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화 두 선수[1]
2022년 3월 24일 상암 월드컵 경기장
대한민국 국가대표 친선전 러시아전
"고오오올! 김가람 선수 후반 43분 쇄기골을 박아버리면서 경기의 확실한 승리를 가지고 옵니다."
"친선전이라고 하지만 놀라운 경기력으로 해트트릭을 달성하는 김가람 선수예요. 이제 곧 다가오는 월드컵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렇죠. 오늘 해트트릭을 한 김가람 선수도 대단하지만 선더랜드에 소속되어 있는 다른 한국 선수들도 마찬가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중계 카메라는 가람이 골을 넣은 것을 축하해주기 위해 달려온 선더랜드 소속의 선수들을 카메라로 잡았다.
"수비의 김만재, 권윤성, 중원에 기성룡, 공격에 이강운 손홍민까지! 김가람 선수를 제외하고도 뛰어난 조직력을 보여주며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선더랜드 선수들을 주축으로 다른 선수들도 분발한다면 충분히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가져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은 시간에 러시아는 의욕을 잃은 듯 공을 돌리다가 결국 경기는 5 대 0으로 끝나게 되었다.
경기를 마친 후 오늘 경기에 최고의 활약을 펼치게 된 가람이 중계진과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김가람 선수. 오늘 경기에 해트 트릭을 한 거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경기의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선 처음으로 한국에서 그것도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경기하게 된 것이 기쁘고, 이렇게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서 기쁩니다."
"오늘 경기를 뛰기 전에 벤투 감독님께서 혹시 특별히 주문하신 게 있으실까요?"
"아니요. 특별히 주문하신 건 없었습니다. 부담 없이 평소처럼 뛰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가람의 대답을 들은 배선재는 장재현에게 질문하라는 듯 손짓을 했고, 그 손짓에 장재현이 입을 열었다.
"오늘 경기에서 역시나 선더랜드 소속의 선수들과 좋은 호흡이 나왔습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무래도 소속팀에서 같이 호흡을 오랫동안 맞춰왔던 동료들이 국가대표팀에 있는 건 상당히 도움이 되는 일 같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호흡을 맞추는 데 시간도 걸리지 않았고요. 앞으로는 소속팀 선수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과도 좋은 호흡을 맞춰서 더 좋은 경기력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장재현 질문의 포인트와 그것을 넘어 우려하는 것까지 생각해 답하는 만점에 가까운 가람의 대답에 장재현이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오늘 일정을 마치시고 바로 내일 아침 비행기로 다시 선더랜드로 복귀하시면 바쁜 일정이 기다리고 있는데요. 그중에 많은 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챔피언스 리그 8강 1차전 바르셀로나와의 경기가 될 것 같습니다. 이 경기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우선 바르셀로나와 챔피언스 리그 경기 전에 있는 프리미어 리그 경기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지금 저희가 맨체스터 시티와 승점 3점으로 이기고는 있지만, 다음에 있을 맞대결까지 이 승점을 유지하지 않는다면 우승이 위험할 것 같거든요."
"그렇군요. 하지만 그래도 많은 이들의 시선과 관심이 쏠려 있는 경기인데요.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우선 지난 슈퍼컵에서 패배했을 때는 제가 뛰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이번 경기에는 제가 경기에 뛰면서 지난 슈퍼컵에서 만났던 선더랜드가 아니라는 점을 알려줄 생각입니다. 모든 분이 메시 선수와의 대결을 기대하시는 것 같은데요. 저는 메시 선수에게 집중하기보다는 경기 자체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인터뷰를 마무리하려고 하는 순간 PD가 스케치북에 무언가 써서 배선재에게 보여주었고, 배선재는 내키지 않았지만 PD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그래도 메시 선수와의 대결에 대해 한마디 부탁드리고 싶은데요."
배선재의 말에 가람은 허탈한 듯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메시 선수는 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대한 업적을 만들었고 가지고 있는 선수입니다. 모든 선수가 존경하는 뛰어난 선수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붙는다고 해도 승리를 확정할 수는 없는 선수입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와 승부를 겨루는 게 아니라 선더랜드라는 팀으로 바르셀로나라는 팀에 도전하는 거고, 저는 선더랜드라면 충분히 바르셀로나와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대부분 축구 관계자들이 이 대결을 두고 개인적인 능력에서 봤을 때 커리어 황혼기를 맞이하고 있는 메시가 가람에게 밀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축구는 팀 경기이기 때문에 바르셀로나가 선더랜드를 이길 거라고 예상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가람은 그와 반대로 이야기하니 배선재는 살짝 놀라 다시 추가 질문을 하려는 순간 인터뷰 시간이 끝났다는 PD의 손짓이 보였고, 배선재는 아쉽다는 듯 말했다.
"그렇군요. 오늘 인터뷰 시간은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그럼 몸 건강히 선더랜드로 돌아가시길 바랍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가람이 인터뷰를 마치는 사이 마찬가지로 메시도 국가대표 친선전을 마치고 스페인으로 복귀하는 공항 앞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번 시즌에 레알 마드리드와 격차를 벌리면서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새로 부임하신 클롭 감독님의 전술을 초반에는 이해하지 못해서 약간 힘들기는 했지만 전술이 자리 잡으면서 팀이 하나가 되었고, 이전과 달리 탄탄한 조직력과 세밀함으로 좋은 경기를 한 것이 선두를 달리는 원동력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시즌 안으로는 네이마르 선수와 모하메드 살라 선수가 영입되면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고, 밖에서는 이제 챔피언스 리그에서 상대할 김가람 선수 또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메시 선수는 자신을 뒤이어 어떤 선수가 시대의 아이콘이 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음.. 그건 말하기 곤란하네요. 제가 어떤 말을 했다는 게 그 선수들에게 생각보다 큰 영향을 끼칠 테니 말이죠. 하지만 이건 확실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말이죠."
메시의 호기로운 말에 기자는 바로 기사 냄새를 맡으며 말을 이어갔다.
"때가 아직 아니라는 말씀은 메시 선수가 지금의 자리를 지키신다는 이야기라고 생각해도 될까요?"
"그렇습니다. 이번 시즌에 클롭 감독님의 지도하에 축구를 하는 게 다시 재미있어졌습니다. 그동안 오랫동안 축구를 했지만, 또 다른 축구를 알게 되었고요. 그래서 그런지 아직은 다른 선수들이 이 자리를 노리기에는 때가 아니라고 말씀 드린 겁니다."
"호기로운 대답 감사합니다. 그럼 며칠 뒤에 있을 선더랜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좋은 모습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메시의 인터뷰는 바로 모든 축구 커뮤니티를 달구기 시작했고, 모든 이들의 이목은 4월 12일에 선더랜드 홈구장에서 열리는 챔피언스 리그 8강전에 쏠리게 되었다.
바르셀로나 1군 경기장
늦은 시간에 위르겐 클롭은 이틀 뒤에 다가오는 선더랜드와의 경기를 앞두고 아직도 확정하지 못한 전술에 대해서 논의하다가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때
뻐어엉!
뻐어엉!
1군 훈련장 필드 쪽에서 들려오는 슈팅 소리에 위르겐 클롭은 걸음을 그쪽으로 옮겼고, 그곳에서 훈련하고 있는 메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위르겐 클롭은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해봤고, 시간은 어느새 저녁 7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서 지켜보는 시설 담당인 가르시아에게 다가갔다.
"얼마나 훈련한 거예요?"
"오후 5시부터 했으니 2시간 정도 한 것 같네요."
"이런. 제가 가서 말려야겠네요. 가르시아 씨도 저 친구 때문에 퇴근도 못 하시는 거 아닌가요?"
"아. 저 때문이라면 괜찮습니다. 메시 선수가 훈련하게 놔두세요. 어차피 7시가 되면 그만할 겁니다."
"그런가요?"
"제가 오랫동안 메시 선수를 지켜봤는데 이렇게 개인 훈련하는 모습은 오랜만이네요. 예전에 호나우딩요 선수를 억지로 끌고 와서 훈련했을 때가 있었는데 한동안 개인 훈련을 안 하다가 요즘 들어 다시 훈련하니 감회가 새롭네요. 다 감독님 덕분입니다."
가르시아가 진심을 담아 말하는 걸 보며 위르겐 클롭은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 입을 열었다.
"그렇게 말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주변에서는 제가 너무 빡세게 해서 불만이 많은데요."
"오우. 그런 멍청한 녀석들의 말은 듣지 마세요. 저는 감독님이 선수들을 대하는 모습이 좋습니다."
"하하하. 그렇게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메시는 패널티 에어리어 꼭지점에서 공을 세워둔 후 심호흡하더니 공을 찰 준비를 했다.
"프리킥 연습인가?"
"요 근래에 프리킥 연습을 자주 하더라구요. 패널티 에어리어 라인 그리고 그 밖에 공간에서는 대부분 넣고 있어요."
가르시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메시는 공을 찼고, 메시가 찬 공은 날카로운 코스를 그리며 그대로 골대로 빨려 들어갔다.
순간 위르겐 클롭에게는 그 공이 지나가는 코스를 보고 수비벽이 있다고 해도 그 머리를 스쳐 지나가 골키퍼가 닿지 않는 코스로 빨려 들어가는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 경기에서 차도 충분히 골이 될 수 있는 날카로운 코스에 위르겐 클롭은 미소를 보였다.
사실 이번 시즌에 프리키커에 네이마르나 프랭키 더용 같은 재능에게 기회를 많이 준 것이 사실이었다.
물론 원래 프리키커였던 메시에게도 기회를 주기는 했지만 그런 기회를 많이 살리지 못했고, 다음 경기에서도 당연히 위르겐 클롭은 네이마르에게 프리킥을 차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장면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때
띠띠! 띠띠!
메시의 손목에서 알람 소리가 들려왔고, 메시는 뒤돌아 가르시아를 보며 말하려다가 위르겐 클롭이 있는 걸 보고 살짝 놀란 듯 말했다.
"감독님이 왜 여기에 나오셨어요?"
"전술 생각하다가 답답해서 나왔는데 누군가 늦은 시간까지 공을 차는 소리가 들려서 말이야. 방금 프리킥 잘 봤다."
"감사합니다."
"요즘 들어 개인 훈련하고 있다고 하는데 보기 좋구나. 그래도 너무 무리하는 건 좋지 않으니 천천히 조절 잘하도록 하고."
"걱정하지 마세요. 이제 훈련 마무리하고 쉬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팀의 베테랑이자, 에이스인 네가 이런 모습을 보이니 감독으로서 기분이 좋구나. 조심해서 들어가라. 스트레칭 잊지 말고."
"알겠습니다. 감독님."
그렇게 위르겐 클롭이 멀어져갔고, 메시는 가르시와 함께 뒷정리하려고 했다.
그때 위르겐 클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참! 다음번 선더랜드와의 경기에서 프리킥은 너한테 맡겨도 되겠지?"
그 말에 메시는 얼굴에 환한 미소를 보이며 답했다.
"물론입니다. 감독님."
메시의 힘찬 대답을 들은 위르겐 클롭은 다시 뒤돌아 전술 회의실로 들어갔고, 방금 본 장면을 통해 한가지 전술을 마련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