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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310화 (311/319)

311화 챔피언스 리그 4강전 바이에른 뮌헨전[3]

“도대체 어디가 어떻게 잘못된 걸까요?”

오늘 경기의 중계를 맡은 일본 캐스터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오늘 경기를 두고 일본 중계진은 바이에른 뮌헨 대 선더랜드라는 개념보다 일본 대 대한민국이라는 개념으로 오늘 경기를 준비했다.

사실 일본 대 대한민국이라는 개념이라고 보기에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는 일본 선수가 야마구치 츠바사 혼자밖에 없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이 팀을 이끌고 있는 게 바이에른 뮌헨 역사상 처음 감독을 하는 아시아인 아니 일본인 감독인 야마구치 켄이기 때문에 그런 억지도 가능했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 아무리 김가람이 나온다고 해도 바이에른 뮌헨 지금까지의 경기력으로 보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가람 선수 지금 골로 7번째 골을 넣는 데 성공합니다. 이제 남은 시간 3분이고 경기는 이대로 7대 0으로 끝날 것 같습니다.”

일본 중계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원정까지 온 바이에른 뮌헨의 서포터즈들이 더이상은 경기를 보지 못하겠다는 듯 자리에서 떠나는 모습이 보였다.

"바이에른 뮌헨 원정팬들도 자리를 떠납니다. 아쉬운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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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더랜드 VIP룸

오늘 경기를 두고 바이에른 뮌헨의 레전드인 베켄바우어와 게르트 뮐러가 자리하게 되었다.

사실 경기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오늘은 얼마 전에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난 가람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 그러나 참담한 경기 결과에 분위기는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가람의 맹활약을 지켜본 베켄바우어가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된 게 쓰러지고 나면 더 잘하는 거 같네.”

“이놈아! 그게 말이라고 하는 거야? 쓰러진 건 왜 언급해!”

“솔직히 네놈도 눈이 옹이 구멍이 아니라면 보면 알 거 아니야. 오늘 경기 솔직히 바르셀로나 2차전보다 더 잘하잖아.”

“그.. 그렇지.”

다른 경기도 아니고 챔피언스 리그 그것도 4강전이었다.

평범함 팀도 아니고 분데스리가에서 황제라고 불리며 승승장구하는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7골이나 넣는 건 대단하다 못해, 이미 다른 차원의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기는 힘들었다.

“뭐 그거야! 내 제 자놈이 뛰어난 거지!”

“그래. 그 잘나신 손녀 사위 때문에 우리 감독은 경질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경질?”

“그래. 네놈이 봐도 이건 아니잖아. 아무리 야마구치 감독이 잘했다고 해도, 3~4골도 아니고 7골이나 먹힌다는 건 바이에른 뮌헨 구단 역사상 없었다고. 그것도 한 선수에게 먹혔다는 건 더 문제지. 분명 구단에 높은 녀석들이 나서서 경질 이야기할 거다.”

“에이.. 그래도 야마구치 감독이 챔피언스 리그만 아니면 리그 우승, 분데스리카 슈퍼컵, 포칼컵 우승을 했는데 구단에 높은 녀석들도 생각이란 걸 하지 않겠어?”

“으이구!! 녀석아! 우리 입장에서는 그건 당연히 따야 하는 거지 우리가 누구냐? 바에이른 뮌헨 아니냐! 독일을 지배하는 황제.”

“아이고. 그놈의 황제 타령은! 결국 방구석 여포라는 게 밝혀지니깐. 경질이라니~ 정말 웃겨서 기도 안 찬다. 그리고 네놈이 봐라. 어느 팀이 와도 내 손녀 사위가 선더랜드에 있는 한 한동안 챔피언스 리그 우승은 쉽지 않을 거야.”

사실 오늘 경기에 김가람이 혼자 하드 캐리했다고 볼 수 있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김가람의 움직임에 맞춰 다른 선수들이 주변에서 시선을 끌고 가람에게만 쏠리 수 있는 수비 시선을 잡은 것도 크게 한몫했다.

특히 즐라탄과 세르히오 아게로는 전반전에 가람이 4골을 넣을 때 패스를 받고 리턴 패스를 하며 각각 1개의 도움을 기록했고, 후반전 즐라탄과 세르히오 아게로와 교체 투입되어 들어온 이강운과 하비 반츠는 빠른 발과 센스있는 패스로 가람을 원 톱 스트라이커로 이용하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그래. 그건 인정이다. 박지석 감독이 김가람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 그러니 이런 결과가 나온 거겠지. 제길~~”

베켄바우어는 자신의 이마를 툭툭 쳤다.

만약 자신이 좀 더 과격하게 밀어붙여서 가람을 바이에른 뮌헨에 영입해왔다면 지금 저기서 경기에 이겼다고 좋아하는 건 바이에른 뮌헨이었을 것이었다.

박지석 감독만큼이나 선수들을 분석하고 잘 쓰는 야마구치 켄 감독이 있으니 가람만 영입해 올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고 타임머신이 있지 않는 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베켄바우어는 포기하려고 했다.

그때 베켄바우어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스치듯 지나갔다.

“야.”

“왜? 이 녀석아. 또 무슨 소리를 하려고 하는 거야?”

“가람이가 예전에 분명 선더랜드를 유럽 정상에 올리고 나면 이적을 생각해본다고 하지 않았냐?”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며 게르트 뮐러가 입을 열었다.

“그건 힘들 거다.”

“뭐야? 남아중언일천금이라고 약속은 칼같이 지킨다고 하면서 이상한 말도 했는데 뭐가 힘들어?”

“사실 리사 뮐러에게 이야기 들었는데, 아마 선더랜드 챔피언스 리그 우승시키면 은퇴할 가능성이 커. 이유도 알 수 없이 두 번이나 쓰러졌잖아.”

“뭐어? 저런 재능이 있는데.. 아파 보이지도 않는데 그런데 은퇴라고?”

“그래. 솔직히 나도 더 뛰기를 원하지만, 사돈댁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더라. 그리고 이렇게 생각해보면 좋지 않을까? 짧은 순간 타오르는 불꽃이라 저런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는 거라고.”

“뭐냐. 너답지 않게 이상한 소리나 하고 말이야.”

베켄바우어는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지 입을 열었다.

“만약 가람이가 다음 시즌에도 뛴다고 하면 우리가 오퍼를 넣을 수 있겠지.”

“오퍼 넣는 건 구단 마음이지.”

“아니 그런 뜻이 아니잖아. 여튼 이 녀석 또 손녀 사위라고 아예 철벽 치는 거 보소! 조금은 구단에 대한 성의를 보이라고!”

“성의가 아니라 아픈 사람한테 뛰라고 하는 건 아니지!”

“뭐야!!”

“혹시나 나한테 가람이를 스카우트하는 데 도움을 달라는 말은 하지 마라.”

“에잉 뭐냐? 너 삐진 거라도 있는 거냐?”

다른 팀과 비교했을 때 바이에른 뮌헨이 가람에게 유리한 이점이라고 할 수 있는 건 가람의 스승인 게르트 뮐러가 있는 건데 그걸 쓰지 말라고 하자, 베켄바우어는 이제는 게르트 뮐러를 달래듯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게르트 뮐러는 그런 베켄바우어의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또 다른 자신의 제자인 야마구치 츠바사를 봤다.

‘벽이 아니라 산을 느꼈을 텐데.. 무너지지 않으면 좋으련만..’

경기장에 있는 전광판에 7대 0이라는 숫자를 보며 야마구치 츠바사는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알 수 없었다.

“초축구인 모드도 소용 없고..”

초축구인 모드

야마구치 츠바사는 게르트 뮐러와의 훈련을 통해 실마리를 얻은 초축구인 모두를 통해 여태까지 경기에서 활약을 펼쳤다. 특히 반복된 훈련을 통해 스스로 원할 때 초축구인 모드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완급을 조절하게 되자, 야마구치 츠바사에게는 상대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 가람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가람도 초축구인 모드에 들어갈 수 있고, 심지어 자신보다 더 많이 들어갈 수 있다. 초축구인모드에서 둘이 붙었을 때 느꼈던 압박감에서 가람은 자유로워 보였다.

거기까지 생각이 도달하자, 눈에서 왈칵 눈물이 났다.

스스로 가람을 상대로 라이벌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느끼고 있었다. 라이벌이라고 하기에 가람의 수준은 상당히 높다는 걸.

그래서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했다. 가람의 스승이라고 불리는 게르트 뮐러를 찾아가 가르침을 청했고, 끈질기게 쫓아다니며 결국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경기를 통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가람은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차원의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동안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되자, 야마구치 츠바사는 이제 엉엉 울기 시작했다.

그런 야마구치 츠바사의 모습을 보며 바이에른 뮌헨의 동료 선수들이 야마구치 츠바사를 격려하기 위해 다가가려는 순간 생각지 않은 선수가 다가왔다.

“우냐?”

유창한 일본어에 야마구치 츠바사는 그게 당연히 형인 야마구치 켄이라고 생각해 답했다.

“아니 안 울어 형.”

“뭐냐? 난 너같은 동생 둔 기억 없어.”

다시 들려오는 목소리가 형이 아닌 것을 확인한 야마구치 츠바사는 눈가를 가린 눈물을 닦아냈다.

거기에는 다비드 조각상처럼 뛰어난 몸매를 가진 가람이 유니폼을 벗어 자신에게 건네는 모습이 보였다.

“이건..”

“뭐야? 교환하기 싫으면 말고.”

“아.. 아니.”

야마구치 츠바사는 황급히 자신의 유니폼을 벗어서 가람에게 건넸다.

자신이 먼저 다가가서 유니폼을 준 것도 아니라 상대가 스스로 유니폼을 벗어서 먼저 교환을 건넨다는 건 자신을 인정한다는 암묵적인 의미였기에 야마구치 츠바사의 표정은 금세 환해졌다.

그러자 가람이 무심하게 말했다.

“스승님 가슴 아프게 하지 말고 좀 더 열심히 해봐라. 너 정도면 그래도 쓸만해. 내가 아니면 막을 사람은 몇 없을 테니 말이야. 아! 그렇다고 나한테 라이벌 의식 불태우지 말고, 그 라이벌 의식이 너 스스로 세운 게 아니라 언론에서 세운 것도 있지 않아?”

일본이라는 나라는 신기했다.

대한민국에서 뛰어난 선수가 나오면 꼭 그 선수의 라이벌을 자국 선수에서 찾으려고 했다. 박지석이 선수 시절에는 카가와 신지를 라이벌로 비교하면서 카가와 신지를 괴롭혔고, 배구 여제 김인경과 기무라 사오리라는 선수를 라이벌로 비교하며 괴롭혔다.

그렇게 선수들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라이벌 구도에서 숨막혀 언론에 괴롭힘을 당하다가 빛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일본의 이상한 심리를 가람은 수많은 회귀의 삶을 통해 알고 있기에 걱정스레 말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건 없어. 넌 그냥 내 라이벌이야! 언젠가는 뛰어넘겠어!”

어느새 눈가 촉촉해진 모습으로 힘차게 말하는 야마구치 츠바사를 보며 가람을 고개를 저었다.

“말했듯이 넌 내 라이벌이 아니다. 어디 가서 그런 이야기 해봤자 바보 취급만 당할 거다.”

“바보라고 해도 좋아! 언젠가는 뛰어넘을 테니까!”

꼭 산책을 못 가서 기죽은 강아지가 산책 가자는 말에 기운을 차리며 꼬리를 흔들듯이 야마구치 츠바사는 기운을 차렸고, 그 모습에 가람은 걸음을 옮겼다.

자신이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는 건 쉽지 않을 테니 스승인 게르트 뮐러가 키운 야마구츠 츠바사 선수가 자신으로 인해 좌절해 망가지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그나마 자신이 할 수 있는 도리였다.

그렇게 벤치로 향하자, 박지석이 가람을 보며 말없이 손을 올렸고, 가람은 그 손에 하이파이브를 했다.

말이 필요 없는 경기력을 칭찬하는 듯한 박지석의 흐뭇한 모습과 가람과 하이파이브 하는 장면은 기자들의 카메라에 걸렸고, 그날 저녁 축구 사이트 하이라이트 기사에 다음과 같은 문구와 함께 걸렸다.

"축구 황제 김가람! 바이에른 뮌헨을 박살 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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