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296화 (297/319)

297화 오늘의 스포츠[2]

난감한 주제.

다른 팀도 아니고 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서 선더랜드가 3 대 0으로 패배했기에 사실로만 본다면 2차전에서 선더랜드가 역전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런 예측을 한다는 건 이 프로그램을 보는 선더랜드 서포터즈 대다수인 대한민국 사람들의 기대와 희망을 꺾는 말을 해야 했기 때문에 난감했다.

그렇게 박문석과 장재현은 상대방이 먼저 말하기를 원하는 눈치를 보였다.

그리고 베테랑 아나운서인 배선재가 이런 둘의 눈치 싸움을 모를 일은 없었다.

“두 분 서로 상대가 말하길 원하시는 것 같은 표정이네요. 어떻게.. 가위, 바위, 보라도 하실래요?”

예능도 아니고 스포츠 프로그램에서 갑자기 가위, 바위, 보를 권하는 배선재의 말에 박문석과 장재현은 놀랐지만, 그만큼 공정한 게임도 없었기에 둘다 스스럼없이 주먹을 앞으로 꺼냈다.

그리고

가위! 바위! 보!

힘찬 배선재의 구령에 맞춰 둘은 가위, 바위, 보를 했고, 박문석은 가위, 장재현은 주먹을 내며 박문석이 먼저 이야기를 해야만 했다.

“그럼 박문석 위원님께서 1차전에 대해서 간략하게 이야기를 해주시고 2차전 예상까지 부탁드립니다.”

“네에? 1차전 이야기만 하는 거 아닌가요? 아까와 다른 진행 순서인데요.”

“원래는 차례대로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두 분의 모습을 보니 한꺼번에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2차전 예상으로 또 가위, 바위, 보를 하는 건 보기 안 좋으니 말이죠. 한 번에 가시죠.”

배선재의 선견지명에 박문석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지난 경기에 김가람 선수와 메시 선수의 대결은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바로 메시 선수의 완승이었죠. 사실 경기 전만 해도 김가람 선수의 기세나 컨디션으로 봤을 때 이 정도로 완패를 당할 거라고 예측한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거든요. 김가람 선수도 생각지 않은 메시 선수의 활약에 당황하기도 했고, 어떻게든 이겨보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너무 메시 선수에게 집착했던 게 흠이었습니다. 결국 전반전에 메시 선수에게 패배를 당하고 후반전 교체되어 나갔습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김가람 선수가 후반전 교체가 약이 아니라 독이 되었다고 해야겠죠. 그나마 김가람 선수가 있었을 때 메시 선수에게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메시 선수가 수비에 치중했지만, 김가람 선수가 교체로 나가자, 후반전에 메시 선수의 독무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메시 선수의 활약이 이어졌습니다. 스페인 언론에서는 메시 선수의 전성기가 다시 왔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죠.”

배선재의 말에 박문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그렇습니다. 심지어 이번에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서포터즈들에게 비난을 받지 않았던 박지석 감독도 비난을 받는 경기가 되었습니다. 지난 챔피언스 리그 16강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1차전 경기에 패배했을 때도 이런 비난은 나오지 않았는데요. 이렇게 되면서 김가람 선수뿐 아니라 스탭진까지 흔들리는 경기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1차전 패배의 요인은 무엇이었을까요?”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김가람 선수가 그 경기에는 메시라는 존재에 막혔다는 것이 첫 번째고 박지석 감독의 용병술이 위르겐 클롭 감독에게 막혔다는 게 두 번째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만 들어도 답답한 느낌이 드는데요. 그렇다면 2차전에 대해 박문석 위원님의 예상은 어떻게 되나요?”

“솔직히 저도 선더랜드의 팬이고 김가람 선수, 박지석 감독의 팬이긴 하지만 다음 경기에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바르셀로나가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가능성이 큽니다. 사실 선더랜드는 지난 시즌에 유로파 리그 우승도 하면서 좋은 승리의 경험을 했거든요. 이번에는 패배라는 경험을 통해 더 많이 성장한다고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박문석이 무거운 표정으로 마무리하자, 장재현은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저도 박문석 위원님과 같은 의견입니다.”

“아. 이거 숟가락 얹기인가요? 장재현 위원님. 힘든 말은 박문석 위원님이 다 하셨는데요. 거기에 ‘추가요’라고 외치는 건 안 됩니다. 의견은 같아도 결은 다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의견 좀 더 이야기해주시죠.”

“하하하. 이거 그냥 넘어가시지 않는군요. 이미 박문석 위원님과 같은 의견 말고 다른 의견을 내라고 하시는 것 같은데요. 맞나요?”

“역시 저의 영혼의 파트너라 그러신지 바로 알아맞추시는군요.”

그 말에 장재현은 준비한 자료를 보더니 턱을 쓰윽 만졌다.

“저는 박지석 감독님의 전술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데요. 아무리 김가람 선수가 전반전에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고 해도, 팀의 에이스인 김가람 선수를 빼고 노망준 선수를 넣는 부분에 대해서는 좀 신중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망준 선수가 이번 시즌에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해도 이번 시즌에 데뷔한 신인이거든요. 단순히 김가람 선수의 수비력을 대신하기 위해 노망준 선수를 투입한 것이 좋지 못한 교체였습니다.”

“실제로 노망준 선수가 교체된 후 후반전 경기에서 상당히 얼어있던 모습이 나왔습니다.”

“그렇죠. 노망준 선수보다는 경험이 많은 선수, 예를 들어 세르히오 아게로 같은 선수를 투입해서 좀 더 공격적인 태세를 전반전처럼 유지했다면 후반전에 바르셀로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좀 더 실점을 줄일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두 분 다 결국 선더랜드의 패배를 예상하시는군요. 개인적으로 아쉽지만 전문가인 두 분의 의견이 얼마나 맞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심지어 지난 15일에 프리미어 리그 경기에서 김가람 선수가 건강상의 문제가 아닌 다른 이유로 결장했다는 것도 좀 아쉬운 모습입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장재현 위원님.”

“지난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김가람 선수가 결장했죠. 경기 자체는 요한 필립 선수의 멀티골로 2대 0의 승리를 가지고 갔지만, 김가람 선수의 모습은 경기장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많은 관계자들이 김가람 선수의 부상을 의심했지만, 박지석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부상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사실 오히려 건강상의 문제라면 좋았을걸이라는 말이 나왔다는 게 아쉬운 점입니다.”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좀 더 설명 부탁드립니다.”

“지난 경기에서 김가람 선수가 메시 선수에게 완패를 당하면서 슬럼프에 빠진 게 아닌가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슬럼프라..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겠군요.”

“그렇죠. 지금까지 김가람 선수는 거의 좌절을 모르고 승승장구를 하며 커리어를 이어오고 있었는데요. 지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의 패배는 팀 전술이라는 부분 때문이라 충격이 적었겠지만, 이번에는 오롯이 한 명의 선수에게 막힌 거라 충격이 클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렇군요. 이야기하면 할수록 좋지 못한 이야기만..”

탁!

가람은 핸드폰의 어플을 끄고는 핸드폰을 침대에 던졌다.

평소에는 만지지도 않는 핸드폰이었지만, 여러 가지 잡생각이 들어 시간이나 보낼까 하고 봤던 것이 화근이었다.

‘하아.. 이것 참.. 이번 시즌은 포기해야 하나?’

솔직히 어떻게 메시를 공략해야 할지 감이 서지 않았다.

수없이 눈을 감고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경기를 패배한 다음 날 제임스 플라워 수석코치와 전력 분석관에게 그날 경기의 영상을 보면서 늦게까지 메시의 경기력을 분석해봤지만 이거다하는 게 생각나지 않았다.

심지어 메시에 대해 고민한다고 경기 출전을 거부한 것에 대해 박지석 감독도 이해를 해주었지만, 해결책이 없었다.

그만큼 답답한 상황이었다.

그때

똑똑!

방문에서 누군가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이 이렇게 고민에 빠지자,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줘야 한다며 가족들은 물론 같이 사는 해리 네쳐나 노망준도 자신의 방을 찾아온 적이 없었기에 방문자가 누군지 가람은 의아해하며 입을 열었다.

“오늘은 기분이 별로인데 무슨 일이에요?”

대놓고 축객령을 내놓는 가람의 말에 문밖에서 생각지 않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르마노~ 혹시 얼굴이라도 볼 수 있을까?”

스페인어로 형제라는 뜻을 가진 단어를 자신에게 쓰는 사람은 선더랜드에서 단 한 명만 있기에 가람은 화들짝 놀라 방문을 열었고, 거기에는 예상한 세르히오 아게로와 생각지 않은 손홍민이 서 있었다.

“아게로 씨, 손홍민 선배.”

“에르마노라고 부르라고 했잖아. 딱딱하게 아직도 아게로 씨라고 부르기는~ 딱딱하네. 방 깔끔하게 하고 지내는구나~.”

방문이 열리자 세르히오 아게로는 안으로 들어왔고, 손홍민도 그 뒤를 따라 들어오자, 가람이 살짝 놀라 되물었다.

“여기는 무슨 일로 오신 거예요?”

가람은 셋이 함께 있자,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는 영어로 말했고, 그 말을 들은 세르히오 아게로가 입을 열었다.

“소니가 너한테 해줄 말이 있다고 해서 왔어.”

“뭐야! 아게로! 네가 할 말이 있다고 했잖아.”

순간 당황한 손홍민이 입을 열자, 세르히오 아게로는 어깨를 한 번 으쓱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물론 나도 할 말이 있어서 왔어.”

“잠시만요. 그럼 저는 차라도 가지고 올게요.”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아니 네 방에 올라오기 전에 차 대접은 이미 받았으니 말이야.”

손홍민의 만류에 가람은 방문을 닫고 자신의 침대에 걸터앉았고, 세르히오 아게로는 책상 앞 의자에, 손홍민은 창가 쪽에 있는 의자를 끌어다가 앉았다.

생각지 않은 방문에 가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제스쳐는 할 말이 있으면 해보라는 것을 뜻했기에 세르히오 아게로는 가람을 보더니 대뜸 입을 열었다.

“에르마노~ 너는 너의 길을 가면 되는 거야!”

“네에?”

가람이 당황해하자, 손홍민이 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며 부끄러워했다.

“아게로.. 앞뒤도 없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누가 알아들어?”

“아하하. 그런가? 에르마노 잘 들어봐. 내가 이전에도 말했지만, 망할 마라도나에게 매번 비교당했던 선수가 누군지 알지? 바로 그 메시라는 녀석이야.”

그 말에 가람은 세르히오 아게로가 무슨 말을 하려는 지 대충 감을 잡았고, 귀를 기울였다.

“뛰어난 예측력! 말도 안 되는 드리블! 창의적인 패스! 찰 때마다 꽂히는 골 결정력! 미친 프리킥 능력! 아마 신이 있다면 그 녀석의 키를 가지고 간 대신 그런 능력을 준 게 확실해. 하지만 생각해봐. 그런 메시가 매번 이기는 게 아니고 그날 경기에서는 그냥 컨디션이 좋은 것뿐이야. 그건 오랫동안 메시를 봐온 내가 보증할 수 있어. 아마 메시도 그 날 자신의 경기력에 놀랐을걸?”

세르히오 아게로의 과장된 말에 가람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고, 세르히오 아게로는 그런 가람의 모습을 보며 손홍민에게 신호를 주었다.

그러자 손홍민이 살짝 굳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내가 레알 마드리드에 갔을 때 에딘 아자르라는 선수와 경쟁을 해야 했고, 그 선수의 움직임과 재능을 보면서 좌절했던 적이 있어. 하지만 그런 좌절은 나를 성장시키기보다는 안 좋은 쪽으로 몰아세웠지. 그리고 에딘 아자르가 부상으로 나오지 못했던 경기에서 나는 메시를 만났어. 그때는 정말 최악의 상황이었어. 그만큼 메시의 플레이는 한 단계 아니 두어 단계 위의 플레이이야. 정말 그때 좌절했다면 더는 축구는 못 했겠지.”

그렇게 두 사람은 모두 메시라는 존재에 대해서 좌절을 겪어본 경험담을 솔직히 말하기 시작했고, 가람은 둘이 왜 왔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결국 우리 둘이 도달한 결과는 뭔지 알아? 에르마노?”

“모르겠는데요.”

“결국 메시는 메시!! 우리는 우리라는 거야! 메시를 꺾어야 경기를 이기는 것도 아니야. 메시도 한 선수에 불가해! 에르마노. 그러니 메시를 꺾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팀에 집중해봐.”

세르히오 아게로의 말에 가람은 여태까지 한 번도 느끼지 못한 벽을 뛰어넘어 보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손홍민이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축구는 팀 스포츠잖아. 주변 동료를 그리고 우리를 믿어봐.”

알고 있었지만, 쉽게 도달하지 못한 생각에 가람은 무언가 깨달은 듯 지난번 챔피언스 리그 8강 1차전의 경기 영상을 세르히오 아게로와 손홍민과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