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화 챔피언스리그 E조 유벤투스 2차전[4]
삐익!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억울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주심에게 어필했고, 그와 동시에 쓰러진 가람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아! 또다시 김가람 선수에게 거친 파울을 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입니다. 벌써 다섯 번째 파울인데요. 이정도면 옐로우 카드를 받아도 되는 거 아닌가요?"
"파울이 누적되면 옐로우 카드를 받을 수 있겠지만 지금의 파울은 정당한 몸싸움 속에서 나온 것이라 바로 옐로우 카드가 나오는 건 힘들어 보입니다."
가람은 쓰러지고 난 후 잠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 모습을 본 즐라탄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가람이 동점골을 넣은 후부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가람과 몸싸움을 하면서 자신이 살짝 불리해지는 것 같으면 거칠게 몸싸움을 걸어 가람을 넘어뜨리곤 했다.
그게 한두 번이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겠지만, 다섯 번이나 반복되는 상황이라 대놓고 가람에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수작을 부린다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 새끼 더럽게 플레이 하기는! 그냥은 이기지 못할 것 같아서 그래?"
"그건 즐라탄! 당신 같은 노땅이나 하는 플레이지. 나는 그냥 실수한 거라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뻔뻔한 반응에 즐라탄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멱살을 잡고 한 대 때릴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때 가람이 크게 외쳤다.
"그만두세요. 즐라탄 씨!"
[평화의 상징 특성 발동]
[팀원의 흥분도를 가라앉히고, 감정이 격해지는 것을 맞아 옐로우 카드가 나오는 확률을 줄인다.]
가람의 외침에 즐라탄의 눈에 서렸던 분노가 사라지더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멱살을 풀었다.
만약 가람의 대처가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유혈사태까지 일어날 수 있는 순간이었고, 즐라탄은 옐로우 카드를 받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 모습을 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아쉽다는 표정을 짓고 자리를 떠났고, 즐라탄은 가람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저 자식 일부러 그러는 거야. 괜찮아?"
"괜찮아요. 괜히 저 때문에 흥분하지 마세요. 저한테 저렇게 파울을 한다는 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흔들린다는 거니 오히려 좋은 거예요."
"그래도 그러다가 부상이라도 당하면 어떻게 하려고.."
"걱정하지 마세요. 몸 하나는 튼튼하니깐요."
"에휴 알겠다. 그래도 몸조심하도록 해."
"즐라탄 씨 이번에는 제가 프리킥 찰 거니 잘 부탁드려요."
"뭐야? 어떤 작전으로 찰 건데."
"이번에는 C작전으로 찰 거예요."
"아. 그래 알겠어. 그럼 또 내가 기가 막히게 움직여야겠네."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어진 프리킥에서 이번에는 가람이 직접 프리킥을 찰 준비를 했다.
"김가람 선수 여태까지와 다르게 이번에는 직접 프리킥을 찰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김가람 선수라고 해도 하프 라인과 가까운 곳에서 직접 골대를 노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가람은 왼쪽 사이드 라인과 센터 서클 사이에서 프리킥을 준비하며 심호흡을 한 후 프리킥을 준비했다.
삐익!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패널티 에어리어 안쪽에서는 선더랜드의 장신 수비수들과 즐라탄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에 맞춰 유벤투스 선수들과 점프력이 좋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수비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다들 골을 노리거나 골을 막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동안 즐라탄의 마크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하게 되었다.
그렇게 즐라탄 앞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서게 되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즐라탄을 긁으려는 의도로 입을 열었다.
"어이구. 한때 스스로 신이라고 말씀하시던 분이 김가람에게 약점이라도 잡혔나? 어린 녀석에게 찍소리도 못하고 있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흥! 바보 같은 놈. 내가 신인 건 여전해. 하지만 누구처럼 멍청하게 팀을 망치고 군림할 생각은 없어. 우리 팀의 주장은 김가람이다."
팀을 망치고 군림한다는 자신을 빗대어 말하는 걸 알기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더이상 말을 섞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아까 가람의 파울 플레이에 다시 한번 화를 내지 않을까 즐라탄을 긁어봤지만, 즐라탄은 뛰어난 멘탈 관리로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크리티아누 호날두에게 반격을 가했다.
더 말을 섞다가는 되려 자신이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에 공을 위치를 찾으려고 했다.
그때
뻐어엉!!
가람이 프리킥을 찬 소리가 들려왔고, 선수들은 공의 궤적을 쫓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공 대신 즐라탄의 움직임을 주시했고, 즐라탄은 공의 방향과는 상관없이 왼쪽 골대 쪽으로 움직였다.
'결국 이런 경합에서는 즐라탄이 해결하겠지.'
스스로 결론을 내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즐라탄의 움직임을 뒤쫓았고, 뒤이어 그 예상대로 다른 선더랜드의 선수들도 즐라탄이 있는 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공은 하늘 높이 치솟더니 골대 쪽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미 가람의 장거리 프리킥에 대해서는 많은 팀에서 분석을 자세하게 한 상태였고, 대부분 사람이 가람의 장거리 프리킥이 골대 넘어로 나가지 않고, 골대로 빨려 들어간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유벤투스의 골키퍼 보이치에흐 슈체스니는 선수들의 움직임을 쫓기보다는 공의 움직임을 주시했고, 공이 선수들이 모여있는 곳과 다르게 반대 방향인 오른쪽 골대 상단으로 날아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른쪽!! 왼쪽이 아니야! 오른쪽으로 가!”
보이치에흐 슈체스니의 외침에 다른 선수들은 반응하지 못했지만 조르조 키엘리니는 자신이 마크하고 있던 김만재를 버려주고 오른쪽 골대 상단으로 몸을 움직이려고 했다. 그러나 선수들과 뒤엉키며 움직일 수 없었다.
결국 보이치에흐 슈체스니는 오른쪽 골대로 다급하게 뛰며 손을 뻗었고, 공은 보이치에흐 슈체스니 골키퍼의 오른손에 맞다.
퍼엉!
그렇게 공은 보이치에흐 슈체스니 골키퍼의 오른손에 맞고 밖으로 나가면 좋았겠지만, 운이 선더랜드에 따르는지 공은 오른쪽 골대에 맞고 유벤투스의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터엉!
촤르르르~
“골.. 골인가요?”
배선재는 순간 말이 안 되는 김가람의 장거리 슈팅에 확신에 차지 않는 말을 했다. 잠시 후 선더랜드 선수들이 환호하며 가람에게 달려가는 모습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골!! 골입니다. 고오오오올!! 전반 40분! 김가람 선수가 말도 안 되는 프리킥을 골로 성공시킵니다. 이걸로 멀티골!! 결국 오늘 경기의 에이스 대결에서는 김가람 선수가 앞서 나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와아. 이건 정말 놀라운데요. 김가람 선수의 프리킥 능력은 날카롭다는 걸 모든 팀이 알고 있고 하프 라인 안쪽이라면 직접 골대를 노린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게다가 지금 선더랜드 선수들이 김가람 선수가 프리킥을 차는 순간 왼쪽 골대로 모이면서 당연히 공도 왼쪽으로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빈틈을 정확히 노렸습니다.”
“이건 미리 세트피스 작전으로 준비된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 위치에서 오른쪽 골대 상단을 노리고 맞추는 게 가능한 걸까요?”
“불가능이라고 말하기에는 이미 김가람 선수가 골을 넣었으니 가능하다고 해야겠죠. 하지만 보기에도 어려워 보이는 것인데 상당히 숙련도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경기는 2대 1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유벤투스는 쫓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김가람 선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가 PK로 골을 넣은 후 패널티 에어리어에서 가급적 몸싸움을 피하고 그전에 수비에 성공하며 경기를 운영했습니다. 반대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는 김가람 선수에게 골을 먹힌 이후 적극적으로 김가람 선수를 마크하면서 파울성 플레이까지 아끼지 않았습니다. 특히 위험한 지역이 아니라고 판단한 위치에서 거친 파울로 끊었지만 결국 그게 화를 불러오게 된 거죠. 이대로 선더랜드에서는 경기를 굳기만 해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이렇게 되면서 김가람 선수의 프리킥 골의 사정거리는 하프 라인 안쪽 그 어느 곳도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제 유벤투스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면 사실 에이스의 싸움에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가 졌다고 해도 무방한데요. 알레그리 감독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기대가 됩니다.”
경기는 다시 유벤투스의 공으로 시작되었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눈은 분노로 가득 찼다.
“패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알바로 모라타를 향해 신경질적으로 말했고, 알바로 모라타는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으니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바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공을 보냈다.
공을 잡은 크리티아누 호날두는 공격적으로 선더랜드 진영으로 파고들었고, 그 앞에는 역시 가람이 달려들며 마크하기 시작했다.
사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한 골이 먹힌 후 파울성 플레이를 통해 가람의 멘탈을 흔들고 그를 통해 선더랜드 팀 전체의 멘탈을 흔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생각지 않은 가람의 리더쉽과 튼튼한 멘탈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원하는 대로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가람을 막기 위해 후반전을 생각하지 않고 뛰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는 이미 전반전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이제 남은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애송이! 오늘 너의 경기는 여기까지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결심이라도 한 듯 공을 드리블하며 앞으로 나섰고, 가람은 그 앞을 막고 있었다.
그러나 아까처럼 크리스티누 호날두는 적극적으로 드리블을 치고 달리기보다는 멈춰 서서 가람을 끌어드리며 개인기를 통해 가람의 수비를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휘이익!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제자리에서 크로스 오버(헛다리 짚기) 같이 발을 이용한 현란한 개인기를 보여주었지만, 가람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그런 개인기에 속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하였다. 그 모습은 흡사 아빠 앞에서 아들이 자신의 개인기를 자랑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가람은 그렇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이전과 다르게 어설픈 개인기로 자신을 돌파하려는 것을 구경하기만 하는 데에 기가 차지 않다는 듯 적절한 타이밍에 발을 뻗어 공을 걷어내려고 했다.
그때
타탓 탓!!
가람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순간 스탭을 바꿔서 공을 지키는 척하면서 자신의 발을 밟으려는 의도로 발을 크게 내딛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순간적으로 이뤄진 상황이라 가람은 발을 회수할 수 없었고, 이대로 발을 둔다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발에 밟힐 것이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스탭을 봤을 때 발에 실린 힘이 상당해 보였는데 이렇게 되면 단순히 발을 밟히는 수준이 아니라 큰 부상으로 이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생각만 들었지, 가람은 발을 빼낼 수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콰직!
으아아아앗!!!
그라운드에 끔찍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