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8화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PSG전[6]
가람이 슈팅을 차기 직전에 킬리안 음바페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가람이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다음 세대의 축구를 이끌어 나갈 아이콘이라고 평가 받던 건 자신이었다.
다른 선수들도 몇 명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중에서 제일 가능성이 큰 건 당연히 자신이었다.
그런 자신에게 언론의 관심은 당연했고, 그런 관심에 킬리안 음바페는 흡족했다. 당연한 관심과 그 관심을 바탕으로 한 여려가지 금전적 이익들도 따라왔다.
하지만 가람이 나타나는 순간 언론의 관심은 가람 쪽으로 휩쓸리기 시작했다.
백인과 동양인의 혼혈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신비하고도 잘생긴 외모와 인성은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아이돌이었다.
하지만 그런 아이돌스러운 평가는 축구 세계에서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얼마나 실력이 있느냐가 중요했고, 가람은 그냥 얼굴이 반반한 것으로 인기를 끌다가 결국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잉글랜드 특유의 자국 출신 선수들에게 흥분하는 걸 생각하면 정말 순식간에 사라져가는 축구 아이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김가람 선수 잉글랜드의 손길을 버리고 아버지의 나라 대한민국 국적을 택하다.]
객관적으로 전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잉글랜드의 국적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적을 딸 때부터 가람의 행보는 이상했고, 유럽의 관심뿐 아니라 세계의 언론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물론 자신의 실력이 부족해서 잉글랜드가 아니라 다른 국적을 선택해 국가대표 경력을 이어가려는 선수들이 있기는 한데 처음에는 잉글랜드의 어린 나이대 연령별 국가대표를 겪은 후에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가람의 선택에 킬리안 음바페는 의아하긴 했지만, 생긴 외모로 봤을 때 축구보다는 외모를 통해 성공하고 이슈화시키고 싶은 분류의 선수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도쿄 올림픽에서 약간의 스타성을 확인하고 그렇게 사라지는 그런 인물이 될 거라고 예측했지만..
“네. 펠레의 후계자가 아니라 동양의 펠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브라질을 5대 0으로 이기며 가람은 단번에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
그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김가람은 단순히 스타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능력이 있는 축구 선수라는 걸 증명했다.
심지어 결승전에 대한민국과 붙게 되면서 킬리안 음바페는 가람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 나왔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가람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모든 감독들이 가람을 경계할 때 심지어 자신의 국가대표 감독인 에르베 르나르 감독이 김가람을 높이 평가했을 때 마음속에서는 싫어했다. 그리고 경기 전 인터뷰에서 그리고 자신을 향해 가람에 대해 물어볼 때
"감독님께서는 김가람 선수를 높이 평가하시는 것 같은데 킬리안 음바페 선수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솔직히 감독님께서 이런 이야기를 하실 때 공감은 가지 않지만, 저는 감독님을 믿고 신뢰합니다. 그래서 저도 김가람 선수를 유망주라고 생각하지 않고 한 명의 프로 선수로 생각해 있는 힘을 다해 겨뤄볼 생각입니다."
가람을 유망주가 아닌 한 명의 프로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걸 언론에서는 가람을 인정한다고 기사를 오해해서 썼지만, 킬리안 음바페는 그냥 김가람은 프로 선수이고 자신은 그 위에 있는 톱 레벨의 프로 선수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도쿄 올림픽에서 붙어본 가람은 놀라운 실력을 가지고 있었고, 3명의 수비가 붙어야 경우 수비할 정도의 실력이었다.
경기 내내 힘들었다. 하지만 후반 45분
타타타탓!!
자신은 감독의 지시에 따라 라파엘 바란과 헤딩 경합에서 밀린 가람의 실책을 기회로 만들어 공을 잡아 대한민국의 골대를 향해 뛰어갔다.
그리고 가람은 끝까지 추격해 왔다.
만약 그때 따라잡혔다면 킬리안 음바페는 가람이라는 존재를 마음속에 두고 경쟁해야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 집요할 거라 생각했던 가람의 추격은 힘이 빠졌고,
뻐어엉!!
자신은 후반 45분에 골을 넣고 도쿄 올림픽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리고 결국 가람 유망주보다 좋은 실력을 가지고 톱 레벨의 선수가 될 자질은 있지만 자신보다는 못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가람 선수 골든 보이로 선정된다.]
[김가람 선수 선더랜드 구단에게 프리미어 리그의 최초 우승을 안긴다.]
[김가람 선수 프리미어 리그 최연소 득점왕에 오른다.]
가람은 패배 한 후 그 패배의 아픔에서 벗어나기보다느 그걸 거름으로 삼아서 성장했고, 그 날이 다가왔다.
2021년 5월 26일 유로파 리그 결승전
킬리안 음바페는 이때까지만 해도 가람이 아무리 성장했다고 해도 자신의 팀에 있는 선수들이 이름값만 해도 충분히 선더랜드를 이길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유니폼이 그렇게 좋으면 경기 끝나고 교환이라도 하자고."
가람의 말은 자신을 상대로 생각하지도 않는다는 말이었고, 킬리안 음바페는 당시 욱하며 가람의 도발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가람은 이미 그 경기에서 킬리안 음바페와의 대결보다는 팀 경기를 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노력한 것이었다.
그리고 킬리안 음바페는 그런 가람을 보며 두려움을 느꼈다.
‘내가 지금 두려워하고 있는 건가? 바로 내가?’
하지만 그 두려움이 분노가 되는 순간 새로운 힘을 얻었고 동점골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힘이 있다면 경기는 자신이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가람은 능숙하게 자신의 플레이를 예측했고 자신이 가람을 막았던 순간 골을 노리지 않고 패스했다.
"고오오오오올!!! 조지 허니먼 선수!! 후반 43분에 역전골을 뽑아냅니다."
그리고 가람은 경기 막판에 자신의 팀을 조롱하듯 시간을 끌다가 찼던 프리킥.
모두가 그 프리킥이 골대 너머로 간다고 생각했을 때 킬리안 음바페만은 그 프리킥이 느린 장면으로 보이며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으로 사람이 차는 프리킥 궤적이 저렇게 멋있을 수도 있는가 하는 생각에 빠졌다.
"고오오오올! 후반 46분 김가람 선수가 추가 득점에 성공합니다. 만화에서만 볼법한 하프라인에서 프리킥을 단번에 골로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마지막 추가 시간이 끝날 무렵 킬리안 음바페도 가람과 동일한 위치에서 프리킥 찬스를 맞이할 수 있었다.
아까 봤던 프리킥은 자신도 찰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경기에서 얻은 힘을 이용한다면 충분히 골로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티이잉~
프리킥을 차려는 순간 각성 상태에서 빠져나오게 되었고, 킬리안 음바페는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공을 차지 못했다.
휘리릭~
킬리안 음바페가 찬 공은 높게 형성되었고, 가람이 찬 공처럼 방향이 꺾이며 아래로 내려오지 못하고 그대로 높이 날아가더니 골라인을 넘어갔다.
“아! 킬리안 음바페 선수의 슈팅은 관중석으로 날아갑니다.”
그렇게 경기는 끝났다.
킬리안 음바페는 그 경기에서 처음으로 벽을 느꼈다.
자신과 상대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선수는 이미 괴물처럼 성장했고, 나이를 비해 아니 나이를 생각할 수 없는 노련한 플레이로 자신의 팀을 흔들었고, PSG를 완벽하게 유린한 것이었다.
믿을 수 없었지만, 그건 사실이었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킬리안 음바페는 분노라는 망치로 자신이라는 강철을 무수히 때린 후 냉정으로 차갑게 담금질했다.
그리고 냉정을 되찾은 킬리안 음바페가 생각한 것은 다음 경기에서 김가람을 만났을 때 이겨주겠다는 일념 하나였다.
그렇게 생각이 정리되자, 킬리안 음바페가 찾은 것은 PSG 구단주인 알자드였다.
“무슨 일로 저를 찾으신 거죠? 킬리안 음바페 선수. 제가 좀 바빠서 용건은 간단히 했으면 합니다.”
당시 형들이 카타르 월드텁 유치 과정에서 나온 비리 스캔들 때문에 골치가 아팠던 알자드는 평소와 다르게 킬리안 음바페를 살갑게 맞이했지 못했다.
하지만 킬리안 음바페는 그런 알자드의 사정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걸 말했다.
“다음 시즌에 챔피언스 리그 우승컵을 위해 에르베 르나르 감독과 엘링 홀란드 선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저를 위주로 팀을 만들어 주십시오.”
“호오.. 대담한 말이군요.”
알자드도 이미 틀어져 버린 카타르 월드컵보다는 PSG의 선전을 보여주는 것이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네이마르를 바르셀로나로 리턴 시키며 킬리안 음바페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킬리안 음바페는 유로파 결승전 경기를 수없이 돌려보며 훈련했고, 새로 들어온 엘링 홀란드와 어울리며 그 경기에서 얻은 힘에 대해서 공유하고 훈련했다.
그리고 얼마 후, 둘은 각성 상태의 힘을 얻으며 다음에 가람을 만나게 되면 충분히 이 힘으로 경기를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가람! 김가람!!”
바르셀로나 8강전 2차전에서 가람이 메시의 추격을 따돌리고, 바르셀로나의 수비진을 스치듯 지나가며 마지막으로 바르셀로나의 골키퍼 테어슈테겐을 앞에 두고 골을 넣는 모습을 보는 순간 킬리안 음바페는 직감했다.
저 괴물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각성 상태를 쓸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킬리안 음바페는 결국 가람을 이기기 위해 준비한 것을 에르베 르나르 감독에게 말해 전술 준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원래는 자신과 엘링 홀란드가 준비한 개인 전술로 가람을 묶어두고 개인적으로 이기고 그 승리를 만끽하고 싶었다.
하지만 킬리안 음바페는 그것을 포기하고 팀 전술에 자신이 준비했던 계획을 포함했다.
그렇게 자신이 가람을 이기는 그림을 위해, 아니 나아가 선더랜드를 이기고 팀의 승리를 위해 포기했고, 노력했다.
그렇게 경기 초반에 그리고 방금 전까지 가람을 막을 수 있었다.
그리고 후반전 들어가기 전 라커룸
“오늘 경기에 너희들의 힘이 중요하다. 힘들 수도 있겠지만, 후반전에 가람을 막아준다면 우리는 연장전에 갈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충분히 우리가 이길 수 있을 거다. 조금만 더 힘을 내줘라.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마르퀴뇨스가 커버할 거다. 알겠지? 버텨라! 그리고 이기자!”
자신 두 명이 막아도 겨우 막아낼 수 있는 괴물.
이제는 인정해야 했다. 자존심과 팀의 승리를 맞바꿀 수 있다면 바꿔야 했다.
그리고 이제 남은 시간은 3분이다. 이 시간만 지나면 충분히 다음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방심은 하지 않았다.
가람을 상대할 때 방심은 그게 골로 이어질 거라는 건 그동안의 경험으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타타타탓!!
이 괴물은 어떻게 되어 먹은 건지 한 번 더 이 경기에서 성장 아니 진화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모습을 보였고, 자신들을 뛰어넘었다.
그리고 회상을 끝낸 킬리안 음바페의 눈앞에서 가람의 슈팅이 작렬했다.
뻐어어엉!
다소 먼 거리에서 터진 가람의 슈팅에 모두가 골대 너머로 간다고 생각했을 때 킬리안 음바페만이 그 슈팅 장면이 느리게 보이면서 그 어떤 슈팅 장면보다 아름답다는 생각과 함께 불길한 느낌이 들며 만감이 교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