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홍염의 성좌-21화 (21/174)

제20편

푸른 수정#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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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 카밀턴은 유릭이 타 준 홍차까지 마실 수 있게 되었다. 곱

고도 훌륭한 색의 홍차 색을 보며 카밀턴은 이 유릭이 스콘 만드는

솜씨도 있기를 빌었다.

“몇 살 때부터 복무했나.”

“열네 살 때부터 입니다.”

“그거, 지나치게 이른데.”

“저는 고아였고, 돌봐야 할 동생까지 있었습니다. 저희 형제를 맡아

주셨던 분이 퇴직 군인이셔서, 그 분 덕에 일찍 들어가게 되었습

니다.”

“책은 많이 읽고 있는 듯 한 데, 어느 시간에 그리 공부한 건가.”

“시간이란, 쪼개면 쪼갤수록 많이 나오는 겁니다. 또, 제 적성검사를

했던 분께서 저를 바로 특무부로 돌렸기에 책을 읽을 기회는 많았

으며, 읽어야 하기도 했습니다.”

카밀턴은 다시 안경의 테두리를 툭툭 쳤다. 방금 전에는 난처한 표정

이었다면, 이번에는 조금은 부드러운 표정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 때부터 죽 특무부에서 근무한 건가.”

“네. 그리고 그곳에서 프리델라 님을 뵙게 되었습니다. 모셨던 상관

중에 가장 까다로운 분이셨지만, 동시에 가장 공평한 분이시기도

했습니다.”

“자네가 성격이 좋았던 것 같군.”

“네?”

카밀턴은 얼른 손을 저었다.

“아니, 아니네. 자네에 대해 대강 알고는 있었는데, 이상한 것 몇 가

지 확인하느라 물어 본 것뿐이네. 뭐, 그 정도면 되었으니 자네에

관해서는 천천히 말하도록 하지......... 그래, 프리델라가 이번 일에 대

해 어디까지 말했지?”

“방금 말씀드린 대로 입니다.”

“어디서부터는 이야기 했어도, 어디까지인지는 아직 하지 않았어. 내

가 왜 위험한 지는 말 하던가?”

“하지 않으셨습니다. 카밀턴 경께서 저를 직접 만난 후에 거절할 경

우를 생각하신 듯 합니다. 그럴 경우 오히려 아는 것이 독이지요.”

“그래. 좋아, 그럼 자네가 한번 짐작해 보게. 내가 왜 위험한 것 같

나.”

“흔한 이유라면 역시나 정적이지요.”

“바리암에서 파견한 암살자라는 말보다는 조금 낫네만, 그래도 정말

흔한 답이군. 그렇게 말하면 점수 깎이는데.”

유릭이 빙그레 웃었다.

“흔한 답을 한다면 경께서는 제게 부담 없이, 그리고 되도록 정확하

게 어찌 된 것인지 가르쳐 주실 겁니다. 하지만 제가 무리하다가

전혀 엉뚱한 답을 한다면 평가는 두 가지지요. 그것이 정답일 경우에

는 경계를, 틀릴 경우에는 바보 취급.”

“지금도 충분히 엉뚱한 답이야. 하지만- 지금은 흔한 답이 맞네. 맞

아, 내 목숨을 위협하는 건 정적이야.”

유릭은 포트를 내려놓고 앞자리에 앉았다. 홍차 맛을 보며, 카밀턴

경은 스콘 생각이 간절하게 나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차 옆에는 단

것이 있어야 한다.

“누굴까?”

“알 리 없습니다.”

카밀턴은 피식 웃었다.

“......사실 나도 몰라. 알다시피, 나는 군인이고 내 집안은 대대로 군

인이지. 또한, 내 아버지를 제하고는 대부분 중립을 지키려 노력해

왔다네. 그런 내가 위험하다는 것을, 프리델라가 가르쳐 줄 때까

지 전혀 몰랐다네. 다리를 다친 것도 그저 사고라고만 여겼고, 푸

른 진주 섬에서 쉬는 내내 내 집안에서 생기는 이상한 일 역시 사고

라고만 여겼었지. 내 하인이었던 렌 군이 시체가 된 것을 프리델라

의 특무부원들이 발견했을 때에야, 나는 내가 꽤 난처한 위험에 처

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네- 아, 한잔 더 주게.”

유릭은 차를 따랐다. 카밀턴은 잔을 얼굴 가까이 가져와 그 그윽한

향기를 맡았다.

“확실히, 누군가가 나를 노리고 있어. 누군지는 모르지만 말이야.”

그리고 카밀턴 경은 자신의 다리를 가리켜 보였다.

“보다시피 지금의 나는 걷기조차 불편한 몸이야. 적어도 석 달 동안

착실하게 재활치료를 받아야 내년에야 전장에서 뛰어다닐 수 있고,

나한테 달려드는 암살자 녀석들도 걷어 찰 수 있을 테지. 자네가

해 줄 일은 이런 나를 돕는 거야.”

“왜 하필 특무부에서 고른 겁니까.”

“왜 라고 생각하나.”

“상대가 마법- 그것도 흑마법에 준하는 마법을 쓸 경우에만 군 밖으

로, 또한 개인적으로 특무부가 움직이게 되어 있습니다.”

“맞아. 지금 내 목숨을 노리는 자는, 흑마법에 준하는 난처한 일을 벌

이는 사람이네.”

“근거는 무엇입니까.”

“렌 군의 시체에는 흔적이 있었네.”

“어둠을 벗 삼는 마법사들은 흔적을 남기지 않습니다. 흔적 자체가

표적이 될 수 있고, 표적인 동시에 약점으로 잡힐 수 있으니까요.”

“그래, 의도하지 않은 흔적을 남기는 바보라면 내 다리를 부러뜨리기

전에 자기 목이 먼저 부러졌을 테지. 하지만 그 경우는 정말 의도한

흔적이었네. 이마에 떡하니 그려 놓았더라니까.”

카밀턴은 자신의 이마를 가리켜 보였다. 유릭이 말했다.

“혹시 그려 보여 주실 수 있습니까?”

“물론.”

카밀턴은 메모지를 꺼내어, 연필로 그 위에 서툰 그림을 북북 그려

넣었다. 유릭은 뒤에서 살펴보았다. 매우 끔찍한 솜씨라 그 윤곽을

알아보는 데는 풍부한 상상력이 필요 했지만, 어쨌든 눈 찌푸리고

잘 살펴보니 날개 비슷한 형상이었다(나비인지 새인지는 도저히

모르겠다).

“혹시 예전에 이런 것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카밀턴 경은 파이프를 한 번 더 빨아들이고는 넌지시 말했다.

“아주 예전에 한번 본 적이 있지.”

“언제입니까?”

“그건 비밀이라 가르쳐 줄 수 없네만, 어쨌건 위험천만한 존재와 관

련이 있는 건 사실이네. 혹시,  특무부 일을 하면서 그런 것을 본

적이 있나?”

“없습니다. 어차피 저는 식민지 특무부이고, 그곳은 본국보다는 일이

적고 한정되어 있습니다......그러니 제게는 처음 보는 표식이군요.

물론 카밀턴 경께서 그림을 매우 못 그리신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말입니다.”

그리고 유릭은 그림을 돌려주었다. 카밀턴 경은 그렇게 못 그렸나 싶

어 자신의 그림을 다시 한번 잘 살펴보았다. 그러나 그가 보기에는

정말 똑같이 그린 것처럼 보였다.

“어쨌건, 빈약한 정보에 기초할 지라도 최선을 다해 제 임무를 수행

하겠습니다.”

“그래, 그래 주면 좋겠어. 그래도 자네가 지나치게 젊어서 걱정되기는

하네.”

“솔직하게 ‘어려’ 보인다고 말씀 하셔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경께서

저를 믿지 않으신다면, 저는 그 어떤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임무를 수행하는 일과, 경의 오해를 푸는 일을 동시에 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건 또 의외라, 카밀턴 경은 다시 안경 테두리를 툭툭 쳤다. 유릭이

말했다.

“특무부 일에 대해 얼마나 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실제 일을 하다

보면....... 저희들은 상대방을 철저하게 믿거나 철저하게 불신해야

합니다. 일단 시작되면 생각할 틈이 없으니까요. 이런 말씀을 드려

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건 도박이군.”

“식민지에서의 전쟁은 무엇이든 도박이었습니다. 법칙과 운으로 계산

한, 그런 승률의 도박 말입니다. 특히나 저희들은 일이 터질 때마다

도박을 해야 하지요.”

카밀턴은 어깨를 으쓱했다.

“일단 한번 봐야 알겠지. 나는 자네에게 도박을 걸고 싶네만, 자네를

데리고 어떤 법칙이 있고 어떤 운이 따르는지도 모르기에 승률을

계산 할 수 없어.”

유릭은 이번에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 정말 핏줄이 의심

스런 이국적인 얼굴이라 생각하며, 카밀턴 경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는 말했다.

“일단 오늘 저녁 식사부터 나와 동행하도록 하게. 모두에게는 그냥

사촌의 아내의 동생의 아들의 친구의 동생이라고 말 해두겠어.”

메이드라 호에 마련된 특등실 손님들만을 위한 식당은 역시나 굉장했

다. 황금 꽃이 핀 듯한 샹들리에가 천장에서 빛났으며, 금으로 끝을

수놓은 테이블보가 테이블마다 하얗게 덮여 있었다. 그 위에는

은으로 된 나이프들과 포크들의 끄트머리가 반짝였고, 그 테이블 마

다 붉은 장미들이 한 송이씩 꽂혀 있었다. 잘 차려입은 귀부인과 신

사들이 웨이터들의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았다.

유릭과 카밀턴 경이 식당에 나타나자 웨이터는 구석진 곳으로 그들을

안내했다. 사람들 시선이 잘 안 닿는 곳인 데다가 테이블 옆에는

조각상까지 하나 놓여 있어 주의력이 상당하지 않는 한 그곳에 테

이블이 있는 지도 모를 정도로 잘 감추어진 곳이었다.

“궁전처럼 굉장한 배군요.”

“이 배의 소유주가 누구인지 아나? 여러 모로 굉장한 사람인데 말이

야.”

“살비에 마델로.”

“어라, 아는 사람인가?”

유릭은 그들 옆의 조각상에 붙어 있는 현판을 가리켰다. 즐거운 여행

어쩌고 적혀 있는 끝에 살비에 마델로라는 서명이 되어 있었다. 금빛

찬란한 현판은 조각상에 전혀 어울리지 않았고, 유난히 촌스러워

보였다.

“예전에 마그레노 항의 시장이었던 사람이라네. 시장이 되기 전에

부자였지만, 시장이 된 후에는 더욱 부자가 되었지.”

그리고 그는 유릭을 가리켜 보였다.

“그 항구에는 말이네, 자네 만했을 때 도시에 들어와 단 10 년 만에

항구의 거상으로 성장한 청년이 한 사람 있었지. 그 때 나는 브란

카스톨에 있었으니, 그 청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네. 하지만

여기저기서 미움을 샀는지, 교황청으로 그에 대한 고발이 들어왔다네.

그는 당장에 체포 되었고, 재판은커녕 죄목조차 가족에게 알려

주지 않고 바로 끌려가 버렸지. 그런데 그 청년의 재산은 그 청년이

가족이 없었으므로 말 그대로 허공에 떠 버리게 되었어. 바로 압

수를 해야 정상인데, 그 청년은 너무도 갑작스레, 또 극비에 붙여

진 죄목으로 끌려 간 거라 빠르게 압수 할 수 없었지. 하지만 석 달

뒤, 그의 재산을 정리하기 위해 정부에서 사람들을 파견되었을

때 그의 재산은 어디에도 없었다네. 단 한 푼도. 그 아래에서 일하던

사람 몇 명과, 그 시의 시장이었던 살비에가 모조리 긁어가 버렸으니까.”

“그렇군요.”

“좀 더 극적인 감탄사는 없나?”

“아, 그렇군요.”

“......”

“계속 말씀해 주십시오.”

카밀턴은 유릭을 한번 흘끔 보고는 말을 이었다.

“어쨌건 살비에는 얼른 시장 직에서 물러난 뒤에, 그 돈으로 사업을

크게 벌이기 시작했다네. 작년에 아주 큰 위기가 있었지만, 그는

결국 다시 재기하여 이제는 이런 여객선 사업에 손을 대고 있다네.

식민지에서 본국으로 가는 모든 여객선이 그의 것일 정도이지.”

유릭은 다시 한번 만찬장 안을 둘러보았다. 사방에서 금빛 조명들이

부서지고 있었고, 그 빛은 이 거대한 식당 안의 손님들의 목과 귀와

손목에서 번쩍이는 보석들 위에 칼 같은 섬광을 뿌리며 깨어진다.

전채 요리가 나왔다. 카밀턴은 그 중 하나를 찍어 입에 넣었다.

“그 가엾은 청년의 고발 건으로 이익을 본 사람은 많지. 그의 상회에

서 일하던 누군가는, 지금 그 상회의 주인이 되어 있어.”

유릭은 전채 요리를 지켜만 볼 뿐이었다. 별로 먹고 싶지 않았다.

“그 사람에게 아내나 가족은 없었나 보죠?”

카밀턴은 고개를 끄덕였다.

“약혼녀가 있기는 했지만, 그 아버지와 함께 어딘가로 사라졌다더군.”

“다른 사람과 결혼해서 떠난 겁니까.”

“그렇다고 들었네. 왜, 흥미 있나?”

“재미있으니까요.”

그러나 말투가 너무나도 조용해서, 그냥 들으면 답할 말이 없어서 아

무거나 툭 내뱉은 말이라 생각할 법 했다.

“말씀 하시는 것으로 보아 꽤 오래 전 일 같은데요.”

“10년도 더 된 옛날 일이네. 자네가 아마 두 세 살 살 정도 되었을

때일 거야. 하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때나 지금이나,

살비에라는 인간은 정말 형편없는 인간이지. 하지만 그렇게 끔찍한

말종이어도, 그 딸만은 굉장한 소녀야.”

“미인인가요?”

“미인일 뿐만 아니라, 지금 데뷔 1년 만에 브란 카스톨을 흥분시키는

마돈나, 노래의 천사이이지. 나도 한번 공연을 본 적이 있네만, 그런

추잡한 사내가 어떻게 그렇게 천사 같은 소녀를 딸로 두었는지 정

말 궁금할 지경이었어. 세상 조금 불공평 하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카밀턴은 와인을 한 모금 더 마셨다. 전체 요리 두개는 그가 다 먹어

치워버렸다. 잠시 뒤 메인 디시가 나오기 시작했다. 생선요리였다.

화제 역시 바뀌었다.

“그래, 크로반 하사. 자네 동생은 지금 뭘 하고 있나.”

“학생입니다. 시곤 항의 기숙학교를 다니고 있고, 올해로 열여섯 살입니다.”

“동생은 군대에 안 들어가나?”

“보내지 않을 생각입니다. 식민지 금화 1만 크롤린은, 그 아이를 면제

시키는 데 쓸 예정입니다.”

“아니면 자네가 2년 더 하는 수도 있네.”

“사실, 이 일을 맡기 전까지만 해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동생을 위한 희생인가? 좋은 형이군.”

“그건 아닙니다. 동생이 하지 않던 일을 하는 것 보다는 제가 하던 일

을 계속 하는 게 낫기 때문입니다. 또-”

유릭은 생선을 자르려다가, 카밀턴 경이 소스를 뿌리는 것을 보고는 나

이프를 내려놓았다.

“또?”

“특무부 월급은, 제가 제 나이에 벌 수 있는 돈 중에는 가장 많습니다.

게다가 공부도 할 수 있었고요.........아, 이런.”

카밀턴이 레몬을 짜다가 레몬즙이 유릭의 이마로 직선으로 쏘아져 나

갔다. 유릭은 손목으로 그 즙을 문질러 닦았다. 카밀턴이 다시 손에

힘을 주다가, 그만 레몬이 튕겨 나가 버렸다. 레몬은 유릭의 어깨를

넘어 바닥으로 도르르 굴러갔다.

“......동생이 특무부에 갈 거라는 보장도 없으니, 그냥 제가 더

오래 하는 게 낫죠.”

“듣고 보니 꽤 합리적이군. 나는 잘난 동생을 성공하게 하기 위해서

라면 저 한 몸을 희생해야 합니다, 어쩌고 할 줄 알았네만.”

“동생이 뛰어난 건 사실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저 자신을 희생한다면

그건 나중에 성공한 동생이 저에게 줄 것을 계산하여 그리 하는 것 이

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제게 남은 가족은 동생 하나뿐이고, 가족으로

써 충분히 사랑합니다. 그 때문에 서로가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

해 하는 것뿐이고, 도울 수 있는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카밀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생선을 썰기 시작했다. 그러나 영 서툴

렀다. 제대로 뼈를 발라내지도 못하고 있었다. 간신히 발라내어 봤

자, 생선살은 다 부스러져 버렸다.

“이래서 생선이 싫다니까! 아, 사실 내 조카도 특무부에 들어가고

싶어 하지. 나중에 만나게 될 텐데....... 만나거든 한번 이야기 해

보게. 상당히 골치 아픈 아이인 건 사실이네만, 조금 혈기왕성한 사

춘기 소년인지라 특별히 악의가 있거나 해서 그런 게 아니라 단지

그럴 나이기 때문에 그런 것뿐이야.”

“저도 이제 열여덟인데요.”

“설익은 사춘기는 지난 나이 아닌가. 설익은 사춘기는 숭배를 원

하고, 잘 익은 사춘기는 비대해진 자의식을 주체 못해 안달인 시기

이지. 내 조카 놈은 전자이고, 내가 말 해 봐야 노친네 푸닥거리라

고 코웃음 치는 녀석이니, 적어도 조금 위인 자네가 말하면 눈 반

짝이며 잘 들을 거야.”

“왜 그런 것을 하고 싶어 하는 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군요.”

“본국의 특무부는 식민지의 특무부와는 틀리네. 식민지 특무부는

말 그대로 개고생이지만, 본국의 특무부 일은 훨씬 더 다양하고, 훨

씬 더 복잡하며, 그렇기에 골치 아픈 일들뿐이니 어린놈들에게는

세상에서 제일 신나는 일처럼 보이기도 하지. 그래, 자네는 주로

어떤 일을 했나.”

그리고 포크를 든 손을 들다가, 그만 포크가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

지고 말았다. 유릭은 참으로 어수선한 식사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항마지역을 만드는 일과, 항마가 제대로 되지 않은 지역으로 파견

되는 일들이었습니다. 엉뚱한 신고 때문에 달려간 적도 많았지요.

하지만 나이가 어리다고 임무에서 배제된 적은 없습니다.”

“고작 열 대여섯에, 다른 아이들은 학교에 다닐 나이에 그러고 다

닌 건가....그런데 이 포크는 어디로 간 거야?”

“저기, 발 옆에 있습니다. 바쁘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공부

를 못 한 것도 아니고, 또래 친구가 없었던 것도 아니라....별로

억울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일정이 어떻게 되십니까.”

“찾았다. 이 배는 나실레 섬을 들렀다가 마그레노로 간다네. 나는

나실레 섬에서 내릴 예정이네.”

“저는 마그레노 까지 간다고 들었는데요.”

카밀턴은 아, 그게- 하고 말하려고 손을 들었다가 이번에는 나이프

를 쳐서 떨어뜨렸다.

“프리델라에게 말할 때는 그랬는데, 이 배에 타기 전에 일정을 조

금 바꾸기로 했네. 지금은 말 그대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태

이고, 그런 만큼 처음 일정대로 고지식하게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이거든. 일단 자네와 합류 했으니, 그 다음부터는 눈에 뜨이지

않게 브란 카스톨로 들어갈 생각이네. 이해해 주기를 바라네.”

“그 곳에는 언제쯤 도착하지요?”

“일주일 정도.”

“......하지만 카밀턴 경, 경께서는.... 다른 사람 눈에 안 뜨이게

움직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것 같군요.”

“아아, 내가 좀 유명하기는 하지.”

“그게 아니라....... 가는 곳마다 왔다 가셨다는 표시를 너무 분명

하게 내고 계시잖습니까.”

얼른 나이프를 집어 든 카밀턴은 고개를 들다가 테이블에 부딪히고

말았다. 동시에, 테이블에 반쯤 걸쳐져 있던 포크도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유릭은 대신 그것을 집어 테이블 위에 얹어 주었다.

“그곳으로 가신다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도 알렸습니까?”

“나실레 섬의 호텔 주인과 내 여동생 헨리에타.”

“카밀턴 경, 비밀리에 움직이시는 게 맞습니까?”

“그런데.”

“......”

유릭은 이 카밀턴이 어찌하여 기적의 장군이자 서부전선의 사자라 불

릴 수 있게 되었는지 궁금해졌으며, 행여나 동명이인을 잘못 찾은 것

은 아닐까 하는 난처한 생각마저 들었다.  카밀턴이 다시 나이프를 날

려 버렸고, 유릭은 웨이터를 불렀다.

“나이프 세 개 주십시오.”

“세 개?”

“아, 정정. 네 개 주십시오. 그리고 카밀턴 경, 비밀은 세 사람 이상

알면 이미 비밀이 아닌 법입니다. 장담컨데, 지금쯤 온 나라에 경께

서 그 섬으로 가신다고 소문이 퍼져 있을 걸요.”

“아차.”

카밀턴이 나이프를 놓쳤고, 그것은 유릭의 발 옆에 푹 박혔다.

유릭은 이번에는 아무래도 실수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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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잡설: 주인공은 유릭 크로반 군이 맞습니다. ;;

그리고 늦은 감사말들 드립니다.

키아 님, 힐러 드레스 감사합니다;;

휘안토스 님, 그날 마감시간이 되서 나오가 잡아 갔어요~~;;;

다시 뵐려고 해도 못 뵈어서 이 자리에 사과드립니다;;;;;;;

p.s 시간 나면 얼렁 얼렁 고쳐 놔야지요;;

일단은 계속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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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염의 성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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