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305화 (306/319)

306화 인과율[3]

"여기 와서 앉아."

김하늘의 말에 가람은 비어있는 안정한 옆자리로 가서 앉았다.

가람이 앉자마자, 김하늘은 강이찬이 빠르게 보내준 검사 결과 파일을 구단주실 큰 화면에 띄웠고, 파일을 내리면서 이것 저거 설명하더니 결론을 말해주었다.

"정밀 검진 결과는 이상 없다는 소견입니다."

김하늘이 알기 쉽게 설명했지만, 캐서린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지난번에 쓰러졌을 때도 의사가 같은 소견을 냈습니다. 그런데 어제 또 쓰러졌습니다. 저는 더 이상 가람이가 축구하는 걸 지켜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 어머니. 그건!"

가람이 말을 하려는 순간 알렉스가 가람이를 제지하며 입을 열었다.

"가람아. 잠시만 기다려 주겠니?"

알렉스의 힘이 실려있는 말에 가람은 말을 잇지 못했고, 알렉스가 말을 이어갔다.

"김하늘 구단주님. 아니 하늘이라고 부르도록 하겠네. 자네가 가람이의 아빠를 은인이라고 생각하고, 그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 거라고 생각하네. 지금 구단이 중요한 시기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또다시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크다는 걸 말하고 싶네. 구단의 입장도 있으니 2주 동안은 이 일에 대해 가족끼리 이야기했으면 하네."

"아버지. 가람이 축구를 당장 그만두게 해야 한다고요!"

캐서린의 비명 같은 말에 알렉스가 고개를 저었다.

"얘야. 네 심정은 알겠지만, 이제 가람이도 성인이란다.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게 해야지 않겠니? 우리 마음대로 밀어붙일 수도 없는 상황이잖니."

알렉스의 일리 있는 말에 캐서린도 잠잠해졌고, 김하늘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고맙네."

그 말과 함께 알렉스, 캐서린, 리사 뮐러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가람도 그 행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모두가 나가자, 김하늘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야기는 들으셔서 알겠지만, 아무래도 다음에 있을 바이에른 뮌헨과의 챔피언스 리그 4강 1차전은 가람이가 없는 상태에서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1차전만 그렇게 될까요?"

박지석이 걱정하듯 말하자, 김하늘이 입을 열었다.

"가람이가 제가 아는 김의산씨의 아들이라면 분명 돌아올 겁니다. 남아일언중천금이라고 했잖아요."

김하늘의 말에 박지석과 안정한은 지난번 가람이 쓰러져 일주일 동안 의식을 차리지 못했을 때 일어나자마자 남아일언중천금이라는 말과 함께 선더랜드를 유럽 정상에 올릴 때까지는 은퇴하지 않겠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 말에 안정한이 되물었다.

"그럼 이번에 만약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하게 되면 그 후에는 어떻게 될까요?"

안정한의 말에 김하늘은 잠깐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아까도 말했듯이 남아일언중천금이니, 가람이와 이야기는 해봐야겠지만,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하늘의 말에 구단주실 분위기는 무거워졌다.

--------

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 알렉스가 운전하고 조수석에는 가람이 앉아 있었다.

"가람아. 피곤하니?"

"아니요. 피곤하지는 않아요."

"그래 그럼. 오랜만에 거기 좀 들려볼까?"

"아버지 묘지요?"

"그래."

그 말과 함께 알렉스는 차를 돌렸고, 교외에 있는 공동묘지로 갔다.

차에서 내려 도착한 곳은 정갈하게 꾸며진 서양식 무덤들이었고, 알렉스를 따라 한 묘비 앞에 서 있게 되었다.

- 평생 한 여인만을 사랑한 남자 여기에 묻히다.

강승연이 가람의 몸에 들어왔을 때 받았던 기억에서도, 그의 아버지는 가족을 사랑했고, 특히 어머니인 캐서린과 잉꼬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묘비 주변은 누군가 주기적으로 다녀와 손질했는지 정갈한데 그게 누군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그렇게 넷은 묘비 앞에서 U형태로 서서 가볍게 묵념을 했다.

그리고는 캐서린이 묘비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리사 뮐러도 같이 거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 보더니 알렉스가 가람을 보며 말했다.

"잠깐 걸을까? 가람아."

"네에. 그러시죠."

그렇게 알렉스와 가람은 공동묘지 옆에 있는 산책길을 걷기 시작했고, 알렉스가 수많은 묘비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내가 누워야 할 곳에 멍청이가 먼저 누웠으니 너희 어머니가 상심이 컸었단다. 너한테는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한동안 밤마다 눈물을 보였지."

가람이 알지 못하는 캐서린의 아픔을 담담하게 말하는 알렉스를 보며 가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2주 동안은 캐서린의 마음을 보듬어 주었으면 좋겠구나."

"외할아버지..."

"네가 불행히도 그 멍청이의 피를 이어받고 있으니 고집은 꺾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단다. 2주라는 시간 동안 캐서린을 설득하렴. 대신 하나만 약속해다오. 이 늙은이보다 먼저 저기에 눕지 않겠다고 말이야."

알렉스의 말에 가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에요. 외할아버지.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남아일언중천금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가람이 한국어로 남아일언중천금을 말할 때 알렉스는 외손자의 모습에서 죽은 사위인 김의산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그걸 내색하지 않고는 가람에게 말했다.

"먼저 엄마에게 가 있으렴. 할아비는 조금 있다가 갈 테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가람은 그렇게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갔고, 알렉스는 좀 더 묘비 안쪽으로 들어가 김의산의 묘비와 마찬가지로 정갈하게 정돈된 묘비 앞에 섰다.

"당신. 사위는 일찍 데려갔지만, 외손자는 안 되는 건 알지? 외손자를 보고 싶다고 나보다 먼저 부르면 나중에 내가 가서 혼내줄 거야."

그렇게 알렉스는 한동안 묘비 앞에서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묘비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가람은 캐서린과 리사 뮐러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고, 셋은 함께 차로 돌아갔다.

그리고 알렉스가 오기 전까지 주차장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기다렸다.

"가람아."

"네에?"

"오늘 여기 오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단다. 여기 와서 너희 아빠를 보며 이야기해보니 너에게 너무 강압적이었던 건 아니었나 생각이 드네. 엄마가 미안하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래 네가 그렇게 이야기를 해주니 엄마가 마음이 좀 편하구나."

"그럼.."

가람이 무언가 이야기하려고 하자, 가람의 의도를 알아챈 듯 리사 뮐러는 가람을 제지하며 고개를 저었다.

이에 가람도 괜히 말을 꺼내지 않고 조심했다.

그리고 잠시 후 도착한 알렉스와 함께 차를 타고 돌아왔다.

그렇게 집에 돌아온 가람은 생각지 않은 2주간의 휴식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다고 평소 하던 훈련을 하지 않은 건 아니기 때문에 뒤뜰에 마련된 훈련 장소에서 상태창이 부여한 개인 훈련을 계속 이어갔고, 그 모습을 캐서린은 보았다.

구단에서는 가람이 쓰러진 후 건강상 이상은 없지만, 혹시 모르는 일에 대비해서 휴식을 부여했다고 발표했지만 언론에서는 지난번 가람이 쓰러진 후 나왔던 은퇴와 관련된 기사 내용을 언급하며 사람들은 가람의 건강 이상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가람은 그런 것을 연연하지 않고, 최대한 캐서린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했고, 리사 뮐러도 자연스럽게 가람과 함께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가람은 선더랜드의 경기가 있을 때 거실에서 TV로 선더랜드의 경기를 지켜봤고, 가족들도 그런 가람과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선더랜드를 막을 팀은 없었고, FA컵 준결승에서는 3대 0으로 첼시를 대파하는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문제는 챔피언스 리그 4강 1차전이었다.

2022년 4월 29일 알리안츠 아레나

챔피언스 리그 4강 1차전

철썩!

"고오오올!! 후반 42분 홈팀 바이에른 뮌헨이 또다시 골을 넣습니다. 오늘 쇄기골을 넣는 야마구치 츠바사 선수! 1골 1도움으로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야마구치 츠바사 선수!! 그동안 김가람 선수에게 가려져 있었지만, 야마구치 츠바사 선수도 충분히 좋은 재능을 가진 선수입니다. 공격적인 위치에서는 거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하며 엄청난 주력과 정교한 크로스는 바이에른 뮌헨의 큰 무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선수와의 호흡은 기가 막힙니다. 이미 이 둘이 합작으로 만든 골만 20골이 넘습니다."

그렇게 경기는 일방적으로 바이에른 뮌헨이 선더랜드를 공격하는 흐름으로 이어갔고, 심지어 경기 막판에 야마구치 츠바사와 몸싸움을 하던 손홍민이 쓰러지게 되었다.

삐이익!

"손홍민 선수. 쉽게 일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김가람 선수도 빠져 있는 상황에서 손홍민 선수까지 빠진다면 선더랜드로서는 큰 타격일 텐데요."

"아. 의료진이 투입되는데요. 좋지 않아 보입니다."

손홍민이 의료진의 들것에 실려 나가자, 바로 하비 반츠가 교체를 준비한 후 경기에 투입되었다.

하지만 시간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고 경기는 곧 종료되었다.

"경기 종료됩니다. 바이에른 뮌헨의 홈구장에서 결국 2 대 0으로 패배하게 된 선더랜드입니다. 오늘 경기를 어떻게 보셨습니까?"

"많은 것들이 아쉬웠습니다. 김가람 선수가 빠진 후 심기일전해 준비를 열심히 한 선더랜드였지만, 바이에른 뮌헨에게는 크게 밀리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상대의 홈구장이라고 하지만, 지난 경기에 바르셀로나의 홈구장에서 보여주었던 끈기와 열정적인 모습이 사라져서 아쉽습니다."

"아무래도 그 경기를 주도했던 김가람 선수가 빠진 게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네요."

"그렇습니다. 선더랜드 팬 입장에서는 김가람 선수가 어서 회복하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중계진의 경기 평가가 이어지고, 경기를 같이 지켜본 캐서린이 불편한 듯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오늘 경기의 MOM으로 뽑힌 야마구치 츠바사의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오늘 경기에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셨습니다. 경기 이긴 소감 한마디를 부탁드립니다."

기자의 말에 야마구치 츠바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카메라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오늘 경기는 이겼지만, 아쉽습니다."

"아쉽다고 말씀하시기에는 아주 좋은 장면을 보여주셨는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기자의 말에 야마구치 츠바사는 결심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김가람! 네가 없는 선더랜드를 이긴다는 건 아무런 의미도 없어! 아프다는 건 알지만, 다음 경기 2차전에 네가 나오지 않는다면 선더랜드의 챔피언스 리그는 여기가 끝이다. 다른 말은 하지 않겠다. 나와라! 그리고 나와 싸워서 다음 시대의 축구 스타가 누구인지 겨뤄보자!!"

기자들이 생각지 않은 야마구치 츠바사의 도발성 말에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바이에른 뮌헨의 감독인 야마구치 켄이 등장하며 대신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여러분 인터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뮐러. 저 녀석 데리고 가!"

그 말에 토마스 뮐러가 야마구치 츠바사를 뒤에서 안아서 데리고 나가려고 했는데 야마구치 츠바사는 버둥거리며 저항하더니 토마스 뮐러에게 벗어나 기자의 마이크를 빼앗은 후 다시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김가람!! 꼭 다음 경기에 나와라!! 피하지 마라!!"

야마구치 츠바사의 폭주에 이번에는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까지 나서서 야마구치 츠바사를 데리고 나가며 그렇게 인터뷰는 종료되었다.

야마구치 츠바사의 멍청하고 단순한 인터뷰였지만, 그 모습은 오히려 가람에게 자극이 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