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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272화 (273/319)

272화 필드의 사령관[1]

2021년 12월 24일

스미스 패밀리 가든

가람은 매년 진행되는 어린이 병원 자선 행사와 팬 싸인 미팅을 마친 후 진정한 크리스마스 이브 휴가를 맞이했다.

작년과 다르게 이번에는 캐서린과 알렉스도 집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기로 해서 오랜만에 화기애애한 크리스마스 분위가 집안을 가득 메웠다.

크리스마스 특유의 따뜻한 느낌을 가진 인테리어 장식과 트리까지 완벽하게 모든 것이 꾸며진 집 안을 보니 가람도 나름 들뜬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캐서린이 가람을 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 손님들 오시니깐 너도 좀 트레이닝 복을 다른 옷으로 갈아입어라."

"네에? 손님들이요?"

손님이 아니라 손님들이라고 말하는 캐서린을 보며 가람이 살짝 놀래 보자, 캐서린이 말을 이어갔다.

"망준이가 어머니 모시고 온다고 했잖아."

"아. 망준이 어머니 오시는 건 알고 있었는데 방금 손님들이라고 하시지 않았어요?"

"그래. 망준이 어머니만 오시는 게 아니라 하늘 씨 부부, 감독님 부부도 오신다고 했어. 공항 마중을 같이 나가신다고 했고 같이 저녁 하자고 했거든."

"네에? 정말이요?"

손님들이라는 말에 김하늘의 방문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지만, 박지석 감독 부부까지 온다는 건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다.

특히 박지석은 선수들과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선수들이 부담을 느낄까 봐 사적인 자리를 따로 만들지 않았는데 오늘 가람의 집에 방문한다는 것이 의외였다.

"그러니 어서 옷 갈아입도록 해."

"네에. 알겠어요."

가람은 방으로 올라갔고, 방에 올라가자,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맞지만 다소 촌스러운 녹색과 붉은색으로 이뤄진 스웨터가 보였다.

가람이 패션에 대해서 그리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딱 봐도 할머니가 짜주신 것 같은 느낌에 상당히 오래된 듯한 느낌의 스웨터였다.

그리고 그 옷은 방금 만난 캐서린도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아마도 패밀리 스웨터겠지.'

종종 캐서린은 가족의 화합을 보여주기 위해서 약간 촌스러운 옷을 단체로 맞추는 걸 선호하는 걸 알고 있기에 가람은 순간 망설여졌다.

여태까지는 그런 옷을 입으라고 할 때마다 부끄럽다는 핑계로 피해왔다. 그리고 다시 한번 옷을 들어서 잠깐 몸 위에 걸친 후 거울을 봤을 때 역시나 이번에도 같은 핑계로 스웨터를 입지 않을 생각을 했다.

그때 몸에서 뜨거운 기운이 도는 것이 느껴지더니 왠지 모르게 손이 크리스마스 스웨터로 갔고, 어느새 가람은 옷을 갈아입게 되었다.

'그래. 죽는 것도 아닌데...'

가람은 종종 나타나는 뜨거운 기운 때문에 강승연 시절에는 생각지도 못한 일을 해낼 수 있게 되었고, 그 변화에 거부감보다는 점점 순응하게 되었다.

그렇게 옷을 갈아입고 1층으로 내려오자, 자신과 같은 스웨터를 입고 있는 리사 뮐러를 만날 수 있었다.

"아. 가람! 그 옷 입었네. 어머니께서 안 입을 수도 있다고 해서 설득해달라고 하셨는데.."

"뭐. 입는다고 죽는 건 아니잖아요."

가람의 말을 들었는지 주방에서 캐서린의 말이 들려왔다.

"그래! 말 한번 잘했다. 그거 입는다고 죽는 것도 아니잖아. 이제 곧 손님 오시니깐 준비 좀 도와줘."

그렇게 리사 뮐러까지 촌스러운 크리스마스 스웨터를 입고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가람은 식탁 주변을 치우고 새로운 식탁보를 준비했다.

그동안 리사 뮐러는 캐서린과 함께 음식을 준비한 후 알렉스의 부름에 다가가서 살갑게 이야기했고, 그 모습에 가람은 쉽게 눈을 떼지 못했다.

그 순간 가람의 모습을 본 캐서린이 어느새 다가와 입을 열었다.

"여자를 기다리게 하는 남자는 매력이 없다."

"네에?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 엄마가 아빠랑 결혼한 가장 큰 이유가 뭔지 아니?"

생각지 않은 캐서린의 말에 가람이 놀란 듯 쳐다보자, 캐서린은 다시 힘줘서 입을 열었다.

"소처럼 저돌적인 추진력과 돌진! 바로 그거였어. 너희 아버지는 엄마랑 결혼하겠다고 적극적이었지. 물론 다른 점도 좋았지만, 그 적극적인 모습에 엄마는 아빠랑 결혼을 결심했단다. 너도 아버지의 아들이니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엄마는 기대한단다."

"아.."

그제야 무슨 이야기하는지 알게 된 가람은 살짝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머니 저는 아직 20살.."

그렇게 가람이 말을 하려는 순간

띵동!

초인종이 울렸고, 그 소리에 캐서린은 군대 소대장이라도 된 듯 큰 소리로 외쳤다.

"손님 오셨어요. 모두 현관으로 모이세요."

캐서린의 말에 일사불란하게 모두 현관에 모였고, 캐서린은 가람의 등 떠밀며 입을 열었다.

"준비한 대로 문을 열면서 말해."

"알겠어요."

아까 준비하며 손님들이 왔을 때 어떻게 인사를 할지 이야기한 대로 가람은 문을 열며 웃는 얼굴로 선창을 했다.

"스미스 패밀리 가든에 오신 걸"

그러자 뒤에 있는 캐서린, 알렉스, 리사 뮐러가 외쳤다.

"환영합니다."

그리고 그런 환대를 받은 김하늘을 비롯한 손님들은 살짝 놀란 듯 웃더니 하나 둘씩 집으로 들어왔다.

가람은 서서 손님의 코트를 받아 옷걸이에 걸었고, 가람의 능숙 능란한 대응에 손님들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거의 마지막으로 노망준이 들어오고, 노망준과 동시에 노망준과 인상이 비슷한 아담한 키의 한국 여성이 들어왔다.

노망준은 가람에게 코트를 벗어서 주기보다는 스스로 벗어서 옷걸이에 걸었고, 한국 여성의 코트를 받아 걸었다. 그리고 가람을 보며 말했다.

"가람이형 이 분이 저희 어머니세요."

"안녕하세요. 김가람이라고 합니다."

딱 봐도 선한 인상의 여인은 노망준의 어머니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나이가 젊어 보였다.

많이 잡아도 30대 초반 적게 잡으면 20대 중반으로 보일 정도로 젊은 여성이었다.

그리고 가람의 말에 여인은 대답 대신 손짓으로 인사를 건넸다.

순간 가람은 노망준이 수화로 세레머니를 했던 것이 기억났고, 노망준을 쳐다보자, 노망준이 입을 열었다.

"한국말은 어느 정도 평범한 사람처럼 알아들으세요. 근데 말은 못 하셔서 수화로 하시죠."

"그렇구나."

가람이 말을 끝마치기 무섭게 노망준의 어머니는 무언가 손짓으로 이야기를 했고, 노망준은 입을 열었다.

"어머니가 자기 소개를 하시네요. 성함은 노숙희시고요. 덧붙여 설명하자면 저는 어머니 성을 따랐어요. 아버지라는 놈이 도망가서 외할버지 도움으로 호적에 올렸거든요."

"그렇구나."

그리고 계속된 노숙희의 손짓에 노망준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아이.. 그런 말을 어떻게 해."

그렇게 노망준이 머뭇거리자, 노숙희는 노망준의 등짝을 찰지게 때렸다. 그러자 노망준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어머니가 정말 감사하다고 하세요."

그렇게 말을 짧게 하자, 노숙희가 노망준이 어떤 말을 하는지 듣고는 다시한번 등짝을 찰지게 때리자, 노망준이 입을 열었다.

"가람이형이 우리 가족의 생명의 은인과 같다고 하세요. 하시는 일마다 다 잘 되실 거고 앞길이 꽃길만 되도록 기도하겠다고 하시네요."

"기도?"

"뭐.. 응원하겠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노망준이 살짝 말을 어물쩍거리며 넘어갔지만, 이번에는 노숙희는 그런 노망준을 탓하지 않았다.

그때 캐서린의 말이 등 뒤에서 들려왔다.

"가람아 언제까지 손님 서서 기다리게 할 거야? 어서 안내해 드려야지."

"네. 알겠어요."

그렇게 가람은 노망준과 노숙희에게 자리를 안내했고, 김하늘 부부와 박지석 부부도 자리를 함께하게 되었다.

박지석 부부의 모습에 캐서린이 입을 열었다.

"감독님. 아이들은 같이 안 오셨어요?"

"아. 아이들이 오면 너무 힘들어서, 부모님께 부탁드렸습니다."

"그렇군요. 저희는 괜찮으니 다음에는 아이들도 함께 오도록 하세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그럼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드세요."

캐서린의 말과 다르게 큰 원형 식탁에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음식이 차려졌고, 심지어 식탁 위에는 다른 그릇이 올라갈 공간이 없을 정도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렇게 식사가 시작되고, 박지석 부인인 이민지는 샤오루, 캐서린, 리사 뮐러, 노숙희 등 여자들끼리 어울려 식사하며 대화를 나누었고, 남자들은 알렉스 주도 하에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식사하며 대화를 나눌 때는 축구나 구단과 관계된 일은 이야기하지 않고, 가벼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대화를 이끌어갔다.

그러던 중 김하늘이 자신 앞에 있는 잡채를 한 움큼 집어 자신의 그릇에 덜어낸 뒤 입을 열었다.

"가람아. 지금 입고 있는 스웨터. 가족 티 같은 거지?"

"네에. 어머니가 이런 걸 좋아해서 말이죠."

"그렇지. 그런 거였어."

무언가가 김하늘이 오해하는 듯한 말에 가람이 입을 열었다.

"왜 그러는 거세요?

"아니. 뭐 그냥.. 너한테 축의금 얼마나 내야 하나 속으로 정하고 있었어."

"네에?"

김하늘의 말에 순간 식탁 분위기는 조용해졌고, 많은 사람의 시선이 모두 가람에게 쏟아졌다.

여기서 말을 한마디 잘못하거나 실수하면 치명적일 수도 있기에 가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앞섰고,

승부차기에서 골키퍼와 1 대 1 상황보다 더 많은 수싸움을 머릿속에서 하게 되었다.

그때

"저기~ 화장실은 어디에요?"

순간 박지석이 손을 들고 화장실을 물어보자, 알렉스가 일어나 박지석을 안내했고, 그렇게 분위기는 다시 식사 분위기로 바뀌게 되었다.

가람은 눈짓으로 박지석에게 감사를 표했고, 박지석은 그런 가람을 보며 손을 들어 화답했다.

그렇게 다시 식사가 시작되고, 가람은 작은 목소리로 김하늘만 들리도록 말했다.

"형.. 왜 그러세요? 사람 난처하게."

"사람 난처하게 만드는 건 너의 그 스웨터다. 너 결혼하기 전에는 알려주기로 했잖아."

"제가 결혼한 것도 아니잖아요."

"근데 지금 같은 스웨터를 리사 뮐러 씨가 입었다는 건 그런 의미 아니냐?"

가람은 꼭 자신의 여자친구처럼 살짝 토라져서 말하는 김하늘을 보며 그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구단주이지만 에이전트 입장에서 이제 20살이 된 세계가 주목하는 재능이 벌써 결혼을 준비 아니 확정하는 건 너무나 아쉬운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가람은 김하늘을 살짝 달래주듯 말했다.

"지금 당장은 아니에요. 그리고 결혼하기 전에는 꼭 소식 알릴 테니 토라지지 마시고요."

"하아. 모르겠다. 나도 일찍 결혼해서, 장점과 단점을 잘 알지만, 나는 네가 일찍 결혼하는 걸 그리 추천하지는 않아."

순간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의식하지 못한 김하늘의 실언에 샤오루의 매서운 눈빛이 날아와 꽂혔고, 김하늘은 그 눈빛을 읽으며 화들짝 놀래 자리를 피하며 입을 열었다.

"아우~ 과식을 했나 나도 화장실 좀 갈게."

그렇게 박지석에 이어 김하늘도 자리를 비우자, 캐서린이 걱정스레 입을 열었다.

"이거 제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셔서 그런 건가요?"

"그럴 리가요? 반대로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 거니 신경 쓰지 마세요."

샤오루가 웃으며 입을 열었고, 그렇게 다시 식사에 집중하려고 할 때 김하늘의 비명 같은 소리가 화장실에서 들려왔다.

"감독님!! 감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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