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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286화 (287/319)

286화 챔피언스 리그 16강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5]

삐익!

주심의 휘슬 소리와 함께 해리 네쳐는 프리킥을 차려고 했고, 그 모습을 본 게리 네빌이 의아한 듯 입을 열었다.

"지금 선더랜드의 선수들의 움직임과 해리 네쳐 선수의 준비 동작을 보면 한 번에 골대로 붙이려고 하는 거 같습니다. 해리 네쳐 선수가 프리킥 능력이 좋다고 해도 저렇게 멀리서 프리킥으로 골을 노리는 건 경기에서 처음 나오는 것 같은데요. 선더랜드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서 해서 조급하게 플레이를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좋은 시도이기는 하지만 살짝 무모해 보입니다."

"그렇군요. 과연 게리 네빌 위원님이 말씀하신 대로 무모한 도전일지 아니면 이걸 기회로 살릴지 기대가 되는 순간입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해리 네쳐 선수가 프리킥을 찹니다."

마틴 테일러가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해리 네쳐는 공을 찼다.

뻐어엉!

해리 네쳐가 찬 공은 다소 높은 코스로 날아갔고, 그 공을 본 게리 네빌은 자신의 말이 맞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 이건 코스가 너무 높습니다. 골라인 아웃이 될 것으로 보이네요. 전반전과 마찬가지로 후반전에도 공격이 막히고 있는 선더랜드로서는 이런 세트피스 공격에서 어떻게든 득점을 노려봐야 했는데 아쉽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아직 시간이.."

마틴 테일러가 말을 마치기 전에 해리 네쳐가 찬 공이 갑자기 살아있는 새처럼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고 생각지 않은 공의 움직임에 중계진은 말을 멈추고 공의 궤적을 지켜봐야 했다.

휘리릭!

해리 네쳐가 찬 공은 오른쪽 골대 상단을 향해 떨어져 나갔다.

만약 보통의 골키퍼라면 해리 네쳐가 찬 공이 높이 치솟았을 때 나갈 거라고 생각하며 방심했겠지만, 딘 핸더슨은 달랐다.

선더랜드 시절에 김가람의 무지막지한 프리킥 연습을 누구보다 많이 도왔던 그였기에 이런 프리킥 코스는 익숙했다.

물론 가람이 아닌 해리 네쳐가 이런 공을 찬다는 건 사실 놀랍기는 했지만, 해리 네쳐의 능력을 생각해보며 가람을 따라하는 게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딘 핸더슨은 침착하게 선더랜드 선수들이 골대 앞에서 어슬렁거리는 걸 무시하며 공의 낙하 지점을 향해 움직이며 소리쳤다.

"감독님의 지시대로 움직여!"

딘 핸더슨의 말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제공권이 뛰어난 노망준과 김만재를 거의 에워싸듯 마크했다.

그렇게 자신의 말대로 선더랜드의 선수를 막는 동료들은 본 딘 핸더슨은 마음을 놓으며 공의 궤적에 집중했고, 공이 내려오는 오른쪽 골대 상단을 향해 몸을 날렸다.

역시나 선더랜드의 선수들을 미끼로 쓰는 듯한 이 날카로운 프리킥 코스는 선수들이 모여 있는 곳의 반대편인 오른쪽 골대 상단으로 향했다.

그렇게 딘 핸더슨은 속지 않으며 좋은 자리로 움직일 수 있었지만,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첫째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공이라 햇빛이나 경기장 라이트로 인해 공을 순간 놓칠 수 있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공이 날아오는 코스가 골키퍼들이 막기 어려워하는 골대 모서리라는 문제이었다.

게다가 해리 네쳐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몰라도 가람의 전매 특허라고 할 수 있는 이 말도 안 되는 프리킥을 거의 복사했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흉내낸 것은 정말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막는다!'

딘 핸더슨은 마음을 다잡으며 실눈을 뜨면서까지 공의 궤적을 쫓았다.

딘 핸더슨이 선더랜드에서 뛰었을 때 가람과 함께 프리킥 훈련할 때 공이 온다는 걸 미리 알고 있는 상황에서도 막을 수 있는 확률은 30%밖에 되지 않았다.

그만큼 준비한다고 해도 막을 수 있는 수준의 프리킥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딘 핸더슨은 공의 궤적을 끝까지 쫓으며 이를 악물고 공을 향해 몸을 날렸다.

파앗!

딘 핸더슨의 간절함과 집중력 덕분에 정확한 타이밍에 공이 골대를 향하는 곳에 손을 뻗을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공이 자신의 손에 와서 맞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터어엉!!

해리 네쳐가 찬 공은 아쉽게도 골대 상단에 맞았고, 공의 낙하 속도 때문인지 공은 크게 튀어 올라 다시 그라운드로 떨어지려고 했다.

생각지 않은 골대 강타에 딘 핸더슨은 안심하는 동시에 그대로 쓰러졌고, 일어나면서 크게 외쳤다.

"세컨 볼!"

그 말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선더랜드 선수들을 마크하며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이 모두 반대편 골대 앞에 있던 상황이라 딘 핸드슨의 말에 빨리 반응하지 못했다.

그때 공을 향해 뛰어오는 선더랜드의 선수가 딘 핸더슨의 눈에 들어왔다.

지난 시즌에 자신과 함께 선더랜드의 골대를 지켰던 선수였기에 그를 기억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뭐야? 네가 왜 여기 있어?'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지금은 골을 막는 게 더 중요한 순간이었고, 딘 핸더슨은 당황하기는 했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반응하며 공을 향해 뛰어나갔다.

하지만 생각지 않게 등장한 선더랜드의 선수는 특기인 빠른 발로 딘 핸더슨보다 먼저 공에 달려들었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공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선더랜드의 선수는 딘 핸더슨이 몸을 크게 펼치는 동작을 하기도 전에 딘 핸더슨의 머리 위로 강하게 슈팅을 때렸다.

뻐어엉!

철썩!!

"고오오오오올!!! 후반 42분 누누 멘데스 선수가 골을 기록합니다. 이번 시즌에 첫 골을 기록하는 누누 멘데스!"

"아.. 이건 행운이라고 봐야 할까요? 원래 누누 멘데스 선수는 세트피스나 코너킥을 할 때 상대 팀의 역습을 막는 역할을 하는데요. 누누 멘데스 선수의 생각지 않은 오버래핑이 골을 만들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수들은 공중볼에 뛰어난 선수들을 전부 막고 있었거든요. 이건 정말 허를 찔렀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습니다."

"경기 막판의 이번 골로 원정팀인 선더랜드는 원정 다득점으로 따졌을 때 결과적으로 비기는 경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죠. 나중에 2차전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오늘 경기에 잘하고도 한 골을 내어준 건 뼈아픈 실책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입니다. 하지만 아직 시간은 남았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후반 막판까지 집중해서 골을 만들고 마친다면 2차전에서 좀 더 유리한 입장에서 경기를 이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집중했으면 좋겠습니다."

게리 네빌이 사심을 담아 좀 더 분발해야 한다는 말을 했는데 숄샤르는 골이 터지는 순간 등골이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설마.. 작전을 간파한 건가? 이 단시간에?'

공중볼에 특출한 노망준과 김만재를 마크하라는 지시를 간파하고 누누 멘데스의 오버래핑을 지시한 거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해리 네쳐가 골대를 일부러 맞춰야 하는 전제조건이 깔아야 했다. 지금 이 골은 위험성과 운적인 요소가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골이 터지기 전에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린 건 박지석이 아니라 김가람이었기에 더욱 작전보다는 운이 따랐다는 생각이 따라왔다.

그렇게 생각을 지우려고 했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해리 네쳐와 골을 넣은 누누 멘데스가 벤치에 있는 김가람에게 달려들어 좋아하는 모습이 자꾸 눈에 밟혔다.

그때 마이클 펠란 수석코치가 입을 열었다.

"감독님. 남은 시간은 어떻게 할까요?"

"흐음.."

잠시 고민한 숄샤르는 입을 열었다.

"우선은 지금 상황을 유지하면서 수비적으로 하도록 하죠."

"네에? 남은 시간에 골을 노리시지 않고요? 지금 한 골 먹히면서 원정 다득점으로 선더랜드는 비기는 경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제 촉이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하고 있어요. 괜히 무리했다가 어쩌면 동점골까지 먹힐 수도 있습니다. 선더랜드가 이번 시즌에 연승을 거두며 쉬운 경기를 해서 모르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난 시즌에 선더랜드는 강팀을 상대로 후반 막판까지 골을 만들었던 팀입니다."

"감독님의 촉이라면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평소 경기였다면 알렉스 퍼거슨이 감독이었을 시절부터 수석코치였던 마이클 펠란의 의견을 숄샤르도 존중하는 의미로 그의 의견을 수용했겠지만, 이번에는 숄샤르의 뜻대로 하기로 했다.

그리고 숄샤르는 테크니컬 에어리어 라인 끝까지 나가서 큰 소리로 선수들을 격려하며, 경기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그렇게 남은 시간에 선더랜드는 동점골까지 넣을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맨체스터 유나티이드는 차분하게 수비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갔고 선더랜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디의 전술에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경기는 그대로 종료하게 되었다.

그 모습에 숄샤르는 크게 환호하며 선더랜드의 벤치를 봤다.

'그래. 전술을 간파한 건 아니야. 운이 좋았던 거지.'

만약 자신의 전술을 간파했다면 남은 후반전에서도 선더랜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술을 파훼하며 골을 만들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경기는 그대로 종료되었기에 숄샤르는 안심하며 승리를 만끽할 수 있었다.

경기는 맨체스터 유나티이드의 승리로 끝나게 되면서 이번 시즌에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던 선더랜드는 처음으로 패배를 맛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렇게 경기가 끝난 후 박지석은 복도에 수많은 기자에게 둘러싸일 수밖에 없었다.

"감독님. 오늘 경기에 패배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상대 팀이 우리 팀에 대해서 치밀하게 분석하고 전술적으로 많이 준비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경기를 중계한 게리 네빌 위원님께서는 전성기 시절 알렉스 퍼거슨경이 이끌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보는 것 같다고 극찬하셨는데요. 감독님께서는 이 발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늘 경기는 저도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살짝 그리운 느낌도 들었지만, 그런 팀을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버거웠습니다. 게리 네빌 위원님의 말에 저도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후반 막판에 행운이 따르는 누누 멘데스 선수가 골을 넣으면서 그래도 2차전의 부담감은 줄었는데요. 2차전을 어떻게 준비하시겠습니까?"

"행운이라.."

박지석은 그 골이 터지기 전에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렸던 김가람이 떠올라, 살짝 입가에 미소가 생겼다.

하지만 아직 2차전이 남은 상황에서 그런 내용을 굳이 말할 필요는 없기에 미소를 다시 숨기며 말을 이어갔다.

"그렇죠. 행운의 골이었죠. 누누 멘데스 선수의 골 덕분에 2차전을 준비하는 데 부담이 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희 선더랜드 홈에서 이번 시즌의 무패 기록을 깰 생각은 없습니다. 2차전에 그 행운의 골이 전술이 되어서 상대 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그대로 돌려줄 생각입니다."

거기까지 기자의 질문에 답하며 박지석이 자리를 뜨려고 할 때 기자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오늘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김가람 선수와 노망준 선수를 교체하셨는데요. 노망준 선수가 분전하기는 했지만 골은 만들지 못했는데요. 오늘의 용병술은 실패라고 보시나요?"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김가람 선수도 벤치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으니 2차전에서는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네에? 벤치에서 배운다고요?"

기자가 되물어봤지만 박지석은 답하지 않았고, 자리를 떠나며 인터뷰를 마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날 저녁에 스포츠 포탈 사이트는 선더랜드의 패배와 숄샤르의 뛰어난 전술을 대서특필하며 숄샤르 명장설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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