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294화 (295/319)

295화 두 선수[5]

"메시 선수! 김가람 선수의 앞을 막아섭니다. 또다시 격돌하는 두 선수!!"

메시의 빠른 움직임.

역시 각성 상태에 들어간 선수가 보여주는 놀라운 반응속도와 민첩함이었다.

물론 가람은 각성 상태의 선수들을 상대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메시를 상대하는 건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툭!

'제길!'

메시가 가람을 막으면서 자유자재로 각성 상태의 스위치 온/오프 하는 것처럼 자신이 필요한 순간에 사용하기 시작하자, 가람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가람이 각성 상태에 들어간 선수를 마크하기 위해서는 온 신경을 집중해야 했다.

그래야 각성 상태에 들어간 선수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었는데 메시가 각성 상태에 들어갔다가 나갔다 하면서 수비하자, 거기 대응하려는 가람의 집중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가람이 메시에게 휘둘리기 시작하며 쉽게 뚫어내지 못했고, 메시가 시간을 끌자 결국 프랭키 더용과 부츠게츠까지 가람에게 달려들어 수비에 가담할 수 있었다.

"아 김가람 선수! 위험합니다."

"메시 선수가 김가람 선수를 막아서면서 프랭키 더용, 부츠게츠 선수가 협력 수비할 시간을 벌었어요."

가람은 메시에게 막힌 상태에서 부츠게츠가 뒤에서 다가와 수비에 가담하게 되자 부츠게츠와 메시 그리고 프랭키 더용의 협력수비에 결국 공을 빼앗기게 되었다.

"결국 김가람 선수가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막히게 됩니다."

"지금 이 장면은 좀 위험해 보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선더랜드가 김가람 선수에게 요즘 의지를 안 한다고 해도 결국은 김가람 선수에게 의지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김가람 선수가 막힌 거라 선더랜드 선수들은 심적으로 타격이 클 것 같습니다."

바르셀로나는 공을 잡은 후 바로 공격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천천히 후방에서부터 빌드업을 하며 점유율을 높여나갔고, 그 모습에 가람은 성난 소처럼 달려들어 압박을 가했지만,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짧고 간결한 패스와 삼각형을 이루는 정석적인 패스 간격을 유지하며 공을 돌렸다.

그렇게 가람이 한동안 놀림을 당하듯이 쉽게 공을 뺏어내지 못했고, 결국 바르셀로나는 공을 앞으로 보내며 가람의 체력을 충분히 빼낼 수 있었다.

게다가 바르셀로나는 자신들이 우위를 점한 경기에서 더 많은 골을 넣는 것에 노력하기보다는 경기를 조율하듯 공을 꾸준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점유율을 높여가며 시간을 보냈다.

간혹 틈이 날 때 공격했지만, 가람이 선더랜드의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자 무리하게 공격을 하지 않고 다시 뒤로 돌리면서 점유율을 올렸다.

경기 내내 거의 공은 바르셀로나가 공을 가지고 플레이를 했고, 그나마 선더랜드에게 간혹 공이 왔을 때는 가람이 메시를 뚫어내지 못하며 기회를 날리면서 전반전 시간은 흘러갔다.

삐익 삑

"주심이 휘슬을 불어 전반전 종료를 알립니다. 오늘 경기를 어떻게 보셨나요?"

"전반전 3분 만에 메시 선수가 골을 넣으면서 오늘 경기 난타전을 예상했지만, 김가람 선수가 생각외로 메시 선수를 뚫어내지 못하면서 선더랜드의 공격이 막히고 있습니다."

"그렇죠. 오늘 전반전에 골을 넣은 메시 선수의 장면을 빼면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장면이 김가람 선수가 메시 선수에게 막히는 장면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결정적인 장면에서 메시 선수가 김가람 선수를 제대로 마크했습니다."

"메시 선수가 수비적으로 뛰어난 선수는 아닌데 김가람 선수가 메시 선수를 뚫어내지 못하면서 선더랜드의 공격 찬스가 막히고 있는 상황이에요. 놀랍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김가람 선수가 오늘 메시 선수에게 너무 집착하는 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보기에는 김가람 선수가 메시 선수를 이겨내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것 같습니다. 물론 김가람 선수가 메시 선수를 이겨내면 선더랜드가 확실히 승기를 잡을 수 있겠지만, 축구 경기는 팀 스포츠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자기가 뚫어내지 못한다면 주변 동료를 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보면 메시 선수와 1 대 1에서 이겨내겠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아요. 이건 팀으로 봤을 때 마이너스입니다."

"결국 선더랜드 공격의 키를 김가람 선수가 가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김가람 선수가 메시 선수에게 막히면서 선더랜드의 공격은 무뎌졌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럼 후반전은 어떻게 될 거라고 예상하십니까?"

"바르셀로나는 전반전 이른 시간에 골을 넣었지만, 서두르지 않고, 계속 기회를 엿보다가 무리하지 않는 플레이를 보여주었거든요. 원정 경기에서 골을 넣고 이기겠다는 생각으로 아무래도 후반전에는 전반전과 마찬가지로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반대로 선더랜드는 골을 넣어야 하는 전술적인 교체가 있겠지만, 오늘 메시 선수의 움직임을 보면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다소 암울한 멘트로 중계진의 말이 끝나고 그렇게 경기는 하프 타임으로 접어 들어갔다.

바르셀로나의 라커룸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표정은 밝았고, 분위기 메이커인 네이마르는 선수들에게 잘하고 있다고 소리 지르고 환호하며 라커룸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때 들어온 위르겐 클롭이 네이마르를 보며 말했다.

"네이마르. 아직 전반전만 끝난 상황이다. 너무 호들갑 떨지 말아라."

"알겠습니다."

아무리 자존심이 강한 네이마르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위르겐 클롭 감독의 말에 바로 꼬리를 내렸다.

시즌 초반에는 위르겐 클롭 감독의 전술에 반항하며 불만을 표시했지만, 위르겐 클롭은 결과로 모든 것을 증명하자, 네이마르도 인정하게 된 것이었다.

"전반전 잘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원정경기에서 중요한 건 승리다. 다소 지루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확실히 찬스가 나오지 않는다면 지금처럼 공을 돌리고 점유율을 높이도록 해라. 알겠나?"

"알겠습니다."

"그럼 쉬도록 해라."

자신의 전술이 얼마나 체력적으로 많이 힘든지 잘 알고 있는 위르겐 클롭이기에 선수들에게 별다른 지시를 하지 않고 휴식을 부여했고 오늘 경기 누구보다 힘든 전반전을 보낸 선수 앞으로 다가갔다.

"에이스 괜찮나?"

"괜찮습니다. 감독님."

위르겐 클롭은 메시의 얼굴 표정과 호흡을 잠시 면밀히 봤다.

"생각보다 표정이 괜찮군. 정말 괜찮은 모양이야."

"그럼요. 괜히 숨겨도 결국 감독님한테 들키잖아요."

"전반전에 괴물 녀석을 막는 데 체력을 많이 소비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오늘 컨디션이 정말 좋거든요."

"그래 그럼. 후반전도 부탁한다. 김가람만 막아내면 선더랜드에서 무서운 녀석은 없으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감독님."

그렇게 위르겐 클롭은 자리를 떠났고, 메시는 눈을 감고 휴식하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선더랜드의 라커룸

선수들의 표정은 모두 어두웠다.

이번 시즌에 전반전 경기에 밀리는 경기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런 날에는 가람이 나서서 선수들을 격려하고 사기를 북돋아 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다른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아 줘야 하는 가람이 완전히 막힌 경기였다.

심지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처럼 가람이 팀의 전술에 의해서 막힌 것도 아니고 단 한 명의 선수를 뚫어내지 못하면서 막힌 경기였다.

그렇게 라커룸 분위기는 좋지 않았고, 박지석은 라커룸을 들어오며 크게 호통쳤다.

"이게 무슨 플레이야! 적극적으로 나서서 막고, 기회를 만들어! 여기 캄프 누도 아니고 너희들의 홈구장인 라이트 오브 스타디움라는 걸 잊은 거냐?!"

"아닙니다."

"그런데 왜 이러는 거냐?! 너희들의 플레이가 전혀 나오지 못하고 있어!"

박지석의 질책에 선수들은 고개를 숙였고, 박지석은 오늘 경기가 왜 이렇게 풀렸는지 잘 알고 있기에 결국 결단을 내려야 했다.

"김가람.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노망준과 교체다."

교체 선언에 가람은 고개를 들었고, 옆에 있는 즐라탄이 오히려 가람을 대변하듯 말했다.

"감독님. 가람이가 경기에 나서지 않으면 누가 메시를 막을 수 있겠습니까? 가람이가 메시에게 막히기는 했지만, 수비적으로 나서는 바람에 추가 실점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주세요."

"그건 나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는 누구보다 김가람 네가 제일 잘 알고 있겠지."

박지석의 말에 가람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전반전에 기회가 나올 때마다 메시에게 집착하며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박지석의 선택에 반발하여 다시 그라운드에 나선다고 해도 또다시 메시에게 집착을 안 한다는 보장은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가람은 침묵으로 일관했고, 박지석도 그런 가람을 보며 안쓰러웠다.

축구를 하다 보면 벽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아직까지 가람은 그런 벽을 만난 적이 없었고, 하필이면 오늘 경기에서 벽을 만난 것이었다.

만약 리그 경기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박지석도 가람에게 계속 기회를 줘서 그 벽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했겠지만, 지금 이 경기는 챔피언스 리그 경기였다.

한 경기의 결과가 다음 라운드 진출에 큰 영향을 주는 상황이기에 기회를 마냥 줄 수는 없었다.

"그럼 노망준은.."

박지석은 교체되는 노망준에게 전술 지시를 내렸고, 다른 선수들에게도 후반전 변경될 전술 지시를 세밀하게 해주었다.

그렇게 전술 지시가 진행되는 동안 가람의 귀에는 그런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잠시 후 박지석은 가람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오늘 경기 굳이 벤치에서 지켜볼 필요는 없다. 편한 대로 쉬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오늘 경기만 있는 게 아니야. 2차전도 있으니 너무 기죽을 필요 없어. 오늘 너를 뺀 것도 후반전에 계속 뛰게 하면 무리한 플레이를 할 거라고 생각해서 뺀 거다."

그 말을 끝으로 박지석은 가람의 어깨를 한 번 툭 치고는 라커룸을 빠져나갔고, 안정한이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며 재정비한 후 선더랜드의 선수들도 라커룸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선수들이 모두 빠져나가자, 가람은 혼자 라커룸에 남게 되었다.

"휴우..."

처음이었다.

강승연 시절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이겨낼 수 없다고 느낀 선수.

어떤 방법을 써도 이길 수 없는 선수.

말 그대로 벽이었다. 아니 벽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크고 산처럼 느껴졌다.

'각성 상태에 들어갔어도..'

안정한이 당부한 대로 각성 상태에 들어가지는 않았는데, 만약 각성 상태로 들어갔다고 해도 메시의 움직임을 생각해보면 그를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각성 상태에 들어간다면 2차전에 출전하는 건 무리일 것이었다.

과연 노쇠화에 들어간 선수가 정말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놀라운 움직임과 각성 상태를 자유자재로 보여주는 메시를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감이 서지 않았다.

그렇게 가람의 고민은 깊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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