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288화 (289/319)

288화 두 팀[2]

2022년 3월 1일 크레이븐 코티지 경기장

프리미 어리그 27라운드 선더랜드 대 풀햄 경기

“고오오오올! 요한 필립 선수 특유의 라인 브레이크를 통해 풀햄의 수비 라인을 붕괴시키고 골을 넣습니다. 이번 골로 4골을 넣는 데 성공하는 요한 필립 선수입니다.”

“요한 필립 선수 자신의 재능을 오늘 경기에서 터뜨리고 있습니다. 선더랜드의 경기력은 정말 놀랍습니다. 오늘 경기는 김가람 선수가 빠진 상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솔직히 예상하지 못한 경기력입니다.”

“그렇죠. 풀햄이 강등권 위기의 팀이라 오늘 경기에는 어떻게든 승점을 가지고 가기 위해서 뉴캐슬전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경기를 참고하며 마르코 실바 감독이 수비를 준비했습니다. 특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경기를 참고해서 김가람 선수를 봉쇄하겠다고 경기 전의 인터뷰에서 밝혔는데요. 그런데 선더랜드는 김가람 선수를 출전시키지 않았고, 놀라운 경기력으로 경기 이기고 있습니다. 아니 이겼다고 해야겠죠.”

“그렇습니다. 이미 전반에만 4골을 터뜨려버렸거든요. 이 경기를 풀햄이 뒤집는 건 정말 힘들어 보입니다.”

마틴 테일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중계 카메라는 요한 필립을 잡아주었고, 요한 필립은 선수들과 어울려 기쁨을 함께하는 장면이 나왔다.

“요한 필립 선수가 이렇게 활약하면 김가람 선수가 굳이 나올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3일 뒤에 있는 챔피언스 리그를 대비하여 휴식을 취해도 될 것 같네요.”

“맞는 말씀이십니다. 그런데 오늘 경기는 왜 이렇게 된 걸까요?”

“제 생각에는 마르코 실바 감독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술에 따라 김가람 선수를 봉쇄하는 전술을 준비했잖아요. 그래서 선더랜드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치를 2차전 경기를 대비하여 준비한 전술을 이번 경기를 기회로 선보인 건 아닐까 합니다. 지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선더랜드는 김가람 선수를 주축으로 평소처럼 보여주었던 전술이 먹히지 않았거든요. 그렇다면 이번에는 김가람 선수가 막혔을 때 혹은 나오지 않을 때 펼칠 수 있는 공격 전술을 준비한 것으로 보입니다.”

제이미 캐러거의 설명에 마틴 테일러는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럼 3일 뒤에 있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 김가람 선수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씀이신가요?”

“아. 그런 뜻으로 들릴 수도 있겠군요. 다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경기를 보면 요한 필립 선수와 즐라탄 선수의 투 톱으로 4-4-2 전술을 준비한 선더랜드인데요. 미드필더에 있는 해리 네쳐와 은골로 캉테 선수가 중원에서 넓은 활동량으로 상대 팀의 공격을 마크하고 전방에 있는 즐라탄 선수에게 공을 연결한 후 요한 필립 선수가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공격작업의 루틴에 김가람 선수가 그 중원의 위치에 들어간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 그런 의미이시군요. 결국 김가람 선수는 골을 만드는 위치가 아니라 아래 위치에서 경기를 돕는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다면 오늘 경기는 선더랜드 선수들이 김가람 선수에게만 의지했던 공격 작업을 김가람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면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겠네요.”

“바로 그것이 박지석 감독이 노린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선더랜드의 공격력만 봐도 김가람 선수가 빠진 상황에서도 상당히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거든요. 그동안은 김가람 선수가 경기장에 나서면 선더랜드 선수들이 김가람 선수에게 의지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기를 통해 김가람 선수가 없어도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게 되는 경기가 된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중계진의 찬사를 받으며 선더랜드는 전반전을 마무리할 수 있었고, 중계진의 예상대로 후반전에도 가람이 교체되지 않고, 그대로 경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후반전에 체력적으로 지친 즐라탄과 노망준이 교체된 후 노망준이 후반 막판에 골을 넣으면서 경기는 5대 0으로 대승을 거두게 되었다.

기분 좋은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한 박지석은 믹스존을 빠져나오면서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을 받아야 했다.

“오늘 경기는 김가람 선수가 빠진 가운데 5대 0 승리를 가지고 가셨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오늘 김가람 선수가 빠진 가운데 좋은 전술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원하는 경기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어서 기쁩니다.”

“원하는 경기 결과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좀 더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우선 그동안 김가람 선수에게 알게 모르게 의지했던 선수들에게 김가람 선수가 없어도 골을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하는 게 오늘 경기의 목표였는데요.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만족합니다.”

“그 말씀은 요한 필립 선수의 활약에 대해 말씀하시는 거라고 생각해도 될까요?”

“하하하.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겠네요. 물론 맞는 말씀입니다. 요한 필립 선수의 재능은 선더랜드 선수단에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인정할 정도로 뛰어납니다. 그러나 김가람이라는 거대한 산에 가려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었죠. 이렇게 김가람 선수가 없을 때 자신의 재능을 입증한다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늘 특정 선수를 칭찬하기보다 골로 이어지는 공격 작업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모든 선수를 칭찬하고 싶습니다.”

“오늘 중계를 한 제이미 캐러거 위원님께서는 오늘 경기가 3일 뒤 있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챔피언스 리그 16강전 2차전을 대비하여 준비한 전술로 보인다고 이야기하셨는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건 3일 뒤 직접 확인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인터뷰를 마친 박지석은 믹스존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또 다른 경기장

2022년 3월 1일 킹 파워 스타디움

프리미어 리그 27라운드 맨체스터 유나티이드 대 레스터 시티

삐이익!

“주심의 휘슬이 울립니다.”

캐스터인 폴 마크의 말이 끝나는 순간 주심은 쓰러진 제이든 산초와 조니 에반스의 모습을 비춰주었다.

그리고 느리게 나오는 장면에서 제이든 산초가 조니 에반스를 속도로 돌파하려고 하자, 조니 에반스가 자신을 돌파하는 제이든 산초를 따라잡으려고 하다가 뚫릴 것 같아 결국 태클을 거는 장면이 나왔다.

“이건 좋지 않습니다. 명백한 태클이네요. 단순히 다른 팀이 아니라 동료 의식을 가진 선수라면 이런 위협적인 태클은 해서는 안 됩니다.”

“가끔 친정팀을 상대로 어떻게든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 선수들이 있는데 조니 에반스의 과욕이 부른 참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주심 주머니에 손을 넣고 카드를 꺼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주심은 자신이 태클을 걸고 쓰러져 고통스러운 척 하고 있는 가증스러운 조니 에반스에게 다가가 바로 레드 카드를 들어 보였다.

쓰러져 있다가 레드 카드를 본 조니 에반스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항의를 했지만, 주변 동료들 마저 조니 에반스에게 나가라고 손짓을 했고, 결국 조니 에반스는 경기장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

하지만 조니 에반스의 태클에 당한 제이든 산초는 쉽게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본 숄샤르의 표정은 착잡했다.

‘욕심을 부른 걸까?’

오늘 경기에 대다수 주전 선수들을 빼면서 유망주와 그동안 기회를 잡지 못했던 선수들을 기용해 경기를 풀어나가고 있었다.

그런 선택에 따라 레스터 시티에게 역습을 당하거나 공격 작업이 수월하게 못 풀어나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후반 20분까지 0 대 0으로 경기를 틀어막을 수 있었다. 숄샤르는 경기의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서 마커스 래쉬포드와 제이든 산초를 투입하여 공격적으로 나서려고 한 것이었다.

마커스 래쉬포드와 제이든 산초가 투입되면서 경기는 확실히 맨체스터 유나티이드의 흐름으로 진행되며 이제 골만 넣으면 되었다.

만약 제이든 산초가 지금 조니 에반스의 거친 태클만 안 당했다면 골키퍼와 1대 1 찬스를 맞이했을 것이고 골도 넣을 것이었기에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때 마이클 펠란이 그런 상념에 잡혀있는 숄샤르를 보며 입을 열었다.

“감독님. 아무래도 제이든 산초의 부상은 가벼워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교체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죠. 그럼 제시 린가드 선수를 투입하기로 하죠.”

“개인 전술은 제이든 산초 선수와 동일한 롤로 진행할까요?”

이번 경기에 제이든 산초의 롤은 공간을 돌파하고 골을 만드는 움직임을 가지고 가라는 것이었는데 제시 린가드에게 그런 움직임은 어울리지 않기에 숄샤르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입을 열었다.

“공격적인 움직임보다는 넓은 활동량과 오브더볼 움직임으로 공격 전개를 할 때 도움을 주라고 해주세요. 직접 골보다는 마커스 래쉬포드 선수나 앙토니 마샬 선수를 도우라고. 아닙니다. 이건 제가 직접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렇게 숄샤르는 제시 린가드를 두고 이야기를 나눠었고, 제시 린가드도 이는 이번 시즌에 제이든 산초가 영입되면서 자신의 부족한 입지를 튼튼히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감독의 지시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교체되어 나갔다.

잠시 후 경기는 맨체스터 유나티이드의 프리킥으로 진행되었지만, 숄샤르는 프리킥을 보지 않고 들것에 실려 나오고 있는 제이든 산초에게 다가갔다.

“오늘 경기 결과에 신경 쓰지 말고 부상 회복에만 힘쓰도록 해.”

“크윽. 죄송합니다. 감독님.”

“죄송할 건 없어.”

그렇게 제이든 산초는 들것에 실려 나갔고, 수석 팀닥터는 먼저 의료진들을 보낸 후 숄샤르에게 다가왔다.

“넘어지면서 발목에 무게가 실리면서 살짝 돌아간 것 같습니다. 병원에 가서 정밀 검진을 받아봐야겠지만, 아무래도 선더랜드와의 경기에서 뛰는 건 힘들 것 같습니다.”

“하아~”

숄샤르는 순간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선더랜드와의 경기에서 핵심 키워드를 쥐고 있는 선수는 제이든 산초라고 해도 무방했다.

선수비를 펼치다가 역습으로 전환할 때 선더랜드의 수비를 흔드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는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단에서는 제이든 산초이기 때문이었다.

그때 갑자기 환호성이 들려와 그라운드를 쳐다봤더니, 그라운드에서는 코너킥 에어리어 쪽으로 뛰어가며 좋아하는 선수들 가운데 제일 앞선 제시 린가드가 그라운드에서 무릎으로 미끌어지다가 일어나서 춤을 추는 세레모니를 보여주었다.

골보다 화려한 제시 린가드의 세레모니에 평소 세레모니를 하면 달려들어 세레모니를 방해하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도 이번에는 잠잠하게 그의 세레모니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다 같이 기뻐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며 솔샤르는 솔직히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제시 린가드의 교체는 성공적으로 작동해 제시 린가드는 교체 투입 후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 대 0으로 승리했고, 숄샤르는 생각지 않게 좋은 용병술이라고 극찬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정작 극찬을 받은 숄샤르는 기분이 좋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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