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280화 (281/319)

280화 천재 코치[2]

공을 띄운 노망준은 침착했다.

'스트라이커는 골대 앞에서 특히 골을 노릴 때 침착해야 해.'

훈련 때마다 가람이 했던 말이 기억났고, 지금 한 번의 무릎 트래핑으로 상대 수비수를 속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속일 수 있겠지만, 아까와 똑같이 스토크 시티의 골문으로 드리블해서 간다면 결국 이미 대기하고 있는 스토크 시티의 수비에 막혀 골을 넣을 수 있을 가능성은 작을 것이었다.

아무리 열심히 훈련했다고 해도 아직 드리블이나 개인기로 상대 수비를 압도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지는 않다는 걸 노망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아주 짧은 순간인데, 노망준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서지 않았다.

경험이 많았다면 좀 더 좋은 수를 생각해낼 수 있겠지만, 축구을 시작한 지 이제 1년 정도밖에 안 된 애송이에게는 힘든 시련이었다.

그때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전에 가람이 유벤투스와의 시합에서 즐라탄의 헤딩 패스를 아크로바틱한 동작으로 발리 슈팅을 성공한 것이 기억났다.

'나도 할 수 있을까?'

노망준은 의문과 동시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모한 행동이기는 하지만, 오늘 경기에 수많은 공격 기회를 부여받았기 때문에 한 번쯤은 도전해봐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그리고 오히려 지금 같은 상황에는 경험이 없다는 게 무모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해주었다.

설명은 길었지만, 노망준의 고민은 짧았고, 바로 행동에 나섰다.

토오옹!

노망준은 한 번 더 공을 왼쪽 무릎으로 튕긴 후 재빠르게 몸을 골대 쪽으로 돌렸다.

노망준을 뒤에서 마크하던 스토크 시티의 수비는 생각지 않은 노망준의 민첩한 움직임을 마크하지 못했고, 노망준은 그렇게 골대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왼쪽 다리를 내려놓는 동시에 떨어지는 공을 향해 오른발을 맞추기 위해서 다리를 들었다.

휘익!

'앗!'

하지만 생각보다 공은 빠르게 떨어졌고, 이대로 최대한 다리를 휘두른다고 해도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허공에 다리를 휘두르는 모습이 나올 것 같았다.

그렇게 노망준의 무모한 시도는 실패로 끝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 순간

파아앗!

공이 갑자기 천천히 움직이고,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이 천천히 움직이는 기이한 현상이 펼쳐졌다.

뜻하지 않는 이런 상황에 닥치면 보통 사람들은 당황하기 일수이지만, 노망준은 그것보다는 오히려 공이 천천히 떨어진다는 호재에 공을 맞추겠다는 생각에 몰입했다.

결국 노망준은 공을 오른발에 맞추는 데 성공했고 공에 발이 닿는 순간 노망준은 가람과 수없이 훈련했던 슈팅 연습을 기억하며 공에 최대한 힘을 싣는 것에 집중했다.

그리고

뻐어엉!!

공이 노망준의 오른발을 떠나는 순간 노망준의 시간은 원래대로 돌아왔고, 공은 다소 높게 골대 오른쪽 상단을 향해 날아갔다.

생각지 않은 노망준의 슈팅으로 스토크 시티의 골키퍼는 반응조차 못 하고 공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 눈길에는 공이 골문을 벗어나거나 골대에 맞고 나가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티이익!

터어엉~

철썩!!

"고오오오올! 전반 38분!! 노망준 선수! 말도 안 되는 발리 슈팅으로 골을 만들어냅니다. 지금 제가 뭘 본 거죠? 너무 놀랍습니다."

"노망준 선수의 발리 슈팅은 행운이 따른 걸까요? 사실 슈팅 코스가 위로 잡히면서 그냥 위로 날아갈 줄 알았는데 그게 골대 하단에 맞고 밑으로 떨어지면서 골로 이어집니다."

공이 골망을 가르는 순간 노망준은 그대로 벤치를 향해 뛰어갔고, 그 모습에 모든 스탭과 선수들이 달려 나왔다.

노망준은 스탭들과 후보 선수들을 제치고 가람에게 달려들어 안기며 기뻐했다. 안정한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줄 알고 손을 벌렸다가 가람에게 안긴 노망준을 보고 그의 등을 쳐주며 살짝 머쓱한 장면을 연출했다.

그리고 이렇게 재미있는 장면을 중계 카메라가 놓칠 일은 없었다.

"아. 안정한 감독 머쓱하겠네요."

"뭐. 종종 저런 일이 있죠. 그래도 제가 듣기로는 노망준 선수의 롤모델이 김가람 선수라고 들었거든요. 그리고 오늘 경기를 두고 노망준 선수와 1 대 1 훈련을 했다는 이야기도 이미 파파라치를 통해 들려온 상황이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지금 노망준 선수가 오늘 경기를 앞두고 김가람 선수와 슈팅을 연습했다면 지금 노망준 선수가 안길 사람은 김가람 선수가 맞겠죠."

그렇게 선더랜드의 벤치가 환호성과 기쁨으로 가득 차고 있을 때 스토크 시티의 벤치의 분위기는 그와 반대로 침울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잭 로스 감독의 심정은 참담했다.

오늘 경기에 김가람의 부재를 알고 난 후부터 선더랜드 선수들의 모든 정보를 입수해서 수비에 집중했고, 오늘 경기는 어떻게든 실점을 하지 않고 비겨서 승점을 가지고 가려는 전술을 짰다.

승리를 추구하지 않는 모습은 비난을 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프리미어 리그에서 연승행진을 달리고 있는 팀을 상대로 비겨서 승점을 쌓는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렇게 잭 로스 감독은 자신의 모든 것을 총동원해서 전술을 가다듬었고, 모든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물론 김가람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대신 노망준을 1대 1로 전담해서 가르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김가람이 출전하지 못하면서 고육지책으로 고른 방법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틀린 것이었다.

'선수로서도 천재이고, 코치로도 천재인 건가?'

잭 로스 감독은 김가람을 직접 가르치며 그의 천재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천재성이 꾸준하게 보여줄지는 몰랐던 것이기에 그는 선더랜드에서 다른 팀으로 옮긴 것이었다.

결국 그 선택이 자신 인생에 최악의 실수라는 걸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고, 그 선택이 결국 오늘 경기의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었다.

전반 막판에 먹힌 한 골이지만, 이 한 골로 인해 스토크 시티의 전술은 무너진 거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감독인 자신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기에 잭 로스 감독은 박수를 치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그렇게 다소 흥분된 세레머니가 끝난 후 경기는 스토크 시티의 공으로 다시 시작되었지만, 스토크 시티는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고 시간을 끌며 전반전은 마치게 되었다.

삐이익! 삑!

"전반전 38분에 노망준 선수의 골로 경기는 선더랜드가 1대 0으로 앞서나게 되었습니다. 전반전을 어떻게 보셨나요?"

"오늘 경기에 스토크 시티는 왜 자신들이 승격한 후 중위권에 있는지 알려주는 것처럼 튼튼한 수비를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저는 수비수 출신으로 봤을 때 스토크 시티의 수비 전술은 상당히 견고하고 잘 만들어졌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저런 수비는 쉽게 뚫을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런 수비를 뚫으려면 뛰어난 개인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죠. 그게 바로 김가람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 김가람 선수는 결장했고, 잭 로스 감독의 예측대로 전반전 대다수 시간은 선더랜드가 스토크 시티를 공략하지 못하면서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사실 오늘 경기 저는 이대로 0 대 0으로 끝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까 마틴 테일러 캐스터님이 말씀하신 대로 노망준 선수의 놀라운 골이 터지면서 경기는 선더랜드가 앞서나가게 되었습니다. 잭 로스 감독은 정말 힘들 겁니다. 김가람 선수가 없어서 호기라고 생각했지만 생각지 않은 노망준 선수의 슈퍼 플레이에 팀이 무너지게 되었거든요."

"팀이 무너지게 되었다는 표현은 과하신 게 아닐까요?"

"글쎄요. 후반전에 상당한 행운이 따르지 않는 이상 스토크 시티가 골을 넣을 가능성은 작다고 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앞서 설명했듯이 스토크 시티는 비길 생각으로 이 경기를 준비했습니다. 그래서 후보 선수에도 공격수보다는 미드필더와 수비수로 준비했습니다. 아마 후반전에는 체력이 떨어진 수비진을 교체할 생각일 겁니다. 역습보다는 수비를 튼튼하게 한 원 포인트 전술이라는 거죠."

"그 말씀은 원포인트 전술이 먹히지 않는다면 대책이 없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반면 선더랜드는 후보 선수들을 보면 닐 이안이라던가 은골로 캉테 같은 선수들도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거든요. 전반전에 미드필더 라인에서부터 공격적인 성향의 선수들을 배치하면서 공격에 집중했다면 후반전에는 수비적인 성향을 배치해 역습을 대비한다면 오늘 경기의 승리를 가지고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개리 네빌의 치밀한 분석이 끝나고, 경기는 하프 타임을 지나 다시 시작되었다.

후반전.

개리 네빌의 예측처럼 스토크 시티는 준비했던 전술이 수비전술인 원포인트 전술이기에 나름 공격적인 성향이 있는 선수들을 교체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는 상황이었다. 반면에 선더랜드는 승리를 굳히기 위해 기성룡과 조지 허니먼을 빼고 후반 시작과 동시에 은골로 캉테와 닐 이안을 배치하면서 수비에 무게를 두었다.

그렇게 경기는 나름 스토크 시티가 수비한 후 역습 기회가 생길 때마다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후반전에 노망준도 스트라이터 포지션에서 중앙 미드필더까지 내려와 수비를 가담하고 은골로 캉테와 닐 이안이 수비에 집중하자 스토크 시티는 골을 넣을 기회조차 만들지 못하고, 선더랜드의 골키퍼 조던 픽포드는 오늘 경기에 하는 일 없어서 관중과 크게 다를 것 없이 구경만 하며 일방적인 경기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삐익! 삑!

"주심의 휘슬에 경기가 종료됩니다. 이렇게 되면서 선더랜드는 연승행진을 이어갑니다. 이건 박지석 감독이 부재중일 때도 이어갔다는 점이 상당히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박지석 감독의 부재중에 많은 이들이 노력했습니다. 그 중에 저는 최고는 김가람 선수라고 말하고 싶네요. 맨시티 전에서는 선수로서 스토크 시티전에서는 코치로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하하하. 그렇습니다. 오늘 노망준 선수의 골에 김가람 선수의 가르침이 큰 몫을 했다면 짧은 시간에 노망준 선수를 바꿔준 김가람 선수야말로 최고의 코치라고 할 수 있겠네요."

"선수로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선수들이 코치로 전향하거나 감독으로 전향하면 좋은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김가람 선수는 아직 선수인 상태에서 다른 선수를 코칭해서 이렇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니 은퇴 이후에도 좋은 모습이 기대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오늘 경기의 MOM으로 뽑힌 노망준 선수와 인터뷰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MOM으로 뽑힌 노망준의 인터뷰에서 노망준은 김가람의 가르침 덕분에 슈팅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골도 넣을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을 하면서 언론들은 김가람의 코칭 능력에 대해서 집중하기 시작했고, 선더랜드는 최고의 선수와 코치를 얻었다는 이야기가 돌게 되었다.

그리고

띠리링!

[감독의 부재중에 코칭 능력으로 팀 승리에 기여했습니다.]

[전술 해석가]

[동료에게 전술을 해석해줘서 팀의 전술 이해도를 높여 완성도 높은 경기를 선보입니다.]

가람은 생각지 않은 보상을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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