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화 두 선수[3]
"안녕하세요! 늦은 새벽 시간에도 오늘 경기를 기다리며 치킨을 시키고 계신 축구팬 여러분! 한국의 축구팬 뿐 아니라 오늘의 경기를 기다리는 잉글랜드 축구팬들의 환호성이 이곳 선더랜드의 홈구장 라이트 오브 스타디움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챔피언스 리그 8강 1차전 선더랜드 대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 대 선더랜드와의 경기 저 배선재와 도움 말씀에는 장재현 위원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장재현입니다. 오늘 경기는 양 팀 모두에게 중요한 일전이 될 것입니다. 홈 구장에서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선더랜드는 홈 서포트들에게 승리를 보여주고 싶을 것이고, 원정 경기를 치르는 바르셀로나 입장에서는 2차전을 생각하여 골을 넣어 유리한 입장에서 경기를 끝내고 싶을 테니 말이죠."
"그런 것도 있지만, 축구 팬들이 기다리는 건 역시 메시 선수와 김가람 선수의 대결이겠죠. 지난 챔피언스 리그 조별 예선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와의 대결에서는 김가람 선수가 대결의 승자로 꼽았거든요."
"그렇습니다. 당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가 비매너 플레이해서 퇴장까지 당하게 되면서 승자는 김가람 선수가 되었습니다. 경기의 내용적으로나 매너적으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는 완벽하게 패배했습니다. 이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메시 선수와의 대결에서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지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는 김가람 선수와의 대결에서 진 이후 리그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다음 시즌을 앞두고 은퇴를 생각하고 있다는 기사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경기를 앞두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메시도 가람에게 져서 은퇴를 생각할 수도 있다고 독한 인터뷰를 했었죠."
"여러 가지로 비호감으로 스택을 쌓고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예요."
배선재는 말을 하는 순간 담당 PD는 화이트보드에 메시의 인터뷰라는 말을 들어서 보여주었고, 그 말이 끝나는 순간 화면에 메시의 인터뷰 장면이 나왔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가 김가람 선수와의 대결을 두고 메시 선수 당신도 은퇴를 생각할 수 있다는 인터뷰를 하셨는데 이에 대해 떻게 생각하시나요?"
"글쎄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가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 모르지만, 저는 요즘 축구를 하는 게 재미있습니다. 김가람 선수와의 대결에서 패배한다고 해도 은퇴는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김가람 선수와의 경기에서 이길 자신이 있으신 건가요?"
"그런 의미로 이야기한 건 아니지만, 지고 싶은 생각은 없네요."
그렇게 메시의 인터뷰 장면이 끝나고 다시 중계화면으로 돌아오자, 배선재가 입을 열었다.
"이번 시즌에 메시 선수가 말했듯이 기존과 다른 모습으로 바르셀로나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네이마르, 모하메드 살라, 메시, 앙투안 그리즈만 일명 MSNG 공격편대의 공격력은 압도적입니다. 솔직히 이들의 공격력은 이미 검증되어 있고 놀라운 것은 사실입니다. 이 4명이 유기적으로 전방에서 보여주는 압박 능력이 대단하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위르겐 클롭 감독이 수많은 질타 속에서도 결국 확립시킨 바르셀로나형 게겐 프레싱은 오늘 경기에서도 나올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선더랜드는 오늘 경기 어떤 전략으로 나올 거라고 예상하십니까?"
"선더랜드는 김가람 선수를 중심으로 플레이하는 원맨팀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지만, 최근 경기력을 보면 김가람 선수 이외의 선수들도 성장해서 상당히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즐라탄 선수는 다시 제3의 전성기라고 불릴 정도로 놀라운 활약을 펼쳐주고 있는데요. 오늘도 선발 출장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김가람 선수에게만 집중 마크를 하다가는 다른 선수들에게 실점을 허용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장재현이 말하는 동안 양 팀 선수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오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배선재가 빠르고 정확한 목소리로 선발 라인업을 말했다.
조던 픽포드
권윤성 - 김만재 - 리산드로 마르티네스 - 앤드류 로버트슨
하비 반츠 - 해리 네쳐 - 은골로 캉테 - 손홍민
김가람 - 즐라탄
"다음은 바르셀로나의 선발 라인업입니다."
테어슈테겐
세르지뇨 데스트 - 클레망 랑그레 - 사무엘 움티티 - 조르디 알바
프랭키 더용 - 세르지오 부츠게츠
모하메드 살라 - 리오넬 메시 - 네이마르
앙투안 그리즈만
"양 팀 모두 최근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습니다. 선더랜드는 오늘 경기를 두고 4-4-2 포메이션일지 4-2-3-1 포메이션일지 말이 많았지만, 결국 바르셀로나의 공격력을 무시할 수 없는 듯 수비적인 전술을 들고 나왔습니다."
"오늘 경기는 어떻게 예상하시나요?"
"두 팀 서로 잘하는 플레이가 있을 겁니다. 바르셀로나의 게겐 프레싱에 선더랜드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그리고 게겐 프레싱 이후 이어지는 티키타카 전술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중요할 겁니다. 반대로 바르셀로나는 김가람 선수부터 시작되는 선더랜드의 날카로운 공격력을 대비해야 할 겁니다. 선더랜드가 흐름을 타면 그 파괴력은 이미 많은 팀이 검증했듯 엄청납니다."
장재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삐이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바르셀로나의 공으로 경기가 시작됩니다."
공을 잡은 앙투안 그리즈만은 메시에게 공을 건네고 앞으로 나아갔다. 메시는 공을 천천히 드리블하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하자, 그에 맞춰 네이마르와 모하메드 살라가 공간을 찾아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메시의 앞에 가람이 빠르게 다가갔다.
모두가 기대하고 있던 가람과 메시와의 대결에 순간 경기장은 모두가 숨죽인 듯 잠깐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메시가 공을 드리블을 치며 앞으로 나아가고 그 앞으로 가람이 마크하자, 정적은 바로바로 팬들의 환호성으로 바뀌었다.
타타탓!
메시는 처음부터 빠르게 드리블을 하지 않고 천천히 드리블하다가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고, 가람은 그런 메시의 움직임에 맞춰 수비했다.
'역시나 까다롭군.'
메시의 작은 키는 공중볼 경합에서는 약점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드리블을 할 때는 그 약점은 강점이 되었다.
몸의 중심이 낮은 상태에서 작은 보폭과 신장을 이용한 유려한 드리블과 드리블 속도를 자유자재로 하는 것은 역시나 영상으로 볼 때와는 다르게 현란했다.
게다가 기분 탓인지 메시의 드리블은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패스!"
메시가 순조롭게 가람을 뚫고 전진하기 시작하자, 네이마르는 자신의 앞을 가리키며 크게 소리쳤다.
공격할 때는 티키타카 전술을 사용하는 바르셀로나이기에 지금은 패스하는 게 맞고, 심지어 네이마르의 위치는 패스를 받기 좋은 위치였다.
그리고 가람도 자신의 특성인 스나이퍼의 시야로 네이마르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눈치 챈 상태였다.
그렇게 잠시 가람이 네이마르에게 신경을 쓰는 사이
토옹!
메시는 가람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보내고 속도를 높였다.
다른 선수도 아니고 가람을 상대로 속도 경쟁을 벌인다는 게 무모해 보였지만, 그 플레이를 하는 게 메시이기에 바르셀로나의 팬들은 기대했다.
그리고
타타타탓!
가람은 자신이 잠깐 신경을 쓰는 사이에 자신이 반응하기도 전에 멀어지는 메시를 볼 수 있었다.
'이건!'
가람이 가장 경계하는 각성한 선수에게서 느껴지는 특유의 감각적인 움직임과 속도로 메시는 빠르게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아까 가람이 손을 잡을 때 느꼈던 위압감의 정체는 바로 각성 상태였던 것이었다.
메시는 꼭 각성 상태를 조절할 수 있는 가람처럼 필요한 순간 각성 상태로 들어갔고, 가람은 그런 메시를 막기 위해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타타타탓!
"메시 선수! 엄청난 속도입니다. 김가람 선수가 따라잡으려고 하지만, 쉽게 그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거 전반 시작과 동시에 바로 위기에 빠지는 선더랜드인데요. 이렇게 김가람 선수가 뚫리면 뒤쪽에는 바로 수비 라인이거든요. 김가람 선수의 수비 능력을 믿고 선더랜드는 다른 바르셀로나 선수들을 커버하고 있었는데 이거 완전히 선더랜드의 맹점을 파고들었습니다."
"저 위치를 공략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선더랜드의 경기를 지켜보신 분들이라면 알 텐데요. 후반기 들어서 수비적인 능력이 돋보이고 있던 김가람 선수의 수비가 뚫리는 건 처음입니다."
메시는 가람이 뒤에 비어있는 공간으로 달려들었고, 그 모습을 본 네이마르는 순간 놀랐다.
하지만 메시가 가람의 뒷공간을 공략해가기 시작하자, 네이마르도 자신의 앞 공간으로 나아가면서 선더랜드의 수비 시선을 끌었고, 마찬가지로 모하메드 살라도 사이드로 공간을 벌리며 수비를 유인했다.
그리고 그 모습과 동시에 앙투안 그리즈만은 김만재의 앞으로 달려들며 패스를 달라는 듯 손을 들었다.
설명은 길었지만, 순식간에 이뤄진 MSNG 특공대의 움직임에 선더랜드 선수들은 메시를 커버하기보다는 각 선수를 막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되자 메시는 아무런 방해도 없이 공간을 침투해 갔다.
물론 이렇게 선더랜드가 다른 선수들의 마크에 신경 쓰는 것은 경기를 준비할 때 바르셀로나의 전술에서 공격 시 한 명의 선수가 해결하기보다는 티키타카를 통해 기회를 만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메시가 혼자 해결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과 메시를 막고 있는 선수가 가람이라는 점에 안심했다.
그런 다른 선수들의 마음가짐과 달리 가람은 처절했다.
으드득!
가람은 이를 꽉 문 채로 어떻게든 메시를 따라잡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메시가 아무리 각성 상태에 들어갔다고 해도 노쇠한 나이이기에 가람이 이를 악물고 최선을 다하자 메시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 순간 가람은 감각적으로 메시가 공을 멈춰 자신을 속이려는 게 느꼈다.
다른 선수라면 느끼게 불가능하겠지만, 강승연의 삶에서 수많은 선수의 각성 상태를 대비하고 대응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렇게 메시가 가람을 속이기 위해 멈추는 순간 가람은 메시 앞에서 서서 멈추는 동시에 다시 메시가 움직임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리고
휘리릭
메시가 순간 가람의 오른쪽으로 파고들 듯 몸을 움직이자, 가람은 자신의 생각 대로 메시가 공을 멈추는 게 아니라 돌파하는 것이기에 바로 반응했다.
그때
뚝!
가람은 순간 무언가 끊어지는 느낌이 드는 동시에 방금까지 메시에게 느꼈던 각성 상태의 감각을 사라졌다.
'엇!'
생각지 않은 상황에 가람이 당황하는 순간 자신의 눈앞에 있어야 하는 메시는 아까 그 자리에 있고, 그대로 슈팅 자세를 가지고 갔다.
"김가람 선수!! 메시 선수의 페인팅 동작에 속았습니다. 메시 선수 중거리 슈유유윳!!"
메시가 찬 공은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선더랜드의 골대를 향해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