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293화 (294/319)

294화 두 선수[4]

휘리릭

메시가 찬 공의 궤적은 반대편 골대를 향해 날아갔다.

보통 골로 이어지는 중거리 슈팅은 공의 코스가 낮게 그라운드에 깔려 빠른 속도로 골문을 향하거나 공의 코스 살짝 떠서 골대 상단을 향해 강하게 골문을 향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메시가 찬 공은 꼭 프리킥을 찬 것 같이 공에 상당히 회전이 걸리며 생각보다 느린 속도로 날아가고 있었다.

이를 본 조던 픽포드는 메시가 실수한 거라고 생각했다.

저 거리에서 슈팅을 차는데 슈팅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면 막아달라는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조던 픽포드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생각에 공의 궤적을 읽고 정확한 타이밍에 몸을 날리며 손을 뻗어 다이빙했다.

조던 픽포드의 반응을 보며 선더랜드 선수들은 골을 막았다고 생각했고, 반면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왜 메시가 저기서 강한 슈팅이 아니라 회전을 건 슈팅을 때렸는지 의아함이 들었다.

그때

휘릭!

메시가 찬 공이 한 번 더 급격히 휘어지기 시작하더니 조던 픽포드가 예상했던 곳보다 더 멀리 나아갔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공이 더 멀리 휘어져 간다면 공은 골대를 맞고 나가거나 골라인이 될 가능성이 크기에 안심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터어엉!

촤르르르르~

메시가 찬 공은 조던 픽포드와 선더랜드 선수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골대를 맞은 후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골입니다. 전반 3분 리오넬 메시 선수가 골을 넣었습니다."

배선재는 꼭 국가대표 경기를 중계하듯 기운이 빠진듯한 목소리로 말했고, 장재현은 배선재의 말을 이어갔다.

"아. 메시 선수의 완벽한 모습입니다. 김가람 선수를 앞에 두고 보란 듯이 골을 만드는 메시 선수예요. 이거 전반 초반부터 선더랜드는 멘탈이 크게 흔들릴 것 같습니다. 메시 선수가 이전에 했던 인터뷰에서 아직 시기가 아니라는 말을 했는데요. 그걸 증명하는 것 같은 클래스를 보여주는 움직임입니다."

"그렇군요. 한 시대의 아이콘이 건재하다는 건 그 선수를 응원하는 분들께는 좋은 장면이지만, 도전자를 응원하는 분들께는 김이 빠지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경기 시작한 지 3분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선더랜드 선수들은 정신 차리고 집중해야겠습니다."

중립을 유지해야 하는 중계에 대놓고 선더랜드를 응원하는 배선재의 말이 나왔지만, 그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

사실 오늘 경기를 보는 한국의 대다수 사람들이 선더랜드를 응원한다는 건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것과 상관없이 골을 넣은 메시는 가람을 보라는 듯 제자리에서 양팔을 벌리며 하늘을 봤다.

그건 꼭 이게 바로 나다. ‘아직은 내가 최고다!’라고 말하는 것 같은 포즈였고, 그런 메시를 향해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달려들어 기뻐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가람은 씁쓸하게 자리를 피해 센터 서클로 걸음을 옮겨갔다.

그때 즐라탄이 다가와서 가람에게 말을 걸었다.

"너무 신경 쓰지 마! 저 녀석은 괴물이니깐! 그리고 너도 괴물이잖아. 힘내라고!"

"네에."

자신의 말에 가람이 평소처럼 확실히 대답하는 게 아니라 살짝 멍한 표정으로 답하자, 즐라탄은 의아하게 가람을 봤다.

가람의 눈에 초점이 없고, 무언가 홀린 듯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본 즐라탄은 가람이 벽을 만났다는 걸 직감했다.

간혹 그런 경우가 있었다.

스스로 천재라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놀라운 재능을 보여주며 주변에서 천재라고 인정하는 사람이 생각지 않은 경기에서 자신보다 뛰어난 선수를 만나게 되는 경우 말이다.

그리고 이런 벽은 누가 와서 조언한다고 해도 이겨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 벽을 넘어서거나 벽을 깨야 하는 것이었다. 그걸 잘 알고 있는 즐라탄이기에 가람에게 말을 더 붙이지 않고 주변 동료들을 격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즐라탄의 배려를 알지 못하는 가람은 고민에 빠진 상태였다.

'설마 각성 상태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건가?'

여태까지 수많은 회귀의 삶을 살면서 그런 선수 아니 존재는 만나본 적이 없었다.

이게 불행인지 다행인지 몰라도 강승연의 삶에서 인성이 쓰레기였던 것을 보상하듯 축구에 대한 모든 재능을 받았기 때문에 자신보다 뛰어난 선수는 보지 못한 것이었다.

가끔 각성 상태에 들어가서 자신을 귀찮게 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그마저도 천재적인 감각과 회귀라는 수많은 시간 동안의 경험으로 다 커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여기서 자신과 똑같은 재능 아니 똑같은 능력을 쓸 수 있는 선수를 만났고, 이건 처음이었다.

'아. 아닐 거야.'

가람은 자신처럼 각성 상태를 조절하려면 각성 상태를 수없이 들어가고 그런 경험을 수없이 쌓아야 가능하다는 걸 알기에 애써 부정하며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센터 서클에 섰다.

삐이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즐라탄은 가람에게 공을 주며 말했다.

"가람. 축구는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니깐 주변을 보고 기회가 생기면.."

즐라탄은 가람의 시선이 앙투안 그리즈만 뒤에 있는 메시만를 보는 게 느껴졌다.

그 모습을 보며 즐라탄은 오늘 경기에 가람이 메시에게 집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가람은 즐라탄의 말을 한 귀로 흘려들으며 고민을 결국 행동에 옮기기로 마음먹었다.

'확인해봐야겠어.'

가람은 혹시 자신이 방금 느낀 것이 우연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나아갔다.

그 순간 몸 안에서는 뜨거운 기운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건 오랜만에 느껴보는 호승심이었다.

하지만 가람이 앞으로 나아가는데 그걸 그대로 방치할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아니었다.

앙투안 그리즈만은 메시에게 다가가는 가람의 앞을 막아섰고, 그와 동시에 모하메드 살라도 가람을 에워싸듯 옆에서 나타났다.

그러나 가람은 그런 바르셀로나의 수비가 다 갖춰지기 전에 한 발짝 더 빨리 움직였다.

쿠우웅!

"김가람 선수의 거친 몸싸움! 앙투안 그리즈만 선수가 김가람 선수를 막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가 그대도 튕겨 나갑니다."

"앙투안 그리즈만 선수! 주심을 보지만 이곳은 잉글랜드, 심지어 주심도 잉글랜드 사람이죠. 이 정도 거친 몸싸움은 용인할 생각으로 보입니다."

가람의 속도가 실린 몸싸움에 앙투안 그리즈만은 쓰러졌다. 앙투안 그리즈만이 시간을 끌면 뒤에서 압박을 가하려고 하던 모하메드 살라는 가람의 뒤통수를 보며 쫓아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가람은 모하메드 살라의 수비에 당할 생각은 없었고, 그대로 속도를 높여가며 목표는 메시였다.

그렇게 가람이 메시를 목표로 달려가는 순간 가람의 눈에 생각지 않은 모습이 나타났다.

"지금 메시 선수는 김가람 선수를 마크하기보다는 뒤로 물러납니다. 그리고 그 공간을 향해 프랜티 더용 선수와 부츠케츠 선수가 커버해 들어갑니다."

꼭 자신을 유인하듯 뒤로 빠지는 메시를 보며 가람은 기가 찼다. 하지만 메시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움직임이었다.

세계 최고라는 자리에 있다 보면 언제든 가람처럼 자신에게 도전하는 선수들이 나타나기 마련이었다.

젊었을 적에는 이런 선수들을 직접 나서서 응징했지만, 이제는 나이도 들었고, 수비를 잘하는 것도 아니어서 이렇게 미끼 역할이 되어서 팀을 위해 플레이했다. 그리고 메시는 이런 플레이를 자존심 때문에 안 하는 선수도 아니었다.

타타탓!

하지만 다른 선수라면 그런 메시의 움직임과 상대 팀의 수비 커버를 보면 동료에게 패스하겠지만 가람은 그런 메시의 행동을 보며 더욱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더욱 속도를 내며 프랭키 더용과 부츠게츠의 수비 공간으로 가속해 들어갔다.

"김가람 선수! 더욱 속도를 내며 앞으로 파고듭니다."

"이건 무모해 보이는데요. 이럴 때는 패스를 통해서 수비를 돌파하는 영리한 모습을 보여야 할 텐데요. 평소 김가람 선수의 모습과는 다르게 좀 무모해 보입니다."

가람의 행동에 뒤로 걸음을 옮기던 메시도 프랭키 더용과 부츠게츠 뒤쪽에 자리하며 순식간에 가람을 상대로 3명의 선수가 앞을 가로막는 포메이션이 갖춰지게 되었다.

그리고 여기다가 뒤에서 모하메드 살라까지 따라붙으면 그대로 갇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가람의 행동이 무모한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을 때

타탓!

가람은 다시 한번 더 가속하며 순식간에 프랭키 더용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아무리 가람이라고 해도 많은 선수들이 에워싸게 되면 뚫어낼 수 없기에 가람은 아직 완벽하게 수비 위치가 굳어지기 전에 승부수를 걸어버린 것이었다.

'들어와라. 애송아!'

프랭키 더용은 가람이 자신에게 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자신도 메시 시대 이후에 뛰어난 재능이라고 평가받는 차세대 재능 중 하나였다. 하지만 실제로 메시와 뛰어보자, 그는 스스로 메시를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이라는 걸 느끼게 되었다.

그나마 이번 시즌 시작할 때까지는 메시가 노쇠화에 의해 체력이 부족하게 되면서 인간적인 모습이 보였지만, 이번 시즌 시작한 후 체력을 강조하는 위르겐 클롭 감독에 적응하기 위해 메시는 훈련에 노력해 체력까지 보강하며 한 차례 더 성장했다.

그렇게 되면서 프랭키 더용은 메시를 보며 자신들과 격이 다른 선수라고 생각하여 존경하며 메시에게 겁 없이 도전하는 애송이들을 메시에게 가기 전 막는 관문 수호자의 역할을 자처했다.

'나를 넘지 못하면 주장에게는 갈 수 없어.'

존경의 대상인 메시에게 이빨을 드러내는 도전자를 자신의 선에서 처리하겠다는 듯 프랭키 더용은 자신의 품으로 파고드는 가람을 몸으로 막아내며 공에 발을 뻗으려고 했다. 아니 그렇게 계획을 했다.

하지만

쿠우웅!

프랭키 더용은 가람이 자신과 부딪히는 순간 거대한 산이 달려와 자신에게 부딪히는 느낌을 받았다.

생각 이상의 충격에 아까 왜 앙투안 그리즈만이 쉽게 쓰러진 건지 공감할 수 있었지만, 어떻게든 무너지는 자신의 신체 밸런스를 잡으려고 했고 결국 앙투안 그리즈만처럼 넘어지지 않고 버텨낼 수 있었다.

하지만 가람에게는 자신의 몸싸움으로 프랭키 더용이 흔들리는 작은 틈만 있으면 충분했다.

휘릭!

가람은 프랭키 더용이 균형을 다시 잡는 순간 그의 몸을 타고 빙글 돌아서 빠져 나왔다.

그리고 빠져나오는 동시에 앞에 보이는 메시에게 전력으로 달려들었다.

"김가람 선수!! 프랭키 더용 선수를 두고 그대로 뚫어버립니다. 무모함이 아니라 용감하다고 할 수 있는 김가람 선수의 드리블입니다."

"아. 이렇게 되면 김가람 선수가 바로 슈팅이 가능한 위치거든요. 혼자의 힘으로 순식간에 바르셀로나는 격하게 밀어붙이는 김가람 선수입니다."

가람은 프랭키 더용을 돌파하며 패널티 에어리어와 그 앞을 홀로 지키고 있는 메시가 보였다.

만약 여기서 슈팅을 때린다면 골을 노려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때

피이잉!

또다시 가람의 감각으로 메시가 각성 상태로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느낌을 느끼는 순간 메시는 엄청난 속도로 가람의 앞을 가로막았다.

'역시.. 이 녀석은.'

혹시나 했던 가설이 확신해지는 순간이었고, 가람은 각성 상태에 들어간 메시를 상대로 집중해야 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