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편
유배지의 아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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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명의 아이들이 멀리 먼지구름이 피어오르는 것을 보며 재잘대고
있었다. 모두들 낡고 헤어진 옷에, 얼굴도 지저분하고 머리도 감지
않아 찐득찐득 기름이 흘렀다. 시커멓게 더러웠고, 눈을 굴릴 때마
다 희게 드러나는 흰자위만이 유일하게 하얀 부분이었다. 뿐만 아
니라 모두 끔찍하게도 말라 있어 예쁜 구석이라고는 도무지 찾아낼
수가 없었다.
“왔다--! 정말 왔어!”
지평선 위로 검은 그림자들이 자그마하게 튀어나오는 것을 보고, 그
중에 제일 나이 많은 소년이 외쳤다. 다른 모든 아이들이 그러하듯
소년 역시 유형수의 아들로, 그 아버지는 강도죄로 8년 형을 받고
이곳으로 왔다. 이곳에 오는 죄수들 중 절반이 그렇듯 그는 뒤따
라온 아내와 함께 농장에서 일하는 중이었다. 아이의 아버지에게는
감옥생활보다는 식민지의 유배생활이 나아 보였다. 집도 있고, 아내
와 같이 살 수도 있으며, 작지만 월급도 받는다. 형이 끝나면 그들
은 먼 남쪽의 농장으로 가서 훨씬 더 좋은 조건으로 일하게 되고
잘만 하면 그곳의 땅도 가질 수 있게 된다-고 담당관은 말했다.
그 유혹에 넘어가 그의 아버지는 계약서에 서명을 했으며, 그로부터
5년째 되는 지금까지 줄기차게 후회하는 중이었다(그리고 그 아
내는 이제 푸념할 기운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이번에 오는 죄수 중 하나는 지하로 간다더라.”
작은 소녀 하나가 그 근방의 추레한 꽃무더기로 화관을 짜며 말했다.
소녀 역시 아버지가 유형수였다. 군대에 있다가 횡령죄로 체포된
사람으로, 유형생활을 택하며 아내와 딸을 이곳으로 불러왔다. 그들
은 형이 끝나는 대로 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형이 끝난 다른
유형수들처럼 항구에서 일하게 될 가능성이 더 높기는 하지만, 소녀
는 늘 ‘다섯 밤만 지나면 나는 제국의 브란 카스톨에서 귀공녀처럼
살게 될 거야!’ 하고 자랑하고는 했다(다섯 밤이 지나치게 많은
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 소녀의 아버지는 예전에 군인이
었던 덕에 글도 제법 알고 머리도 좋은 편이라 관리 장교의 비서
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니 새로운 죄수가 누가 오는 지도 잘 알 수 있었다.
들쭉날쭉하게 자른 갈색 더벅머리 소년이 물었다.
“그런데 그곳에는 몇 사람 있어?”
“일곱 명이야! 이제 여덟 명이 되는 거지.”
소녀는 자신감 넘치게 말했다.
소녀의 기대대로 아이들은 모두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 반짝 거리기
시작했다. 소녀는 금방 우쭐해졌다. 그곳 지하에 어떤 죄를 지은
사람들이 가는 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아이들이 아는 바로는 ‘굉장
히 무서운 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 했다. 아이들의 아
버지라고 해야 잡스러우면서도 용서하기는 난처한 죄들을 지은 사람
들이 대부분이라, 대체 어떤 죄가 ‘굉장히 무서운 죄’인 지 상상하
기 어려웠다.
“그런데 대체 뭐 하는 사람들이 오는 걸까?”
“우리 엄마 말로는 배교자들이랬어.”
드디어 새로우며 난해한 말이 나왔다.
아이들은 그 말을 한, 나이가 제일 어린 꼬마에게 휘리릭 눈동자를
몰아주었다. 그 아이의 아버지는 죄수가 아니라 광부다. 죄수의 아
이들과 광부나 농장 노동자들의 아이들이 따로 노는 것은 당연한
일이긴 했지만 이 꼬마만은 예외였다(집의 위치가 문제였다). 그러
나 갈색 더벅머리 아이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배교자가 뭐냐?”
꼬마는 어깨에 힘을 주며 말했다.
“사제님 말을 안 듣는 사람들이래.”
당장에 아이들이 심드렁하게 실망했다.
“겨우?”
“우리 아빠도 그런데? 사제님이 맨 날 회개하라 어쩌고 하면서 미사
에 나오라고 하는데 한번도 안 나갔어.”
“배교자는 너무 시시해! 분명 갈고리 손 같은 살인자들일 거야!”
“아냐, 그 사람은 사형 당했잖아! 그 정도 나쁜 놈이라면 죽이면 되
지, 뭐 하러 가두는 거야? 아닐 걸.”
“딴 거 생각해 봐!”
“세계 정복.”
“닥쳐.”
아이들은 다시 고민의 늪으로 빠져 버렸고, 빈곤한 지식에 근거를 둔
빈약한 상상력을 총동원하여 쥐어짜기 시작했다.
“마법사일걸.”
아이들의 눈이 그 말을 한 아이에게로 쏠렸다.
아이들 중에 제일 지저분한 아이로, 늘 자루처럼 생긴 남루한 옷을
입고 다녔다. 검은 머리카락은 헙수룩하게 자라눈까지 가릴 정도
였고, 다른 아이들이 그러하듯 역시나 비쩍 말라 있었다. 여자 아
이인지 남자 아이인 지도 잘 모른다. 그러나 여자처럼 입었고, 여자
아이라고 어른들이 말하고, 그래서 여자라고 생각되어 지고 있을 뿐
이다. 그 아이는 머리카락 사이로 음침하게 드러나는 짙푸른 눈동
자로 친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섬의 여기는 아주 특이해서 마법사들, 특히나 센 마법사들일 수
록 마법을 쓸 수 없게 된데. 그래서 본국에서 마법사가 죄를 지으면
이곳으로 보낸다고 하더라.”
“어째서 그렇게 되는 거야?”
“성에 원래 마법사 여왕이 살았잖아. 그 마법사가 죽으면서, 적이었던
파난의 힘을 빼앗기 위해 그런 저주를 걸었다는 걸. 결국 파난도
힘이 다 빠져나가 죽었지.”
모두의 눈이 진지해졌다. 이 아이는 이상하게 사람들을 얌전하게 귀
를 기울이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이 아이가 무언가 말하기만
하면, 아무 말도 아닌데도 굉장하게 느껴져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이 아이가 말하면 아무리 거짓말을 하더라도 진짜처럼 그
럴싸하게 들린다. 다른 아이들의 거짓말들이 지나치게 허술함에 비해,
이 아이만은 마치 진짜인 듯 어긋남이 없다. 뿐만 아니라 이
아이의 아버지가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는 아이들 중 그 누구도 모른
다. 그를 본 아이도 없다. 이 아이의 아버지는 감옥의 바닥 중의
바닥에 수감 중이었고, 다른 유형수들처럼 일하러 밖에 나올 수조차
없었다. 아이의 아버지는 죄수들의 왕이었고, 가장 무서운 죄를 저
지른 사람이다. 하찮은 권위에 쉽게 휩쓸리는 아이들은 이 아이를
은근히 골목대장 비슷하게 대우하고 있었다. 좋던 나쁘던 제일 굉
장해 보이면 정말 굉장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이다.
“유릭, 그럼 너희 아버지도 마법사였던 거야?”
제일 먼저 외쳤던 소년이 그렇게 물었다. 그러나 유릭은 딱 잘라 말
했다.
“지하 감방은 하나만 있는 게 아니야. 우리 아버지는 그 방이 아니라,
전혀 다른 방에 있어. 더 깊은 곳 말이야.”
있는 지 없는 지 누가 알겠는가. 그러나 유릭은 분명 지하의 지하까
지 다녀온 유일한 아이이기도 했고, 그의 분위기와 더불어 그 안에
드래곤이 잠자고 고블린들의 동굴이 있다 말해도 아이들은 믿을
것이다.
아무리 독방에 수감되어 있다 할지라도 가족 한명은 들어가도록 해
주기에 주말이 되면 유릭은 사과 하나와 감자 몇 개, 간혹 고기
조각 같은 것을 들고 지하로 내려가 아버지에게 가져다주고는 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모험이었으며, 아이들이 매
우 중시하는(그리고 어른들에게는 가소로운) ‘용감한 일’ 중 하나였다.
그 때 작은 아이가 발딱 일어나며 외쳤다.
“진짜 왔다, 왔어! 일어나!”
아이들은 모조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릭이 선두로 나섰고, 다들 그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얼마 안 있어 부옇게 피어오르는 먼지 속으로 회색 그림자들이 나타
났다. 그 선두에는 말 탄 장교가 채찍을 휘두르며 길을 때려댔고, 그
덕에 먼지는 더욱 자욱하게 뿜어져 오르고 있었다. 그 장교는 유형
지 마을 어귀에 몰려 있는 아이들을 보자 침을 탁 뱉었다. 늘 당하
는 일이었기에 아이들은 심술궂은 야유를 퍼부어 대고 뒤로 물러났
을 뿐 흩어지지는 않았다. 곧 그 뒤를 따라 죄수들을 호송하는 병
사들이 나타났다. 아이들은 그들 옆으로 몰려가며 새로 도착한 죄
수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근 두 달간이나 배의 창고에 뒤엉켜 먹
고 자며 씻지도 못해 더럽고 고약한 냄새들을 풍기고 영양실조로
비쩍 말라있었다.
“이 몹쓸 각다귀 자식들, 당장 꺼지지 못해!”
드디어 이 유형지의 병사-아이들은 거품 문 미친개라고 부르는-가
채찍을 휘둘렀다. 아이들은 성난 까마귀처럼 꽥꽥 야유를 퍼부어
대며 흩어졌다. 그리고 모두 고개를 돌려 죄수들을 살피는 것을 잊
지 않았다.
오랜 뱃길에 지친 죄수들은 건기의 풀들 보다 비쩍 말라 있었다. 뼈
마디는 툭툭 튀어 나와 있고 눈들은 멍청했다. 무척 어리지만 유
형지에 산 것으로 치면 오히려 선배가 되는 아이들은 심술궂게 웃으
며 그들이 배운 식민지 말로 야만인들처럼 외쳤다. 죄수들이 지친
눈길로 그들을 볼 때마다 아이들은 손을 치켜들며 욕을 퍼부어 댔다.
유릭은 친구들이 그렇게 병사들의 짜증과 주의를 모두 끌어 주는 동
안에 그 일에 끼는 대신 죄수들의 행렬 맨 뒤로 달려갔다.
그가 찾는 것은 이런 흔한 죄수들이 아니다. 찾는 것은 금방 나타났
다. 검은 창살로 이루어진 죄수 호송용 마차였다. 눈이 찌그러진
못생긴 검은 말이 그 마차를 끌고 있었고, 그 주변에는 다른 죄수들
모두를 지키는 병사들과 비슷한 숫자의 병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유릭은 슬쩍 그 마차 쪽으로 다가갔다. 비쩍 마른 아이에게 그 누
구도 신경 쓰지 않아 유릭은 곧 창살 너머까지 볼 수 있게 되었다.
안에는 석 달 안 치운 마구간보다 더 더러운 짚이 깔려 있고, 그 위
에 검은 짐승 같은 것이 웅크리고 있었다. 피와 오물에 지저분해진
그의 팔과 다리에는 두툼한 검은 족쇄가 채워져 있었고 그 손등에
는 이상하게 생긴 글자와 그림이 잔뜩 그려져 있었었다. 훤하게 드
러난 팔과 다리는 지독하게 더러웠다. 발바닥은 갈라 터져 있고,
손끝은 바닥을 긁어대기라도 한 듯 헤어져 고름과 피가 엉겨 붙어
있었다. 족쇄에 긁힌 손목과 발목에는 피딱지와 고름이 엉겨 붙어 있었다.
“어이.”
유릭은 그 죄수를 불러 보았다. 아무 답도 없이, 돌덩이처럼 꿈쩍도
하지 않고 있었다.
“어이!”
좀 더 크게 소리를 질러 보았으나 역시나 아무런 답도 없었다. 마차
가 길에 튀어나온 돌을 뛰어넘는 바람에 덜커덕 흔들렸다. 죄수의
몸이 같이 덜커덕 흔들리며, 나무뿌리처럼 부스스하고 더러운 머리카
락 사이로 그 얼굴이 드러났다.
눈이 마주쳤다. 죄수는 분명 눈을 뜨고 있었고, 그 눈만은 어둠 속
굶주린 고양이처럼 활활 타고 있었다. 피가 배어나올 듯 불그스레한
눈동자였다. 유릭은 눈을 가늘게 떴다.
“아저씨, 진짜 마법사 인가요?”
유릭이 그리 묻자 죄수가 웃은 듯 했다. 검은 피딱지가 붙은 거무죽
죽한 입술이 움찔 움직였으니. 마차가 멈추었다. 유형지의 간수와
병사들이 달려와 새로 도착한 죄수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유릭은 이곳에 처음 왔을 때가 생각났다. 돼지 검사하듯 그들은 그
귀를 잡아 당겨 목에 새겨진 번호표를 확인하고, 병이 있나 없나
눈을 뒤집고 이를 보이게 하고 혀를 내밀게 했다. 그리고 지금, 새로
운 죄수들 역시 비슷한 대우를 받고 있었다.
이곳으로 오면 일을 하며 돈도 벌고 나중에 땅도 받을 수 있다고 하
니 얼른 유형지 행을 택했을 것이다. 면회 온 아내에게도 그리 말
했을 것이다. 식민지로 가자, 그곳에서 몇 년 일한 다음에 정착하자.
이곳에서 살아봤자 무엇을 더 기대하겠나. 차라리 새로운 땅에서
새 출발을 하자. 하지만 좋은 땅을 죄수들에게 줄 리가 없다. 양떼가
풀을 뜯고 소 떼를 몰며 한가로이 굴러다니는 농장 생활을 꿈꾸며
왔을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끔찍한 농장과 비슷하게 끔찍한 광산
행이었다. 절반이 죽었고, 나머지 절반의 절반은 죽어가고, 정말
운이 좋은 나머지는 어서 형이 끝나고 본국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
고 있다. 탈출하다가 붙잡혀 목이 매달린 사람도, 유릭의 손가락
열 개를 두 번이나 넘어갔다. 간수에게 덤볐다가 목이 매달린 사람도
비슷하다.
그렇게 죽어 나가도, 이곳이 어떤 곳인지 모르는 본국의 빈민들이나
감옥보다는 나을 것이라 기대하며 오는 죄수들은 아직 넘치도록 많
으니 광산주들과 농장주들은 아낌없이 그들을 부려먹었다. 죽으면
때우면 된다. 돈? 벌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죄수들은 밖으로
나갈 수 없고, 유형지에서 일을 하며 돈을 받는 다는 이유 하나만
으로 그들은 죄수들에게 끼니를 제공하지 않으니, 농장주와 광산주들
에게 사 먹어야 한다. 그리고 결과는 뻔하다. 돈은 남지 않고, 몸은
축나며,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흘러가는 시간이 없어지는 것만이
그들의 유일한 낙일뿐이다.
그 때 신음 소리가 같은 것이 들렸다. 유릭은 얼른 고개를 돌렸다.
그 처참한 죄수가 드디어 입을 연 것이다. 갈라지고 쉬어서 짐승
신음 비슷하게 들렸다. 해골처럼 비쩍 마른 얼굴에, 더러운 피부는
지독하게 창백했다. 바람이 살짝 불어오자 그의 몸에서 풍겨 나오
는 역한 냄새가 확 치솟아 올라 더러운 것에 익숙한 유릭조차 고
개를 돌려버릴 뻔 했다.
죄수들 숫자가 안 맞는 지 저 쪽에서 큰 소리가 났다. 숫자는 이런
곳에서는 정말 목숨처럼 중요한 문제이니 아무래도 조금 길게 지
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유릭은 안심하며 창살에 기댔다. 다시,
죄수가 바람소리 비슷한 소리를 냈다. 유릭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답했다.
“파난 섬의 흑석 광산이죠. 근처에는 쿠삼 농장이 있어요..... 하지만
아저씨가 그런 곳에서 일할 일은 없을 걸요. 어차피 지하로 내려갈
테니까.”
죄수의 눈이 더욱 커졌다. 그 붉은 빛은 더욱 진해지는 것 같았다.
유릭은 호기심을 느꼈다. 이 눈동자 빛은 정말 처음이었고, 여기까지
이런 눈빛을 가지고 오는 죄수 역시 처음이었으니. 그는 정말
‘살아 있었다.’
“아저씨, 햇빛도 보지 못하게 될 거에요. 이 굉장한 마차보다
좁은 방에 웅크리고 앉아서 눈을 깜빡이는 것 밖에는 아무 일도
못하게 될 테지요........ 하지만 아저씨, 정말 마법사인가요? 그곳에
있는 사람 중에 진짜 마법사는 아무도 없거든요.”
죄수의 입술이 비틀렸다. 그가 바람소리 섞인 목소리로 뭐라 말했
다. 귀를 기울이자 그 남자가 힘껏 무어라 중얼 거렸다. 유릭은
알아들을 수 없어서 볼을 더욱 바짝 갔다 댔다. 그리고 드디어
남자가 알아들을 만한 말을 토해냈다.
“......나쁜......아이구나.”
눈의 붉은 빛은 더욱 진해지는 것 같았다.
유릭은 더욱 호기심이 일었다. 그 때 죄수가 몸을 뒤틀었고, 그제야
유릭은 죄수에 대해 또 한 가지 사실을 더 알게 되었다. 죄수의 손
목과 발목은 껍질이 잘려 있었고 그 힘줄이 끊어져 있었다.
족쇄를 하지 않아도 꿈쩍도 못하게 된 것이다. 혀를 자르지 않은 것
은 유일한 자비일 것이다. 말 그대로, 꿈틀대는 살덩어리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마차가 덜커덕 움직였다. 유릭은 이제는 물러나야 했다. 그리고는
목소리를 낮추어 속삭였다.
“마법사 아니죠?”
“..........”
“하긴, 진짜 마법사라면 잡히지도 않았겠지요. 우리 아빠처럼. 왜
사람들이 아저씨를 마법사라고 하는지 알아요. 아저씨를 무지 미워
하는 사람이, 아저씨를 이 섬의 입 속에 평생 처박아 놓으려고 그런
거짓말을 한 거죠. 그 곳에는 마법사 만이 들어갈 수 있으니까.”
마차가 덜커덕 덜커덕 길을 가기 시작했다. 길 위로 먼지는 자욱하
게 피어올랐고 더러운 몸에 먼지까지 덮어쓰게 된 추레한 죄수의
눈이 유릭을 향하다가는 꺼지듯 감겼다. 곧 친구들이 몰려왔다.
방금 전에 유릭이 지하로 가는 것임에 분명한 죄수와 이야기 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들 모두 죄수의 정체를 궁금해 하고 있었다.
유릭은 적당한 거짓말을 생각하며, 한 번 더 그 죄수를 흘끔 보고는
친구들에게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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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잡설: 유릭은........ 의외로 여왕님일 지도...
일단은 계속입니다. ^^
[홍염의 성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