아무런 생각 없이 요한 필립을 불렀다.

"이제 들어가자. 요한아!"

"아! 네 스승님. 가겠습니다."

그때

삐리링

[요한 필립의 고민을 해결해라.]

[보상 - 고민 상담자 특성 오픈]

생각지 않은 미션창의 알림음에 가람은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니 방금 미션 끝냈는데 바로 미션을 또 준다고?'

방금 미션도 힘들게 완성했는데 또 다른 미션을 받게 된 가람은 솔직히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그때 요한 필립의 살짝 어두운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흐음.. 녀석. 도대체 무슨 고민이 있는 거지?'

가람은 라커룸에 들어간 후에도 요한 필립의 표정을 살펴보았지만, 크게 문제는 없어 보였다.

그때 MOM 인터뷰가 끝난 노망준이 들어왔다. 선수들이 노망준을 축하하기 시작하자, 요한 필립도 노망준에게 웃으며 축하를 해주었지만,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요한 필립이 지난 시즌에 최연소 기록을 깨면서 출전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노망준에 비하면 임팩트는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그때 요한 필립은 16살이고 지금 노망준은 17살이다. 데뷔 시즌이라고 해도 나이도 다르고 신체적으로 거의 모든 걸 갖춘 노망준과 비교하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물론 그건 밖에서 생각하는 거고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지.'

그렇게 노망준이 들어온 후 박지석이 와서 가볍게 선수들을 격려하고 다들 선더랜드로 복귀하기 위해 짐을 쌓기 시작했다.

구단 버스에 오르자 선수들은 하나 둘씩 잠들기 시작했지만, 오늘 경기에 풀타임으로 뛴 요한 필립은 걱정이 많은지 눈을 붙이지 않고 창문을 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 어느새 다가온 안정한이 작은 목소리로 가람을 불렀다.

"가람아~"

"코치님. 무슨 일 있으세요?"

"목소리 낮춰~ 다들 자니깐."

그리고는 안정한은 손가락으로 요한 필립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좀 멘탈이 흔들리는 거 같은데 네가 한번 이야기 좀 해봐라. 코치가 말해주는 거랑 팀의 에이스가 말해주는 건 다르거든."

역시나 선수들 특히 공격수들의 심리적인 변화를 바로 캐치하는 안정한은 가람에게 조언을 부탁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

이미 상태창에게도 미션을 받은 상태라 가람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안정한은 원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박지석과 대화를 나누었다.

아무래도 박지석도 요한 필립의 문제를 인식한 듯 안정한에게 해결책을 물어본 것 같았다.

그렇게 잠시 후 선더랜드 선수들은 원정 숙소에 도착해 각자의 방으로 향했다.

이번 시즌에 구단에서는 장거리 원정 경기에 나서게 되면 근처에 원정 숙소를 잡고 회복한 후 다음날 올라오도록 조치를 취했다.

이런 조치는 이전 시즌에 경기가 끝난 후 바로 선더랜드로 돌아오는 것보다 선수들의 피로회복이나 몸 컨디션을 좋게 해주었고, 선더랜드 연승의 숨은 원인 중 하나였다.

평소라면 가람은 샤워하고 방에서 휴식을 취할 것이었지만, 요한 필립의 얼굴이 눈에 밟혀 그럴 수 없었다.

그렇게 요한 필립을 만나기 위해 문을 여는 순간 자신의 방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려고 하는 요한 필립이 보였다.

"으응? 요한아~ 무슨 일이야?"

"아. 스승님. 하하하. 혹시 시간 되세요?"

"시간?! 그럼 물론 있지. 들어와."

만나러 가려고 했던 요한 필립이 스스로 찾아오자, 가람은 그를 반갑게 맞이했고, 가람은 요한 필립을 안내해 호텔 방에 마련된 쇼파로 안내했다.

요한 필립이 자리에 앉자 가람은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주려고 했는데 요한 필립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저는 스승님이 말씀해주신 마테차 가지고 왔어요."

그 말과 함께 손에 들고 있는 물병을 꺼내 보였고, 그 모습을 본 가람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마테차는 입에 맞아?"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이제 괜찮더라고요."

"그래. 체중 관리에도 좋으니까 계속 먹도록 해. 오늘 온 건 무슨 일이야? 평소 경기를 뛰고 나면 힘들다고 바로 쉬는 녀석이!"

가람은 이미 요한 필립이 왜 왔는지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 입을 열었다. 그러자 요한 필립이 머리를 긁으며 답했다.

"그냥.. 좀 잠이 안 와서요."

"녀석 잠이 안 온다는 건 경기장에서 모든 걸 쏟아붓지 않았다는 거냐?"

"아.. 아니요. 그건 아니에요. 그게.."

요한 필립이 말을 머뭇거리자, 가람이 먼저 입을 열었다.

"노망준 때문이지?"

"네에?!"

생각지 않게 정곡을 찔린 요한 필립은 화들짝 놀랬고, 그 모습에 가람은 혹시나 했는데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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