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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266화 (267/319)

266화 고민 상담자[2]

요한 필립은 동영상에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르면 멈추는 동영상 속 인물처럼 놀란 표정으로 멈춰 버렸다.

확실히 정곡을 찔린 반응을 보이며, 한동안 아무런 말을 못 하다가 잠시 후 이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맞아요. 그런데 어떻게 아셨어요?"

"감이라는 것도 있고, 오늘 경기가 끝나고 MOM 인터뷰할 때나 훈련할 때 망준이를 보는 눈빛을 보면 알 수 있지."

"그렇군요."

요한 필립은 순간 자신이 숨기고 싶었던 부끄러운 감정을 들켰다는 것에 얼굴이 붉어졌다.

'흐음.. 이걸 어쩐다. 말은 꺼내기는 했는데..'

고민 상담. 말은 쉬워 보였다. 강승연의 수많은 삶의 경험으로 쉬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강승연의 삶에서 이런 문제로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축구 실력은 누구나 알아주는 선수일지 몰라도, 인성적인 면에서는 거의 쓰레기 취급을 받았기에 이런 자리 자체는 생소 아니 처음이었다.

고민 상담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자신이 기대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사람에게 하는 것이기에 강승연에게는 해당하는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누군가를 비난하는 건 쉽게 할 수 있지만, 상처를 받은 사람이나 고민이 있는 사람은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때 요한 필립이 먼저 말을 꺼냈다.

"처음에는 그냥 초보자인 줄 알았어요. 스승님이 추천해서 온 선수치고는 공을 다루는 게 너무 엉성했잖아요. 그런데 훈련하면 할수록 습득력이 빠르고 팀에 적응하는 모습에서 위화감을 느끼게 되었죠."

"그렇지."

가람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고, 요한 필립 말을 이어갔다.

"큰 덩치와 그에 어울리지 않는 속도, 그리고 유연한 몸놀림은 선망의 대상이었죠. 아시겠지만, 저는 그런 신체적인 재능은 없잖아요. 그래도 저는 스승님께 배운 위치 선정 능력으로 충분히 그 녀석과 경쟁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결과는 오늘 골까지 해서 노망준은 10골 저보다 2골이나 더 많이 넣었어요. 심지어 녀석이 스트라이커 포지션도 아닌데 말이죠."

이번 시즌에 노망준은 후반 교체로 나와 지친 상대 팀을 휘저으며 생각보다 많은 찬스를 만들었고, 가람은 그런 노망준을 이용해 골을 넣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노망준의 활약에 요한 필립이 이렇게 깊게 생각하는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단지 팀내 선의의 경쟁으로 좋은 자극이 될 거라고 생각만 했던 것인데 요한 필립에게는 그게 큰 벽이 된 것이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스승님."

"어떻게 해야 한다라.."

가람도 솔직히 어떤 답을 줘야 지금 눈앞에 있는 요한 필립이 고민 해결할 수 있을지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평상시라면 이럴 때 뜨거운 기운이 돌면서 낯부끄러운 답이 나와야 할 텐데 지금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뜨거운 기운이 낯부끄러운 말을 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이지 정답을 준 것은 아니었으니 지금처럼 정답을 모르는 상태에서 말이 술술 나오기는 힘든 것이었다.

잠시 고민을 하던 가람은 자신이 느끼고 있는 것을 그냥 솔직하게 전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해서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하면 너는 지금 잘하고 있어."

"네에? 잘하고 있다고요? 망준이에게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데요?"

요한 필립은 순간 되물었지만, 아까처럼 어두운 표정이 아니라 다소 흥분하고 기쁜듯한 표정이었다.

가람이 잘하고 있다는 말을 하자 변하는 요한 필립의 표정을 보며 요한 필립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자신의 플레이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노망준이 활약하면 할수록 흔들리게 되는 것이었다.

"망준이와 너는 전혀 다른 플레이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 그리고 그게 우리 팀에는 상당히 도움이 되는 거지."

"플레이 스타일이 달라서 도움이 된다고요?"

어려운 말은 아니지만 쉽게 이해 못 하는 요한 필립을 보며 가람은 손을 뻗어 가위, 바위, 보를 하는 듯 제스쳐를 하며 입을 열었다.

"예를 들어서 가위 바위 보를 하는데 내가 가위와 바위만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상대가 주먹을 내면 이길 수 없겠죠. 비기거나 지게 되겠죠."

"그래. 그거야. 우리 팀에는 다양한 전술에 어울리는 선수들이 있어야 이길 가능성이 큰 거지. 그러니 너와 망준이가 다른 플레이 스타일을 가진 게 팀에는 도움이 되고 있어."

"그럼 저의 플레이 스타일은 팀에 도움이 된다는 거군요."

"맞아."

"사실 좀 충격이에요. 저는 사실 오늘 스승님께 말씀드려서 망준이처럼 몸싸움을 견디고 공중볼 경합을 더 잘하는 방법을 물어보려고 했거든요. 사실 키가 크다고 헤딩골을 많이 넣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 그건 네 말이 맞아. 키가 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위치 선정이 좋아야 헤딩 골을 넣을 수 있는 거지. 하지만 너는 이미 위치 선정에 대해서는 내가 알려주었잖아."

"그렇죠. 그럼 저는 바꿀 게 없을까요?"

무언가 해답을 원하는 듯한 요한 필립의 모습을 보며 가람은 바로 입을 열었다.

"없어. 지금 너는 네 플레이를 더 날카롭게 하면 될 거야. 이번 프리시즌부터 나랑 연습한 패스와 크로스도 잘하고 있어. 오늘 경기만 봐도 네가 돌파한 다음에 거의 망준이에게 떠먹이다시피 해서 골을 만들었잖아. 아주 잘했어. 이제 골뿐 아니라 골 메이킹 능력까지 있다는 걸 보여준 거라 상대 팀은 너를 막을 때 더 힘들어질 거야."

"정말이요?!"

"그럼 정말이지. 내가 너를 두고 거짓말을 하겠어?"

"아. 그렇죠. 그렇겠죠."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하면 망준이랑 비교할 필요 없어. 너는 너고 망준이는 망준이야. 너는 너 스타일대로 플레이하면 되는 거고, 그게 더 팀에 도움이 될 거야."

가람은 자신이 그냥 느낀 걸 말해주었는데 이걸 요한 필립은 어떻게 받아드렸는지 솔직히 의문이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그냥 생각나는 대로 느낀 그대로 말했는데 그 결과는 어찌 될지 궁금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스승님. 스승님이 그렇게 이야기해주시니 무언가 마음이 가벼워진 것 같아요."

"으응? 그래? 그럼 다행이다."

밝아진 요한 필립의 표정에 가람은 나름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잠시 후 들려오는 알람 소리에 그 생각은 확신으로 되었다.

띠리링!

[요한 필립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보상 - 고민 상담자 특성이 개방됩니다.]

[고민 상담자 - 동료의 고민을 경청하고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조언과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요한 필립은 밝은 표정으로 나갔고, 문을 닫으려는 가람은 복도에서 이쪽으로 걷어오고 있는 안정한이 보였다.

그리고는 안정한은 가람의 방 앞에 도착해 가람을 보며 작게 말했다.

"뭐야? 벌써 해결한 거야? 표정이 좋은데.."

"뭐. 어느 정도 해결이 된 것 같아요. 망준이랑 자기를 비교하고 있더라고요.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대해서 의문을 품었고요."

"흐음.. 역시 망준이인가?"

"왜요? 망준이가 문제라도 있는 거예요?"

"그건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안정한은 가람의 방에 들어갔고, 방금까지 요한 필립이 앉아 있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가람이 시키지 않아도, 능숙하게 쇼파 옆에 있는 냉장고에서 냉수를 꺼내 자신의 앞에 둔 다음 입을 열었다.

"정확히는 망준이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망준이가 너무 잘해서 문제라는 거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너가 그렇게 이야기하는 거 보면 정말 모르는 것 같으니 이야기를 해줘야겠네. 어차피 시간 문제지. 요한 필립처럼 주장인 너에게 다들 상담하러 올 테니 말이야."

"네에?"

가람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자, 안정한이 시원한 생수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말했다.

"크윽. 이런 이야기는 맥주 한 잔 하면서 말해야 하는데.."

"코치님은 드셔도 되잖아요. 드세요."

"으이구! 시즌 중에 내가 술 마시고 그러면 너희들이 좋아하겠다. 나도 시즌 중에는 너희들처럼 컨디션 관리해야지. 그냥 말만 해본 거야."

생각해보면 안정한은 코치 생활을 하면서 꼭 선수들처럼 운동하고 몸을 만들고 관리했었다.

코치하기 전에는 그동안 몸을 만들던 거에 스트레스를 받아 안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축구와 관련된 일을 다시 하게 되자, 다시 프로의 정신으로 스스로 관리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선수들에게 모범을 보여주었다.

가끔 화가 날 때는 자신도 술을 안 마시는데 선수들이 마신다고 선수들을 비난하는 경우도 있기는 했지만, 그만큼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한 것이었다.

"아! 말이 좀 다른 곳으로 샐 뻔했네. 망준이 네가 생각할 때는 어때?"

"어떻다고 하면?"

"너무 잘하지 않니? 꼭 무슨 인생 2회차 사는 거 같은 녀석이야."

안정한의 말에 가람은 뜨끔했지만 모르는 척 입을 열었다.

"무슨 싸구려 웹소설도 아니고 회귀라니? 하하하."

"그렇지. 내가 너무 오버했지. 요즘 쉴 때 웹소설 좀 보거든. 재미 있더라. 그렇게 쉽게 축구하면 좋겠는데 말이야. 내 말은 그만큼 망준이가 잘한다는 거야."

"잘하는 게 무슨 문제가 되나요?"

"문제가 되지. 요한 필립이처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거야. 자신은 꾸준히 연습해서 만든 플레이를 망준이는 짧은 시간에 습득하고 그 자리를 꿰어차니 말이야."

"그 말은 망준이의 재능을 선수들이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건가요?"

"그래. 그게 어쩌면 팀의 균형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

"하지만 그건 저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물론 너도 괴물이지. 하지만 너는 이미 팀의 에이스라고 생각하니 논외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런데 망준이는 축구를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았는데 저런 능력을 보여주니 젊은 선수들은 그만큼 박탈감을 느끼는 거지."

"하아. 그건 정말 문제네요."

"그렇지 문제야. 주장. 그러니 네가 잘해야 해."

"네에? 제가요?"

생각지 않은 안정한의 말에 가람이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안정한이 웃으며 답했다.

"팀의 주장이 필드에서 감독 대신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도 있지만, 선수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하는 것도 주장의 일이라고. 아까 보니깐 요한 필립의 고민을 해결해준 것처럼 하면 될 것 같은데.."

"아니 그래도 그건.."

그렇게 가람이 말을 꺼내려는 찰나에

지이잉 지이잉~

호텔방 초인종이 울렸고, 가람은 문을 향해 걸어가면서 입을 열었다.

"잠시만요."

덜컥!

그리고 문을 열자 누누 멘데스가 가람을 보며 입을 열었다.

"주장. 혹시 시간 괜찮아?"

"으응?"

그렇게 가람이 살짝 어리둥절하자, 어느새 생수병을 들고 안정한이 밖으로 나오면서 입을 열었다.

"우리 가람 주장 화이팅!"

그 말과 함께 안정한은 나갔고, 가람은 누누 멘데스와의 상담하기 시작했다.

지난 번 시즌 시작 전에 핸드폰으로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눈 것처럼 그날 저녁에도 가람의 방에는 꼭 순서표를 뽑은 듯 선수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았고, 새로 생긴 특성 덕분에 가람은 생각보다 능숙하게 선수들의 고민을 들어 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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