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8화 등가교환[2]
강이찬은 가람이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우선 지금 치료를 마치면 식사 드시고 오후에도 이어서 치료 마사지를 받고 침을 맞도록 하죠. 이미 식당에는 부상자 회복식으로 요청해 드렸으니 체중 관리를 생각하지 마시고 남김없이 드셔야 합니다."
"그 말씀은 역시 저를 부상자로 분류하시는 거군요."
"지금 가람 선수의 몸은 저보다 김가람 선수가 더 잘 알고 계시지 않아요?"
"그렇기는 하지만.."
가람은 부상자 분류로 빠진다면 3일 뒤에 있을 스토크 시티전에는 결장하는 게 확실시되기 때문에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스토크 시티가 강팀은 아니지만, 이번 시즌에 조직력과 끈끈한 축구를 구사하면서 실점을 거의 하지 않는 팀이기에 자신이 없다면 득점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가람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강이찬이 입을 열었다.
"다음에 있을 경기가 걱정되시겠지만, 다음 한 경기만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 남은 일정과 챔피언스 리그를 생각해 보세요."
가람은 강이찬의 입에서 나온 챔피언스 리그라는 말에 순간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래. 이번 시즌의 최종 목표는 프리미어 리그 우승이 아니라 챔피언스 리그 우승이야. 거기에 집중하자.'
그렇게 마음을 먹은 가람은 강이찬의 지시를 따르기로 했고, 그렇게 가람은 부상자 분류로 빠져 회복과 치료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날 점심 시간이 끝난 오후 선더랜드의 감독실
임시 감독이지만, 감독직을 수행하게 되면서 감독실을 사용하게 된 안정한이 제임스 플라워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강이찬 수석 팀닥터한테서 보고서를 받으셨나요? 김가람 선수는 아무래도 스토크 시티전에 뛰기 힘들 것 같습니다."
"네. 봤습니다. 어제 맨시티전에서 보여주었던 플레이가 놀라운 만큼 몸에 무리가 가는 것 같네요. 사실 김가람 선수가 그런 움직임을 보여준다면 완전 새로운 전술을 짤 수 있었는데 말이죠. 아쉽네요."
"지금 이 내용에 대해서는 박지석 감독님께도 점심시간에 공유 드렸습니다. 박지석 감독님께서는 김가람 선수에게 맨시티전 같은 플레이를 자제 시키라고 하셨고, 우리 코칭 스탭들도 그런 플레이를 상수로 두고 전술을 짜는 것이 아니라 변수로 두고 짜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가능하면 배제하는 쪽으로 말이죠."
"그 말씀은 김가람 선수의 맨시티전 같은 플레이는 생각하지 말라고 하신 거군요. 저라면 그렇게 생각 못 할 텐데 박지석 감독님은 여러 가지로 대단하네요. 승리를 위해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는 전술 카드를 버리다니, 솔직히 저라면 포기 못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저는 감독보다는 수석코치가 더 어울리는 걸 수도 있죠."
"하하하. 그런가요. 저는 박지석 감독님의 판단에 공감했습니다. 승리를 위해 선수 건강을 장기적으로 깎는 무리한 플레이를 강요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임시 감독직에 저보다는 안정한 코치님이 어울리는 겁니다."
"그런 식으로 칭찬해도 나오는 거 없습니다. 그럼 스토크 시티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시죠."
그 말에 제임스 플라워는 준비한 자료를 감독실에 있는 거대 모니터에 띄우며 입을 열었다.
"스토크 시티는 이전에 우리 팀 감독이신 잭 로스 감독님이 뉴캐슬에서 경질 당하신 후 지휘봉을 잡으셨다는 건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지석 감독님께 아까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선더랜드는 잭 로스 감독님이 지휘봉을 잡았을 때와는 상당히 다른 스쿼드를 가지고 있을 텐데요."
"그건 맞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건 잭 로스 감독은 선더랜드와의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오고 싶다는 생각에 동기 부여가 될 것이고, 그건 스토크 시티 선수단에도 영향을 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하긴 자신이 나간 후 잘된 선더랜드에 박지석 감독님이 부재중이고, 김가람 선수가 나오지 못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면 그런 생각을 하겠군요. 김가람 선수의 부상 소식은 우리가 알리지 않아도 눈치 빠른 파파라치들이 이미 김가람 선수가 평소 훈련 루틴을 하지 않고 회복실에만 있는걸 알아챘을 테니 머지않아 부상 기사가 나오겠죠."
"맞습니다. 김가람 선수의 부상 소식까지 듣는다면 잭 로스 감독에게 충분히 동기 부여가 될 겁니다."
"차암.. 맨시티전도 그렇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스토크 시티전도 쉬운 경기는 아니네요."
"그렇습니다. 잭 로스 감독은 지난 시즌 챔피언쉽에 있던 스토크 시티를 승격시키면서 팀과 구단에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승격팀임에 불구하고 프리미어 리그 중위권에 팀을 올려두었습니다."
제임스 플라워는 말을 하면서 자신이 준비한 영상을 틀었고, 그 영상은 스토크 시티가 수비에 성공하는 모습들이 담겨 있었다. 그렇게 잠시 동안 영상을 본 안정한이 입을 열었다.
"이거 최종 수비 라인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군요. 이건 우리 팀도 배웠으면 하는 움직임이네요."
"경기를 이기려면 골도 중요하지만 우승하려면 수비도 중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스토크 시티는 이번 시즌에 수비에 상당히 공을 들였습니다. 이전부터 잭 로스 감독의 전술 스타일이 선수비 후역습이었으니 그런 스타일을 유지하시는 거죠."
"그렇다면 우리는 선수비에서 공략해야겠군요. 하지만 이 수비 조직력을 깨기 위해서는 김가람 선수가 필수적이겠네요."
"맞습니다. 김가람 선수의 속도와 돌파력이 필요하죠."
"하지만 김가람 선수는 배제하셔야 합니다."
"그럼 남은 선수는 이 선수밖에 없습니다."
그 말을 하면서 제임스 플라워는 노망준의 프로필 사진을 띄웠고, 그걸 보며 어느 정도 예상한 듯 안정한은 입을 열었다.
"노망준 선수군요."
"그렇습니다. 제 생각에는 김가람 선수가 빠진 자리를 그나마 메울 수 있는 선수는 노망준 선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경기에 기존의 수비적인 임무가 아니라 원래 포지션이었던 스트라이커 포지션에 기용하는 걸 권장합니다."
"물론 속도나 피지컬로 보면 노망준 선수가 김가람 선수의 빈 자리를 어느 정도 메울수 있겠지만, 노망준 선수는 스트라이커 포지션에 뛰기에는 결정력이나 슈팅 드리블에 문제가 있습니다."
"그건 다른 선수가 보충해주면 됩니다. 저는 요한 필립 선수를 추천 드리고 싶군요."
"요한 필립 선수의 골 결정력과 라인 브레이킹 능력이라면 충분히 무기가 될 수 있겠군요. 하지만 그래도 스토크 시티의 수비 라인을 공략하려면 경험 있는 선수가 필요합니다."
안정한의 말에 제임스 플라워는 기다렸다는 듯 스토크 시티전의 선발 라인업을 보여주었다.
조던 핸더슨
권윤성 - 김만재 - 리산드로 마르티네스 - 앤드류 로버트슨
해리 네쳐 - 기성룡 - 조지 허니먼
요한 필립 - 노망준 -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그래서 저는 4-3-3 전술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3명의 공격수에 즐라탄 선수를 배치해서 스토크 시티의 거친 수비에 노망준 선수와 요한 필립 선수가 흔들릴 때 멘탈을 잡아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중앙에 배치된 해리 네쳐, 기성룡, 조지 허니먼는 모두 우리 팀에서 뛰어난 패스 능력을 가진 선수들입니다. 이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겠다는 거군요."
"맞습니다. 공격적으로 나설 때는 권윤성 선수와 앤드류 로버트슨 선수도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통해서 골 찬스를 만든다면 스토크 시티의 수비를 뚫어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이 전술은 극단적인 공격적인 전술입니다. 중앙 미드필더에 수비의 균형을 맞춰 줄 수 있는 은골로 캉테 선수나 닐 이안 선수가 없는 건 상당히 수비에 부담감을 가지게 될 겁니다."
"그렇죠. 만약 스토크 시티가 우리의 공격을 막아낸 후 역습에 나선다면 충분히 위험한 모습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먼저 스토크 시티에게 선취점을 넣을 수 있다면 그 후에는 말씀하신 대로 은골로 캉테 선수나 닐 이안 선수를 투입해서 수비에 집중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스토크 시티는 수비를 비해 공격은 정교하지 않거든요."
"결국 먼저 선취점을 넣고 수비적으로 운영하는 전술이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의 이런 성향을 잭 로스 감독이 간파하고 있을 겁니다. 박지석 감독님이 없는 상황이라면 제가 전술을 짤 거라고 예측하시겠죠. 그래서 잭 로스 감독은 수비에 더 집중하고 공을 드릴 겁니다."
"결국 뚫어내지 못하면 끝이군요. 재미있네요. 지금 스토크 시티의 모습을 봤을 때는 가지고 오신 전술이 최선으로 보입니다. 김가람 선수가 있다면 모르겠지만요."
"하하하. 이거 박지석 감독님과 이야기할 때와는 다른 화통한 모습을 보여주시네요."
"뭐. 이것도 임시 감독이라 쉽게 결정 내리는 것도 있습니다. 결국 다음 경기에 노망준 선수가 제 역할을 해주는지가 중요하겠네요."
"맞습니다."
"그럼 저는 저대로 준비를 해야겠네요. 수석코치님도 각 선수의 전술 교육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감독님."
안정한은 김가람의 부상을 염두에 두고 시티전 전술을 빠르게 확정하면서 선수단의 동요를 최소화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전술 회의를 마친 안정한은 감독실을 나가 오늘 오후에도 회복실에 있을 가람을 찾아갔다.
그리고 거기에서 누워서 침을 맞고 있는 가람을 보며 입을 열었다.
"몸은 괜찮아?"
안정한의 말에 일어나려고 하자, 강이찬이 손으로 제지하며 입을 열었다.
"정한이형, 부상자니깐 누워서 대화해도 되죠?
"물론이지. 게다가 침 맞고 있잖아.."
그 말에 가람은 다시 침대에 누웠고, 가람은 입을 열었다.
"괜찮습니다."
"괜찮기는.. 어제 플레이가 좀 이 세상 플레이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몸에 무리가 가는구나."
"네에. 그런 것 같아요."
"너도 몸 아끼고, 괜히 무리하지 마라. 네가 무리해야 할 정도로 팀이 약한 것도 아니니 말이야. 이건 감독님하고도 이야기한 거니깐 꼭 지켜! 알았지?"
"네에. 알겠습니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다음 경기 스토크 시티전에는 결장이다. 푹 쉬도록 해."
"후보로도 안 될까요?"
가람의 말에 안정한은 강이찬을 봤고, 강이찬이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대답을 대신하자, 안정한이 입을 열었다.
"응. 안된다. 그냥 앉아서 경기 보는 건 상관없지만, 후보 선수로 등록은 안 할 거야."
"그래도 며칠 지나면 후반전이나 짧은 시간을 뛰는 건 문제 없을 거예요."
"안돼. 제일 위험한 게 완벽하게 회복된 게 아니라 어설프게 회복된 상태에서 뛰다가 다시 부상 당하는 거야. 푹 쉬도록 해."
"알겠습니다."
가람이 기죽은 강아지처럼 고개를 숙이자, 안정한이 그 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
"네가 팀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건 알고 있어. 그래서 경기를 직접 뛰는 거 말고 다른 부분에서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다른 부분이요?"
"그래. 이전에도 해봤던 거라 잘 할 거야."
안정한의 말에 가람은 자신이 이전에 해왔던 거라는 말이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았지만, 팀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팀에 도움이 된다면 뭐든지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