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9화 천재 코치[1]
선더랜드 1군 훈련장
"거기서는 좀 더 안쪽으로 파고들어야지. 다시 해봐."
가람의 목소리에 평소 어떤 훈련에도 지친 기색을 보여주지 않던 노망준이 허리를 숙이며 숨을 몰아쉬다가 겨우 허리를 펴고 가람이 말한 위치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본 가람이 입을 열었다.
"망준아! 힘들어? 그만할까?"
"아니요. 더 할 수 있어요. 가람이형."
"그래. 10개만 더해보자."
"넵! 알겠습니다."
노망준이 패널티 에어리어로 위치하자, 가람은 하프라인 인근에서 노망준에게 공을 공중으로 띄워주었다.
뻐어엉!
분명 가람은 노망준에게 정확하게 패스를 한다고 공을 차려고 했지만, 패널티로 인한 능력 저하로 원하는 곳에 정확히 떨어지지 못했고, 노망준은 그 공을 잡기 위해 움직여야 했다.
가람의 의도와는 다르지만 훈련을 위해서라면 오히려 움직이는 게 좋기에 가람은 내색하지 않았고, 노망준은 떨어지는 공을 보며 가슴으로 공을 받으려고 했다.
"허리를 뒤로 제쳐! 가슴으로 충격을 흡수하고! 발로 내려!!"
가람의 말에 노망준은 바로 가슴에 공이 닿는 순간 공이 튕겨 나가지 않게 허리를 뒤로 제쳐서 공의 충격을 흡수했다. 노망준의 탄탄한 근육이 충격을 흡수한 듯 공은 노망준의 가슴에 맞고 가볍게 튀어 오른 뒤 노망준의 몸을 타고 왼쪽 발에 떨어졌다.
그 순간 가람이 외쳤다.
"뒤에서 상대편 수비수가 다가와서 공을 가로챈다!"
가람의 말에 노망준은 가상이 말하는 수비수를 생각하고는 공을 왼발로 트리핑해서 오른발로 보낸 후 앞으로 치고 나갔다. 그 모습에 가람이 다시 한번 소리쳤다.
"슈팅!!"
게임 속 캐릭터처럼 가람의 명령에 노망준은 바로 슈팅을 가지고 갔다.
뻐어엉!
촤르르르르~
철썩!
노망준이 찬 공은 그대로 골대로 들어갔고, 그 모습에 노망준은 손을 들어 좋아했다.
"형! 해냈어요."
그 모습을 보며 가람은 살짝 멈칫하다가 좋아하며 입을 열었다.
"그래. 잘했어. 이 감각 잊으면 안 되니깐 바로 연결해서 가자."
그렇게 가람은 다시 한번 공을 찼고, 역시나 가람의 의도와 다르게 엉뚱하게 간 공을 받기 위해 노망준은 움직여야 했다.
공중볼을 받아 자신의 것으로 완벽히 만든 후 슈팅을 이어가는 동작. 보기에는 단순해 보일지 몰라도, 노망준은 이틀 전까지만 해도 이 동작을 지금처럼 성공시키지 못했다.
사실 이 동작은 보기에는 쉬워 보일지 몰라도, 한 동작 한 동작이 물 흐르듯 이어서 해내는 게 어려운 것이었다.
특히 노망준처럼 체격이 큰 선수라면 더욱 힘든 동작이었지만, 노망준은 이틀 안에 이 동작을 거의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마지막!!"
가람이 찬 공을 이번에도 노망준은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든 후 반 박자 빠르게 슈팅으로 연결해 골로 만들고는 그대로 자리에 누워버렸다.
그렇게 가람도 만족한 듯 노망준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못 하는 게 뭐냐?"
"안정한 감독님."
"지난 국가대표에서 망준이 훈련 시켰다는 거 보고 혹시나 해서 맡겼는데 기대 이상인걸. 저 동작 이틀 전에만 해도 제대로 성공시키지 못했잖아."
가람은 안정한과 대화하기 전에 노망준을 보며 크게 소리쳤다.
"망준아! 훈련 끝났으니 스트레칭하고 쿨다운 조깅으로 마무리해. 하는 법은 알지?"
"네에. 가람이형."
가람의 말에 노망준은 힘든 와중에도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가람이 안정한에게 고개를 돌려 입을 열었다.
"제가 잘 가르친 거라기보다는 망준이가 흡수력이 장난이 아니에요."
"뭐. 그건 나도 알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래도 네가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 우리도 망준이 코칭해봤거든. 아무리 망준이가 재능이 뛰어나다고 해도 저렇게 어려운 동작을 단번에 익히는 건 가르치는 사람이 잘 가르친 거야."
그 말에 가람은 눈에 떠 있는 상태창이 보였다.
[재능 기부 특성 발동]
[유망주가 사용자가 가르치는 기술을 보다 효과적으로 학습하고, 해당 유망주의 호감을 얻는다.]
[사용자가 가르치는 대상이 사용자를 동경하며 가르침을 더 빨리 흡수합니다.]
[대상이 가르침에 대한 이해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가지고 있는 특성 때문에 더 효과적으로 가르친 것인데 말할 수가 없어서 가람은 시치미를 떼며 입을 열었다.
"그런가요?"
"그래. 맞다니까. 나중에 너 은퇴하면 무조건 코치해라. 넌 그쪽에도 분명 재능이 있어."
"하하하. 저 띄워주셔도 드릴 건 없어요."
"여튼 고맙다. 지금 저 동작만 익혀도 충분히 내일 있을 경기에서 써먹을 수 있을 거야. 그런데 몸은 어때?"
"몸 상태는 많이 좋아졌어요."
[각성 상태의 피로감]
[패널티 - 모든 능력 10% 하락 / 컨디션 조금 나쁨 상태 유지]
[적절한 조치와 회복으로 패널티가 감소되었습니다.]
가람은 상태창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수석 팀닥터님의 집중 케어를 받았는데 회복이 안 되었다면 그건 거짓말이죠."
"그래. 그럼 다행이다. 내일 있을 경기에는 박지석 감독님도 관중석에서 보신다고 하셨어."
"아. 감독님도 회복하셨어요?"
"그래. 회복하면 바로 감독직으로 복귀하지. 이미 나한테 맡긴 경기라고 자기는 속 편하게 관중석에서 지켜본다고 했어. 아마도 VIP룸에서 보겠지. 너는 정말 벤치에 있을 거냐?"
"네에. 망준이의 활약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싶거든요. 그리고 혹시 마음 바뀌시면 저 후보 선수로 올려두셔도 돼요. 몸이 정말 괜찮거든요."
"응. 안 돼! 내가 너를 내보냈다가는 박지석 감독님뿐 아니라 이찬이한테도 미움 박히거든. 그리고 망준이가 저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다면 충분히 스토크 시티를 흔들 수 있을 거다. 네가 나오지 않아도 될 거야."
"이런~ 이럴 줄 알았으면 좀 건성으로 가르칠 걸 그랬어요."
"뭐야? 이 녀석아!"
안정한은 가람의 목을 잡아 헤드록을 걸었고, 가람은 아픈척하며 소리를 질렀다.
"아~ 감독님 저 부상자예요~ 아파요~"
"이놈아 아까는 다 회복했다고 후보 명단에 넣어달라고 하는 녀석이 꾀병을 부리기는!!"
"이런~ 들켰나요?"
그렇게 둘은 잠깐 어울려 장난을 치다가 안정한이 가람을 놓아주고는 말했다.
"지난 경기도 그렇고, 이번 경기도 네가 나를 많이 도와주는구나."
"뭐~ 당연한 거죠."
"네 입장에서는 당연한 거지만, 나한테는 고마운 거다. 이 무겁고 힘든 임시 감독직 자리 떼면 밥 한 끼 사도록 할게."
"네에. 알겠어요. 대신 시즌 끝나고요. 그래야 많이 먹을 수 있으니깐 말이죠."
"하아 녀석! 돈도 많이 버는 녀석이 이런 기회는 놓치지 않는구나."
"물론이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안정한 감독님이 사 주시는 거니 많이 먹어야죠."
"그래. 많이 먹어라. 이 녀석아!"
2021년 12월 30일 라이트 오브 스타디움
프리미어리그 17라운드 스토크 시티전
전반 35분
"오늘 경기 역시나 예상대로 단단한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는 스토크 시티를 상대로 선더랜드가 공격적인 전술을 들고 나왔지만, 골은 터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스토크 시티는 이번 경기에 아예 수비로 내려앉았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스트라이커 대신 수비수를 넣어 포백이 아니라 파이브 백의 전술을 사용하면서 전반은 아예 자신의 진영에서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아예 후방으로 자리를 잡은 스토크 시티를 상대로 기성룡은 최대한 상대 수비를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 좌우로 크게 공을 돌렸다.
뻐어엉!
기성룡의 패스는 패널티 에어리어 바깥쪽에 있는 즐라탄에게 정확히 날아갔고, 즐라탄은 스토크 시티의 두 명의 수비수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공을 따내기는 했지만, 공이 떨어진 위치가 선더랜드 선수들이 있는 곳과는 거리가 멀었고, 결국 스토크 시티가 공을 잡게 되었다.
"아. 기성룡 선수가 좌우로 넓게 공간을 활용하는 영리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즐라탄 선수가 이어받는 동작까지는 좋았지만, 문제는 세컨볼입니다. 지금 스토크 시티는 모든 선수들이 자신의 진영에 자리하면서 세컨볼이 떨어지는 걸 기다렸다가 바로 달려들거든요. 선더랜드는 스토크 시티의 역습에 대비해서 김만재 선수와 리산드로 마르티네스 선수만을 후방에 두고 있는데요. 이렇게 되면 제공권이 좋은 김만재 선수를 공격적으로 올려서 수적인 열세를 이겨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스토크 시티의 역습에 당하지 않을까요?"
그 말에 스토크 시티 선수들이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고 자신의 진영에서 공을 돌리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여태까지 수비적으로 나오는 스토크 시티입니다. 오늘 경기 이기겠다는 생각보다는 비기겠다는 생각으로 경기를 준비한 듯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임시 감독인 안정한 감독은 별다른 전술 변화를 가지고 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마틴 테일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중계 카메라는 VIP룸에서 경기를 관전하고 있는 박지석을 잡았고, 그 모습을 본 오늘 경기 해설인 개리 네빌이 입을 열었다.
"박지석 감독의 부재가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급성 맹장염에서 회복되었지만, 오늘 경기 이미 안정한 임시 감독이 준비했기 때문에 존중의 의미로 벤치에 앉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만약 유연한 전술을 보여주는 박지석 감독이 벤치에 있었다면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스토크 시티는 후방에서 공을 돌리다가 노망준이 적극적으로 마크하기 시작하자, 결국 전방을 향해 길게 찼고, 전방에 아무런 선수가 없던 스토크 시티의 패스는 김만재가 받게 되었다.
공을 잡은 김만재는 다시 기성룡에게 패스했고, 기성룡이 공을 잡는 순간 노망준이 손을 들고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성룡은 경기 시작 전에 자신에게 김사람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기성룡 선배님. 오늘 경기에 망준이에게 기회가 나면 연결해 주세요. 선배님의 패스에 보답해줄 겁니다.'
물론 그 말을 믿고 이전에도 몇 번 패스를 주었지만, 노망준은 골로 성공시키지 못했었다.
하지만 오늘 경기는 공격의 턴은 계속 자신들이 가지고 갈 것이었고, 기성룡은 다시 한번 노망준과 가람을 믿어보기로 했다.
뻐어엉!
기성룡이 찬 공은 패널테 에어리어 중앙에 있는 노망준을 향해 날아갔다. 공이 노망준에게 날아오자, 스토크 시티 중앙 수비수 두 명이 에워싸며 공중볼 싸움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노망준은 특유의 몸싸움으로 둘을 이겨내고 공을 가슴으로 받아낸 후 바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때 오늘 경기의 해설인 개리 네빌이 입을 열었다.
"노망준 선수! 전반전에 몇 차례 저렇게 공을 잡아내는 데는 성공했거든요. 하지만 스토크 시티의 수비수들이 세컨볼을 노리며 달려들었기 떄문에 실패했습니다. 이번에는 어떻게 할지 기대해 보겠습니다."
노망준이 가슴으로 트래핑 한 공을 그라운드에 떨어뜨릴 때를 노리고 스토크 시티 중앙 수비수는 발을 미리 뻗었다.
휘익!
오늘 경기를 두고 잭 로스 감독은 선더랜드 공격수들의 버릇과 플레이 스타일을 모두 연구해 전달했기 때문에 위치를 추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물론 노망준이 이렇게 공중볼을 능숙하게 잡아내는 것은 이전에 없던 내용이라 당황했지만 공중볼을 잡아낸 후 슈팅을 가지고 가기 전에 자신이 편한 대로 공을 두는 버릇은 똑같아 수비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 노망준은 가슴에서 떨어지는 공을 무릎으로 재차 튕긴 후 공을 공중에 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