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편
검은 날개 조각#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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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웨나는 오터가 괴로워하든 말든 ‘연습 중’이었다. 그것도 거의 광란
의 아리아라 불리는 20분짜리 초고음 아리아를.
오터는 당장 입 닥쳐 어쩌고 하며 윽박질러 댔지만, 그 때마다 로웨
나는 “어머나 어디까지 불렀는지 잊었어요.” 따위를 중얼거리며 처
음부터 다시 시작하곤 했다. 오터가 얼굴을 들이밀며 으르렁댔다.
“언제부터 그렇게 열심히 연습했나.”
“늘, 언제나, 항상이지요. 아, 저, 씨.”
“나는 이제 서른 하나야. 아저씨라고 그만 빈정대.”
로웨나는 놀랐다는 표정을 짓는 데 지나치게 성의를 보였다. “어머나,
세상에!” 오터의 턱이 가볍게 경련을 일으켰다.
“예순 하나가 아니었나요?”
“......”
오터가 이를 빠득 가는 동안 로웨나는 다시 노래를 부르려 했다. 오
터가 험악하게 말했다.
“한번만 더 그 마녀 통곡 소리 같은 노래를 불렀다가는 목을 졸라 버
릴 테다.”
“제 스승이신 진지어 빅틴 여사께서는 이거야 말로 제 장기라고 하셨
는걸요. 감성이 풍부하며, 호흡이 아주 안정된 고음.”
“아하, 정말 궁금하군. 그 빅틴인지 뭔지 하는 여자 말이다! 어떤 귓
구멍을 가졌길래 그런 노래를 장기라 하는 거냐.”
“어머, 그 분은 이 제국에서 가장 유명한 성악 교수중 하나이시고, 아
저씨가 아주아주 사랑스러워 하는 에닌의 스승이기도 했어요. 하긴,
뭐 아는 게 있어야 유명한지 아닌지 알겠군요. 아저씨가 아는 거라
야 윽박질러 대는 것뿐일 테니까.”
“오터 씨다.”
“네, 오터 아저씨.”
오터는 뜨끈한 한숨을 내 쉬었다. 한대 쥐어박을까, 하고 한번 심각
하게 고민한 후에 그는 매우 점잖게 말했다.
“연습 그만해. 내내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적어도 내가 너를 지키는
동안에만 하지 마라.”
“한번이라도 더 열심히 연습 해야지 조금이라도 더 실력이 나아지지
요.”
“진짜 재능이 있다면 한 두 번의 연습만으로 충분한 거 아닌가. 천재
란 배우지 않아도 다 알아서 한다는데.”
“어머나, 아저씨는 멍청한 상상력밖에 발휘하지 못하는 바보로군요.
하긴, 사람들은 빼어나게 잘 하는 사람을 천재니 뭐니 추켜세우며
그런 사람들이 전--혀 노력하지 않아도 그 정도 하는 거라 생각하지요.
왜냐면 타고나서 저 정도 부르는 거라 생각해야 속편하거든요. 나는
그렇게 태어나고 저 사람은 이리 태어났으니, 내가 이렇게 된 것
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라고. 하지만 아저씨, 노래라
는 건 재능이나 타고난 능력만으로는 안 되는 게 더 많다고요. 수
천 번을 갈고 닦아야 안정된 음을 안정된 연기력과 함께 낼 수 있는
거지요. 재능이란 수십 번의 연습과 노력 끝에 좀더 나은 길을 좀
더 쉽게 찾아가게 해 주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게다가 한
두 번 남보다 좀 더 잘한 거 가지고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더 잘 할 거라 착각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조금 나은 실력 따위는
아무 쓸모도 없어진다고요. 그리고 꼭 이런 애들이 나중에 이러지요.
‘아아, 내가 말이야 예전에는 잘 했는데 말이야. 예전에는 내가 쟤
보다 훨씬 더 잘했는데 말이야. 아, 그렇다고 지금의 내가 못하는 건
아니야. 나는 쉬고 있는 것뿐이니까, 조금만 하면 금방 저 정도 할
수 있어.’ 그래 놓고 십년이 되도 이십년이 되도 아무것도 안하지요.”
오터는 후회하기 시작했다. 차라리 그 광란의 아리아를 들으며 괴로
워하는 편이 훨씬 낫다. 정말 속살같이, 쉴 새 없이 쏘아붙여 대는데,
이건 귀 안에 참새 백 마리를 넣어 놓는 것보다 괴롭다. 게다가 아
는 게 있어야 반박이라도 하지. 이럴 때는 그냥 내가 잘못했으니 우
리 1층 식당으로 아이스크림이나 먹으러 갈까, 하는 것이 가장 좋
았지만 오터는 자존심과 고지식함 때문에 그런 당연한 발상은 전혀
떠올리지 못했다.
“그만 떠들어 대고 그냥 연습이나 해라.”
“당연히 그럴 생각이었어요, 아저씨.”
로웨나는 가볍게 턱을 돌리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막 노래를 부
르려는데, 창가로 늘어진 굵은 나뭇가지의 잎들이 바람이 없는 데도
들썩이며 흔들리는 것을 발견했다.
로웨나는 대체 무엇 때문인지 궁금해져서 창가로 다가가며 눈살을 찌
푸렸고, 어둠을 응시할 정도로 시야가 잡히자 그제야 방금 전과는
분명히 다른 것이 있음을 발견했다.
로웨나는 눈을 크게 떴다.
“어라.”
“갑자기 왜 그래, 너?”
“저리로 다니는 하인도 있나요?”
로웨나는 창밖을 가리키자 오터가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가 나뭇가지에 앉아 안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온 몸을 새카맣게 덮은 옷을 입은 남자였다. 산책하다 쉬는 듯이 느
긋하게 앉아, 오터가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태평하게 그대로 있었다. 로웨나가 바라보고 있으니, 남자는 곧 그
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무래도 웃는 듯 했다.
오터는 신음을 삼키며 허리 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하인이 시중들러
오는 정상적인 코스도 아니거니와, 새나 원숭이 비슷한 거라고 보
기에도 무리가 많다.
로웨나는 방긋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누구시죠?”
남자는 로웨나 쪽으로 고개를 숙이며 부드럽게 말했다.
“밤의 신사.”
“어머나, 느끼하기도 하셔라. 좀 더 귀여운 말은 없어요?”
검은 옷의 낯선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로웨나는 그가 상당히 키
도 크고 체격도 좋은 남자라고 생각했지만, 다시 보니 제비처럼 날
렵하고 호리호리해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보니,
이번에는 작고 왜소해 보이기도 했다. 이상하다. 아무리 어두운
곳이라지만 이다지도 다르게 보일 리가 없는데.
“노래를 들으셨다면 박수는 필수에요. 불한당 클럽의 신사분이 아닌
이상, 모든 가수에게 경의를 표해야지요.”
남자가 박수를 쳤다. 장갑을 낀 손이라 둔탁한 소리만이 났다.
로웨나는 검은 옷의 남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눈은 검은 두건에
가려 보이지 않았으나, 로웨나는 그의 시선이 자신에게 내리박혀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로웨나는 창턱을 살며시 짚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앙코르 공연을 바라신다면 꽃이 필수지요.”
“미처 준비하지 못했는데.”
“그렇다면 입맞춤으로 대신하세요.”
로웨나가 손을 뻗자, 검은 옷의 남자는 웃음을 터뜨리고는 로웨나가
내민 손등에 키스했다.
상황은 이상했지만, 그는 분명 이 이상한 상황을 즐기고 있으며 로웨
나를 재미있어 하고 있었다.
-자, 밤이 왔군요. 사랑하는 내 사람.
로웨나는 검은 어둠 속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목까지 오는 검은 옷에, 머리역시 두건으로 가리고 있었다. 눈도 보
이지 않는다. 어둠 속에 더한 어둠이 되어 그 눈은 가려져 있었다.
콧날을 보고 싶었지만 어둠에 묻혀있다. 턱과 입술은 잠깐씩 윤곽
만 보였다가 어둠 속으로 사라질 뿐이다. 체격이라도 자세히 보려
했지만 마찬가지였다. 방금 전에 세 남자가 겹쳐 보였던 것처럼,
지금은 늘씬해 보이는 체격이지만 방금 전에는 분명 마르고 왜소해
보였고, 가볍게 눈길을 들었다 내려보니 이번에는 훨씬 더 건장한
체격이 되어 있다. 그 세 가지 모습이 계속 번갈아 보였다가 사라
지고 다시 나타났다 사라지고 있었다.
-자, 창가로 와 주셔야지요. 꽃을 주세요, 노래를 불러줘요, 속삭여줘
요. 아아, 이제 키스 해야지요.
로웨나는 손을 빼고 뒤로 물러났다. 순간 귓전을 따갑고 뜨거운 것이
스치고 지나가며, 쫘악-! 엄청난 소리와 함께 커튼이 찢어졌고, 그
것은 뱀처럼 날아올라 검은 옷의 남자의 팔목을 휘감았다. 남자는 팔
에 힘을 주며 채찍을 당겼지만 오터도 두 발에 힘을 주며 버텼다.
남자가 키득거리듯 말한다.
“공주님, 도와주지 않을 건가?”
목소리 역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첫마디는 굵직한 남자 목소리
이고, 두 번째 마디는 끈적끈적하게 들릴 정도로 달콤하고, 마지막
말은 아이처럼 칭얼거린다.
“죄송하지만 저는 당신 목에 걸린 현상금이 더 좋군요.”
그리고 로웨나는 유릭이 놓고 간 책을 남자의 이마를 향해 집어 던졌
다. 육중한 책은 그대로 남자의 이마를 강타했다. 남자가 크헉, 하고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젖혔다.
그 틈에 오터가 달려 나갔다. 순간에 그 남자의 눈이 시뻘겋게 번쩍
였고, 오터는 채찍을 휘둘렀다. 그러나 채찍이 남자의 목을 휘감기도
전에 어둠 속에서 뱀처럼 빠른 것이 솟구쳐 올라 오터를 후려쳤다.
유릭은 가만히 서서 검은 그림자들이 번졌다 사그라지는 것을 주시했
다. 마르듯이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알렉산더가 가만히 물었다.
“위험한 건가.”
“봐야 알지요.”
유릭은 앞으로 나났다. 뒤에서 알렉산더의 웃음소리가 들렸고, 그 소
리가 신경 끝을 거슬리게 했다. 그러나 더 신경 쓸 수도 없었다.
으스스한 기운이 느껴지는 가 싶더니, 주변에서 무언가의 숨소리 같
은 것이 쌔액 쌔액 들렸다.
유릭의 총신 끄트머리가 별을 뿌린 듯이 반짝였다. 유릭은 고개를 돌
리지 않은 채 숨을 고르며 오른쪽을 겨냥했다.
“암만.”
마법진이 화악 드러났다.
수레바퀴가 돌아가듯, 둥글고 화려한 마법진이 빙그르 돌며 어둠에
낙인처럼 내리 박힌다.
유릭은 방아쇠를 당겼다. 카앙! 푸른 섬광이 쏘아져 나가고, 그 섬광
이 마법진을 통과하는 순간에 분수처럼 갈라져 검은 그림자를 휘감아
돌았다. 곰이 밧줄에 감긴 듯 엄청난 소리가 쿠르릉 울렸다. 서재
가 덜덜 떨리고, 바닥이 진동했다. 푸른 줄기가 몸을 뒤틀 때마다
거센 바람이 불어 닥쳐오고, 칼을 휘두르듯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들
린다. 바닥과 책들 위로 생채기가 났다.
그리고 푸른 바람에 압박된 검은 그림자 덩어리가 들썩거리고 몸부림
쳤다. 그 위에 박힌 붉은 눈동자가 번쩍이며 사납게 유릭을 노려보
았다.
유릭은 아랫입술을 꾹 물고는 그것의 정수리에 총구를 겨냥했다.
“키케-!”
방금 전에 유릭이 완성시켜 놓은 마법진이 금빛으로 작렬했다. 그 금
빛의 경계에 닿은 검은 그림자의 몸이 다시 부르르 떨었다. 그 빛이
그림자의 몸으로 스며들어갔다.
문신을 새기듯이, 그 빛을 따라 균열하는 그림자의 몸 위에 금빛 낙
인 같은 것이 떠올랐다.
그것은 가면 같은 나비 모양이었다.
아주 짧은 순간에, 유릭의 머릿속에 예전에 카밀턴 경이 그려 준 바
로 그 ‘표식’이 떠올랐다. 전혀 닮지 않았는데, 머릿속에 스치듯이
지나갔다. 카밀턴 경이 삼각형 비슷한 것을 두개 그려 놓기는 했
었는데, 그 때는 그게 무엇인지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두
가지가 얼핏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카밀턴은 애써 나비 비슷하
게 그려본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갑자기 금빛의 선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검은 그림자에 빨
려 들어가듯 사라지고 있었다. 유릭의 총구를 노려보는 붉은 눈이
가늘어 진다.
그리고 콰앙--!
검고 차가운 바람이 터졌다. 그것을 휘감은 속박의 끈 사이로, 그 검
은 덩어리들이 와라락 쏟아졌다.
“이런!”
카펫이 찢어지고, 커튼이 치솟아 오른다. 책들이 덜그럭대고, 책장이
비틀거렸다. 비명 같은 울부짖음이 터지며 창문이 쩌르릉 울렸다.
그리고 그 검은 덩어리가 알렉산더 쪽으로 휘몰아쳐갔다.
유릭은 방아쇠를 당겼다.
쏘아져 나간 푸른 탄환이 검은 덩어리를 꿰뚫었다. 망치에 찍힌 거대
한 반죽처럼 구멍이 뚫렸다. 터진 듯한 바람이 다시 서재 안으로
휘몰아쳤다. 그 틈으로 알렉산더의 회색 가면이 보였다. 그러나 회
오리치듯 그 구멍이 닫히고, 검은 그림자에서 채찍 같은 것이 치솟
아 올라 알렉산더를 향해 날아갔다.
“백작--!”
알렉산더가 뒤로 물러나며 손에 든 보석을 보였다. 그림자 속에서 뻗
어 나온 검은 손아귀가, 날아가듯 몰아쳐 보석을 움켜쥐었다.
유릭은 다시 방아쇠를 당겨야 했다. 총성과 함께 푸른 섬광이 내리박
히며, 그 검은 손아귀의 손목을 끊어 버렸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연기가 잘리듯 휘청거리며 흩어졌을 뿐이다.
크르렁대며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것의 붉은 눈동자가 분
노를 담아 유릭을 향했다. 그리고 천둥처럼 번쩍이고, 갑자기 유릭
쪽으로 쇄도해 왔다. 방금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책이 뽑혀
져 나와 쏟아졌다. 책장이 뒤로 넘어가고, 찢어진 카펫조각이 화살
맞은 새 깃털처럼 흩어졌다. 그것이 몸을 뒤틀더니 울부짖었다. 쿠
어어어엉--!
아찔한 것을 본 듯 했다. 검고 거대한 심연을 본 듯, 절벽 끄트머리
에 서 있는 듯, 무언가 무서운 것의 끝없는 입구를 본 듯 현기증이
난다. 유릭은 이를 악물었다. 두 발에 힘을 주고, 그를 향해 쏟아지는
그림자의 괴물을 향해 밀어붙이듯 겨냥하며 외쳤다.
“크리게아!”
괴물의 이마를 중심으로 마법진이 나타났다. 벼락처럼, 온 세상을 퍼
렇게 밝히며 나타나, 그 거대하게 꿈틀대는 그림자를 옭아맬 거미줄
인양 펼쳐졌다. 유릭은 방아쇠를 당겼다. 카앙! 푸른 탄환은 마법진
의 중앙을 통과했다. 흰 빛이 수 십 가닥 솟구치며, 검은 그림자들
을 꿰뚫었다. 거대한 짐승처럼 그림자가 몸부림치며 울부짖었다. 구
멍이 뚫린 검은 구멍 주변으로 뿌연 얼음 조각 같은 것이 맺혔다.
유릭은 램프를 당겨 불을 붙였다. 사방으로 빛이 펼쳐졌다. 그 환한
빛이 닿자, 찢긴 너울처럼 펄럭이던 그림자 자락이 빨려가듯 오므라
들었다.
붉은 색, 피처럼 붉은 빛이었다. 그리고 박쥐인양 거대한 날개를 펼
치고, 긴 목을 늘인 채 끔찍하게 붉은 눈동자로 유릭을 노려보고 있
었다. 날개가 갈기갈기 찢겨 있었고, 군데군데 흰 얼음조각이 맺혀
있다가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졌다. 그 고통에 연신 신음을 삼키고
있었고, 그 안에는 분노가 타오르고 있었다.
유릭은 왼손에 램프를 들고 오른손의 총으로 그를 겨냥했다. 그러나
붉은 괴물이 느닷없이 산산조각 났다. 망치로 깨듯이, 마법이 깨어진
고렘의 조각들처럼 허공으로 녹아들어가 버리는 것이다.
사방이 귀 막은 듯이 고요해지며, 날리던 카펫과 책 조각 들이 가라
앉았다. 조각조각 난 붉은 그림자들이 핏방울처럼 바닥에 후두둑 떨
어지더니 스며들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알렉산더가 물었다.
“뭐지.”
“.....마령의 주인이 그를 다시 부른 겁니다.”
그렇게 답하며 유릭은 목덜미의 땀을 닦아냈다. 손끝에 닿는 맥박이 점
점 빨라지고 있었고, 반대로 그 손끝은 얼음처럼 차다. 유릭은 가쁜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키케.”
바닥에 모래알처럼 노란 것이 바닥에 반짝이며 드러났다. 그러나 방금
전처럼 그렇게 선명한 금빛은 아니었다. 유릭이 바라보자, 그것은 느릿
느릿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것들이 발치까지 오자 유릭은 손끝으로 그
것을 집어 들었다. 부싯돌을 부딪치듯 노란 섬광이 번쩍이더니,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내게 예고장을 보낸 자는 꽤 다양한 재주를 보여 주는 군.”
알렉산더가 말했다. 그런데 그 말투는 너무도 편안하다. 표정하나 변하는
것 없다.
바로 옆에 벼락이 꽂혀도 무관심할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나오니 유릭은 맥 빠지는 기분이었다. 하긴, 멀쩡한 사람이라면
그 무시무시한 마령을 눈앞에 놓고 이것 잡아봐, 하는 듯이 보석을 보일
리 없을 것이다.
그 때 누군가가 문을 쾅쾅 두들겨 댔다.
유릭은 문을 열었다. 그리고 문이 열리자마자 로웨나가 쳐들어오듯 얼굴
을 들이밀었다
“로이?”
그런데 로웨나가 갑자기 유릭의 멱살을 움켜잡고는 외쳤다.
“큰일났어어어어---!!! 큰일-!”
그러다가 로웨나는 알렉산더가 쥐고 있는 다이아몬드를 보고는 눈을 휘둥
그레 떴다.
“어라, 저게 왜 저기 있어?”
알렉산더가 빈정대듯 말했다.
“주인이 가지고 있는 게 그렇게 크게 잘못된 일인가.”
“그야......아아, 젠장, 이게 중요한 게 아닌데! 어쨌건 큰일 났어! 큰이일!”
“큰일?”
아무래도 여기서 벌어진 일이 더 큰 것 같은데, 하고 말하기도 전에 로웨나가
고함을 질렀다.
“내 방으로 그 도둑 녀석이 왔단 말이야--! 그리고 오터 씨가 위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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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잡설: 아아, 늦었습니다. ............밀린 영화 왕창 보고, 비축분 좀
쌓고...(그런데 효율이 별로 높지 않습니다. --;)
일단은 계속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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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염의 성좌]