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287화 (288/319)

287화 두 팀[1]

2022년 2월 26일 웹블리 스타디움

리그컵 결승전

“고오오올! 김가람 선수 리그컵 결승전에서 아스날을 상대로 해트 트릭을 기록하며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줍니다.”

“이제 남은 시간은 1분도 안 되니 이렇게 경기 끝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서 선더랜드는 다시 연승 행진을 달리게 되었습니다. 지난 2월 15일에 패배로 인해 흔들릴 거라는 많은 예측을 무너뜨리고 다시 연승하게 됩니다. 그것도 리그컵에서 상승세인 아스날을 만나서 아주 뜨거운 맛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렇게 되면서 선더랜드는 지난 시즌에 이어 2연속으로 리그컵을 우승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리그에서도 압도적인 1위를 달리면서 7위까지 주어지는 유로파 리그 출전권인데요. 리그 성적과 상관없이 리그컵 우승으로 유로파 리그 출전권은 확보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삐익! 삑!

“말씀드리는 순간 주심은 경기를 종료시킵니다.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에 리그컵을 제패하는 선더랜드입니다.”

“그렇죠. 사실 이번 시즌에 선더랜드를 막을 수 있는 팀은 없을 거라고 예측한 대로 전반부터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인 선더랜드였습니다.”

“이번 시즌의 첫 번째 트로피를 따내는 선더랜드입니다. 사실 이 팀의 큰 목표를 생각해보면 작은 단추 하나를 끼웠다고 평가를 할 수 있겠습니다.”

“워낙 이번 시즌에 선더랜드는 막강했으니 말이죠. 이제 다음에 있을 리그에서 풀햄과의 경기를 치르면 3월 4일 선더랜드의 홈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선더랜드는 원정 다득점으로 2대 1이라는 결과로 나쁘지 않은 결과를 가지고 왔지만 방심해서는 안 되겠죠. 원정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한 골이라도 넣으면 원정 다득점으로 두 골로 취급되니 말입니다.”

그렇게 중계진은 리그컵 우승한 후 선더랜드가 시상을 하는 동안 중계화면보다는 앞으로 선더랜드의 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모든 개인 시상을 마친 후 마지막으로 팀 시상을 하는 차례에 박지석이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중계는 끝마치게 되었다.

경기를 마친 후 박지석과 오늘 경기의 MOM, 리그컵 득점왕, 도움왕을 기록한 가람이 미리 준비된 기자회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자회견장의 문을 열고 박지석과 가람이 나타나자, 그들을 환영하는 듯 카메라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잠시 기자회견 안내요원의 말에 맞춰 포즈를 취한 박지석과 김가람은 자리에 앉았고, 자리에 앉자마자, 기자들이 열정적으로 손을 들었다.

박지석은 수많은 기자 중 한 명의 기자를 지목했고, 기자는 입을 열었다.

“박지석 감독님. 오늘 경기에 아스날을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셨습니다. 지난 리그 레스터 시티전도 그렇고 이번 경기도 그렇고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패배한 후유증은 찾아볼 수 없는데요. 그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요?”

“비결이라고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했을 때도 저희 팀은 원래 플레이를 했습니다. 그런데 맨체스터 유나티이드가 준비를 더 잘했을 뿐입니다.”

“그럼 다른 팀들은 준비를 덜 했다는 말씀이 되는데요. 맞나요?”

“하하하. 그렇게 말씀하시면 다른 팀들을 비하하는 것 같아서 안 되겠군요. 엄연히 말하면 상성이라고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당시 1차전에서는 상성이 좋지 않아서 졌다고 해야겠군요.”

“그럼 다음에 있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2차전도 상성 때문에 패배하게 되는 건가요?”

“그렇다면 제가 이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지 않겠습니까? 2차전은 놀라운 전술 변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놀라게 할 생각입니다.”

“그럼..”

기자가 자신의 차례를 계속 쓰려고 하자, 인터뷰의 진행 요원이 제지하는 듯한 제스쳐를 보여주었고, 그 모습에 기자는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았다. 기자가 앉는 순간 다른 기자들이 손을 올렸다.

이번에는 박지석이 가람을 보며 지목하라는 듯 양보했고, 김가람이 기자 한 명을 지목했다.

“김가람 선수! 감독님께서 챔피언스 리그 16강 2차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놀래킬 전술변화를 하신다고 하셨는데요. 그 안에서 김가람 선수의 역할도 있는 건가요?”

“저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경기 당일까지 선발 라인업은 모르는 일이니 저보다는 감독님께 물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감독님의 계획에 제가 포함되어 있나요?”

꼭 기자라도 되는 것처럼 가람이 박지석에게 질문하자, 박지석이 멋쩍은 미소를 짓고 가람이 아닌 기자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이런 자리에서 말하기는 뭐하지만, 김가람 선수는 선더랜드의 에이스이고 지금처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제가 김가람 선수를 제외하는 건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혹시나 더 많은 정보를 원하시는 거라면 그 날 경기장에 와서 보시는 걸 추천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이 기자회견이 리그컵 우승에 대한 기자회견으로 알고 있는데, 계속 챔피언스 리그 1차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시는 것 같아서 살짝 거북합니다.”

박지석이 영리하게 자리와 어울리지 않는 질문은 받지 않겠다는 말을 에둘러 말하면서 대답을 마치자, 아까와 다르게 기자들이 손을 드는 수가 확연히 줄었고, 그 모습에 박지석은 미소를 띠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띠이잉

TV의 화면이 꺼진 후 숄샤르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고민에 잠겼다.

이제 리그 한 경기 이후 바로 이어지는 경기가 바로 선더랜드와의 경기이기 때문이었다.

리그에서는 선두인 선더랜드를 따라잡는 건 남은 리그 경기를 모두 이기고 선더랜드가 리그에서 모든 경기를 패배해야 가능한 것이라 지금 선더랜드의 기세를 보면 불가능에 가깝고, 다이미 리그컵과 FA컵에서도 떨어진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16강 2차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서 팀의 분위기도 올리고, 이번 시즌에 유의미한 업적을 남기고 싶었다.

물론 선더랜드를 이겼다고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하는 건 아니지만, 눈앞에 있는 선더랜드를 이기지 못한다면 그 이상을 나갈 수 없는 게 현실이었다.

그때

똑똑!

감독실에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숄샤르 감독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의 눈에는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수석코치인 마이클 펠란을 보며 물었다.

“어떻게 되었나요?”

그 말에 마이클 펠란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힘들다고 하셨습니다. 지난번 한 번 도와준 게 있으니 이번에는 스스로 돌파해보라고 하셨고요.”

“그렇군요.”

숄샤르는 이번 2차전을 준비하면서 알렉스 퍼거슨에게 조언을 구할 생각이었지만, 알렉스 퍼거슨은 거절한 것이었다.

그리고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숄샤르를 보며 마이클 펠란이 다가왔다.

“감독님께서는 이미 어느 정도 퍼거슨경의 전술을 이해하셨으니 충분히 2차전도 대비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죠. 만약 상대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뛴 경험이 없는 다른 감독이라면 저도 안심하겠지만, 분명 지석이라면 아니 박지석 감독이라면 이미 대책을 마련했을 겁니다. 지난 인터뷰에서도 그리고 방금 한 인터뷰에서도 보이는 자신감을 보면 그래 보입니다.”

“그렇지만 그건 언론에 보이는 모습이기 때문에 꾸며서 만든 말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정말 박지석 감독이 대책을 알았다면 지난 1차전 후반 막판에 골을 넣고 더 밀어붙여야 하지 않았겠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불안합니다.”

“불안하다는 건 촉인가요?”

“그렇습니다. 촉입니다.”

그 말에 마이클 펠란이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감독님의 촉이 잘 맞는 건 저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살짝 예민해 보이십니다. 이번 경기를 두고 너무 신경을 많이 쓰신 것 같습니다. 전력 분석관의 리포트는 보셨나요?”

“네 봤습니다.”

“거기에 뭐라고 적혀 있던가요?”

“1차전과 같은 전술을 사용해도 무방할 것 같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죠.”

“그렇습니다. 선더랜드는 지난번 저희에게 패배를 당했지만, 아직도 김가람 선수를 중심으로 공격 전술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도..”

마이클 펠란은 숄샤르의 표정을 지켜보더니 입을 열었다.

“1999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93분에 역전골을 넣은 사나이가 누굽니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마이클 펠란을 보며 숄샤르는 손을 저었다.

“선수 시절의 이야기는 안 하셔도 돼요. 차라리 지금 심정으로는 제가 필드에 나가서 뛰고 싶네요.”

“아니요. 감독님. 지금 감독님께 필요한 건 선수 시절의 자신감입니다. 지금은 너무 움츠러들어 있어요.”

“그런가요?”

숄샤르가 선수 시절부터 마이클 펠란은 맨체스터 유나티이드에서 2군 코치를 생활하며 자신을 봐왔던 사람이기에 숄샤르는 어깨를 한번 으쓱거렸다.

“사실 이번 시즌에 구단에서 많은 지원도 해줘서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남은 건 챔피언스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밖에 없으니 말이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알렉스 퍼거슨이 떠난 후 오랫동안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지난 시즌에 나름 괜찮은 성적을 거둔 숄샤르에게 구단은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며, 제이든 산초와 라파엘 바란까지 영입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시즌 초반에 영입된 선수들에 맞는 전술을 제대로 구상하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영입한 선수들의 적응이 쉽지 않게 되면서 성적은 원하는 대로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박싱데이를 기준으로 점점 선수들도 적응하고 숄샤르 감독도 새로 영입된 선수들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파악하면서 후반기에 반등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숄샤르에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수한 성적에 집착한 것이었다.

“감독님. 조금은 긴장을 풀어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겁니다. 우리 아직 선더랜드와 경기하기 전에 리그 경기도 하나 남았다는 걸 잊지 마세요. 만약 저희가 이대로 남은 시즌에 전승을 거두면 우승은 힘들어도 3위에는 올라갈 수 있으니 리그는 아직 포기할 단계는 아닙니다.”

“그렇죠. 알겠습니다. 지금은 리그 경기에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레스터 씨티와의 경기죠?”

“그렇습니다. 사실 저는 이번 경기를 앞두고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을 대거 써 보는 게 어떨까 싶은데요. 여기 리스트입니다.”

리스트를 읽어본 숄샤르는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마이클 펠란을 봤다.

“저한테 리그에 대해 집중하라고 하시면서 이 명단은 상당히 모험해야 하는 명단인데요.”

“아무래도 리그 경기 다음에 이어질 챔피언스 리그 2차전을 생각하면 주전 선수들은 휴식을 줘야겠죠. 그리고 지금 이 선수들이라면 충분히 레스터 씨티와의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렇게 하죠. 이 명단에서 부족한 수비력은 필 존스 선수를 투입하는 걸로 하죠.”

“요즘 필 존스의 몸 상태를 생각해보면 괜찮은 생각입니다.”

“그렇죠. 미드필더에는 이 선수를 넣으면 어떨까요?”

그렇게 숄샤르는 아까 선더랜드와의 경기에 대한 걱정에 빠져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레스터 시티와의 경기에 집중했고, 그 모습을 마이클 펠란이 흡족하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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