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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306화 (307/319)

307화 인과율[4]

약속한 2주까지 앞으로 4일이 남았다.

하지만 야마구치 츠바사의 인터뷰를 보며 가람은 가만히만 있을 수 없었다.

그리고 가람의 모습을 보고 있는 리사 뮐러가 가람을 보며 말했다.

"이제는 어머니도 이해하실 거야."

그 말에 알렉스도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고, 가람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캐서린이 먼저 방에서 나오며 말했다.

"뭘 이해한다는 거니?"

"어머니.."

캐서린은 리사 뮐러의 말에 무언가 결심했다는 듯 쇼파에 앉더니 가람을 보며 말했다.

"둘이 약혼해라. 아니면 나는 네가 축구하는 걸 허락할 수 없다."

"네에?"

약혼.

잉글랜드에서 약혼은 결혼과 버금가는 무게가 있는 의례였다.

심지어 약혼하며 동거하고 아이까지 낳는 것도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아이를 낳은 후 혼인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기에 캐서린의 말은 결혼하라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가람은 급작스러운 캐서린의 말에 당황하자, 캐서린이 속사포처럼 말했다.

"네가 쓰러졌을 때 간병했던 건 누구니? 리사 아니니? 너도 리사랑 제일 가깝다고 이야기했잖아. 그게 무슨 문제니? 설마 다른 아이를 마음에 두고 있는 건 아니지?"

"그.. 그건 아니죠. 저는.."

"그럼 되었다. 약혼해라. 네가 아비저 핏줄을 잇고 있다면 네가 다시 축구를 하는 걸 말리기는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 네 고집을 꺾지 못해 걱정하는 것보다 네 아이라도 보고 싶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건 너무 이기적인 거.."

"그래 맞아! 이기적이라고 생각해도 내 욕심이야!!"

버럭 소리 지르는 캐서린의 모습에 가람은 당황했다.

평소 교양있고, 차분한 품성의 캐서린이 이렇게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는 건 처음이라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지금 캐서린의 말은 만약 가람이 죽는다고 해도 가람이 약혼해서 아이를 보고 싶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욕심이 담긴 말이었다.

정말 만약 가람이 죽게 된다면 약혼한 리사 뮐러와 둘 사이의 아이만 남게 되는 것이었다.

아무리 캐서린이 가람의 엄마라고 해도 솔직히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고, 상식적인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캐서린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 두 눈에 의지가 담겨 있었다.

이에 가람은 도움을 청하듯 리사 뮐러를 보며 말했다.

"하지만 어머니 제 입장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리사 뮐러 씨 의견도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가람의 말에 리사 뮐러는 결심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가람 씨만 괜찮다면 저는 약혼하고 싶어요."

"으아!"

가람은 생각지도 않은 리사 뮐러의 반응에 짧은 탄식을 했고, 살짝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

"리사 뮐러 씨 잘 생각해보세요. 저는 시한폭탄을 달고 다니고 있다고요. 아직 병명이 나오지 않았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그런 저랑 미래를 함께 하신다고요?"

그러자 리사 뮐러는 미리 준비라도 한 듯 말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이미 가람 씨와의 결혼을 생각하고 계세요. 그리고 가람 씨 제가 이런 마음도 없었다면, 가람 씨가 쓰러졌을 때 간병하고 계속 가람 씨네 집에서 살았겠어요?"

리사 뮐러의 말에 가람은 당황했지만, 리사 뮐러가 자신이 쓰러진 이후에도 자신의 몸상태를 꾸준히 체크하며 가람이 처음 쓰러졌을 때 그나마 이상이라고 발견할 수 있었던 부분이 신경쪽이었기에 틈틈히 간호학과 신경 치료 관련된 공부를 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게 모두가 가람을 쳐다봤고, 가람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강압적이기는 했지만, 약혼이라니 여태까지 강승연의 오랜 회귀의 삶을 살면서 수많은 여자들과 관계를 가져봤지만, 그건 말 그대로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육체적인 관계일 뿐이었다.

이렇게 진지하게 깊은 관계를 맺는 건 처음이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때 몸속에서 뜨거운 기운이 느껴지더니 그 기운에 가람의 복잡한 머리 속 고민에 대해서 술술 말하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어떤 의미로 그런 이야기하신 건 알고 있어요. 솔직히 말하면 저도 제 몸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리사 뮐러 씨와 약혼하는 건 너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두려워요. 경기장에 나가는 것도 축구를 하는 것도.. 하지만 두려움보다 축구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 더 가득해요. 그리고 너무 고마워요. 이런 저를 받아주는 리사 뮐러 씨가요. 그런데 이건 너무 무책임한 거라 선뜻 말하기 힘들어요."

진심이 담긴 가람의 말에 리사 뮐러가 입을 열었다.

"가람 씨 무책임한 게 아니에요. 그리고 그런 무책임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가 옆에서 도울게요. 아니 돕도록 해주세요."

어른들이 다 있는 자리라 그런지 예의를 갖춘 리사 뮐러의 말은 평소 비해 더 설득력 있게 다가왔고, 가람은 그런 리사 뮐러의 말에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부족한 저라도 괜찮다면 앞으로 잘 부탁할게요. 아니 잘 부탁할게. 리사."

"고마워요. 가람."

그렇게 둘은 가볍게 포옹을 했고, 그 모습을 보며 캐서린과 알렉스는 박수를 쳤다.

그리고 약혼식은 정말 빠르게 준비되기 시작했다.

가람은 약혼 소식을 김하늘에게 제일 먼저 알렸고, 이 이야기를 들은 샤오루는 큰 성당에서 대대적인 약혼식을 기획했다.

이탈리아의 레전드 축구 선수인 프란체스코 토티의 결혼식처럼 언론과 연계해 생중계를 해서 큰 이슈로 만들 생각을 전했지만, 캐서린과 가람이 간소한 약혼식을 진행하고 싶다고 하여 샤오루의 계획은 진행할 수 없었다.

하지만 원래 아는 사람 몇 명만 불러 집 뒤뜰에서 하려고 했던 약혼식은 규모가 커지게 되어 캐서린은 자신의 식당에 공간을 마련해 약혼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약혼식에는 선더랜드 구단 1군 선수들과 그들의 가족 그리고 스탭 정도 참여하고, 신부 측에서는 게르트 뮐러와 베켄바우어 정도 참가하게 되었다.

리사 뮐러의 직장이 아무래도 언론 기업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비밀 유지를 지켜달라고 해도 정보는 새어 나갈 것 같아, 초대하지 않았다.

최대한 간소하게 했지만, 그래도 50여 명 정도 모이게 되었고, 그렇게 약혼식은 진행하게 되었다.

가람은 샤오루가 준비한 다소 화려한 신랑 예복을 입고 축하해주기 위해 온 사람들과 인사를 했다.

"축하해. 브라더~ 이렇게 될 줄 알았다니까!"

"축하해요. 가람이형!"

같은 집에 살고 있는 해리 네쳐와 노망준을 시작으로 선더랜드 선수들이 와서 축하를 건넸고, 가람은 그런 선수들의 축하를 받으며 감사를 전했다.

"이 형님보다 먼저 결혼하다니 녀석!!"

이강운은 가람의 목을 잡으며 헤드락을 했고, 가람은 그런 이강운의 헤드락에 일부러 걸리면서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했다.

그리고는 이강운은 가람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말했다.

"언제 돌아오는 거야? 설마 정말 이대로 은퇴하는 건 아니지?"

이강운의 말에 가람은 마찬가지로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걱정하지 마라."

그 말과 함께 가람은 헤드락을 가볍게 풀었고, 오늘 따라 신경을 많이 쓴 듯 보이는 강이찬과 그의 아내로 보이는 사람을 볼 수 있었다.

강이찬의 매번 의사가운이나 트레이닝 복만 입고 있는 모습에서 이렇게 벗듯이 차려입은 모습은 새로웠다.

"수석 팀닥터님 오셨어요?"

"그래요. 김가람 선수 몸상태는 괜찮고요?"

"네. 괜찮습니다. 매번 제가 운동량 체크한 것도 보내드리고 있잖아요."

가람은 스스로 개인 훈련하며 그 기록을 강이찬에게 보내 컨디션 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었다.

"그렇죠. 하지만 그게 무리해서 하는 건지 모르니 그게 걱정.."

강이찬이 말을 이어가려는 순간 옆에 있는 그의 아내로 보이는 사람이 말을 가로챘다.

"요즘 이이가 임신한 저보다 가람 선수를 더 걱정해요."

"아. 그런가요? 본의 아니게 죄송합니다."

"아니요. 그런 이야기 들으려고 한 말은 아니에요. 이영주라고 해요."

만삭으로 보이는 이영주가 건넨 손을 가람은 잡아 악수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네에. 김가람이라고 합니다. 본의 아니게 죄송합니다."

"그냥 농담으로 해본 소리예요."

단순한 악수인데 가람은 왠지 모르게 이영주라는 사람에게서 따뜻함과 함께 그리움이 느껴졌다.

그때

"어멋!"

이영주는 화들짝 놀랐고, 가람은 자신이 무언가 잘못을 한 줄 알고 덩달아 놀랐다.

이에 이영주는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 힘찬이도 가람 선수를 만난 거에 반가운가 봐요. 배를 강하게 차네요."

그 말에 옆에 있는 강이찬이 웃으며 말했다.

"이 녀석 벌써부터 발길질을 하는 거 보면 축구 선수가 되고 싶은 건가? 그건 안된다."

"수석 팀닥텀. 왜 축구 선수는 안 되는 건가요?"

"제가 옆에서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잖아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김가람 선수도 그렇게 힘들게 운동을 하는데 녀석은 축구 안 시킬 겁니다."

"하하하. 그런가요? 그런데 아이 이름은 정하셨나요?"

가람은 지난번 대한민국에 갔을 때 강이찬의 고향과 아이 태어나는 시기, 그리고 지금 이 느낌 등 여러 정보를 종합하면 왠지 자신이 예측한 내용이 맞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정하지 않았습니다. 아내랑 저랑 의견이 맞지 않아서요."

"그렇군요. 저도 여태까지 수석 팀닥터님께 신세를 졌으니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면 꼭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요. 출산 예정일이 공교롭게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다음날이네요. 그나마 결승전 당일 아니어서 제가 산모 옆에는 있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거 다행이네요."

그렇게 가람은 강이찬과 이야기를 나눈 후 자리를 옮겨 다른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머릿속에는 강이찬과 나눈 대화가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리사 뮐러가 화려한 흰색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면서 순간 장중의 사람들은 물론 가람까지 정신을 놓고 리사 뮐러를 볼 수밖에 없었다.

리사 뮐러의 글래머스한 몸매가 부각되는 딱 붙는 흰색 바탕에 수많은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는 화려한 드레스는 샤오루의 작품이었다.

샤오루가 약혼식 장소를 양보한 대신 신랑 신부의 옷을 준비한 것이었다.

그렇게 리사 뮐러가 나타나자, 가람은 그녀의 옆에 자연스럽게 섰고, 둘은 미리 준비된 단상 위에 있는 신부님께 다가가며, 약혼식이 시작되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진실된 마음으로 앞으로 남은 인생을 서로를 위해 살아갈 것을 맹세합니까?"

"네. 맹세합니다."

신부의 사랑 맹세 서약에 가람과 리사 뮐러는 한마음으로 대답하며 이어 서로에게 반지를 끼웠다.

"그럼 본 신부는 김가람 바울과 리사 뮐러 미카엘라의 약혼이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그 말과 함께 가람은 가볍게 리사 뮐러에게 입술 뽀뽀를 했다. 그렇게 가볍게 입술이 떠나가려고 하자, 리사 뮐러가 가람의 목을 잡으며 진하게 키스를 이어갔다.

생각지 않은 당당한 신부의 행동에 약혼식은 달아올랐고, 모두의 환호성과 함께 약혼식은 끝나게 되었다.

물론 비밀로 한다고 한 이 약혼식은 잉글랜드의 뛰어난 취재 정신을 가진 파파라치들에 의해 다음날 밝혀졌고, 한동안 가람의 약혼식을 두고 전세계가 수많은 추측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중 제일 큰 힘을 받는 건 가람의 복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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