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화 챔피언스 리그 8강전 바르셀로나전[4]
파아앙~
"앙투안 그리즈만 선수의 중거리 슈팅! 조던 픽포드 골키퍼가 미리 자리를 선점하며 잡아냅니다. 후반전에 들어와서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바르셀로나입니다."
"그렇죠. 후반전에 들어서 바르셀로나는 역시 예상대로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 선더랜드가 한 골만 더 넣으면 동점이거든요. 차이를 버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이 있죠. 공격이 최선의 방어! 바르셀로나는 공격하면서 선더랜드가 공격할 기회를 만들 수 없게 하면 됩니다."
공을 잡은 조던 픽포드는 빠르게 앞에 있는 권윤성에게 공을 던졌고, 권윤성은 공을 잡자마자, 상대 왼쪽 공간을 파고드는 한 선수의 앞 공간을 향해 공을 찼다.
뻐어엉!
"권윤성 선수의 전매특허인 롱패스! 길게 뻗어 나갑니다."
"이거 연결되면 바르셀로나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선더랜드의 역습이에요."
권윤성이 찬 공은 멀리 뻗어 나가 거의 상대 골라인 인근까지 나아갔다.
그 순간 경기장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권윤성이 실수로 공을 길게 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타타타탓!!
가람은 각성 상태에서 엄청난 속도로 바르셀로나의 왼쪽 수비수인 세르지뇨 데스트를 뒤로하고 앞서 나기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골라인 밖으로 나갈 거라고 예상한 공을 골라인 바로 앞에서 점프해 가슴으로 받아냈다.
"김가람 선수!!! 나갈 것 같은 공을 잡아냅니다. 이렇게 되면 바로 기회가 되죠!!"
"그렇습니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습니다. 지금 김가람 선수를 도와줄 선수는 아무도 없는 상황이거든요. 혼자서 해결하거나 다른 선수들이 오는 걸 기다리며 시간을.."
개리 리네커의 입에서 끌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려는 순간 가람은 바로 골대를 향해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본 바르셀로나의 중앙 수비수 사무엘 움티티는 패널티 에어리어로 파고드는 가람을 막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가람은 이미 각성 상태로 들어간 상황이라 사무엘 움티티의 움직임은 거북이가 움직이는 것처럼 느리게 보였고, 특별한 개인기가 아닌 단순한 방향 전환 드리블로 손쉽게 사무엘 움티티를 돌파할 수 있었다.
"김가람 선수!! 김가람 선수!! 여기서 사무엘 움티티 선수를 돌파합니다. 이건 기회입니다."
"슈유윳!!"
게리 리네커는 아직 가람이 슈팅 자세를 가지고 가지 않았지만, 가람의 슈팅 능력을 생각하며 슛을 때리라는 듯 외쳤다.
하지만 가람은 완벽한 슈팅 각도를 확보하기 위해 조금 더 안쪽으로 파고들었고, 그 모습에 바르셀로나의 또 다른 중앙 수비수인 클레망 랑글레가 다가왔다.
가람은 클레망 랑글레를 제치고 자신이 원하는 슈팅 각도를 만들어 슈팅 자세를 취하려고 했다.
그때
후읍!!
가람은 자신의 등 뒤에서 각성 상태를 유지한 채 다가오는 메시를 느낄 수 있었다.
평지에서 숨을 참아야 하는 듯한 이 갑갑한 느낌을 눈치 채지 못한다면 그게 더 이상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자신이 유리한 상황이기에 이대로 슈팅 자세를 가지고 간다면 충분히 골을 노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뻐어엉!
가람이 찬 공이 발이 떠나는 순간 어느새 메시가 나타나 몸을 사리지 않고 슈팅을 가로막았다.
퍼억!
가람은 자신의 생각보다 빠른 메시의 커버링에 놀랐지만, 그것보다는 자신의 강한 슈팅에 그대로 몸통으로 맞았기에 메시의 상태에 대한 걱정이 더 앞섰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공은 사무엘 움티티 쪽으로 나아갔고, 사무엘 움티티는 빠르게 공을 멀리 걷어내어 하프 라인 인근에서 사이드 라인 밖으로 보냈다.
"김가람 선수의 슈팅! 메시 선수가 몸을 날려 막아냅니다. 저렇게 빨리 수비 커버를 할 줄은 몰랐거든요. 혼신의 플레이를 보여주는 메시 선수!!"
"좋은 플레이였지만, 메시 선수가 쉽게 일어나지 못하네요. 아무래도 저 정도 가까운 위치에서 맞으면 충격이 클 텐데요."
주심은 쓰러진 메시를 보며 바르셀로나 의료팀을 호출했고, 잠시 후 들어온 의료팀은 메시를 체크하기 시작했다.
가람도 옆에서 걱정스럽게 쳐다봤지만, 메시는 다시 일어났다.
짝짝짝!!!
메시가 일어나는 순간 누 캄프의 관중은 모두 박수를 치며 메시의 열정적인 플레이에 응원을 보냈고, 메시는 그렇게 잠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때 가람이 메시를 보며 말했다.
"괜찮나요?"
"걱정하지 마라. 남은 시간도 재미있게 축구를 해보자고."
메시의 말에 가람은 살짝 울컥했다.
지금 각성 상태를 쓰면서 얼마나 몸과 정신력에 무리가 가는지는 가람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나이도 30대 중반인 메시가 이렇게까지 각성 상태를 유지하는 건 힘들 것인데 그걸 버티고 자신과 경쟁하는 걸 보면 그가 왜 세계 최고의 선수라고 불리는지 알 것 같았다.
'여태까지 만난 녀석들 중에 최고다. 나도 최선을 다해야 해.'
가람은 메시를 인정하며, 더욱 승리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경기는 다시 진행되었고, 선더랜드는 메시가 다시 들어올 수 있게 사무엘 움티티가 한 것처럼 바르셀로나의 진영 사이드 라인으로 공을 보냈다.
스로인이 시작되는 순간 메시는 가벼운 의료 조치를 받은 후 경기장에 들어왔다.
그 후 경기는 바르셀로나가 전반전과 다르게 공격적으로 나서고, 그에 대응해 선더랜드는 바르셀로나가 공격했을 때 빈틈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역습으로 이어갔다.
이런 경기 양상에서 메시는 공격보다는 가람을 막는 데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바르셀로나의 공격의 날카로움을 떨어졌지만, 수비적으로 가람의 역습을 막아내며 안정감을 가지고 갈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후반 30분
"선더랜드에서 교체를 진행합니다. 세르히오 아게로 선수와 손홍민 선수가 빠지고, 요한 필립 선수와 노망준 선수가 들어오는군요."
"후반전에 계속되는 역습상황에서 김가람 선수의 템포에 맞춰서 뛰면서 상당히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겁니다. 저희가 본 것만 해도 10번 이상 전력 스프린트를 했습니다. 지칠 만도 하고, 지금의 교체는 적절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선더랜드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계속 역습을 통해서 골을 만들어야 하거든요."
"그렇습니다. 손홍민 선수 자리에는 윙어 자리도 설 수 있는 요한 필립선수가, 중앙 공격수 자리에 있던 세르히오 아게로 선수 자리에는 노망준 선수가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저는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게 노망준 선수가 세르히오 아게로 선수처럼 스위칭 플레이가 가능할지라는 문제거든요. 지금까지 손홍민 선수, 세르히오 아게로 선수, 김가람 선수는 끊임없는 스위칭 플레이로 바르셀로나 선수들을 괴롭혀서 골을 만들었는데 노망준 선수는 과연 그런 플레이를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그렇습니다. 노망준 선수가 여태까지 경기에서는 중앙 공격수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하는 것을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께 보여드렸고, 그 능력을 인정 받았지만 윙어로 경기를 뛰는 모습은 본 적이 없거든요."
그렇게 교체된 노망준과 요한 필립을 보며 가람은 다가가서 무언가 지시를 내렸고, 그 지시에 둘은 고개를 끄덕이며 경기는 재개되었다.
토오옹!
테어슈테겐은 공을 멀리 차지 않고, 가까운 위치에 있는 사무엘 움티티에게 보냈다.
공을 잡은 사무엘 움티티는 선더랜드의 선수들을 살피더니 길게 차기보다는 자신의 앞에 있는 프랭키 더용에게 공을 건넸다.
프랭키 더용은 여태까지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진영에서 천천히 공을 돌리면서 하프 라인까지 천천히 올라가려고 했다.
그때
타타탓!
프랭키 더용은 생각지 않은 속도로 자신에게 다가와 마크하는 노망준을 보며 황급히 등 뒤돌았지만, 노망준의 힘에 순간 균형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쿠우웅!
"노망준 선수의 적극적인 압박! 여태까지 선더랜드의 전술과는 다릅니다. 지금까지는 선더랜드가 수비하다가 역습했는데요. 힘이 넘치는 건가요? 적극적인 압박을 보이는 노망준 선수입니다."
마틴 테일러의 말처럼 후반전에 선더랜드는 전반과 다를 바 없이 뒤에서 수비적으로 지키면서 역습을 가지고 가는 형태로 공격했기 때문에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방심할 수밖에 없었고, 불행히도 전반 막판에 골이 먹혔던 장면과 비슷하게 프랭키 더용이 그 희생양이 되었다.
휘청~
균형을 잃은 프랭키 더용에게 공을 빼앗는 건 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내는 것처럼 쉬운 일이고, 노망준이 그대로 공을 따내서 그대로 앞으로 전진했다.
그리고 그 움직임에 맞춰 가람과 요한 필립이 보조하듯 바르셀로나의 진영으로 파고들었다.
"노망준 선수의 드리블 돌파!"
"노망준 선수의 드리블은 그리 좋지 않거든요. 이럴 때는 직접 몰고 들어가기보다는 드리블 능력이 좋은 요한 필립 선수나 김가람 선수에게 패스해서 기회를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게리 리네커가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람은 각성 상태로 들어가서 빠르게 왼쪽 공간을 파고들었고, 그 움직임에 메시도 가람을 막기 위해 각성 상태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가람의 움직임을 본 위르겐 클롭 감독도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큰소리로 외쳤다.
"가람!! 가람을 막아!!"
위르겐 클롭 감독이 말을 하지 않아도 오늘 경기에서 모든 골에 관여하고, 후반전에 날카로운 역습을 보여주는 가람을 막아야 한다는 건 바르셀로나 선수들도 알고 있었다.
덕분에 공은 분명 노망준이 가지고 있었지만,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가람을 신경 쓰고 그 쪽 방향으로 몸을 돌리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했다.
그리고 가람은 꼭 패스를 받을 것처럼 한 템포 더 올려 앞으로 나아갔고,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그 움직임에 맞춰 공간을 좁혀 가람의 패스 공간을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가람은 각성 상태에서 더욱 속도를 올려 수비를 제쳐내며 패널티 에어리어 왼쪽 모서리 쪽으로 달려갔다.
지금 이 타이밍에 공이 가람에게 간다면 위험한 상황이 될 것이고,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더욱 가람을 막기 위해 패널티 에어리어 왼쪽 상단으로 모이려고 했다.
그때
타타탓!!
노망준은 가람이 수비수들의 시선을 끌어준 덕분에 생긴 바르셀로나 수비의 빈틈을 이용해 앞으로 더 전진할 수 있었다.
"아.. 이건 뭐죠?! 김가람 선수에게 패스할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노망준 선수가 그대로 안쪽으로 파고듭니다."
"어어? 이거. 이거.."
경기를 보는 많은 사람들이 가람의 움직임을 보며 당연히 패스할 거라고 생각했고, 그건 해설인 게리 리네커도 마찬가지라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렇게 어느덧 노망준은 패널티 에어리어 바로 앞까지왔고, 슈팅 자세를 가지고 가려고 했다.
그때
타타탓!!
어느새 메시가 엄청난 속도로 노망준의 앞을 가로막았고, 이대로 노망준이 슈팅을 한다면 메시에게 막힐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메시는 각성 상태에서 천천히 입꼬리가 올라가는 노망준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노망준은 슈팅을 차려는 자세에서 발을 틀어 인사이드로 메시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보냈다.
토오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