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291화 (292/319)

292화 두 선수[2]

2022년 4월 12일 라이트 오브 스타디움

챔피언스 리그 8강 1차전 바르셀로나전

선더랜드의 라커룸

라커룸에 모인 선수들은 자신의 루틴대로 경기를 준비하고, 징크스가 있는 선수들은 자신의 징크스를 경계하며 유니폼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이미 준비를 끝낸 가람은 유니폼을 갈아입고 자신의 라커 앞에 준비된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경기하기 전 눈을 감고 미리 경기를 시뮬레이션에 집중하려고 했다.

그때 해리 네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브라더~ 오늘도 화이팅!!"

하지만 가람은 해리 네쳐에게 대꾸를 하지 않았고, 그 모습에 해리 네쳐는 살짝 뻘쭘했지만, 이렇게 가람이 집중하며 무시당하는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었기에 내색하지 않고 다른 동료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늘 경기에 각성 상태를 쓰지 않고 마무리하는 게 아무래도 좋겠지.'

가람은 오늘 경기를 준비하며, 지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를 복기했다.

사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는 진 경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후반전을 남기고 가람은 각성 상태에 들어가 겨우 승리로 경기를 뒤집을 수 있었다.

그리고 후반전에만 적재적소에 각성 상태에 들어가기는 했는데도 경기 후 가람은 신체 능력의 80% 능력만 사용할 수 있는 패널티를 받아야 했다.

그래도 결국 경기는 이겼고, 8강전에 올라올 수 있는 것이었다.

1차전에서 큰 점수 차이가 아니라면 2차전을 생각하고 각성 상태는 2차전에서 쓰는 게 현명한 선택이었고, 그렇게 가람은 각성 상태를 제외하고 자신의 플레이로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시뮬레이션을 하려고 했다.

그렇지만 쉽게 시뮬레이션에서 좋은 장면들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만큼 바르셀로나의 스쿼드나 위르겐 클롭 감독의 전술은 만만치 않은 것이었다.

'각성 상태를 써야 하나?'

가람은 고민하면서 자신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나 점검하기 위해 태블릿을 켜서 제임스 플라워 수석코치에게 받은 바르셀로나의 수비 하이라이트가 담긴 영상을 다시 한번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태블릿 안에 보여주는 바르셀로나는 위르겐 클롭 감독의 특유 게겐 프레싱으로 상대 팀을 압박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게겐 프레싱

전방에서부터 공격수들을 비롯하여 미드필더까지도 활발한 움직임으로 상대 팀의 선수들을 압박해 공을 얻는 전술이었다.

사실 바르셀로나라고 하면 티키타카로 짧은 패스를 통해 점유율을 올리는 전술이 심볼인 팀이었지만, 위르겐 클롭은 티키타카는 유지하면서 게겐 프레싱을 섞은 놀라운 전술을 만들어냈다.

'공을 따내기 전에는 게겐 프레싱, 공을 따낸 이후에는 티키타카를 통해 점유율을 높이고 있지. 이런 플레이를 하려면 체력적으로 상당히 부하가 걸릴 텐데..'

실제로 위르겐 클롭이 이 전술을 사용하는 전반기에는 바르셀로나가 전반전에는 이기다가 후반전에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지면서 밀리는 경기들이 많이 나왔었다.

덕분에 많은 여론의 질타를 받았지만, 위르겐 클롭은 자신의 전술을 꾸준히 이어갔고, 결국 선수들이 적응해 남은 선수들을 위주로 스쿼드를 짰고 결국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 선수들은 무서운 신생 바르셀로나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가람은 영상에서 메시를 볼 수 있었다.

이미 급이 다른 클래스를 가지고 있는 메시지만, 나이가 들면서 노쇠화가 진행된 상태이기에 확실히 다른 선수들을 비해 활동량은 적었다.

하지만 적은 활동량이라고 해도 적재적소에 필요한 공간으로 뛰면서 게겐 프레싱을 할 때 상대가 패스할 만한 곳을 미리 선점하며 영리한 움직임을 보여주며 경기 흐름을 읽어내는 베테랑의 품격과 그의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었다.

'어쩌면 저 괴물 같은 전술의 완성이 메시 때문일 수도 있겠어. 이런 변수들을 다 생각해 오늘 경기를 이기려면 역시..'

가람이 태블릿에 나오는 메시에게 집중하려고 할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쉽지 않은 경기야 오늘은.. 안 그래?"

"안정한 코치님."

안정한은 가람의 옆자리에 앉아 태블릿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메시가 괜히 메시겠어? 이것 봐. 완전 소름 돋는 자리에서 공을 노리는 거 지린다. 지려. 그러니 괜히 이기겠다고 무리하지 말고, 우리에게는 2차전이 있다는 걸 잊지 마."

"무리는요.."

가람이 시치미를 떼려고 하자, 안정한이 작은 목소리로 다시 말을 이어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후반에 무리했잖아. 이번에는 하지 마."

"네에?!"

가람이 놀라서 큰 소리를 내었고, 안정한은 주변을 보면 괜찮다는 듯 손짓을 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에이.. 왜 놀라고 그래. 꼭 내가 나쁜 사람 같잖아."

"죄송해요.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어떻게 알기는! 내가 괜히 공격수 출신이겠냐? 대충 보면 알지. 이미 감독님도 알고 있어. 물론 빠꼼이 수석 팀닥터인 이찬이한테 비밀로 해둔 상태지. 만약 알면 너를 강제로 부상자로 등록하려고 했을걸. 그러니 무리하지 마. 2차전도 있으니 말이야."

"노력해 볼게요."

"녀석! 안 하겠다고 말하지는 않는구나. 하지만 그건 알아야 해. 아무리 홈이라고 하지만 꼭 승리를 따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 알았지?"

"알겠습니다."

그렇게 안정한은 가람과 대화를 마치고 다른 선수들한테 가서 말을 건네고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가람은 다시 태블릿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바르셀로나의 라커룸

메시도 자신의 라커 앞에서 준비를 끝내고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자 네이마르가 다가와 입을 열었다.

"오늘 컨디션은 어때?"

"좋아."

"호오.. 매번 그럭저럭이라고 하더니 오늘은 좋다고?"

"그래. 완전 좋은 상태야."

메시가 확신에 찬 말로 대답하자, 네이마르는 웃으며 답했다.

"주장이 그렇게 컨디션이 좋다면 상대 팀이 불쌍해지는데."

그렇게 말을 마친 네이마르는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고, 이번에는 모하메드 살라가 다가왔다.

"주장. 감독님이 찾으세요."

"그래. 고마워."

어느새 네이마르는 옷을 갈아입고 라커룸에서 선수들과 농담하고 있었고, 그런 네이마르를 뒤로 하고 메시는 라커룸 한쪽에 자리한 위르겐 클롭에게 다가갔다.

"주장. 컨디션은 어떤가?"

"최고입니다."

"호오. 최고라.. 그럼 오늘은 주장만 믿어도 되겠네. 지금 저 녀석은 상당히 긴장한 모양이야."

위르겐 클롭이 눈짓으로 네이마르가 선수들과 농담을 나누는 모습을 가리키자, 메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하지만, 김가람이라는 선수와 다시 맞대결하는 게 부담스러운 것 같네요."

"그래. 김가람이라는 녀석은 물건이야. 이미 나도 당해봤으니 알고 있지만 이제 21살인데도 선발 출장한다는 것만으로도 상대 팀에 동요를 줄 수 있다니 말이야. 물론 자네의 선발 출장도 상대 팀에 마찬가지로 압박을 넣을 수 있을 거고."

"칭찬 고맙습니다."

"칭찬이 아니라 사실을 말해준 거라고. 오늘 경기 잘 부탁한다. 주장 아니 에이스."

위르겐 클롭의 입에서 에이스라는 말을 듣자, 순간 메시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이번 시즌에 위르겐 클롭은 네이마르, 모하메드 살라, 앙투앙 그리즈만, 메시 등 뛰어난 공격진을 보유하면서 특별한 선수 하나를 인정해 에이스라고 부른 적이 없었다.

물론 대부분 선수가 메시를 에이스로 인정하며 따랐지만, 그래도 감독의 입에서 나온 것과 선수들의 입에서 나온 것은 다른 의미를 가졌다.

"네에? 에이스요?"

"그래. 에이스! 오늘 경기 잘 부탁한다."

그 말을 한 후 위르겐 클롭은 선수들을 모이게 했고, 메시는 기쁜 얼굴로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다.

"오늘 경기는 1차전 원정경기라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의 한 골이 다음 홈경기에서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할 거다. 그러니 모두 집중하도록 알겠나?"

"알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 기회가 나오면 주장 아니 에이스에게 패스해라."

단순히 메시에게만 말하는 게 아니라 모든 선수가 있는 자리에서 메시를 에이스라고 공언하자, 앙투안 그리즈만과 모하메드 살라 등 대부분 선수들은 인정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모든 선수가 좋아하지는 않았고, 특히 네이마르의 표정은 살짝 굳어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걸 크게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본 위르겐 클롭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나가서 너희들이 유럽 최강 팀이라는 걸 증명해라!"

그렇게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은 경기장 복도로 나갔고, 마찬가지로 복도에서 나오고 있는 선더랜드의 선수들과 마주쳤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리산드로 마르티네스는 메시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고, 메시는 밝은 얼굴로 리산드로 마르티네스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그렇게 나름 바르셀로나와 선더랜드 선수들 사이에서 인사가 오가는 가운데 네이마르는 가람에게 다가갔다.

"오늘 경기는 지난번 유로파 결승전이랑은 다를 거다."

약간 도발이 섞인 말에 남미 특유의 어조가 섞여 있어 가람은 살며시 웃으며 답했다.

"영어 발음이 안 좋네. 좀 더 정확하게 말해봐."

"뭐야?!"

다시 욱하는 심정으로 네이마르가 입을 열려고 할 때 메시가 손을 들어 네이마르를 진정시켰다.

"시합 전이니 쓸데없이 말을 섞는 건 괜히 힘 낭비야."

"그래도 주장. 저 어린 게.."

"너 어렸을 때 나한테 했던 거 생각해봐."

"아니. 그건 장난이고 이건.."

"그만 들어가서 줄 서도록 해."

평소 네이마르가 도를 지나치게 넘는다고 해도 웃으며 말하는 메시였지만, 오늘은 달랐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카리스마가 있는 모습에 네이마르는 움찔하더니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고, 그 모습을 본 메시는 뒤돌아 가람을 보며 입을 열었다.

"집중하고 있던 차에 네이마르가 말을 걸었다면 미안하다."

메시가 말을 하며 손을 내밀자, 가람은 순간 메시의 손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손을 뻗어 악수했다.

스르륵~

가람은 메시의 손을 잡는 순간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분명 사람과 악수하는 건데 순간 서늘한 기분과 꼭 맹수를 눈앞에 두고 있는듯한 느낌이었다.

꼭 호랑이를 눈앞에 두고 있는 초식동물처럼 그의 기세에 눌렸다고 표현하는 게 맞았다.

'이게 무슨..'

가람은 강승연의 회귀 삶을 통해 수많은 경험을 쌓았고 강자의 위치에만 있었기에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그렇게 짧은 악수의 시간이 끝나고 메시는 가람이 굳어있는 모습을 봤다.

"이봐. 괜찮은 거야?"

메시의 말을 듣는 순간 얼음 땡이라도 하듯 가람은 굳어져 있던 몸이 풀어졌고, 괜찮다는 듯 손을 저으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잠시 후 경기 시작합니다."

경기장 안내요원의 말에 따라 가람은 선더랜드의 유니폼을 입은 아이의 손을 잡고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와아아아!!

선수들의 등장과 함께 경기장은 환호성으로 가득 찼지만, 가람은 그 환호성이 왠지 모르게 로마 검투사 노예가 식인 사자와 싸워야 하는 상황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가람은 회귀의 삶을 통틀어도 처음으로 경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사기가 꺾인 경험을 하면서 경기장으로 입장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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